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광복 80주년 특별기획]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중에서)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주 젊어 보이는데요? 머리 잘랐어요?" |
이덕희 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에스더 권.
집 안으로 들어서면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이라는 영문 명패가 걸려 있습니다.

에스더 권의 부모님은 모두 독립운동 공적으로 훈장을 받은 유공자입니다.
어머니 이희경 지사는 부인회를 만들고 돈을 모아, 고국으로, 또 임시정부로 보냈습니다.

에스더 권 / 독립유공자 후손, 이민 2세 "어머니는 독특한 분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집에서 가족들을 보살피는 것이 대부분의 한국 어머니들이 하는 일이죠.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독립운동을 하느라 늘 밖에 나가 있었어요. 집안에 있지 않았죠. 부인회에서 떡을 만들고 김치를 만들어서 돈을 받고 팔았어요." |
그렇게 독립자금을 모았던 이희경 지사가 대구 신명여학교의 첫 졸업생이었다는 사실은 이덕희 소장이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1928년생으로 올해 아흔일곱인 에스더는, 4남매를 키우면서 독립자금을 모았던 부모님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에스더 권 / 독립유공자 후손, 이민 2세 "하와이에서 보낸 돈은 상해임시정부에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그게 돈을 보낸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 생각에 부모님에게 중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나라였던 것 같아요. 그들은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한정이 없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한이 없다는 뜻이죠. 저는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미국인으로 살아 한국말도 한글도 서툴지만. 에스더는 자신을 늘 한국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에스더 권 / 독립유공자 후손, 이민 2세 "제가 이곳 요양원으로 이사 온 뒤부터 이곳에서 해마다 추석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다해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 나는 한국인입니다." |

대부분 90세가 넘어 이제는 살아계신 분이 많지 않은 이민 2세.
1929년에 태어난 이민 2세 알프레드 김은 미 해군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이승만 대통령을 전쟁 중에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알프레드 김 / 한국전 참전용사, 이민 2세 "6.25 전쟁 때, 나는 알프레드 김이고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어요.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알프레드 김은 부모님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알프레드 김 / 한국전 참전용사, 이민 2세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일본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하와이에 살면 다 같이 어울리게 됩니다. 필리핀 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 다 같이 어울려 놀았죠. 아버지는 오로지 한국인이었어요. 아버지는 한국 때문에 바빠서 내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예배당과 동지회 때문에 바빴어요. |
일본을 싫어했던 부모님은 독립운동으로 늘 바빴습니다.
늘 바빴던 아버지는 안중근 의사의 후원금을 내고 이승만 대통령의 일을 도왔습니다.
한국에 언제나 진심이었던 부모님. 이런 투정을 했던 어린 이민2세는 알프레드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어머니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게 국민회비, 독립자금 내야 되는데...자신은 운동화 하나만 더 사주면 좋겠는데, 블라우스 하나만 더 사주면 좋겠는데 그런 거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관심을 안 두고 그저 국민회비, 독립자금 이런 것만 하시는 게 그렇게 싫었대요." |
부모님은 독립자금을 내고 자신은 전쟁에 참전했던 옛일을 이제는 웃으며 회상하는 아흔여섯의 알프레드.
취재진에게 알프레드가 아닌, 한국 이름을 알려줬습니다.

하와이 주의회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샘 공 의원.

한국계 이민3세로 벌써 6선, 12년째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샘 공 의원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덕희 소장을 만났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이민 1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혀 전해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샘 공 / 한인 이민3세, 하와이주 하원의원 "할아버지는 수수께끼 같은 분입니다. 하와이에 오신 과정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인 1875년에 태어나셨는데 어떻게 하와이에 오셨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가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하와이에 오신 이유를 가장 먼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셨었는지 하와이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최근에서야 알게 된 할아버지의 묘지를 이덕희 소장과 함께 찾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비석 위에 나무 열매로 만든 전통 목걸이 레이(Lei)를 올려놓습니다.

생몰연도와 함께 새겨 있는 한국이름 공성국.
흔적은 왜 찾을 수 없는 걸까?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공씨가 열여섯 명이 있는데 이분 성함이 안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또 이제 최근에 이분이 1875년생이라는 걸 알아냈거든요. 공씨로도 찾아보고 홍씨로도 찾아보고 강씨로도 찾아보고 혹시 스펠링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근데 이제 결국은 찾아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내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
샘 공 의원과 이덕희 소장은 의료 기록 등으로 범위를 넓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만난 적도 없고, 자취도 아직은 알 수 없는 할아버지에게 샘 공 의원은 감사의 말을 건넵니다.
샘 공 / 한인 이민3세, 하와이주 하원의원 "가족을 이루고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저희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제 할아버지에게는 예쁜 손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을 잘 지켜봐주세요." |
방송일자: 2025년 5월 20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 : 유동엽
촬영 : 김대원
편집 : 이종환
하와이 코디 및 통역 : 이정태
취재작가 : 윤현서
자료조사: 임다경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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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이민자 후손들에게 고국이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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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5-25 07:07:06
(시사기획 창 '[광복 80주년 특별기획]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중에서)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주 젊어 보이는데요? 머리 잘랐어요?" |
이덕희 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에스더 권.
집 안으로 들어서면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이라는 영문 명패가 걸려 있습니다.

