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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모두를 위한 학교 - 분리된 아이들

입력 2025.06.01 (23:15) 수정 2025.06.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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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생들처럼 선생님께 질문도 하고

김효겸/시원이 담임 교사
시원이 어떤 거요? 어떻게 보냐고? 거리를 누르고 이거 누르면 보여요.


친구의 도움도 받습니다.

중증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시원이.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따로 수업을 듣습니다.

표현이 서툴러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입니다.

윤채린/경기 창릉초등학교 3학년
뭔가 조금 말은 잘 못하지만 친절한 친구예요.

김소희/경기 창릉초등학교 3학년
활발하고 수업 시간에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걸 어기지 않는 친구

장애는 다름이고 불편함일 뿐 배움은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것.

우리의 학교, 모두 함께할 준비가 돼 있을까요?


■ "특수학교 자리 있나요?"...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에 진학한 이유는?

등교 준비로 분주한 아침.

중증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지유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특수학교에 다녔던 지유는 올해 중학생이 되면서 일반 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도착한 학교.

그런데 지유가 교실로 들어가길 거부합니다.

선생님까지 설득에 나섰습니다.

교실로 들어가기까지 50여 분.


지유는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걸까요?

특수학교에서는 수준에 맞춰 진행되는 다양한 수업과 야외 활동을 좋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하정/지유 엄마
많은 학생이 있는 그 교실에 들어가기가 좀 불안했던 것 같아요.

결국 지유는 하루 종일 특수학급에서 홀로 수업을 듣습니다.

전하정/지유 엄마
체육 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하니까 굉장히 불안하시대요. 예체능 수업이라도 같이하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중학교에 와서는 자폐 학생의 특징인 도전 행동, 이른바 문제 행동도 더 심해졌습니다.

전하정/지유 어머니
불안도 더 많이 심해지고 공격 행동도 나오고 그래서 약을 거의 한 2배 정도로 이번에 입학하면서 더 늘렸어요.

지원한 특수학교에 모두 떨어져 일반 학교에 온 거지만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전하정/지유 어머니
대학에 원서 쓰듯이 그렇게 다 준비했는데 방법이 없잖아요. 갈 곳이 없으니까
"부모 욕심에 뭐 일반 애들이랑 (일반 학교) 같이 보내고 싶어서 피해 준다"
그런데 (일반 학교에)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닌데...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 전체 학생 수는 18%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32% 넘게 급증했습니다.


이숙향/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소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하는 ADHD 학생들이나 정서·행동 문제를 가진 학생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중에 또 심각한 행동(문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자로 의뢰가 되는 거죠.


하지만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25%만 특수학교를 다닐 뿐, 나머지 학생은 일반 학교에서 통합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습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장애에 따른 차별 없이 또래와 함께 교육받는 이른바 ‘통합교육’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 학교에서 중증 장애 학생이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교육 현장에선 말합니다.

이숙향/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정책적으로는 통합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지만 통합교육을 위해서 설립된 특수학급의 증가 속도에 비하면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확실히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많고요.

사정이 이런데도 같은 기간 특수학교는 29곳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정부는 대신 단기간에 쉽게 늘릴 수 있는 일반 학교 특수학급 설치를 독려했고 그 결과 특수학급은 4천3백 개 넘게 늘었습니다.


덩달아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급증했습니다.

김수연/경인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과 교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특수학교보다 일반 학교 내에 교실 한두 개만 있으면 특수학급 교육이 되니까.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거는 너무나 좋은 거라는 어떤 인식이나 합의·지원 없이 너무 그냥 빨리빨리 교육 수혜율을 높이기 위해서 통합교육이 시작이 된 거예요.

■ 주호민·특수교사 학대 논란이 남긴 건?...특수교육 대상 학생 지원은 뒷전

2023년,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담당 특수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담당 특수교사가 수업 시간 아이에게 “싫어 죽겠다” 같은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겁니다.

논란 끝에 1심에선 '정신 건강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하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에서는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무죄가 나왔습니다.

김미범/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
이것이 용인된다면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는 이 정도면 용인될 수 있다.
가해 교사에게도 일련의 모든 과정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장은미/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학대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학부모와 교사의 대리전 양상을 띤 법정 공방은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졌습니다.


애초 이 사건은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듣던 주 씨 아들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돌발행동을 하며 시작됐습니다.

