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산사태 유발’ 임도 부실시공 적발…수의계약 횡행

입력 2025.05.20 (14:01) 수정 2025.05.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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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설치하는 도로인 ‘임도(林道)’가 상당수 부실 시공돼 산사태 위험이 큰데도 산림청이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20일)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산사태 위험’ 임도 방치…부실시공업자에 복구공사도 맡겨

임도를 내려면 우선 산비탈을 깎고, 아래쪽 경사지에는 윗면이 평평한 형태로 흙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이렇게 비탈면에 흙을 쌓아 다지는 작업을 ‘성토’라고 하는데, 비가 와도 토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임도(성토사면 5m 초과 시)에는 옹벽이나 돌을 쌓은 축대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산림청은 이같은 임도 시설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그러나 감사원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신설된 임도 1,531곳 가운데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위주로 135곳을 선정해 조사했더니, 103곳에서 규정에 따른 안전 구조물이 설치되지 않고 준공된 거로 드러났습니다.

표본조사 대상 76%가 안전기준을 위반한 겁니다.

산림청은 매해 임도 시설 집중 안전 점검을 실시하면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산사태가 나더라도 부실 시공한 업체가 불이익을 받기는커녕, 복구 공사를 다시 수주해 이중으로 정부 예산을 타간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됐습니다.

일례로 남부지방산림청은 2023년 산림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시공한 부실 임도가 준공 9개월 만에 폭우에 무너져 내렸는데도 예산 1억 3천만 원 규모 복구 공사를 같은 조합에 또 맡겼습니다.

규정상 임도를 낼 수 없는 급경사지(경사도 35도 이상)에 도로를 내거나, 산사태 방지를 위한 공법을 적용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공사 필요성을 평가하는 지방자치단체 위원들은 경사도를 눈으로만 어림잡아 측정한 후 임도 설치를 승인했습니다.

감사원이 충남·경남·강원도 임도 305곳을 조사했더니, 246곳의 경사도가 잘못 측정되었고 이 가운데 15개 노선은 공사 타당성이 없었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청 “무조건 깔아라”…산림조합 발주액 97% ‘수의계약’

산림청은 2030년까지 전국에 임도 34,990km를 깔기로 하고, 지방산림청에 공사를 독려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임도가 얼마나 안전하게 시공됐는지는 평가하지 않고, 공사 목표량을 달성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지방산림청은 공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로 안전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의 임도도 준공 처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기술 인력이 부족한 산림조합과의 과도한 수의계약도 부실시공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2019년부터 4년간 임도 건설에 투입한 예산은 8,961억 원으로, 이 가운데 89%(7,981억 원)는 산림협동조합이 가져갔습니다.

산림조합 수주액의 97%가 ‘수의계약’이었습니다.

정부가 임도를 늘리기로 하자, 산림조합들은 인력이 부족한데도 공사를 과도하게 수주하면서 현장대리인으로 무자격자를 보내거나, 기술자 1명이 최대 6곳의 현장을 책임지도록 중복 배치해 관련법과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산림청이 부실시공 업체에 임도 공사 등을 계속 맡기는 관행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받은 산림조합 등 136개 사업자가 2019~2023년 4년간 아무런 불이익 없이 산림사업 690건(총 434억 원)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임도 부실시공 방지 대책과 산사태 위험이 높은 구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림청에 통보했습니다.

또한 공개 경쟁입찰을 늘리고, 부실시공 업체에 입찰 제한 조치 등 불이익을 줄 구체적 방안을 만들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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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0 14:01:34
    • 수정2025-05-20 14:02:27
    정치
산에 설치하는 도로인 ‘임도(林道)’가 상당수 부실 시공돼 산사태 위험이 큰데도 산림청이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20일)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산사태 위험’ 임도 방치…부실시공업자에 복구공사도 맡겨

임도를 내려면 우선 산비탈을 깎고, 아래쪽 경사지에는 윗면이 평평한 형태로 흙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이렇게 비탈면에 흙을 쌓아 다지는 작업을 ‘성토’라고 하는데, 비가 와도 토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임도(성토사면 5m 초과 시)에는 옹벽이나 돌을 쌓은 축대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산림청은 이같은 임도 시설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그러나 감사원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신설된 임도 1,531곳 가운데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위주로 135곳을 선정해 조사했더니, 103곳에서 규정에 따른 안전 구조물이 설치되지 않고 준공된 거로 드러났습니다.

표본조사 대상 76%가 안전기준을 위반한 겁니다.

산림청은 매해 임도 시설 집중 안전 점검을 실시하면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산사태가 나더라도 부실 시공한 업체가 불이익을 받기는커녕, 복구 공사를 다시 수주해 이중으로 정부 예산을 타간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됐습니다.

일례로 남부지방산림청은 2023년 산림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시공한 부실 임도가 준공 9개월 만에 폭우에 무너져 내렸는데도 예산 1억 3천만 원 규모 복구 공사를 같은 조합에 또 맡겼습니다.

규정상 임도를 낼 수 없는 급경사지(경사도 35도 이상)에 도로를 내거나, 산사태 방지를 위한 공법을 적용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공사 필요성을 평가하는 지방자치단체 위원들은 경사도를 눈으로만 어림잡아 측정한 후 임도 설치를 승인했습니다.

감사원이 충남·경남·강원도 임도 305곳을 조사했더니, 246곳의 경사도가 잘못 측정되었고 이 가운데 15개 노선은 공사 타당성이 없었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청 “무조건 깔아라”…산림조합 발주액 97% ‘수의계약’

산림청은 2030년까지 전국에 임도 34,990km를 깔기로 하고, 지방산림청에 공사를 독려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임도가 얼마나 안전하게 시공됐는지는 평가하지 않고, 공사 목표량을 달성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지방산림청은 공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로 안전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의 임도도 준공 처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기술 인력이 부족한 산림조합과의 과도한 수의계약도 부실시공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2019년부터 4년간 임도 건설에 투입한 예산은 8,961억 원으로, 이 가운데 89%(7,981억 원)는 산림협동조합이 가져갔습니다.

산림조합 수주액의 97%가 ‘수의계약’이었습니다.

정부가 임도를 늘리기로 하자, 산림조합들은 인력이 부족한데도 공사를 과도하게 수주하면서 현장대리인으로 무자격자를 보내거나, 기술자 1명이 최대 6곳의 현장을 책임지도록 중복 배치해 관련법과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산림청이 부실시공 업체에 임도 공사 등을 계속 맡기는 관행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받은 산림조합 등 136개 사업자가 2019~2023년 4년간 아무런 불이익 없이 산림사업 690건(총 434억 원)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임도 부실시공 방지 대책과 산사태 위험이 높은 구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림청에 통보했습니다.

또한 공개 경쟁입찰을 늘리고, 부실시공 업체에 입찰 제한 조치 등 불이익을 줄 구체적 방안을 만들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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