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12.3을 어떻게 구했나 [계엄의 기억]②

입력 2025.05.23 (07:01) 수정 2025.05.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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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밤. 많은 사람들은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렸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연대와 저항으로 맞섰던 5.18 정신도 함께 소환됐습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2024년 겨울 현재형으로 돌아온 5.18.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광주는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계엄의 기억-다시 쓰는 5.18]은 12.3 비상계엄의 위기 속에서 '80년 5월 광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날 밤, 나라면…" 부채의식

1980년 5월 26일,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밤. 광주 도심에는 시민군들의 가두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옛 전남도청 모습옛 전남도청 모습
전남도청에 있던 시민군들은 곧 계엄군의 대규모 진압작전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청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남아있던 시민군 17명이 사살됐습니다. 280여 명은 연행됐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도청 진압 후 시민들을 연행하는 모습.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도청 진압 후 시민들을 연행하는 모습.
최후 항쟁의 이런 희생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떨치기 어려운 부채감으로 남게 됐습니다.
“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또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노영기/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거기에 있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부채감이랄지, 광주에 대한 미안함이랄지 이런 부분이 그 이후에 87년 6월 항쟁이나 촛불항쟁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12월 14일/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제안설명)
44년 전 고립무원의 상황에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 시민들의 용기가, 그들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에 끝까지 저항했던 5월 정신이 이번 12·3 계엄 상황에서 참여와 실천으로 되살아났습니다.

■ '시효없는 헌정파괴 범죄'… 5.18의 유산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신속하게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군인과 경찰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을 꼽았습니다. 이런 소극적 행동에는 여러 배경과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5.18의 경험도 기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5.18때와 달리 출동한 군인들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점, 전두환 신군부와 달리 계엄지휘가 일사분란하지 못했던 점도 배경입니다.

무엇보다도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출동 군인들에게 상당히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5·18 특별법, 그리고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은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이 법이 근거가 돼서 5·18 당시 계엄군 14명이 지난해 44년 만에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투쟁의 역사,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기여

12.12 군사반란 관련 재판 모습12.12 군사반란 관련 재판 모습
5.18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길고 긴 투쟁의 역사는 그때마다 민주주의의 확산에 기여했습니다.

1988년 5공 청문회, 1995년 검찰 수사와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재판,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은 그 자체로 광주와 5.18을 기억하는 투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김희송교수/전남대 5.18연구소 교수
(12.3비상계엄 상황에서)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저항하는 시민, 직접 이에 참여한 실천했던 시민들이 80년 오월을 현재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침묵할 때 끝까지 저항했던 80년 5월 광주는 45년이 지나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등대로 죽은 자들에게 응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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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은 12.3을 어떻게 구했나 [계엄의 기억]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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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5-23 14: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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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밤. 많은 사람들은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렸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연대와 저항으로 맞섰던 5.18 정신도 함께 소환됐습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2024년 겨울 현재형으로 돌아온 5.18.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광주는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계엄의 기억-다시 쓰는 5.18]은 12.3 비상계엄의 위기 속에서 '80년 5월 광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날 밤, 나라면…" 부채의식

1980년 5월 26일,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밤. 광주 도심에는 시민군들의 가두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옛 전남도청 모습전남도청에 있던 시민군들은 곧 계엄군의 대규모 진압작전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청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남아있던 시민군 17명이 사살됐습니다. 280여 명은 연행됐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도청 진압 후 시민들을 연행하는 모습.최후 항쟁의 이런 희생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떨치기 어려운 부채감으로 남게 됐습니다.
“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또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노영기/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거기에 있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부채감이랄지, 광주에 대한 미안함이랄지 이런 부분이 그 이후에 87년 6월 항쟁이나 촛불항쟁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12월 14일/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제안설명)
44년 전 고립무원의 상황에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 시민들의 용기가, 그들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에 끝까지 저항했던 5월 정신이 이번 12·3 계엄 상황에서 참여와 실천으로 되살아났습니다.

■ '시효없는 헌정파괴 범죄'… 5.18의 유산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신속하게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군인과 경찰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을 꼽았습니다. 이런 소극적 행동에는 여러 배경과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5.18의 경험도 기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5.18때와 달리 출동한 군인들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점, 전두환 신군부와 달리 계엄지휘가 일사분란하지 못했던 점도 배경입니다.

무엇보다도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출동 군인들에게 상당히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5·18 특별법, 그리고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은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이 법이 근거가 돼서 5·18 당시 계엄군 14명이 지난해 44년 만에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투쟁의 역사,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기여

12.12 군사반란 관련 재판 모습 5.18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길고 긴 투쟁의 역사는 그때마다 민주주의의 확산에 기여했습니다.

1988년 5공 청문회, 1995년 검찰 수사와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재판,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은 그 자체로 광주와 5.18을 기억하는 투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김희송교수/전남대 5.18연구소 교수
(12.3비상계엄 상황에서)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저항하는 시민, 직접 이에 참여한 실천했던 시민들이 80년 오월을 현재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침묵할 때 끝까지 저항했던 80년 5월 광주는 45년이 지나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등대로 죽은 자들에게 응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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