학교 측은 주 씨의 아들을 특수학급으로 보내는, 이른바 ‘분리 조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거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은 없었다고 합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어떤 행동적인 어떤 이슈가 있거나 그러면 특수학급으로 이제 보내시는 방식을 택하시는데
특수학급의 설치 목적은 통합학급에서 학생들이 또래들과 같이 잘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 같은 분리 조치는 통합교육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특수교사의 부담만 키울 뿐이라고 교육 현장에서는 말합니다.

14년 차 특수교사(음성변조)
문제 행동이 발생했으면 특수학급에 있는 시간을 늘려야지 뭘 긍정적 행동 지원을 한다고 교육청에다 요청하느냐. 다른 학교 구성원들한테 도와달라고 얘기를 하고 학부모님들한테도 도와달라고 얘기를 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니까 모든 게 특수교사의 책임이고...


관련 법은 학교장을 책임자로 팀을 꾸려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맞춘 개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해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위해서는 가장 핵심이 개별화 교육 계획이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행정 서류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들이 이제 안타깝다. 제도는 되어져 있으나 현실에서는 개별화 교육 지원팀에서의 팀 접근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와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던 특수교사를 만났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한 자폐 학생의 등교 거부.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아이가 좀 많이 흥분한 상황이었고. 뭐 때리거나 물기도 했고

지도의 연속성을 위해 교육적 판단에 따라
혼자 학생을 지도한 게 화근이었다고 말합니다.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아이한테 맞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를 미워해서 (혼자 지도한 거) 아니냐’ 경찰이나 검찰이나 다 똑같았어요.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5백만 원과 3년간 취업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육청의 중징계 처분도 이어졌습니다.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일인데 이렇게 교사에 대해서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구나.


하지만 정식 재판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의 항소도 기각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장애 학생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아이들한테 되게 많이 미안했어요. 아이와 분리돼야 하니까 병가를 쓰고 휴직하고 그게 아니면 직위해제가 되고

주호민 씨 아들이 다녔던 학교도 재판 기간 기간제 특수교사가 7명이나 바뀌었습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민원과 신고가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당한 생활 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수사기관이 교육감의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도록 한 겁니다.

제도 시행 이후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한 사건의 95%는 불기소나 불입건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학생의 도전 행동을 통제하고 지도해야 하는 특수교사들.

여전히 학대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특수 학생에게 맞아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이 88%를 넘었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위험성을 동반한 돌발 행동은 굉장히 일반적인데요. 이거를 제지할 방법이 마땅하지가 않다는 게 진짜 큰 문제예요. 손발이 묶인 채로 아이를 지도하라고 요구받고 있는 형국이에요.

■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교육 학생...통합교육 선진국, 미국은?

차도로 뛰어든 남학생.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납니다.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생이 벌인 흉기 난동에 교직원과 시민 등 6명이 다쳤습니다.


가해 학생은 지적 능력이 낮은 경계성 지적장애 학생으로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일반 학급에서 생활했습니다.

이 학생 역시 충분한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했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특수학급에는 오지 않지만, 일반 학급에서 전일 하루 종일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도 있거든요.
일반 학급에서도 지원이 충분치 않고 특수학급에서도 지금 지원이 충분치 않은 학생들인 거거든요. 그리고 이 수가 굉장히 지금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뭔가 학급 단위로 구성이 되어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조금 더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대상은 전체 학생의 2% 정도입니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입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을 저희가 특수교육 대상자라고 하는 것이지. 등록 장애 학생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학습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잖아요. 그렇다고 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점점 더 증가해야 하는 것이고 더 많이 늘려야 하고요.

국립특수교육원은 2050년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비율이 5.26%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제 이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특수 학급당 법적 정원과 교사 배치 기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꾸준히 충분히 (특수교육 대상자가)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전제가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만 늘어나는 건 사실 지금의 특수교육 현장의 아비규환을 그냥 확대하는 것일 뿐이에요.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통합교육은 학교 공동체 모두가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장
대한민국의 통합교육은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아닌 물리적인 통합교육이다.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거는 공동체의 몫이 아니라 어떤 교사 개인의 몫으로 생각하고 밀어왔기 때문에 통합교육이 실패해 왔다고 저는 거기에 가장 큰 폐단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통합교육 선진국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우선 특수교육 예산이 전체 교육 예산의 20% 수준으로 4% 정도인 우리와 비교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교사들의 협력입니다.


