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푸틴에 유리하게 휴전 논의 흘러…미러 협상에 달렸나”

전쟁 발발 3년 만에 추진돼 관심을 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협상이 점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뜻대로 풀려가고 있다고 CNN 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CN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이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협상을 천천히, 자신들이 일정을 조율하면서 (하길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애초 먼저 협상 카드를 꺼낸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역제안을 걷어찬 배경에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회담의 경우 실무급 협상과는 달리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대한 정치적 무게감이 더 큰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면전에서 거절할 경우 그 후폭풍이 더 클 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나아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과 대좌하는 모습이 국내 여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분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보다는 미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적과 함께 사진을 찍을 경우 국내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함정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대표단이 마주 앉게 된다고 해도 의미있는 수준의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할 때까지는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표단 협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시간을 끌며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버티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서는 종전을 위한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좌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미러 정상회담 성사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조만간 자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같은 미국 측의 메시지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소득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그렇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에 ‘15일 협상 재개’를 기습 제안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자고 맞받아쳤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거들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결국 급이 낮은 대표단을 파견하는 데 그치면서 협상 일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졌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