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일주일이 다를 것 같지 않지만, 누군가는 금요일부터 쉰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지연/주 4.5일 근무자 금요일 평일 낮에 이제 쉴 수 있다는 그 생각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것 같고…. |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주 4.5일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의 혁신', 누군가는 '포퓰리즘'이라 말합니다.
<인터뷰>임중석/울산 남구 삼산동 바짝 일을 하고 자기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인터뷰>임해인/대학생 저는 안될 거 같다…. 그만큼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인터뷰>송지동/직장인 되면야 좋은데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쉽진 않을 거라고…. |
노동의 미래를 다시 쓰는 지금,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에 한 걸음 다가선 걸까요?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일까요?

"멋있어. 너무 멋있어. 물통이랑 다 챙겼나 보자." |
두 아이 아빠 이용신 씨.
6살 아들의 가방을 챙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안녕! 다녀오겠습니다" |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빠와 아들.
"내일 여행가거든, 세민아. 잘 갈 수 있지? 가서 뭐 할 거야? (몰라) 여행 가서 뭐 먹을까? (피자) 피자? 알았어" |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 등·하원은 아빠의 몫입니다.
안녕. 아빠가 데리러 올게. 이따 봐. |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와 놀아 주기도 하고 집안일을 돕거나 가끔은 개인 시간도 갖습니다.
<인터뷰>이용신/직장인(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제가 낚시를 좋아하는데 저희 아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개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아내는 뭐 하세요?) 쉴 때 육아에 지친 걸 음주로 동네 지인분들과 함께…. |
이렇게 금요일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건 주 4일 근무 덕분입니다.
<인터뷰> 장보라/아내 목요일 저녁부터 (마음이) 편안해요.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 했다가 아기도 너무 예뻐 보이고 (남편이) 육아에 도움 많이 줄 것 같아서 둘째를 낳게 됐어요. |

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위에 가면 부자재 챙겨놓은 거 있거든. 그 리스트 보고 체크만 한 번 해줘. |
주 4일 근무하면 IT 회사나 스타트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씨의 직장은 자동문을 만드는 제조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대표의 제안으로 주 4일 근무를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 똑같이 맞벌이하면서 아이 셋을 낳아서 키워 봤거든요. 근데 아이 키우다 보니까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고 데이트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가 회사를 창업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 되겠다…. |
수요가 몰리는 겨울 성수기를 제외하고 8개월은 주 4일 근무를 하는데, 연차를 없앤 대신 2년에 한 번 16일의 휴가가 제공됩니다.
전체 쉬는 날은 이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계가 멈추는 건 곧 생산을 멈춘다는 것.
주 4일 근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작업이 많던 업무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정부터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권요한/자동문 제조업체 생산관리파트장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서류 작업을 다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휴대전화로 할 수 있게끔 했고요. 직원들 또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좀 더 빨리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
업무 효율은 높아졌고 매출과 생산량, 그리고 연봉까지 함께 늘었습니다.
<인터뷰>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5일을 일하다 보면 한 수요일쯤부터 조금 지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4일을 일하게 되니까 수요일쯤부터 오히려 더 ‘으쌰으쌰’ 해서 이제 업무를 빨리빨리 처리하게 되고 |
사람 구하기 어렵다지만, 이 회사의 신입 채용 경쟁률은 100대1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저도 몰랐는데 7일 중에서 5일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면 쉬는 시간 대비해서 2.5배를 일하는 겁니다. 일주일을 생각할 때. 근데 주 4일 근무를 하게 된다는 거는 1.3배만 일하면 된다는 거죠. 그만큼 휴식과 일의 비율 자체가 1.3 대 1이냐 2.5 대 1이냐 2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거죠. 그 차이에서 오는 어떤 생활의 활력이라든지…. |
이렇게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또는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징검다리 주 4일제’, 평일 중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주 4.5일제까지.
근무일을 줄이는 실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난 대선에 주4일제 공론화되고 나서 일부 사업장이지만 4일, 4.5일제, 그런 흐름을 좀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기도 해요. 노사 간의 합의든 아니면 기업이 굉장히 전향적으로….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일과 개인 생활 삶의 어떤 균형들을 좀 맞춰가자’ 그리고 ‘개인적인 삶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지금보다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겠다’라는 흐름이 있죠. |
근무일 단축 움직임에 지자체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무가 한창인 평일 오후 2시.

박영철 씨는 먼저 사무실을 나섭니다.
서둘러 향한 곳은 회사 어린이집.
아빠와 만나자마자 아이는 수다를 쏟아냅니다.

