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간 4만 여 한국 학생들, 트럼프-하버드 사태에 어쩌나

입력 2025.05.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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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옛말에서 한양은 이제 '미국'으로 바뀐 듯합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유학생들, 특히 석사와 박사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미국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미국 유학길이 요즘은 가시밭길이 됐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인 비자가 엄격해지더니, 이젠 하버드대학과 유학생의 비자 지위를 두고 미국 법무부(트럼프의 대리인)와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유학생 '새우'

미국의 엘리트 대학을 길들여 말을 잘 듣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이념 전쟁'과 이에 맞서는 대학들. 당장 고래 싸움이 등이 터지는 건 '새우'가 된 유학생들입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의 커뮤니티에선 "하버드 가시는 분들, 어떻게 하시나요" 등 걱정스러운 게시글과 답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버드에서 현재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당장 미국에서 추방되는 건지,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건지부터, 2025학년도 가을 학기 하버드에 입학 예정인 학생들은 비자 발급에 필요한 I-20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려는 외국인을 면접하고 비자를 내어주는 국무부 산하 주한 미국대사관도 당혹스럽습니다. 법무부에서 갑자기 하버드가 인증하는 유학생 신분 권한을 취소해 버리면서 미 대사관 영사과에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걸로 전했습니다. 다행히 미국 법원이 '유학생 법적 지위 박탈'이라는 정부의 '괴롭힘'을 금지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하버드 학생들이 당장 구금되거나 추방될 위험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학교의 유학생 프로그램 인증도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만큼 하버드는 국제 학생을 신규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출신 미 유학생 4만여 명…전 세계 3위

‘베리타스’, 즉 ‘진리’라고 쓰여 있는 하버드 상징‘베리타스’, 즉 ‘진리’라고 쓰여 있는 하버드 상징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국적별로 미국에 유학 중인 학생들의 분포를 봤을 때 한국은 전 세계 3위입니다.

인도가 33만 1,602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27만 7,398명으로 뒤를 잇습니다. 그다음은 한국으로 4만 3,149명의 학생이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다음은 캐나다와 타이완, 베트남으로 각각 2만여 명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공부 중이고, 일본, 영국, 멕시코 출신은 만 명대로 집계됩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미국 전역의 대학에는 백만 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을 나와 있는 겁니다.

이 같은 국제 학생들은 미국 대학의 재정에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2023년과 2024년 학기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경제에 약 440억 달러를 기여한 것으로 추산합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조 688억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발휘한 겁니다. 이는 유학생들의 수업료, 학비, 숙박비, 교통비를 포함해 생필품 쇼핑과 같은 생활비를 포함한 금액입니다.

국제교육자협회는 "유학생들의 기여는 경제를 넘어 이 나라의 혁신 엔진에 기여하고 있다"며 "많은 유학생이 대학원생으로 들어와 첨단 연구에 참여하고 스타트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제 학생 하버드 유학 금지에 우려하는 미 대학들

미국 정책을 위한 국가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은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유학생의 미국 유학을 금지할 경우 향후 10년간 학부생 등록은 최소 2%, 대학원생 등록은 최소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의 수십만 명 유학생들은 대다수가 STEM(과학기술 생명) 분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전기공학과 컴퓨터 및 정보과학을 공부하는 전일제 대학원생의 약 70%가 외국인 학생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유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인문학 강좌들을 제공합니다. 유학생들의 수요가 없다면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재단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는 유학생은 한국에 들어오지 마라"

