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퍼지던 2022년.
"저렴한 금액이지만 신축이다 보니 빌라를 찾을 수밖에 없거든요." "한 달 이내에 돈을 줘야 하거든요. 돈을 돌려주지 않고 전혀 연락도 안 되고..." |

오피스텔은 안전해 보였습니다.
"그때 한참 전세사기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 걸 좀 피하려고 오피스텔 쪽으로만 문의했던 것도 있죠." "생각보다 역도 가깝고 옆에 마트도 있고 이러니까 꽤나 괜찮은 거예요." |
보증금도 안전할까요?
한동훈/피해자 "계약 당시에는 되게 떵떵거리면서 저한테 호언장담했었거든요. 돈 무조건 줄 수 있다." |
누가 잘못한 걸까요?
안상미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미련했다. 세상이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 |

서울 가양동의 한 오피스텔. 현재 경매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한동훈 / 피해자 "층별로 점점 이렇게 좁아지는 구조여서 저희는 6세대, 1, 2, 3, 4, 5, 6세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
한동훈/피해자 "(빠져 있는 세대가 많나 봐요?)" "그렇죠. 지금 비어 있는 데가 많아요. 공실이 많아요." "(공실이 많아요?)" "네. 왜냐하면 임차권 등기가 설정돼 있으니까 월세 아니면 사실 안 들어오시죠." |
한동훈 씨는 3년 전 1억 3천5백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착실히 모아온 3천5백만 원에 중소기업청년 대출 1억 원을 받아 보탰습니다.
"(에어컨이랑 냉장고 그리고 선반은 원래 옵션이었던 거죠?)" "네. TV까지, 그리고 위에 저 나무 선반." "(오피스텔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때 당시에도 빌라는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좀 있었고, 여기가 오피스텔이고 집도 가깝고 해서." |
하지만, 지난해 계약 연장을 앞두고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다른 세입자들의 임차권 등기 설정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임대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자기(임대인)는 '지금 가진 재산들 다 내놨고, 주식도 자산이 꽤 있고, 건물도 팔리면 돈 주고도 남는다' 이렇게 얘기하시니까 그냥 '알겠다' 하고 마땅히 갈 데도 없고 해서 더 살았죠." |
하지만 6개월 뒤, 강제경매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마저도 다른 세입자를 통해서 듣게 됐습니다.

한동훈/피해자 "1층에 어떤 분이 안내 문자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적어놓으신 거예요. 연락 달라고 해서 제가 최초로 연락을 드렸죠. 그랬더니 '지금 경매 넘어간 거 알고 계시냐' 이래서 '무슨 소리냐?' 하고 몰랐거든요. 전혀 낌새를 알아챌 수 있는 뭔가가 없었거든요." |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도 임대인 측은 되레 화를 냈다고 합니다.

"제가 이제 물어봤어요. '이거 경매 넘어가서 나중에 돈을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받으시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이러면서 되게 화를 내시더라고요." |
전체 60세대 중 22세대가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임차권 등기를 신청했습니다. 전체 피해액은 30억 원 정도입니다.
결혼을 앞뒀던 이 남성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입니다.
김OO/피해자 "그때 한참 전세사기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 걸 그래도 좀 피하려고 오피스텔 쪽으로만 문의했던 것도 있죠." |
지난해 만기가 지났지만, 전세보증금 1억 6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2024.8 통화 녹취) "(세입자인데요. 전세금을 아직 못 돌려받아서요.)" "지금 그렇지 않아도 매매하고 있어서 10월 말에서 11월 정도면 해결될 것 같아요. 이거 세입자분들이 임차권 등기를 계속하셔서 방이 안 나가요." (2024.11 통화 녹취) "(지난주 금요일에 문자 드렸었는데 오늘 전화 주신다고 했는데 답이 없어서…)" "그때 문자 주신 거죠?" "(네, 맞아요.)" "지금 아직 사실은 (돈이) 없어요." |
결국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올해 초 결혼을 해야만 했습니다.
"(원래는 이거를 보증금을 받아서 이렇게…)" "그렇죠. 받고 같이 집을 구해야 했는데, 어쨌든 저는 결혼하는 상황에 제 잘못이든 아니든 빚이 있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문제가 좀 있었죠." |
임대인 측은 일부 세입자 때문에 보증금 문제가 커졌다며 핑계만 대고 있었습니다.
"'그냥 경매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얘네들은 반환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말로만 듣던 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과 함께 형사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 측은 경매 입찰가가 낮아도 보증금 반환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임대인 관계자(음성변조) "(감정가가) 80억 원밖에 안 나와서 저희도 화가 나는 그런 경우이고, 80억 원, 70억 원에 낙찰돼도 기존 세입자분들 보증금 반환 받는 데 하나도 문제 없습니다." |
이런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지만, 욕실과 주방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관리 업체가 있다는 점에서 세입자들에겐 빌라보다 안전해 보였습니다.
안상미/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일반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구조적으로 봤을 때 차이가 없어요. 생활이 가능하고, 신축에 대한 열망은 인간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오피스텔 피해가 많은 게 사실이죠." |
하지만 오피스텔의 전세사기 피해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현황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의 비중은 2022년 58%에서 올해 33%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오피스텔은 18%에서 29%로 증가했습니다. 법원의 경매 건수도 아파트나 빌라보다 오피스텔의 증가 폭이 더 컸습니다.

