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주 4.5일제 나아가도 될까요?

입력 2025.05.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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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일주일이 다를 것 같지 않지만, 누군가는 금요일부터 쉰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지연/주 4.5일 근무자
금요일 평일 낮에 이제 쉴 수 있다는 그 생각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것 같고….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주 4.5일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의 혁신', 누군가는 '포퓰리즘'이라 말합니다.

<인터뷰>임중석/울산 남구 삼산동
바짝 일을 하고 자기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인터뷰>임해인/대학생
저는 안될 거 같다…. 그만큼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인터뷰>송지동/직장인
되면야 좋은데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쉽진 않을 거라고….

노동의 미래를 다시 쓰는 지금,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에 한 걸음 다가선 걸까요?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일까요?


"멋있어. 너무 멋있어. 물통이랑 다 챙겼나 보자."

두 아이 아빠 이용신 씨.

6살 아들의 가방을 챙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안녕! 다녀오겠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빠와 아들.

"내일 여행가거든, 세민아. 잘 갈 수 있지? 가서 뭐 할 거야? (몰라)
여행 가서 뭐 먹을까? (피자) 피자? 알았어"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 등·하원은 아빠의 몫입니다.

안녕. 아빠가 데리러 올게. 이따 봐.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와 놀아 주기도 하고 집안일을 돕거나 가끔은 개인 시간도 갖습니다.

<인터뷰>이용신/직장인(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제가 낚시를 좋아하는데 저희 아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개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아내는 뭐 하세요?) 쉴 때 육아에 지친 걸 음주로 동네 지인분들과 함께….

이렇게 금요일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건 주 4일 근무 덕분입니다.

<인터뷰> 장보라/아내
목요일 저녁부터 (마음이) 편안해요.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 했다가 아기도 너무 예뻐 보이고 (남편이) 육아에 도움 많이 줄 것 같아서 둘째를 낳게 됐어요.


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위에 가면 부자재 챙겨놓은 거 있거든. 그 리스트 보고 체크만 한 번 해줘.

주 4일 근무하면 IT 회사나 스타트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씨의 직장은 자동문을 만드는 제조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대표의 제안으로 주 4일 근무를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 똑같이 맞벌이하면서 아이 셋을 낳아서 키워 봤거든요. 근데 아이 키우다 보니까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고 데이트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가 회사를 창업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 되겠다….

수요가 몰리는 겨울 성수기를 제외하고 8개월은 주 4일 근무를 하는데, 연차를 없앤 대신 2년에 한 번 16일의 휴가가 제공됩니다.

전체 쉬는 날은 이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계가 멈추는 건 곧 생산을 멈춘다는 것.

주 4일 근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작업이 많던 업무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정부터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권요한/자동문 제조업체 생산관리파트장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서류 작업을 다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휴대전화로 할 수 있게끔 했고요. 직원들 또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좀 더 빨리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업무 효율은 높아졌고 매출과 생산량, 그리고 연봉까지 함께 늘었습니다.

<인터뷰>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5일을 일하다 보면 한 수요일쯤부터 조금 지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4일을 일하게 되니까 수요일쯤부터 오히려 더 ‘으쌰으쌰’ 해서 이제 업무를 빨리빨리 처리하게 되고

사람 구하기 어렵다지만, 이 회사의 신입 채용 경쟁률은 100대1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저도 몰랐는데 7일 중에서 5일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면 쉬는 시간 대비해서 2.5배를 일하는 겁니다. 일주일을 생각할 때. 근데 주 4일 근무를 하게 된다는 거는 1.3배만 일하면 된다는 거죠. 그만큼 휴식과 일의 비율 자체가 1.3 대 1이냐 2.5 대 1이냐 2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거죠. 그 차이에서 오는 어떤 생활의 활력이라든지….

이렇게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또는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징검다리 주 4일제’, 평일 중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주 4.5일제까지.

근무일을 줄이는 실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난 대선에 주4일제 공론화되고 나서 일부 사업장이지만 4일, 4.5일제, 그런 흐름을 좀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기도 해요. 노사 간의 합의든 아니면 기업이 굉장히 전향적으로….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일과 개인 생활 삶의 어떤 균형들을 좀 맞춰가자’ 그리고 ‘개인적인 삶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지금보다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겠다’라는 흐름이 있죠.

근무일 단축 움직임에 지자체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무가 한창인 평일 오후 2시.


박영철 씨는 먼저 사무실을 나섭니다.

서둘러 향한 곳은 회사 어린이집.

아빠와 만나자마자 아이는 수다를 쏟아냅니다.