오이 좋아해. (오이는 몇 개 먹었어?) 하나 먹었어. 하나. 손 씻어야 해. (손 씻어야 해? 먹고 손 씻었어?) 어. |
일주일에 하루, 아빠와 아이가 일찍 만나는 날입니다.
<인터뷰>박영철/울산 중구청 직원 아내나 저나 늦게 마치다 보니까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대가 많이 늦었거든요. 금요일 하루라도 조금 빨리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서 제가 하원을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
울산 중구는 올해부터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만 채우면 평일 하루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날 근무를 더 하는 대신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방식인데, 직원 4명 중 1명이 이용할 만큼 반응도 좋습니다.
<인터뷰>박호진/울산 중구청 주무관 민원 서비스에 대한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부서 내 팀별 25% 한도 내에서 순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30%는 육아시간 관련해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머지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 여가 시간 즐기기 위해서 대부분 사용하고 있습니다. |
4개월 시범 운영 결과 이용자 대다수가 이 제도에 만족해 울산 중구는 이달부터, 이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서울과 제주, 충남북 등 일부 지자체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출근 일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업장에선 줄어든 근무일만큼의 공백을 메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재계에선 ‘생산성 저하’·‘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총이 2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으로, 응답자의 34.3%가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를 꼽았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면 그만큼 인력을 더 채워야 하는데, 결국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재명 경제5단체 간담회. 5.8) 가뜩이나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
여론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근로 시간 단축 여부와 관계없이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50%로 찬성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반면 주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 쪽 의견이 61%로, 반대보다 26%P 앞섰습니다.

50대 이하나 사무관리직에서 찬성 비율이 절반을 넘은 반면, 60대 이상과 자영업자에게선 그 반대였습니다.
2년 전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세브란스 병원.
비용을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30년 차 간호사 박은희 씨도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은희/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주 4일제가 선물 같아요. 선물. 이전에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제 쉬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 주 4일제를 하다가 ‘이 정도면 내가 일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5개 병동에서 간호사 5명씩, 총 25명이 6개월씩 주 4일 근무를 합니다.
급여는 10% 줄이되, 병원도 그만큼의 비용을 보전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급여가 줄었어도 만족도가 높아 간호사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인터뷰>권아연/세브란스 병원 간호사 주 4일제를 신청했었는데 아쉽게 떨어져서 하반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동료가 자리가 빈 느낌은 안 들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하반기 될 거니까. |
가장 큰 변화는 퇴사율.
간호사의 경우 3교대 근무와 같은 격무로 퇴사율이 높은 편인데, 주 4일제를 운영한 병동의 퇴사율은 제도 도입 전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간호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자, 사측은 시범 운영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처음부터 ‘주 4일제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병동 간호사들의 고된 노동 그리고 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을 사직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결국은 출근 시간 출근 일수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답이겠다고 생각해서…. |
의료계 전반에 공감대가 퍼지면서 국립중앙의료원도 다음 달부터 같은 방식의 주 4일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일하는 사람들이 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하는 거에 당연히 진심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가 결국은 이제 앞서서 이 사례를 만들어내면 대한민국에 있는 병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한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
하지만 이와는 달리, 임금 삭감은 대부분 동의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근무 시간이 줄더라도 급여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기업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근로 시간 단축까지 하게 되면 생산성 문제라든가 생산 물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고, 아니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협조하거나 하는 그런 또 다른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을 다 기업이 지게 되니까 반대할 수밖에 없죠. |
노사 양측의 호응을 얻기 위해선 지자체가 나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경기도는 시범 사업 형태로 80여 개 중소기업에 ‘임금 삭감 없는 단축근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 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
주 4.5일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업과 직종의 특성이 다른 만큼 똑같이 적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일자리 질의 격차만 더 벌어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이쪽(중소기업) 에 있는 분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 거고 |
일방적인 법제화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율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사가 충분히 같이 협의도 하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않았을 때 따르는 갈등이나 부작용 등이 있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주 4.5일제 같은 근로 시간 단축 논의는 사회적인 수준에서 정책 제도에 대한 타협을, 같이 잘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고…. |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당시에도 찬반 논쟁은 뜨거웠습니다.
<인터뷰>이수봉(당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 노동 강도만 세지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주 5일 근무 도입의 취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
<인터뷰> 김영배(당시 경총 부회장)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 간의 협력과 생산성 향상 운동의 전개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
큰 우려에도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열매를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닙니다.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
그 하루의 여유가 누구에게나 허락되기까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주 4일제 #주 4일제 #주4.5일제 #주 4.5일제 #주 4일 #주4.5일 #주 4일 #주 4.5일 #대선 #조기 대선 #공약 #대선 공약 #이재명 #김문수 #민주당 #국민의힘 #민주 #국힘 #근무 시간 #근무 시간 단축
취재:조정인
촬영:조선기 강우용 이승훈
촬영기자:연봉석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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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주 4.5일제 나아가도 될까요?
-
- 입력 2025-05-18 23:20:15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일주일이 다를 것 같지 않지만, 누군가는 금요일부터 쉰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지연/주 4.5일 근무자 금요일 평일 낮에 이제 쉴 수 있다는 그 생각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것 같고…. |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주 4.5일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의 혁신', 누군가는 '포퓰리즘'이라 말합니다.
<인터뷰>임중석/울산 남구 삼산동 바짝 일을 하고 자기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인터뷰>임해인/대학생 저는 안될 거 같다…. 그만큼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인터뷰>송지동/직장인 되면야 좋은데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쉽진 않을 거라고…. |
노동의 미래를 다시 쓰는 지금,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에 한 걸음 다가선 걸까요?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일까요?