오피스텔의 취약점은 집값 대비 전세가가 높다는 점입니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평가되는데, 전국 오피스텔 평균 전세가율은 84%입니다. 아파트와 빌라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내 돈을 거의 내지 않고 오피스텔 하나 갖고 있는 거예요. 혹시라도 오피스텔 가격이 오르면 돈 버는 거고, 안 오르면 손해도 없죠. 아주 좋은 투기죠. 손해 볼 가능성이 없는 투기니까 오르기만 하면 좋고 안 오르면 마는 거예요. 손해 보는 사람은 임차인이죠." |
오피스텔 전세 피해는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산의 한 오피스텔.
강OO/피해자 "(이거는 왜 설치해 놓으신 건가요?)" "지금 침수가 되면 여기가 물이 다 차거든요." "(이게 저지대인가 보죠?)" "예. 삼거리 중에서 여기가 제일 낮습니다." |
2년 전 이 오피스텔은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 여기까지 물이 찼던 거예요?)" "네." "이게 소방 시스템이 완전히 꺼졌었거든요." "(전원이 차단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 "불이 나도 알람이 안 울리고, 스프링클러도 작동 안 해요. 소방 관련 시스템이 전부 마비됩니다." |
하지만 당시 임대인은 책임지지 않았고, 임차인들이 복구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전체 수리비가 한 4천에서 5천만 원 들었고, 급한 엘리베이터랑 수도 펌프만 수리했어요. 나머지는 아직도 수리 못 했습니다." |
이 남성은 2022년 3월 전세로 들어왔고, 8개월 만에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혼인 신고하려고 구청 갔다가, 등기부 등본을 떼봤는데 '임의경매'가 떠 있더라고요. 임대인은 해결하겠다고만 했고, 결국 연락 두절됐습니다." |
오피스텔 전체 22가구 중 17세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 또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 |
임대인(음성변조, 22년 12월) "저희가 1월 5일까지는 일단 경매를 최대한 빨리 끝낼 거고요. 은행하고도 그 부분만 정리되면 경매는 취하해 준다고 얘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
박OO / 피해자 "(알고 보니 보증금으로 개인 사채를 갚은 거군요?)" "그렇죠. 그리고 그 돈은 다 개인 사생활에 사용했고, 개인 통장으로 생활비로 다 썼다고 들었습니다." |