오이 좋아해. (오이는 몇 개 먹었어?) 하나 먹었어. 하나.
손 씻어야 해. (손 씻어야 해? 먹고 손 씻었어?) 어.

일주일에 하루, 아빠와 아이가 일찍 만나는 날입니다.

<인터뷰>박영철/울산 중구청 직원
아내나 저나 늦게 마치다 보니까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대가 많이 늦었거든요. 금요일 하루라도 조금 빨리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서 제가 하원을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울산 중구는 올해부터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만 채우면 평일 하루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날 근무를 더 하는 대신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방식인데, 직원 4명 중 1명이 이용할 만큼 반응도 좋습니다.

<인터뷰>박호진/울산 중구청 주무관
민원 서비스에 대한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부서 내 팀별 25% 한도 내에서 순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30%는 육아시간 관련해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머지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 여가 시간 즐기기 위해서 대부분 사용하고 있습니다.

4개월 시범 운영 결과 이용자 대다수가 이 제도에 만족해 울산 중구는 이달부터, 이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서울과 제주, 충남북 등 일부 지자체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출근 일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업장에선 줄어든 근무일만큼의 공백을 메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재계에선 ‘생산성 저하’·‘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총이 2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으로, 응답자의 34.3%가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를 꼽았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면 그만큼 인력을 더 채워야 하는데, 결국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재명 경제5단체 간담회. 5.8)
가뜩이나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여론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근로 시간 단축 여부와 관계없이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50%로 찬성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반면 주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 쪽 의견이 61%로, 반대보다 26%P 앞섰습니다.


50대 이하나 사무관리직에서 찬성 비율이 절반을 넘은 반면, 60대 이상과 자영업자에게선 그 반대였습니다.

2년 전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세브란스 병원.

비용을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30년 차 간호사 박은희 씨도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은희/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주 4일제가 선물 같아요. 선물.
이전에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제 쉬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 주 4일제를 하다가 ‘이 정도면 내가 일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5개 병동에서 간호사 5명씩, 총 25명이 6개월씩 주 4일 근무를 합니다.

급여는 10% 줄이되, 병원도 그만큼의 비용을 보전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급여가 줄었어도 만족도가 높아 간호사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인터뷰>권아연/세브란스 병원 간호사
주 4일제를 신청했었는데 아쉽게 떨어져서 하반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동료가 자리가 빈 느낌은 안 들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하반기 될 거니까.

가장 큰 변화는 퇴사율.

간호사의 경우 3교대 근무와 같은 격무로 퇴사율이 높은 편인데, 주 4일제를 운영한 병동의 퇴사율은 제도 도입 전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간호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자, 사측은 시범 운영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처음부터 ‘주 4일제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병동 간호사들의 고된 노동 그리고 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을 사직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결국은 출근 시간 출근 일수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답이겠다고 생각해서….

의료계 전반에 공감대가 퍼지면서 국립중앙의료원도 다음 달부터 같은 방식의 주 4일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일하는 사람들이 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하는 거에 당연히 진심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가 결국은 이제 앞서서 이 사례를 만들어내면 대한민국에 있는 병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한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임금 삭감은 대부분 동의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근무 시간이 줄더라도 급여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기업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근로 시간 단축까지 하게 되면 생산성 문제라든가 생산 물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고, 아니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협조하거나 하는 그런 또 다른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을 다 기업이 지게 되니까 반대할 수밖에 없죠.

노사 양측의 호응을 얻기 위해선 지자체가 나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경기도는 시범 사업 형태로 80여 개 중소기업에 ‘임금 삭감 없는 단축근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 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

주 4.5일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업과 직종의 특성이 다른 만큼 똑같이 적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일자리 질의 격차만 더 벌어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이쪽(중소기업) 에 있는 분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 거고

일방적인 법제화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율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사가 충분히 같이 협의도 하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않았을 때 따르는 갈등이나 부작용 등이 있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주 4.5일제 같은 근로 시간 단축 논의는 사회적인 수준에서 정책 제도에 대한 타협을, 같이 잘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고….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당시에도 찬반 논쟁은 뜨거웠습니다.

<인터뷰>이수봉(당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 노동 강도만 세지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주 5일 근무 도입의 취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인터뷰> 김영배(당시 경총 부회장)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 간의 협력과 생산성 향상 운동의 전개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큰 우려에도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열매를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닙니다.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

그 하루의 여유가 누구에게나 허락되기까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주 4일제 #주 4일제 #주4.5일제 #주 4.5일제 #주 4일 #주4.5일 #주 4일 #주 4.5일 #대선 #조기 대선 #공약 #대선 공약 #이재명 #김문수 #민주당 #국민의힘 #민주 #국힘 #근무 시간 #근무 시간 단축

취재:조정인
촬영:조선기 강우용 이승훈
촬영기자:연봉석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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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주 4.5일제 나아가도 될까요?
    • 입력 2025-05-18 23:20:15
    사회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일주일이 다를 것 같지 않지만, 누군가는 금요일부터 쉰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지연/주 4.5일 근무자
금요일 평일 낮에 이제 쉴 수 있다는 그 생각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것 같고….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주 4.5일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의 혁신', 누군가는 '포퓰리즘'이라 말합니다.