"멋있어. 너무 멋있어. 물통이랑 다 챙겼나 보자." |
두 아이 아빠 이용신 씨.
6살 아들의 가방을 챙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안녕! 다녀오겠습니다" |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빠와 아들.
"내일 여행가거든, 세민아. 잘 갈 수 있지? 가서 뭐 할 거야? (몰라) 여행 가서 뭐 먹을까? (피자) 피자? 알았어" |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 등·하원은 아빠의 몫입니다.
안녕. 아빠가 데리러 올게. 이따 봐. |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와 놀아 주기도 하고 집안일을 돕거나 가끔은 개인 시간도 갖습니다.
<인터뷰>이용신/직장인(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제가 낚시를 좋아하는데 저희 아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개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아내는 뭐 하세요?) 쉴 때 육아에 지친 걸 음주로 동네 지인분들과 함께…. |
이렇게 금요일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건 주 4일 근무 덕분입니다.
<인터뷰> 장보라/아내 목요일 저녁부터 (마음이) 편안해요.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 했다가 아기도 너무 예뻐 보이고 (남편이) 육아에 도움 많이 줄 것 같아서 둘째를 낳게 됐어요. |

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위에 가면 부자재 챙겨놓은 거 있거든. 그 리스트 보고 체크만 한 번 해줘. |
주 4일 근무하면 IT 회사나 스타트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씨의 직장은 자동문을 만드는 제조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대표의 제안으로 주 4일 근무를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 똑같이 맞벌이하면서 아이 셋을 낳아서 키워 봤거든요. 근데 아이 키우다 보니까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고 데이트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가 회사를 창업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 되겠다…. |
수요가 몰리는 겨울 성수기를 제외하고 8개월은 주 4일 근무를 하는데, 연차를 없앤 대신 2년에 한 번 16일의 휴가가 제공됩니다.
전체 쉬는 날은 이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계가 멈추는 건 곧 생산을 멈춘다는 것.
주 4일 근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작업이 많던 업무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정부터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권요한/자동문 제조업체 생산관리파트장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서류 작업을 다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휴대전화로 할 수 있게끔 했고요. 직원들 또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좀 더 빨리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
업무 효율은 높아졌고 매출과 생산량, 그리고 연봉까지 함께 늘었습니다.
<인터뷰>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5일을 일하다 보면 한 수요일쯤부터 조금 지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4일을 일하게 되니까 수요일쯤부터 오히려 더 ‘으쌰으쌰’ 해서 이제 업무를 빨리빨리 처리하게 되고 |
사람 구하기 어렵다지만, 이 회사의 신입 채용 경쟁률은 100대1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저도 몰랐는데 7일 중에서 5일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면 쉬는 시간 대비해서 2.5배를 일하는 겁니다. 일주일을 생각할 때. 근데 주 4일 근무를 하게 된다는 거는 1.3배만 일하면 된다는 거죠. 그만큼 휴식과 일의 비율 자체가 1.3 대 1이냐 2.5 대 1이냐 2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거죠. 그 차이에서 오는 어떤 생활의 활력이라든지…. |
이렇게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또는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징검다리 주 4일제’, 평일 중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주 4.5일제까지.
근무일을 줄이는 실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난 대선에 주4일제 공론화되고 나서 일부 사업장이지만 4일, 4.5일제, 그런 흐름을 좀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기도 해요. 노사 간의 합의든 아니면 기업이 굉장히 전향적으로….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일과 개인 생활 삶의 어떤 균형들을 좀 맞춰가자’ 그리고 ‘개인적인 삶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지금보다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겠다’라는 흐름이 있죠. |
근무일 단축 움직임에 지자체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무가 한창인 평일 오후 2시.

박영철 씨는 먼저 사무실을 나섭니다.
서둘러 향한 곳은 회사 어린이집.
아빠와 만나자마자 아이는 수다를 쏟아냅니다.

