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성지에서 울려 퍼지는 무슬림 200만 명의 기도 [지금 중동은]
입력 2025.06.06 (18:07)
수정 2025.06.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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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후 아크바르!" 사막의 성지에서 울려 퍼지는 200만 명의 기도
평생 한 번뿐인 기회, 이슬람 최대 성지순례 하지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가 가장 위대하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이슬람교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하지(Hajj)' 순례가 한창입니다.
오늘은 하지의 세 번째 날입니다.

■ 이슬람교도들의 '평생소원'
하지는 메카의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일로 모든 무슬림에게 부과된 기본적인 종교 의무 중 하나입니다.
이슬람 신자는 건강과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한 번은 하지에 참가해야 합니다.
올해 하지에는 약 2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140만여 명이 외국인 순례자입니다.
올해 가장 많은 할당을 받은 나라는 인도네시아(22만 1천 명), 파키스탄(18만 명), 인도(17만 5천 명) 순입니다.
■ '로또' 같은 뽑기 통한 '하지' 참석자 선발
각 나라는 이 제한된 인원 내에서 뽑기를 통해 하지에 참석할 사람들을 선발합니다.
인도네시아 같은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의 경우 하지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후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에게 하지는 단순한 종교 의무를 넘어 평생의 꿈이자 목표가 됩니다.
실제로 하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하지'라는 존경받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이 처음으로 하지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알라께서 저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알라께서 허락하신다면, 하지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수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알제리에서 온 벨하즈 베아포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간절히 하지를 원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5일간의 영적 여정 - 전 세계 순례자들이 함께하는 신성한 의식
하지는 보통 5일간 진행되며, 이 모든 의식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그 주변에서 이루어집니다.
<1일 차 - 이흐람 착용과 메카 입성>
순례자들은 메카 주변의 특정 지점에서 '이흐람'이라는 특별한 복장으로 갈아입습니다.
남자의 복장은 이음새나 바느질 자국이 없는 흰 천 두 장, 하나는 허리부터 몸을 덮고 다른 하나는 어깨에 두르는 겁니다.
반면 여성들은 얼굴과 손만 드러낸 채 온몸을 가리는 단정한 옷을 입으면 됩니다.
복장 규정은 부와 지위의 차이를 없애 모든 이가 알라 앞에서 평등함을 보여주며,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영적 여행에 집중하게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메카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먼저 카바 신전을 7번 도는 '도착 타와프'를 수행합니다.
하디스(무함마드 언행록) 에 따르면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메카의 하람 성원(마스지드 알 하람)에서 드리는 예배는 다른 모스크에서 진행하는 예배의 100,000배 만큼 축복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어서 사파와 마르와 두 언덕 사이를 7번 오가며 걷습니다.
이는 아브라함의 아내 하갈이 아들 이스마일을 위해 물을 찾아 헤맸던 일을 재현하는 의식입니다.
그리고 메카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계곡 미나로 이동해 야영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2일 차 - 아라파트 평원, 하지의 절정>
연례 하지 중 가장 성스러운 날을 맞아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근처의 신성한 아라파트 평원에 모입니다.
자비의 평원으로 알려진 아라파트에서 순례자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발을 맞대고 서서, 알라께 자비와 축복, 번영과 건강을 구합니다.
아라파트 평원은 하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입니다.
수백만 순례자들이 오후부터 해 질 때까지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지평선까지 하얀 점들이 빼곡히 들어찬 장관을 연출합니다.
해가 지면 사막지대인 무즈달리파로 이동합니다.
순례자들은 다음날 던질 돌을 수집한 뒤 야영을 하며 2번째 밤을 보냅니다.

<3일 차 - 돌 던지기>
3일 차 새벽, 순례자들은 무즈달리파에서 미나로 다시 이동해 악마를 상징하는 기둥 3개 중 가장 큰 기둥에 7개의 돌을 던집니다.
이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알라의 명령을 받았을 때 악마의 유혹을 물리친 일을 기념하는 의식입니다.
<4일 차 - 돌 던지기 >
4번째 날에도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수행합니다. 이날은 악마를 상징하는 3개의 기둥에 각각 7개의 돌을 던집니다.
순례자는 돌을 던질 때마다 과거의 작은 죄와 큰 죄를 모두 물리치고, 알라 앞에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합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정직하게 하지를 수행한 자는 과거의 모든 죄가 가려지고 깨끗해진다”고 약속했으며, 이틀 간의 돌 던지기까지 끝낸 순례자는 하지를 완벽하게 마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5일 차 -희생제와 작별 타와프>
양이나 염소를 제물로 바치고 남자는 머리를 밀거나 짧게 자르고, 여성은 손가락 끝만큼 머리카락을 자릅니다.
고기는 삼등분해 자신과 친척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나눕니다.
이후 카바 신전을 다시 7번 도는 '이파다 타와프'(작별 타와프)를 수행하며 성지와 이별할 준비를 합니다.
5일간의 모든 의식을 마친 순례자들은 이제 '하지'라는 존경받는 호칭을 얻게 되며,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평생 영예로운 칭호로 불리게 됩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여러 하디스에서 "완전한 조건을 갖추고 올바르게 하지를 수행한 사람은, 마치 흰 벽처럼 모든 과거의 죄가 지워져 순결한 상태로 돌아온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순례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진정으로 회개하고, 알라 앞에서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의지로 하지에 나섭니다.
많은 무슬림이 이 가르침을 믿으며 하지를 영적 재탄생의 기회로 여깁니다.

