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영방송 다큐, 트럼프 비판 작품 삭제 논란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내용을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현지 시간 24일 보도했습니다.

PBS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마스터스'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을 다룬 최근 방송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작품을 빼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다큐를 제작한 프로듀서 알리시아 샘스는 방송일을 2주 앞두고 총괄 프로듀서 마이클 캔터로부터 약 90초 분량을 삭제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장면은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슈피겔만이 그린 풍자 만화가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이 작품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카락을 파리떼가 들끓는 배설물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그려냈습니다.

아메리칸 마스터스 시리즈를 제작하는 WNET 그룹의 스티븐 세갈러 부사장도 제작자들에게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렸다고 확인했습니다. 세갈러 부사장은 이 이미지가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작자들은 해당 장면 삭제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미 방송 승인이 내려진 상태에서 뒤늦게 삭제 지시가 내려진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따르는 공화당 의원들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PBS를 비롯한 공영언론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한지 약 일주일만에 관련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슈피겔만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만화 '쥐'로 1992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만화가입니다. '아메리칸 마스터스'는 미국 문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을 다루는 전기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그간 '편향성'을 이유로 공영방송사들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TV PBS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PBS의 경우 예산에서 정부 지원의 비율이 약 16%에 달합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