이 오피스텔의 실거래가는 많아야 53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이를 담보로 52억 원을 대출받았고, 58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세입자들로부터 전세보증금 17억 원을 더 받았습니다.
이는 담보대출과 보증금 총액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전형적인 ‘깡통 전세’ 구조입니다.
결국 경매가 진행되면서 임대인은 시설 관리에서 손을 뗐고, 임차인들이 나눠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아까 보니까 주차 설비는 있는데, 지금 관리자분이 안 계시면 그건 어떻게…?)" "그것도 저처럼 다른 임차인이 관리하고 있어요." |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11가구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매매가를 초과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후순위에 있는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경매에서 우선 매수할 권리나, 이사 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들에겐 현실적으로 '그림의 떡'입니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게 많이 없어요. 지금 받고 있는 건 9천만 원에 대한 월 10만 원 이자뿐이고요. 그 외에는 딱히 없습니다." "도움은 안 되죠. 저희가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게 그나마 '경매 유예'뿐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
2023년,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4월, 이 법은 2년 더 연장됐습니다. 그러나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은 거의 없었습니다.
최은영 /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2022년을 기점으로 해서 이게 폭발적으로 ‘전세사기’, ‘깡통 전세’ 문제가 증가하면서 문제는 사회적으로 크게 되었고 이게 2023년 특별법 제정 이렇게 되었는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은 만들어진 반면에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 피해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도 좀 주춤하고 있다 정도이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거죠.” |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위원장은 피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합니다.
안상미/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내가 이런 피해를 당한 게 분명히 내가 알아보고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살려고 했던 계약이었는데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되니까 이걸 누구한테 제대로 말도 못 하겠고 굉장히 자책만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이런 문구가 있어서 이 말을 제가 듣고 싶었었나 봐요.“ |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근저당 설정 등 대출 여부와 전세가율 등을 계약 전에 확인하고 이사 후엔 확정일자를 받고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같은 또는 담보 대출을 할 때 이 돈을 잘 갚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잘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금융기관들은 그런 고민을 하거든요. 결국에는 세입자도 임대인한테 전세 보증금을 빌려주는 셈이니까 이게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고민해야 해요.” |
또한 갭 투기를 막기 위해 전세가율 상한제, 임차권 등기 의무화 등의 제도 도입도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아주 법적으로 강하게 하든 또는 간접적으로 약하게 하든 전셋값은 집값의 일정 비율 이내여야 된다. 그래서 집값이 좀 하락하더라도 전세보증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야 된다.“ |
부푼 기대를 안고 신혼집으로 고른 오피스텔이었습니다.
김OO/피해자 “직장이 여기 근처라 가지고 가까운 데를 알아보다가 마침 새 오피스텔이고 또 결혼도 하다 보니까 원래는 원룸에 있었는데 조금 이제 큰 집으로 오자 해서 알아보다 보니.” |
하지만 건강을 잃고 삶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김OO/피해자 “이제 평생 모은 돈이어서 가슴이 철렁했고 진짜 나쁜 생각도 많이 들었고 //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현재는 또 대장암도 앓고 있거든요.” |
2025년, 전세사기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OO/피해자 (만약에 전세 계약하기 전으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전세 자체를 이제는 아예 안 할 거 같아요. 조금 비싸도 월세나 아니면 대출을 조금 해서라도 자가를 아파트로 자가를 구입했었을 것 같습니다.“ |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 온 전세제도.
안상미/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사기 가해자는 1명이에요. 근데 사기 피해자는 100명이에요. 그러면 이 100명 한 명 한 명이 다 인생을 다 무너지는 거거든요.“ |
이제 제대로 손봐야 할 때입니다.
#전세 #전세 피해 #전세사기 #빌라왕 #월세 #아파트 #오피스텔 #매매
취재:이승종
촬영:조선기 강우용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채희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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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전세의 덫 - 내 보증금은 어디에
-
- 입력 2025-06-08 23:13:25
빌라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퍼지던 2022년.
"저렴한 금액이지만 신축이다 보니 빌라를 찾을 수밖에 없거든요." "한 달 이내에 돈을 줘야 하거든요. 돈을 돌려주지 않고 전혀 연락도 안 되고..." |

오피스텔은 안전해 보였습니다.
"그때 한참 전세사기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 걸 좀 피하려고 오피스텔 쪽으로만 문의했던 것도 있죠." "생각보다 역도 가깝고 옆에 마트도 있고 이러니까 꽤나 괜찮은 거예요." |
보증금도 안전할까요?
한동훈/피해자 "계약 당시에는 되게 떵떵거리면서 저한테 호언장담했었거든요. 돈 무조건 줄 수 있다." |
누가 잘못한 걸까요?
안상미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미련했다. 세상이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 |

서울 가양동의 한 오피스텔. 현재 경매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한동훈 / 피해자 "층별로 점점 이렇게 좁아지는 구조여서 저희는 6세대, 1, 2, 3, 4, 5, 6세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
한동훈/피해자 "(빠져 있는 세대가 많나 봐요?)" "그렇죠. 지금 비어 있는 데가 많아요. 공실이 많아요." "(공실이 많아요?)" "네. 왜냐하면 임차권 등기가 설정돼 있으니까 월세 아니면 사실 안 들어오시죠." |
한동훈 씨는 3년 전 1억 3천5백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착실히 모아온 3천5백만 원에 중소기업청년 대출 1억 원을 받아 보탰습니다.
"(에어컨이랑 냉장고 그리고 선반은 원래 옵션이었던 거죠?)" "네. TV까지, 그리고 위에 저 나무 선반." "(오피스텔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때 당시에도 빌라는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좀 있었고, 여기가 오피스텔이고 집도 가깝고 해서." |
하지만, 지난해 계약 연장을 앞두고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다른 세입자들의 임차권 등기 설정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임대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자기(임대인)는 '지금 가진 재산들 다 내놨고, 주식도 자산이 꽤 있고, 건물도 팔리면 돈 주고도 남는다' 이렇게 얘기하시니까 그냥 '알겠다' 하고 마땅히 갈 데도 없고 해서 더 살았죠." |
하지만 6개월 뒤, 강제경매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마저도 다른 세입자를 통해서 듣게 됐습니다.