사태는 길어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와 법적 소송을 시작했지만, 다른 대학들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거취와 기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로 관리하겠다는 속내도 보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이민과 비자 관련 업무를 하는 변호사들은 "현재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있는 유학생들은 방학 때 한국 방문을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미국에서 잠깐 한국을 방문했다가 비자가 취소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귀띔합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학생'을 잠재적 스파이로 몰아가며 하버드대학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트럼프가 중국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해서, 아시아인들이 집단으로 혐오 대상이 됐던 게 불과 4년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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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6 17: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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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옛말에서 한양은 이제 '미국'으로 바뀐 듯합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유학생들, 특히 석사와 박사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미국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미국 유학길이 요즘은 가시밭길이 됐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인 비자가 엄격해지더니, 이젠 하버드대학과 유학생의 비자 지위를 두고 미국 법무부(트럼프의 대리인)와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유학생 '새우'

미국의 엘리트 대학을 길들여 말을 잘 듣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이념 전쟁'과 이에 맞서는 대학들. 당장 고래 싸움이 등이 터지는 건 '새우'가 된 유학생들입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의 커뮤니티에선 "하버드 가시는 분들, 어떻게 하시나요" 등 걱정스러운 게시글과 답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버드에서 현재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당장 미국에서 추방되는 건지,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건지부터, 2025학년도 가을 학기 하버드에 입학 예정인 학생들은 비자 발급에 필요한 I-20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려는 외국인을 면접하고 비자를 내어주는 국무부 산하 주한 미국대사관도 당혹스럽습니다. 법무부에서 갑자기 하버드가 인증하는 유학생 신분 권한을 취소해 버리면서 미 대사관 영사과에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걸로 전했습니다. 다행히 미국 법원이 '유학생 법적 지위 박탈'이라는 정부의 '괴롭힘'을 금지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하버드 학생들이 당장 구금되거나 추방될 위험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학교의 유학생 프로그램 인증도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만큼 하버드는 국제 학생을 신규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출신 미 유학생 4만여 명…전 세계 3위

‘베리타스’, 즉 ‘진리’라고 쓰여 있는 하버드 상징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국적별로 미국에 유학 중인 학생들의 분포를 봤을 때 한국은 전 세계 3위입니다.

인도가 33만 1,602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27만 7,398명으로 뒤를 잇습니다. 그다음은 한국으로 4만 3,149명의 학생이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다음은 캐나다와 타이완, 베트남으로 각각 2만여 명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공부 중이고, 일본, 영국, 멕시코 출신은 만 명대로 집계됩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미국 전역의 대학에는 백만 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을 나와 있는 겁니다.

이 같은 국제 학생들은 미국 대학의 재정에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2023년과 2024년 학기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경제에 약 440억 달러를 기여한 것으로 추산합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조 688억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발휘한 겁니다. 이는 유학생들의 수업료, 학비, 숙박비, 교통비를 포함해 생필품 쇼핑과 같은 생활비를 포함한 금액입니다.

국제교육자협회는 "유학생들의 기여는 경제를 넘어 이 나라의 혁신 엔진에 기여하고 있다"며 "많은 유학생이 대학원생으로 들어와 첨단 연구에 참여하고 스타트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제 학생 하버드 유학 금지에 우려하는 미 대학들

미국 정책을 위한 국가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은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유학생의 미국 유학을 금지할 경우 향후 10년간 학부생 등록은 최소 2%, 대학원생 등록은 최소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의 수십만 명 유학생들은 대다수가 STEM(과학기술 생명) 분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전기공학과 컴퓨터 및 정보과학을 공부하는 전일제 대학원생의 약 70%가 외국인 학생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유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인문학 강좌들을 제공합니다. 유학생들의 수요가 없다면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재단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는 유학생은 한국에 들어오지 마라"

사태는 길어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와 법적 소송을 시작했지만, 다른 대학들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거취와 기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로 관리하겠다는 속내도 보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이민과 비자 관련 업무를 하는 변호사들은 "현재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있는 유학생들은 방학 때 한국 방문을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미국에서 잠깐 한국을 방문했다가 비자가 취소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귀띔합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학생'을 잠재적 스파이로 몰아가며 하버드대학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트럼프가 중국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해서, 아시아인들이 집단으로 혐오 대상이 됐던 게 불과 4년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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