쇼트폼에 빠진 사람들…벗어나려면?

입력 2025.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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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과의존된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기관인데요.

당시엔 중고생 36명이 5박 6일 일정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 짧은 길이의 영상인 '쇼트폼' 중독을 많이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심용출 기획운영부장/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최근에 청소년들이 쇼트폼 콘텐츠들을 굉장히 많이들 보고 있습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인 영상들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몰입하게 되는 것 같고요. 몰입 정도가 좀 과하다 보니까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루에 20시간은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는 중학교 3학년 정 모 양도 그중 한 명입니다.

정00양/중학교 3학년
틱톡 가장 많이 보게 된 게 한 8시간 이상. 보다 보면 여러 가지 많이 나와서 그냥 계속 보는 것 같아요. 재밌어서…유행 같은 게 일단은 쇼츠나 틱톡, 짧은 영상 이런 걸로 제일 먼저 퍼지고요. 그런 짧은 영상들을 보고 유행을 알고요.

중학교 3학년 이 모 양도 쇼트폼을 보다가 밤을 새운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 생활에 지장을 받고 부모님과도 갈등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00/중학교 3학년
조금만 보고 자려고 했거든요. 아침 7시까지 봐서 학교에서 자거나 학교를 아예 안 가거나 부모님이랑 싸울 때도 있었고…그냥 누워서 넘기기만 하면 되니까 짧으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짧다 보니까…

실제 과기정통부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쇼트폼 이용자 10명 중 3명은 쇼트폼 시청 조절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대상별로 보면 청소년에서 가장 높았는데, 성인과 60대 이상에서도 쇼트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되레 쇼트폼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네이버는 2년 전 출시한 쇼트폼 플랫폼인 '클립'을 여러 분야로 확대하고 있고, 카카오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 카카오톡 발견 탭에 쇼트폼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독성 있는 쇼트폼을 활용해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활동을 규제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결국 이용자의 자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 교수는 쇼트폼 같은 강한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 뇌의 만족도도 점차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보면 볼수록 주변 환경이 무의미해지고 아무런 감흥도 생기지 않으며, 때문에 다시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엔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전상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알코올 중독하고 똑같습니다. 도파민이 무한정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도파민이 떨어지게 되고, 거의 고갈된 상태가 되면 심각한 정신질환 문제, 우울, 무기력, 불안 등을 유발하게 되는데요. 그게 싫기 때문에 놓지 않고 마지막 남은 도파민까지 쥐어짜서 본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보게 되는 거죠. 그게 중독의 악순환과 고립입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심리적 중독에 취약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상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쇼트폼이라는 거는 본론밖에 없죠. 본론 중에서도 일부분만 보여주는 거죠. 그러니까 나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은 서론, 본론, 결론의 스토리가 있어야 내 감정을 이입하고 평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론, 본론, 결론이 없는 상태에 익숙해지면 스토리에 대한 추론 능력, 해독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해독력을 떠나서도 본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들이 약해지죠.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중독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전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쇼트폼 사용을 차단하기보단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절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 때 혼자가 아닌 최대한 여럿이서 하는 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동시에 운동이나 놀이 등 신체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도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상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책은 내가 조작할 수가 없는 거고 나만의 노력으로 그 흐름과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감정을 그리고 머릿속에 영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거든요. 그럴 때 뇌가 시각, 청각, 판단력 측면 등 모든 것들이 조화가 이뤄지면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책을 보게 하는 이유는 그 구성 능력이 아직까지는 인간이 개발한 가장 좋은 학습과 두뇌 개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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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트폼에 빠진 사람들…벗어나려면?
    • 입력 2025-05-14 15: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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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과의존된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기관인데요.

당시엔 중고생 36명이 5박 6일 일정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 짧은 길이의 영상인 '쇼트폼' 중독을 많이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심용출 기획운영부장/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최근에 청소년들이 쇼트폼 콘텐츠들을 굉장히 많이들 보고 있습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인 영상들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몰입하게 되는 것 같고요. 몰입 정도가 좀 과하다 보니까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루에 20시간은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는 중학교 3학년 정 모 양도 그중 한 명입니다.

정00양/중학교 3학년
틱톡 가장 많이 보게 된 게 한 8시간 이상. 보다 보면 여러 가지 많이 나와서 그냥 계속 보는 것 같아요. 재밌어서…유행 같은 게 일단은 쇼츠나 틱톡, 짧은 영상 이런 걸로 제일 먼저 퍼지고요. 그런 짧은 영상들을 보고 유행을 알고요.

중학교 3학년 이 모 양도 쇼트폼을 보다가 밤을 새운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 생활에 지장을 받고 부모님과도 갈등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00/중학교 3학년
조금만 보고 자려고 했거든요. 아침 7시까지 봐서 학교에서 자거나 학교를 아예 안 가거나 부모님이랑 싸울 때도 있었고…그냥 누워서 넘기기만 하면 되니까 짧으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짧다 보니까…

실제 과기정통부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쇼트폼 이용자 10명 중 3명은 쇼트폼 시청 조절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대상별로 보면 청소년에서 가장 높았는데, 성인과 60대 이상에서도 쇼트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되레 쇼트폼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네이버는 2년 전 출시한 쇼트폼 플랫폼인 '클립'을 여러 분야로 확대하고 있고, 카카오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 카카오톡 발견 탭에 쇼트폼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독성 있는 쇼트폼을 활용해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활동을 규제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결국 이용자의 자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 교수는 쇼트폼 같은 강한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 뇌의 만족도도 점차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보면 볼수록 주변 환경이 무의미해지고 아무런 감흥도 생기지 않으며, 때문에 다시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엔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전상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알코올 중독하고 똑같습니다. 도파민이 무한정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도파민이 떨어지게 되고, 거의 고갈된 상태가 되면 심각한 정신질환 문제, 우울, 무기력, 불안 등을 유발하게 되는데요. 그게 싫기 때문에 놓지 않고 마지막 남은 도파민까지 쥐어짜서 본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보게 되는 거죠. 그게 중독의 악순환과 고립입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심리적 중독에 취약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상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쇼트폼이라는 거는 본론밖에 없죠. 본론 중에서도 일부분만 보여주는 거죠. 그러니까 나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은 서론, 본론, 결론의 스토리가 있어야 내 감정을 이입하고 평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론, 본론, 결론이 없는 상태에 익숙해지면 스토리에 대한 추론 능력, 해독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해독력을 떠나서도 본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들이 약해지죠.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중독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전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쇼트폼 사용을 차단하기보단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절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 때 혼자가 아닌 최대한 여럿이서 하는 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동시에 운동이나 놀이 등 신체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도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상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책은 내가 조작할 수가 없는 거고 나만의 노력으로 그 흐름과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감정을 그리고 머릿속에 영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거든요. 그럴 때 뇌가 시각, 청각, 판단력 측면 등 모든 것들이 조화가 이뤄지면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책을 보게 하는 이유는 그 구성 능력이 아직까지는 인간이 개발한 가장 좋은 학습과 두뇌 개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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