오이 좋아해. (오이는 몇 개 먹었어?) 하나 먹었어. 하나. 손 씻어야 해. (손 씻어야 해? 먹고 손 씻었어?) 어. |
일주일에 하루, 아빠와 아이가 일찍 만나는 날입니다.
<인터뷰>박영철/울산 중구청 직원 아내나 저나 늦게 마치다 보니까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대가 많이 늦었거든요. 금요일 하루라도 조금 빨리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서 제가 하원을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
울산 중구는 올해부터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만 채우면 평일 하루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날 근무를 더 하는 대신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방식인데, 직원 4명 중 1명이 이용할 만큼 반응도 좋습니다.
<인터뷰>박호진/울산 중구청 주무관 민원 서비스에 대한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부서 내 팀별 25% 한도 내에서 순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30%는 육아시간 관련해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머지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 여가 시간 즐기기 위해서 대부분 사용하고 있습니다. |
4개월 시범 운영 결과 이용자 대다수가 이 제도에 만족해 울산 중구는 이달부터, 이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서울과 제주, 충남북 등 일부 지자체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출근 일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업장에선 줄어든 근무일만큼의 공백을 메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재계에선 ‘생산성 저하’·‘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총이 2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으로, 응답자의 34.3%가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를 꼽았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면 그만큼 인력을 더 채워야 하는데, 결국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재명 경제5단체 간담회. 5.8) 가뜩이나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
여론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근로 시간 단축 여부와 관계없이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50%로 찬성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반면 주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 쪽 의견이 61%로, 반대보다 26%P 앞섰습니다.

50대 이하나 사무관리직에서 찬성 비율이 절반을 넘은 반면, 60대 이상과 자영업자에게선 그 반대였습니다.
2년 전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세브란스 병원.
비용을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30년 차 간호사 박은희 씨도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은희/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주 4일제가 선물 같아요. 선물. 이전에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제 쉬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 주 4일제를 하다가 ‘이 정도면 내가 일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5개 병동에서 간호사 5명씩, 총 25명이 6개월씩 주 4일 근무를 합니다.
급여는 10% 줄이되, 병원도 그만큼의 비용을 보전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급여가 줄었어도 만족도가 높아 간호사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인터뷰>권아연/세브란스 병원 간호사 주 4일제를 신청했었는데 아쉽게 떨어져서 하반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동료가 자리가 빈 느낌은 안 들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하반기 될 거니까. |
가장 큰 변화는 퇴사율.
간호사의 경우 3교대 근무와 같은 격무로 퇴사율이 높은 편인데, 주 4일제를 운영한 병동의 퇴사율은 제도 도입 전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간호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자, 사측은 시범 운영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처음부터 ‘주 4일제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병동 간호사들의 고된 노동 그리고 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을 사직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결국은 출근 시간 출근 일수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답이겠다고 생각해서…. |
의료계 전반에 공감대가 퍼지면서 국립중앙의료원도 다음 달부터 같은 방식의 주 4일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일하는 사람들이 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하는 거에 당연히 진심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가 결국은 이제 앞서서 이 사례를 만들어내면 대한민국에 있는 병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한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
하지만 이와는 달리, 임금 삭감은 대부분 동의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근무 시간이 줄더라도 급여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기업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근로 시간 단축까지 하게 되면 생산성 문제라든가 생산 물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고, 아니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협조하거나 하는 그런 또 다른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을 다 기업이 지게 되니까 반대할 수밖에 없죠. |
노사 양측의 호응을 얻기 위해선 지자체가 나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경기도는 시범 사업 형태로 80여 개 중소기업에 ‘임금 삭감 없는 단축근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 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
주 4.5일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업과 직종의 특성이 다른 만큼 똑같이 적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일자리 질의 격차만 더 벌어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이쪽(중소기업) 에 있는 분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 거고 |
일방적인 법제화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율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사가 충분히 같이 협의도 하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않았을 때 따르는 갈등이나 부작용 등이 있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주 4.5일제 같은 근로 시간 단축 논의는 사회적인 수준에서 정책 제도에 대한 타협을, 같이 잘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고…. |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당시에도 찬반 논쟁은 뜨거웠습니다.
<인터뷰>이수봉(당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 노동 강도만 세지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주 5일 근무 도입의 취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
<인터뷰> 김영배(당시 경총 부회장)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 간의 협력과 생산성 향상 운동의 전개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
큰 우려에도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열매를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닙니다.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
그 하루의 여유가 누구에게나 허락되기까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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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조정인
촬영:조선기 강우용 이승훈
촬영기자:연봉석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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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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