강은실/미국 미네소타주 특수교사
통합교육이 효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수교사 한, 두 명이 도맡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의 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구체적인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반 교사부터 특수교사, 학부모, 관련 전문가까지 일관되고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전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접근 방식도 분리가 아닌 실질적 행동 개선이 우선입니다.


강은실/미국 미네소타주 특수교사
돌발행동을 보이는 경우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학생의 상태를 관찰해 정보를 공유하고 팀으로 협력해 문제 행동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해 가며 계획을 수정해 나갑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폭넓게 진단해 지원합니다.

강은실/미국 미네소타주 특수교사
장애 학생뿐 아니라 언어적, 학습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까지 적극적으로 조기에 평가해 특수교육 대상으로 지정해 지원합니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발견해서 학생에게 맞춘 적절한 교육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학교 공동체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

중증 자폐를 갖고 있는 시원이에게 학교는 어떤 곳일까?

말이 서툴지만, 친구들과 지내기엔 문제가 안 됩니다.

가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지만 모두가 이해하고 기다려줍니다.


도전 행동의 횟수나 정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통합학급 교사와 특수교사 그리고 부모가 서로 신뢰하며 협력한 덕분입니다.


김효겸/시원이 담임 교사
시원이가 지는 거에 대해서 조금 많이 예민해하고

한지선/시원이 엄마
1학년 때를 비교해 보면 지금 되게 발전한 거긴 해요.

정정은/특수교사
지금 많이 발전했어요. (그렇죠?) 오늘도 그래도 금방 진정됐어요.


느리지만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한지선/시원이 엄마
학교에서 또래들의 언어와 선생님들이 수업하시면서 그냥 정확한 단어들을 들으면서 아이가 정말 말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를 지도합니다.

한지선/시원이 엄마
화날 때 이렇게 화내지 않고 숨을 한 번 크게 하나 둘 셋 쉬고. 천천히 할 수 있어?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포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모두를 위한 학교.

이제는 만들어가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이숙향/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을 이야기하지만, 모두가 함께하지는 않는 통합교육(이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모두를 위한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을 위해서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의 여건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통합교육 #특수교사 #장애학생 #자폐 #발달장애 #주호민 #아동학대 #도전행동 #문제행동 #특수학교 #일반학교 #특수학급 #통합학급 #장애인혐오 #분리 #차별

취재:이규명
촬영:조선기 강우용
영상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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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모두를 위한 학교 - 분리된 아이들
    • 입력 2025-06-01 23:15:49
    • 수정2025-06-02 15:24:33
    사회

다른 학생들처럼 선생님께 질문도 하고

김효겸/시원이 담임 교사
시원이 어떤 거요? 어떻게 보냐고? 거리를 누르고 이거 누르면 보여요.


친구의 도움도 받습니다.

중증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시원이.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따로 수업을 듣습니다.

표현이 서툴러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입니다.

윤채린/경기 창릉초등학교 3학년
뭔가 조금 말은 잘 못하지만 친절한 친구예요.

김소희/경기 창릉초등학교 3학년
활발하고 수업 시간에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걸 어기지 않는 친구

장애는 다름이고 불편함일 뿐 배움은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것.

우리의 학교, 모두 함께할 준비가 돼 있을까요?


■ "특수학교 자리 있나요?"...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에 진학한 이유는?

등교 준비로 분주한 아침.

중증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지유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특수학교에 다녔던 지유는 올해 중학생이 되면서 일반 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도착한 학교.

그런데 지유가 교실로 들어가길 거부합니다.

선생님까지 설득에 나섰습니다.

교실로 들어가기까지 50여 분.


지유는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걸까요?

특수학교에서는 수준에 맞춰 진행되는 다양한 수업과 야외 활동을 좋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하정/지유 엄마
많은 학생이 있는 그 교실에 들어가기가 좀 불안했던 것 같아요.

결국 지유는 하루 종일 특수학급에서 홀로 수업을 듣습니다.

전하정/지유 엄마
체육 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하니까 굉장히 불안하시대요. 예체능 수업이라도 같이하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중학교에 와서는 자폐 학생의 특징인 도전 행동, 이른바 문제 행동도 더 심해졌습니다.

전하정/지유 어머니
불안도 더 많이 심해지고 공격 행동도 나오고 그래서 약을 거의 한 2배 정도로 이번에 입학하면서 더 늘렸어요.