<인터뷰>임중석/울산 남구 삼산동
바짝 일을 하고 자기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인터뷰>임해인/대학생
저는 안될 거 같다…. 그만큼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인터뷰>송지동/직장인
되면야 좋은데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쉽진 않을 거라고….

노동의 미래를 다시 쓰는 지금,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에 한 걸음 다가선 걸까요?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일까요?


"멋있어. 너무 멋있어. 물통이랑 다 챙겼나 보자."

두 아이 아빠 이용신 씨.

6살 아들의 가방을 챙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안녕! 다녀오겠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빠와 아들.

"내일 여행가거든, 세민아. 잘 갈 수 있지? 가서 뭐 할 거야? (몰라)
여행 가서 뭐 먹을까? (피자) 피자? 알았어"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 등·하원은 아빠의 몫입니다.

안녕. 아빠가 데리러 올게. 이따 봐.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와 놀아 주기도 하고 집안일을 돕거나 가끔은 개인 시간도 갖습니다.

<인터뷰>이용신/직장인(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제가 낚시를 좋아하는데 저희 아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개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아내는 뭐 하세요?) 쉴 때 육아에 지친 걸 음주로 동네 지인분들과 함께….

이렇게 금요일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건 주 4일 근무 덕분입니다.

<인터뷰> 장보라/아내
목요일 저녁부터 (마음이) 편안해요.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 했다가 아기도 너무 예뻐 보이고 (남편이) 육아에 도움 많이 줄 것 같아서 둘째를 낳게 됐어요.


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위에 가면 부자재 챙겨놓은 거 있거든. 그 리스트 보고 체크만 한 번 해줘.

주 4일 근무하면 IT 회사나 스타트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씨의 직장은 자동문을 만드는 제조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대표의 제안으로 주 4일 근무를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 똑같이 맞벌이하면서 아이 셋을 낳아서 키워 봤거든요. 근데 아이 키우다 보니까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고 데이트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가 회사를 창업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 되겠다….

수요가 몰리는 겨울 성수기를 제외하고 8개월은 주 4일 근무를 하는데, 연차를 없앤 대신 2년에 한 번 16일의 휴가가 제공됩니다.

전체 쉬는 날은 이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계가 멈추는 건 곧 생산을 멈춘다는 것.

주 4일 근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작업이 많던 업무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정부터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권요한/자동문 제조업체 생산관리파트장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서류 작업을 다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휴대전화로 할 수 있게끔 했고요. 직원들 또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좀 더 빨리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업무 효율은 높아졌고 매출과 생산량, 그리고 연봉까지 함께 늘었습니다.

<인터뷰>이용신/자동문 제조업체 팀장
5일을 일하다 보면 한 수요일쯤부터 조금 지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4일을 일하게 되니까 수요일쯤부터 오히려 더 ‘으쌰으쌰’ 해서 이제 업무를 빨리빨리 처리하게 되고

사람 구하기 어렵다지만, 이 회사의 신입 채용 경쟁률은 100대1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이대훈/자동문 제조업체 대표
저도 몰랐는데 7일 중에서 5일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면 쉬는 시간 대비해서 2.5배를 일하는 겁니다. 일주일을 생각할 때. 근데 주 4일 근무를 하게 된다는 거는 1.3배만 일하면 된다는 거죠. 그만큼 휴식과 일의 비율 자체가 1.3 대 1이냐 2.5 대 1이냐 2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거죠. 그 차이에서 오는 어떤 생활의 활력이라든지….

이렇게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또는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징검다리 주 4일제’, 평일 중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주 4.5일제까지.

근무일을 줄이는 실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난 대선에 주4일제 공론화되고 나서 일부 사업장이지만 4일, 4.5일제, 그런 흐름을 좀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기도 해요. 노사 간의 합의든 아니면 기업이 굉장히 전향적으로….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일과 개인 생활 삶의 어떤 균형들을 좀 맞춰가자’ 그리고 ‘개인적인 삶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지금보다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겠다’라는 흐름이 있죠.

근무일 단축 움직임에 지자체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무가 한창인 평일 오후 2시.


박영철 씨는 먼저 사무실을 나섭니다.

