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요구에 ‘주일미군 주둔경비’ 수천억원 증액 검토”

입력 2025.05.29 (10:06) 수정 2025.05.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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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안보 당국자가 이달 초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주일미군 주둔 경비 증액을 타진했고, 이에 일본이 수백억엔(수천억원)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9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이달 상순 미국을 방문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S) 관계자에게 주일미군 주둔 경비 증액을 언급했습니다. 이 사안은 관세 협상과 별개로 NSC와 NSS가 논의 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일본 부담 주일미군 주둔 경비가 너무 적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증액 요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한국에서 보통 ‘방위비 분담금’이라고 지칭하는 미군 주둔 경비를 일본에서는 이른바 ‘배려 예산’이라고 부릅니다. 현행 미일 간 협정은 2027년 3월 종료되며, 일본은 연평균 약 2,110억 엔(약 2조 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일본이 건설해 미군에 제공하는 주택, 방재 시설 등과 관련된 ‘제공시설 정비비’(FIP)를 수백억엔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증액 대상 설비는 미군 요구를 고려해 방위성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에 대해 불만을 언급한 이상 미일 당국 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수백억엔 증액에 만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내에서도 비관론이 강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2020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주일미군 주둔 경비로 연간 80억 달러(약 11조원)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무역 협상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나오지 않았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일본이 부담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를 대폭 올려 달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는 미국과 실무자 협상을 이어가면서 미국 증액 요구를 어떻게 해서든 넘기려는 것이 속마음”이라며 “미일 협상의 앞날은 유동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조 바이든 전임 미국 정부 때 새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으며 이에 따라 2026∼2030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확정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 ‘부유한 나라’라고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등과 4차 관세 협상을 진행합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농산물 수입 확대, 자동차 수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조선 분야 협력 등을 ‘교섭 카드’로 제시했고 미국산 반도체 수십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미국 전투기 구매 의사를 물어본 것과 관련해 무기 구입을 또 다른 카드로 제시하는 방안이 일본 내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전투기 구매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 내에는 고가의 무기 구매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금처럼 관세와 안보 문제를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서 무기 구매가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에 F-35 전투기 105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마이니치는 전투기 구매액이 1조 엔(약 9조 5,000억 원)을 넘었음에도 납품은 늦었다면서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배치할 예정이어서 미국으로부터 새 전투기를 구입하면 운용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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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9 10:06:27
    • 수정2025-05-29 10:08:01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안보 당국자가 이달 초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주일미군 주둔 경비 증액을 타진했고, 이에 일본이 수백억엔(수천억원)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9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이달 상순 미국을 방문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S) 관계자에게 주일미군 주둔 경비 증액을 언급했습니다. 이 사안은 관세 협상과 별개로 NSC와 NSS가 논의 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일본 부담 주일미군 주둔 경비가 너무 적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증액 요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한국에서 보통 ‘방위비 분담금’이라고 지칭하는 미군 주둔 경비를 일본에서는 이른바 ‘배려 예산’이라고 부릅니다. 현행 미일 간 협정은 2027년 3월 종료되며, 일본은 연평균 약 2,110억 엔(약 2조 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일본이 건설해 미군에 제공하는 주택, 방재 시설 등과 관련된 ‘제공시설 정비비’(FIP)를 수백억엔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증액 대상 설비는 미군 요구를 고려해 방위성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에 대해 불만을 언급한 이상 미일 당국 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수백억엔 증액에 만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내에서도 비관론이 강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2020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주일미군 주둔 경비로 연간 80억 달러(약 11조원)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무역 협상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나오지 않았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일본이 부담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를 대폭 올려 달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는 미국과 실무자 협상을 이어가면서 미국 증액 요구를 어떻게 해서든 넘기려는 것이 속마음”이라며 “미일 협상의 앞날은 유동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조 바이든 전임 미국 정부 때 새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으며 이에 따라 2026∼2030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확정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 ‘부유한 나라’라고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등과 4차 관세 협상을 진행합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농산물 수입 확대, 자동차 수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조선 분야 협력 등을 ‘교섭 카드’로 제시했고 미국산 반도체 수십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미국 전투기 구매 의사를 물어본 것과 관련해 무기 구입을 또 다른 카드로 제시하는 방안이 일본 내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전투기 구매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 내에는 고가의 무기 구매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금처럼 관세와 안보 문제를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서 무기 구매가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에 F-35 전투기 105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마이니치는 전투기 구매액이 1조 엔(약 9조 5,000억 원)을 넘었음에도 납품은 늦었다면서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배치할 예정이어서 미국으로부터 새 전투기를 구입하면 운용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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