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데이터 덤핑장 된 아일랜드…전력 1/5 끌어써, 부담 ↑

입력 2025.05.24 (22:23) 수정 2025.05.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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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공지능 AI 기술이 발달하고 널리 보급되면 될수록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짓고 24시간 운영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가정용과 산업용 가리지 않고 전력을 끌어 쓰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많이 유치한 아일랜드가 요즘 AI 데이터 폭주로 인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데요.

지난 2023년, 아일랜드가 생산한 전체 전력의 5분의 1을 데이터센터가 썼다고 합니다.

누가 전력 인프라 비용을 대고 비싸진 전기요금은 얼마나 분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도 번지고 있는데요.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작지만 강한 나라, 아일랜드.

인구는 510만여 명, 한국의 1/10 수준이지만 1인당 GDP가 10만 달러가 넘는 부유한 IT 강국입니다.

구글과 메타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의 유럽 본사를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한 덕분입니다.

[다라 아들레이드/사우스 더블린의회 의원 : "기업 유치의 가장 큰 유인은 법인세가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법인세율은 12.5%이지만 실제 세율은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아일랜드에는 현재 데이터센터 90여 군데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름에도 날씨가 서늘해 냉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 때문입니다.

이곳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20여 개가 몰려있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허브입니다.

최근 AI 열풍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개발 중인 데이터 센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증설 계획대로 데이터 센터가 다 들어설 경우 앞으로 130개가 넘는 곳이 가동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력을 죄다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아일랜드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를 데이터센터가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도시 가구의 전략 소비량(18%)을 넘어선 규모입니다.

[로지/'지구의 벗' 활동가 :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총량은 2015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4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40.7%)을 40%로 늘렸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에 전력를 대주기 위해 천연가스를 쓰는 화력 발전(44.3%)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그 결과, 탄소배출량은 계획만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폴 머피/국회의원 :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저감 정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는 것처럼요."]

아일랜드가 찾은 해법은 풍력발전소입니다.

문제는 주민 반대.

곳곳에 풍력발전소 반대 표지판이 붙은 이 마을.

불과 1km 떨어진 습지에 풍력발전소 15기를 세우는 계획이 4년 전부터 추진 중입니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이 건강에 미칠 악영향과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케니/지역주민 : "풍력 발전소와 5km 거리안에 1,300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발전용 바람개비 날개가 기둥에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진동은 최대 5km 이상까지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최근 전기 요금이 올라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2~3년전 요금이 크게 올랐다고 말합니다.

[이다나/아일랜드 지역주민 :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전기요금 나온 명세서에 80유로(약 12만 원)가 나왔어요. 그런데 2023년에 같은 기간 명세서를 비교를 해 보니까 145유로(약 22만 원) 정도 나왔거든요. 그러면 거의 두 배 가까이(오른 셈이죠)."]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천연가스를 사고, 재생에너지 개발과 전력망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셈입니다.

[셰인/아일랜드 지역주민 : "걱정됩니다. 전기요금 상승 추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일랜드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르면 내년, 3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데이터센터의 이런 전력 소비 급증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아일랜드 전력당국은 지난해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경우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두 차례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폴 머피/국회의원 : "전력 사용량의 증거 추세가 계속되면 갑자기 전압이 떨어지는 브라운아웃이나 도시전체에서 정전되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사회 문제가 되자, 더블린 지방 의회는 지난해 구글의 데이터센터 확장 신청에 제동을 걸었고, 구글은 항소한 상태입니다.

[다라 아들레이드/사우스 더블린의회 의원 : "빅테크 기업은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매우 낮습니다. 증축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소송을 낸 구글은 완공이 되어도 겨우 50명만 고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챗CGP로 한 번 검색할 때 쓰이는 전기는 구글 검색에 비해 10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AI가 스마트폰처럼 널리 쓰일 경우 아일랜드는 전기만 대주고 수익은 못 올리는 데이터의 덤핑장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더블린에서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오태규/자료조사:김현지 윤현일/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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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테크 데이터 덤핑장 된 아일랜드…전력 1/5 끌어써, 부담 ↑
    • 입력 2025-05-24 22:23:51
    • 수정2025-05-24 22: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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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공지능 AI 기술이 발달하고 널리 보급되면 될수록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짓고 24시간 운영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가정용과 산업용 가리지 않고 전력을 끌어 쓰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많이 유치한 아일랜드가 요즘 AI 데이터 폭주로 인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데요.