서둘러 향한 곳은 회사 어린이집.

아빠와 만나자마자 아이는 수다를 쏟아냅니다.


오이 좋아해. (오이는 몇 개 먹었어?) 하나 먹었어. 하나.
손 씻어야 해. (손 씻어야 해? 먹고 손 씻었어?) 어.

일주일에 하루, 아빠와 아이가 일찍 만나는 날입니다.

<인터뷰>박영철/울산 중구청 직원
아내나 저나 늦게 마치다 보니까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대가 많이 늦었거든요. 금요일 하루라도 조금 빨리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서 제가 하원을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울산 중구는 올해부터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만 채우면 평일 하루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날 근무를 더 하는 대신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방식인데, 직원 4명 중 1명이 이용할 만큼 반응도 좋습니다.

<인터뷰>박호진/울산 중구청 주무관
민원 서비스에 대한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부서 내 팀별 25% 한도 내에서 순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30%는 육아시간 관련해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머지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 여가 시간 즐기기 위해서 대부분 사용하고 있습니다.

4개월 시범 운영 결과 이용자 대다수가 이 제도에 만족해 울산 중구는 이달부터, 이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서울과 제주, 충남북 등 일부 지자체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출근 일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업장에선 줄어든 근무일만큼의 공백을 메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재계에선 ‘생산성 저하’·‘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총이 2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으로, 응답자의 34.3%가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를 꼽았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면 그만큼 인력을 더 채워야 하는데, 결국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재명 경제5단체 간담회. 5.8)
가뜩이나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여론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근로 시간 단축 여부와 관계없이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50%로 찬성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반면 주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 쪽 의견이 61%로, 반대보다 26%P 앞섰습니다.


50대 이하나 사무관리직에서 찬성 비율이 절반을 넘은 반면, 60대 이상과 자영업자에게선 그 반대였습니다.

2년 전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세브란스 병원.

비용을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30년 차 간호사 박은희 씨도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은희/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주 4일제가 선물 같아요. 선물.
이전에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제 쉬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 주 4일제를 하다가 ‘이 정도면 내가 일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5개 병동에서 간호사 5명씩, 총 25명이 6개월씩 주 4일 근무를 합니다.

급여는 10% 줄이되, 병원도 그만큼의 비용을 보전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급여가 줄었어도 만족도가 높아 간호사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인터뷰>권아연/세브란스 병원 간호사
주 4일제를 신청했었는데 아쉽게 떨어져서 하반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동료가 자리가 빈 느낌은 안 들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하반기 될 거니까.

가장 큰 변화는 퇴사율.

간호사의 경우 3교대 근무와 같은 격무로 퇴사율이 높은 편인데, 주 4일제를 운영한 병동의 퇴사율은 제도 도입 전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간호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자, 사측은 시범 운영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처음부터 ‘주 4일제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병동 간호사들의 고된 노동 그리고 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을 사직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결국은 출근 시간 출근 일수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답이겠다고 생각해서….

의료계 전반에 공감대가 퍼지면서 국립중앙의료원도 다음 달부터 같은 방식의 주 4일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일하는 사람들이 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하는 거에 당연히 진심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가 결국은 이제 앞서서 이 사례를 만들어내면 대한민국에 있는 병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한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임금 삭감은 대부분 동의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근무 시간이 줄더라도 급여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기업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근로 시간 단축까지 하게 되면 생산성 문제라든가 생산 물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고, 아니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협조하거나 하는 그런 또 다른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을 다 기업이 지게 되니까 반대할 수밖에 없죠.

노사 양측의 호응을 얻기 위해선 지자체가 나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경기도는 시범 사업 형태로 80여 개 중소기업에 ‘임금 삭감 없는 단축근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 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

주 4.5일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업과 직종의 특성이 다른 만큼 똑같이 적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일자리 질의 격차만 더 벌어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김상배/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이쪽(중소기업) 에 있는 분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 거고

일방적인 법제화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율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훈/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사가 충분히 같이 협의도 하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않았을 때 따르는 갈등이나 부작용 등이 있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주 4.5일제 같은 근로 시간 단축 논의는 사회적인 수준에서 정책 제도에 대한 타협을, 같이 잘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고….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당시에도 찬반 논쟁은 뜨거웠습니다.

<인터뷰>이수봉(당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 노동 강도만 세지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주 5일 근무 도입의 취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인터뷰> 김영배(당시 경총 부회장)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 간의 협력과 생산성 향상 운동의 전개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큰 우려에도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열매를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닙니다.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

그 하루의 여유가 누구에게나 허락되기까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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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조정인
촬영:조선기 강우용 이승훈
촬영기자:연봉석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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