에스더 권의 부모님은 모두 독립운동 공적으로 훈장을 받은 유공자입니다.
어머니 이희경 지사는 부인회를 만들고 돈을 모아, 고국으로, 또 임시정부로 보냈습니다.

에스더 권 / 독립유공자 후손, 이민 2세 "어머니는 독특한 분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집에서 가족들을 보살피는 것이 대부분의 한국 어머니들이 하는 일이죠.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독립운동을 하느라 늘 밖에 나가 있었어요. 집안에 있지 않았죠. 부인회에서 떡을 만들고 김치를 만들어서 돈을 받고 팔았어요." |
그렇게 독립자금을 모았던 이희경 지사가 대구 신명여학교의 첫 졸업생이었다는 사실은 이덕희 소장이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1928년생으로 올해 아흔일곱인 에스더는, 4남매를 키우면서 독립자금을 모았던 부모님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에스더 권 / 독립유공자 후손, 이민 2세 "하와이에서 보낸 돈은 상해임시정부에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그게 돈을 보낸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 생각에 부모님에게 중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나라였던 것 같아요. 그들은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한정이 없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한이 없다는 뜻이죠. 저는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미국인으로 살아 한국말도 한글도 서툴지만. 에스더는 자신을 늘 한국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에스더 권 / 독립유공자 후손, 이민 2세 "제가 이곳 요양원으로 이사 온 뒤부터 이곳에서 해마다 추석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다해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 나는 한국인입니다." |

대부분 90세가 넘어 이제는 살아계신 분이 많지 않은 이민 2세.
1929년에 태어난 이민 2세 알프레드 김은 미 해군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이승만 대통령을 전쟁 중에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알프레드 김 / 한국전 참전용사, 이민 2세 "6.25 전쟁 때, 나는 알프레드 김이고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어요.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알프레드 김은 부모님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알프레드 김 / 한국전 참전용사, 이민 2세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일본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하와이에 살면 다 같이 어울리게 됩니다. 필리핀 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 다 같이 어울려 놀았죠. 아버지는 오로지 한국인이었어요. 아버지는 한국 때문에 바빠서 내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예배당과 동지회 때문에 바빴어요. |
일본을 싫어했던 부모님은 독립운동으로 늘 바빴습니다.
늘 바빴던 아버지는 안중근 의사의 후원금을 내고 이승만 대통령의 일을 도왔습니다.
한국에 언제나 진심이었던 부모님. 이런 투정을 했던 어린 이민2세는 알프레드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어머니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게 국민회비, 독립자금 내야 되는데...자신은 운동화 하나만 더 사주면 좋겠는데, 블라우스 하나만 더 사주면 좋겠는데 그런 거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관심을 안 두고 그저 국민회비, 독립자금 이런 것만 하시는 게 그렇게 싫었대요." |
부모님은 독립자금을 내고 자신은 전쟁에 참전했던 옛일을 이제는 웃으며 회상하는 아흔여섯의 알프레드.
취재진에게 알프레드가 아닌, 한국 이름을 알려줬습니다.

하와이 주의회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샘 공 의원.

한국계 이민3세로 벌써 6선, 12년째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샘 공 의원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덕희 소장을 만났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이민 1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혀 전해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샘 공 / 한인 이민3세, 하와이주 하원의원 "할아버지는 수수께끼 같은 분입니다. 하와이에 오신 과정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인 1875년에 태어나셨는데 어떻게 하와이에 오셨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가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하와이에 오신 이유를 가장 먼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셨었는지 하와이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최근에서야 알게 된 할아버지의 묘지를 이덕희 소장과 함께 찾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비석 위에 나무 열매로 만든 전통 목걸이 레이(Lei)를 올려놓습니다.

생몰연도와 함께 새겨 있는 한국이름 공성국.
흔적은 왜 찾을 수 없는 걸까?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공씨가 열여섯 명이 있는데 이분 성함이 안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또 이제 최근에 이분이 1875년생이라는 걸 알아냈거든요. 공씨로도 찾아보고 홍씨로도 찾아보고 강씨로도 찾아보고 혹시 스펠링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근데 이제 결국은 찾아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내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
샘 공 의원과 이덕희 소장은 의료 기록 등으로 범위를 넓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만난 적도 없고, 자취도 아직은 알 수 없는 할아버지에게 샘 공 의원은 감사의 말을 건넵니다.
샘 공 / 한인 이민3세, 하와이주 하원의원 "가족을 이루고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저희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제 할아버지에게는 예쁜 손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을 잘 지켜봐주세요." |
방송일자: 2025년 5월 20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 : 유동엽
촬영 : 김대원
편집 : 이종환
하와이 코디 및 통역 : 이정태
취재작가 : 윤현서
자료조사: 임다경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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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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