지난 2023년, 아일랜드가 생산한 전체 전력의 5분의 1을 데이터센터가 썼다고 합니다.

누가 전력 인프라 비용을 대고 비싸진 전기요금은 얼마나 분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도 번지고 있는데요.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작지만 강한 나라, 아일랜드.

인구는 510만여 명, 한국의 1/10 수준이지만 1인당 GDP가 10만 달러가 넘는 부유한 IT 강국입니다.

구글과 메타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의 유럽 본사를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한 덕분입니다.

[다라 아들레이드/사우스 더블린의회 의원 : "기업 유치의 가장 큰 유인은 법인세가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법인세율은 12.5%이지만 실제 세율은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아일랜드에는 현재 데이터센터 90여 군데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름에도 날씨가 서늘해 냉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 때문입니다.

이곳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20여 개가 몰려있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허브입니다.

최근 AI 열풍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개발 중인 데이터 센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증설 계획대로 데이터 센터가 다 들어설 경우 앞으로 130개가 넘는 곳이 가동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력을 죄다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아일랜드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를 데이터센터가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도시 가구의 전략 소비량(18%)을 넘어선 규모입니다.

[로지/'지구의 벗' 활동가 :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총량은 2015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4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40.7%)을 40%로 늘렸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에 전력를 대주기 위해 천연가스를 쓰는 화력 발전(44.3%)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그 결과, 탄소배출량은 계획만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폴 머피/국회의원 :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저감 정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는 것처럼요."]

아일랜드가 찾은 해법은 풍력발전소입니다.

문제는 주민 반대.

곳곳에 풍력발전소 반대 표지판이 붙은 이 마을.

불과 1km 떨어진 습지에 풍력발전소 15기를 세우는 계획이 4년 전부터 추진 중입니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이 건강에 미칠 악영향과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케니/지역주민 : "풍력 발전소와 5km 거리안에 1,300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발전용 바람개비 날개가 기둥에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진동은 최대 5km 이상까지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최근 전기 요금이 올라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2~3년전 요금이 크게 올랐다고 말합니다.

[이다나/아일랜드 지역주민 :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전기요금 나온 명세서에 80유로(약 12만 원)가 나왔어요. 그런데 2023년에 같은 기간 명세서를 비교를 해 보니까 145유로(약 22만 원) 정도 나왔거든요. 그러면 거의 두 배 가까이(오른 셈이죠)."]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천연가스를 사고, 재생에너지 개발과 전력망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셈입니다.

[셰인/아일랜드 지역주민 : "걱정됩니다. 전기요금 상승 추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일랜드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르면 내년, 3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데이터센터의 이런 전력 소비 급증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아일랜드 전력당국은 지난해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경우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두 차례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폴 머피/국회의원 : "전력 사용량의 증거 추세가 계속되면 갑자기 전압이 떨어지는 브라운아웃이나 도시전체에서 정전되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사회 문제가 되자, 더블린 지방 의회는 지난해 구글의 데이터센터 확장 신청에 제동을 걸었고, 구글은 항소한 상태입니다.

[다라 아들레이드/사우스 더블린의회 의원 : "빅테크 기업은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매우 낮습니다. 증축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소송을 낸 구글은 완공이 되어도 겨우 50명만 고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챗CGP로 한 번 검색할 때 쓰이는 전기는 구글 검색에 비해 10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AI가 스마트폰처럼 널리 쓰일 경우 아일랜드는 전기만 대주고 수익은 못 올리는 데이터의 덤핑장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더블린에서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오태규/자료조사:김현지 윤현일/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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