■전 세계 무슬림이 하나 되는 장관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하지는 이슬람이라는 신앙 아래 인종과 언어, 문화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무슬림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에서 온 200만 명의 순례자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의식을 수행하며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모습은 '하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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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성지에서 울려 퍼지는 무슬림 200만 명의 기도 [지금 중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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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6-06 18:07:21
- 수정2025-06-06 20:05:48

■"알라후 아크바르!" 사막의 성지에서 울려 퍼지는 200만 명의 기도
평생 한 번뿐인 기회, 이슬람 최대 성지순례 하지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가 가장 위대하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이슬람교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하지(Hajj)' 순례가 한창입니다.
오늘은 하지의 세 번째 날입니다.

■ 이슬람교도들의 '평생소원'
하지는 메카의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일로 모든 무슬림에게 부과된 기본적인 종교 의무 중 하나입니다.
이슬람 신자는 건강과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한 번은 하지에 참가해야 합니다.
올해 하지에는 약 2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140만여 명이 외국인 순례자입니다.
올해 가장 많은 할당을 받은 나라는 인도네시아(22만 1천 명), 파키스탄(18만 명), 인도(17만 5천 명) 순입니다.
■ '로또' 같은 뽑기 통한 '하지' 참석자 선발
각 나라는 이 제한된 인원 내에서 뽑기를 통해 하지에 참석할 사람들을 선발합니다.
인도네시아 같은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의 경우 하지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후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에게 하지는 단순한 종교 의무를 넘어 평생의 꿈이자 목표가 됩니다.
실제로 하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하지'라는 존경받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이 처음으로 하지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알라께서 저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알라께서 허락하신다면, 하지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수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알제리에서 온 벨하즈 베아포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간절히 하지를 원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5일간의 영적 여정 - 전 세계 순례자들이 함께하는 신성한 의식
하지는 보통 5일간 진행되며, 이 모든 의식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그 주변에서 이루어집니다.
<1일 차 - 이흐람 착용과 메카 입성>
순례자들은 메카 주변의 특정 지점에서 '이흐람'이라는 특별한 복장으로 갈아입습니다.
남자의 복장은 이음새나 바느질 자국이 없는 흰 천 두 장, 하나는 허리부터 몸을 덮고 다른 하나는 어깨에 두르는 겁니다.
반면 여성들은 얼굴과 손만 드러낸 채 온몸을 가리는 단정한 옷을 입으면 됩니다.
복장 규정은 부와 지위의 차이를 없애 모든 이가 알라 앞에서 평등함을 보여주며,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영적 여행에 집중하게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메카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먼저 카바 신전을 7번 도는 '도착 타와프'를 수행합니다.
하디스(무함마드 언행록) 에 따르면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메카의 하람 성원(마스지드 알 하람)에서 드리는 예배는 다른 모스크에서 진행하는 예배의 100,000배 만큼 축복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어서 사파와 마르와 두 언덕 사이를 7번 오가며 걷습니다.
이는 아브라함의 아내 하갈이 아들 이스마일을 위해 물을 찾아 헤맸던 일을 재현하는 의식입니다.
그리고 메카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계곡 미나로 이동해 야영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2일 차 - 아라파트 평원, 하지의 절정>
연례 하지 중 가장 성스러운 날을 맞아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근처의 신성한 아라파트 평원에 모입니다.
자비의 평원으로 알려진 아라파트에서 순례자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발을 맞대고 서서, 알라께 자비와 축복, 번영과 건강을 구합니다.
아라파트 평원은 하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입니다.
수백만 순례자들이 오후부터 해 질 때까지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지평선까지 하얀 점들이 빼곡히 들어찬 장관을 연출합니다.
해가 지면 사막지대인 무즈달리파로 이동합니다.
순례자들은 다음날 던질 돌을 수집한 뒤 야영을 하며 2번째 밤을 보냅니다.

<3일 차 - 돌 던지기>
3일 차 새벽, 순례자들은 무즈달리파에서 미나로 다시 이동해 악마를 상징하는 기둥 3개 중 가장 큰 기둥에 7개의 돌을 던집니다.
이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알라의 명령을 받았을 때 악마의 유혹을 물리친 일을 기념하는 의식입니다.
<4일 차 - 돌 던지기 >
4번째 날에도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수행합니다. 이날은 악마를 상징하는 3개의 기둥에 각각 7개의 돌을 던집니다.
순례자는 돌을 던질 때마다 과거의 작은 죄와 큰 죄를 모두 물리치고, 알라 앞에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합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정직하게 하지를 수행한 자는 과거의 모든 죄가 가려지고 깨끗해진다”고 약속했으며, 이틀 간의 돌 던지기까지 끝낸 순례자는 하지를 완벽하게 마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5일 차 -희생제와 작별 타와프>
양이나 염소를 제물로 바치고 남자는 머리를 밀거나 짧게 자르고, 여성은 손가락 끝만큼 머리카락을 자릅니다.
고기는 삼등분해 자신과 친척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나눕니다.
이후 카바 신전을 다시 7번 도는 '이파다 타와프'(작별 타와프)를 수행하며 성지와 이별할 준비를 합니다.
5일간의 모든 의식을 마친 순례자들은 이제 '하지'라는 존경받는 호칭을 얻게 되며,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평생 영예로운 칭호로 불리게 됩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여러 하디스에서 "완전한 조건을 갖추고 올바르게 하지를 수행한 사람은, 마치 흰 벽처럼 모든 과거의 죄가 지워져 순결한 상태로 돌아온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순례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진정으로 회개하고, 알라 앞에서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의지로 하지에 나섭니다.
많은 무슬림이 이 가르침을 믿으며 하지를 영적 재탄생의 기회로 여깁니다.

■전 세계 무슬림이 하나 되는 장관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하지는 이슬람이라는 신앙 아래 인종과 언어, 문화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무슬림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에서 온 200만 명의 순례자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의식을 수행하며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모습은 '하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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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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