지원한 특수학교에 모두 떨어져 일반 학교에 온 거지만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전하정/지유 어머니
대학에 원서 쓰듯이 그렇게 다 준비했는데 방법이 없잖아요. 갈 곳이 없으니까
"부모 욕심에 뭐 일반 애들이랑 (일반 학교) 같이 보내고 싶어서 피해 준다"
그런데 (일반 학교에)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닌데...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 전체 학생 수는 18%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32% 넘게 급증했습니다.


이숙향/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소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하는 ADHD 학생들이나 정서·행동 문제를 가진 학생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중에 또 심각한 행동(문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자로 의뢰가 되는 거죠.


하지만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25%만 특수학교를 다닐 뿐, 나머지 학생은 일반 학교에서 통합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습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장애에 따른 차별 없이 또래와 함께 교육받는 이른바 ‘통합교육’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 학교에서 중증 장애 학생이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교육 현장에선 말합니다.

이숙향/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정책적으로는 통합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지만 통합교육을 위해서 설립된 특수학급의 증가 속도에 비하면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확실히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많고요.

사정이 이런데도 같은 기간 특수학교는 29곳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정부는 대신 단기간에 쉽게 늘릴 수 있는 일반 학교 특수학급 설치를 독려했고 그 결과 특수학급은 4천3백 개 넘게 늘었습니다.


덩달아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급증했습니다.

김수연/경인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과 교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특수학교보다 일반 학교 내에 교실 한두 개만 있으면 특수학급 교육이 되니까.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거는 너무나 좋은 거라는 어떤 인식이나 합의·지원 없이 너무 그냥 빨리빨리 교육 수혜율을 높이기 위해서 통합교육이 시작이 된 거예요.

■ 주호민·특수교사 학대 논란이 남긴 건?...특수교육 대상 학생 지원은 뒷전

2023년,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담당 특수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담당 특수교사가 수업 시간 아이에게 “싫어 죽겠다” 같은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겁니다.

논란 끝에 1심에선 '정신 건강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하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에서는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무죄가 나왔습니다.

김미범/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
이것이 용인된다면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는 이 정도면 용인될 수 있다.
가해 교사에게도 일련의 모든 과정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장은미/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학대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학부모와 교사의 대리전 양상을 띤 법정 공방은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졌습니다.


애초 이 사건은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듣던 주 씨 아들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돌발행동을 하며 시작됐습니다.

학교 측은 주 씨의 아들을 특수학급으로 보내는, 이른바 ‘분리 조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거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은 없었다고 합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어떤 행동적인 어떤 이슈가 있거나 그러면 특수학급으로 이제 보내시는 방식을 택하시는데
특수학급의 설치 목적은 통합학급에서 학생들이 또래들과 같이 잘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 같은 분리 조치는 통합교육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특수교사의 부담만 키울 뿐이라고 교육 현장에서는 말합니다.

14년 차 특수교사(음성변조)
문제 행동이 발생했으면 특수학급에 있는 시간을 늘려야지 뭘 긍정적 행동 지원을 한다고 교육청에다 요청하느냐. 다른 학교 구성원들한테 도와달라고 얘기를 하고 학부모님들한테도 도와달라고 얘기를 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니까 모든 게 특수교사의 책임이고...


관련 법은 학교장을 책임자로 팀을 꾸려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맞춘 개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해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위해서는 가장 핵심이 개별화 교육 계획이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행정 서류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들이 이제 안타깝다. 제도는 되어져 있으나 현실에서는 개별화 교육 지원팀에서의 팀 접근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와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던 특수교사를 만났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한 자폐 학생의 등교 거부.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아이가 좀 많이 흥분한 상황이었고. 뭐 때리거나 물기도 했고

지도의 연속성을 위해 교육적 판단에 따라
혼자 학생을 지도한 게 화근이었다고 말합니다.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아이한테 맞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를 미워해서 (혼자 지도한 거) 아니냐’ 경찰이나 검찰이나 다 똑같았어요.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5백만 원과 3년간 취업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육청의 중징계 처분도 이어졌습니다.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일인데 이렇게 교사에 대해서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구나.


하지만 정식 재판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의 항소도 기각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장애 학생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동학대 무혐의 특수교사
아이들한테 되게 많이 미안했어요. 아이와 분리돼야 하니까 병가를 쓰고 휴직하고 그게 아니면 직위해제가 되고

주호민 씨 아들이 다녔던 학교도 재판 기간 기간제 특수교사가 7명이나 바뀌었습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민원과 신고가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당한 생활 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수사기관이 교육감의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도록 한 겁니다.

제도 시행 이후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한 사건의 95%는 불기소나 불입건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학생의 도전 행동을 통제하고 지도해야 하는 특수교사들.

여전히 학대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특수 학생에게 맞아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이 88%를 넘었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위험성을 동반한 돌발 행동은 굉장히 일반적인데요. 이거를 제지할 방법이 마땅하지가 않다는 게 진짜 큰 문제예요. 손발이 묶인 채로 아이를 지도하라고 요구받고 있는 형국이에요.

■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교육 학생...통합교육 선진국, 미국은?

차도로 뛰어든 남학생.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납니다.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생이 벌인 흉기 난동에 교직원과 시민 등 6명이 다쳤습니다.


가해 학생은 지적 능력이 낮은 경계성 지적장애 학생으로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일반 학급에서 생활했습니다.

이 학생 역시 충분한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했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특수학급에는 오지 않지만, 일반 학급에서 전일 하루 종일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도 있거든요.
일반 학급에서도 지원이 충분치 않고 특수학급에서도 지금 지원이 충분치 않은 학생들인 거거든요. 그리고 이 수가 굉장히 지금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뭔가 학급 단위로 구성이 되어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조금 더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대상은 전체 학생의 2% 정도입니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입니다.


최승숙/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을 저희가 특수교육 대상자라고 하는 것이지. 등록 장애 학생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학습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잖아요. 그렇다고 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점점 더 증가해야 하는 것이고 더 많이 늘려야 하고요.

국립특수교육원은 2050년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비율이 5.26%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제 이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특수 학급당 법적 정원과 교사 배치 기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꾸준히 충분히 (특수교육 대상자가)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전제가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만 늘어나는 건 사실 지금의 특수교육 현장의 아비규환을 그냥 확대하는 것일 뿐이에요.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통합교육은 학교 공동체 모두가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장
대한민국의 통합교육은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아닌 물리적인 통합교육이다.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거는 공동체의 몫이 아니라 어떤 교사 개인의 몫으로 생각하고 밀어왔기 때문에 통합교육이 실패해 왔다고 저는 거기에 가장 큰 폐단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통합교육 선진국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우선 특수교육 예산이 전체 교육 예산의 20% 수준으로 4% 정도인 우리와 비교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교사들의 협력입니다.


강은실/미국 미네소타주 특수교사
통합교육이 효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수교사 한, 두 명이 도맡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의 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구체적인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반 교사부터 특수교사, 학부모, 관련 전문가까지 일관되고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전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접근 방식도 분리가 아닌 실질적 행동 개선이 우선입니다.


강은실/미국 미네소타주 특수교사
돌발행동을 보이는 경우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학생의 상태를 관찰해 정보를 공유하고 팀으로 협력해 문제 행동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해 가며 계획을 수정해 나갑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폭넓게 진단해 지원합니다.

강은실/미국 미네소타주 특수교사
장애 학생뿐 아니라 언어적, 학습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까지 적극적으로 조기에 평가해 특수교육 대상으로 지정해 지원합니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발견해서 학생에게 맞춘 적절한 교육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학교 공동체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

중증 자폐를 갖고 있는 시원이에게 학교는 어떤 곳일까?

말이 서툴지만, 친구들과 지내기엔 문제가 안 됩니다.

가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지만 모두가 이해하고 기다려줍니다.


도전 행동의 횟수나 정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통합학급 교사와 특수교사 그리고 부모가 서로 신뢰하며 협력한 덕분입니다.


김효겸/시원이 담임 교사
시원이가 지는 거에 대해서 조금 많이 예민해하고

한지선/시원이 엄마
1학년 때를 비교해 보면 지금 되게 발전한 거긴 해요.

정정은/특수교사
지금 많이 발전했어요. (그렇죠?) 오늘도 그래도 금방 진정됐어요.


느리지만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한지선/시원이 엄마
학교에서 또래들의 언어와 선생님들이 수업하시면서 그냥 정확한 단어들을 들으면서 아이가 정말 말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를 지도합니다.

한지선/시원이 엄마
화날 때 이렇게 화내지 않고 숨을 한 번 크게 하나 둘 셋 쉬고. 천천히 할 수 있어?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포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모두를 위한 학교.

이제는 만들어가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이숙향/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을 이야기하지만, 모두가 함께하지는 않는 통합교육(이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모두를 위한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을 위해서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의 여건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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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이규명
촬영:조선기 강우용
영상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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