한동훈/피해자 "1층에 어떤 분이 안내 문자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적어놓으신 거예요. 연락 달라고 해서 제가 최초로 연락을 드렸죠. 그랬더니 '지금 경매 넘어간 거 알고 계시냐' 이래서 '무슨 소리냐?' 하고 몰랐거든요. 전혀 낌새를 알아챌 수 있는 뭔가가 없었거든요." |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도 임대인 측은 되레 화를 냈다고 합니다.

"제가 이제 물어봤어요. '이거 경매 넘어가서 나중에 돈을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받으시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이러면서 되게 화를 내시더라고요." |
전체 60세대 중 22세대가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임차권 등기를 신청했습니다. 전체 피해액은 30억 원 정도입니다.
결혼을 앞뒀던 이 남성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입니다.
김OO/피해자 "그때 한참 전세사기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 걸 그래도 좀 피하려고 오피스텔 쪽으로만 문의했던 것도 있죠." |
지난해 만기가 지났지만, 전세보증금 1억 6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2024.8 통화 녹취) "(세입자인데요. 전세금을 아직 못 돌려받아서요.)" "지금 그렇지 않아도 매매하고 있어서 10월 말에서 11월 정도면 해결될 것 같아요. 이거 세입자분들이 임차권 등기를 계속하셔서 방이 안 나가요." (2024.11 통화 녹취) "(지난주 금요일에 문자 드렸었는데 오늘 전화 주신다고 했는데 답이 없어서…)" "그때 문자 주신 거죠?" "(네, 맞아요.)" "지금 아직 사실은 (돈이) 없어요." |
결국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올해 초 결혼을 해야만 했습니다.
"(원래는 이거를 보증금을 받아서 이렇게…)" "그렇죠. 받고 같이 집을 구해야 했는데, 어쨌든 저는 결혼하는 상황에 제 잘못이든 아니든 빚이 있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문제가 좀 있었죠." |
임대인 측은 일부 세입자 때문에 보증금 문제가 커졌다며 핑계만 대고 있었습니다.
"'그냥 경매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얘네들은 반환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말로만 듣던 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과 함께 형사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 측은 경매 입찰가가 낮아도 보증금 반환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임대인 관계자(음성변조) "(감정가가) 80억 원밖에 안 나와서 저희도 화가 나는 그런 경우이고, 80억 원, 70억 원에 낙찰돼도 기존 세입자분들 보증금 반환 받는 데 하나도 문제 없습니다." |
이런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지만, 욕실과 주방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관리 업체가 있다는 점에서 세입자들에겐 빌라보다 안전해 보였습니다.
안상미/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일반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구조적으로 봤을 때 차이가 없어요. 생활이 가능하고, 신축에 대한 열망은 인간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오피스텔 피해가 많은 게 사실이죠." |
하지만 오피스텔의 전세사기 피해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현황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의 비중은 2022년 58%에서 올해 33%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오피스텔은 18%에서 29%로 증가했습니다. 법원의 경매 건수도 아파트나 빌라보다 오피스텔의 증가 폭이 더 컸습니다.

오피스텔의 취약점은 집값 대비 전세가가 높다는 점입니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평가되는데, 전국 오피스텔 평균 전세가율은 84%입니다. 아파트와 빌라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내 돈을 거의 내지 않고 오피스텔 하나 갖고 있는 거예요. 혹시라도 오피스텔 가격이 오르면 돈 버는 거고, 안 오르면 손해도 없죠. 아주 좋은 투기죠. 손해 볼 가능성이 없는 투기니까 오르기만 하면 좋고 안 오르면 마는 거예요. 손해 보는 사람은 임차인이죠." |
오피스텔 전세 피해는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산의 한 오피스텔.
강OO/피해자 "(이거는 왜 설치해 놓으신 건가요?)" "지금 침수가 되면 여기가 물이 다 차거든요." "(이게 저지대인가 보죠?)" "예. 삼거리 중에서 여기가 제일 낮습니다." |
2년 전 이 오피스텔은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 여기까지 물이 찼던 거예요?)" "네." "이게 소방 시스템이 완전히 꺼졌었거든요." "(전원이 차단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 "불이 나도 알람이 안 울리고, 스프링클러도 작동 안 해요. 소방 관련 시스템이 전부 마비됩니다." |
하지만 당시 임대인은 책임지지 않았고, 임차인들이 복구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전체 수리비가 한 4천에서 5천만 원 들었고, 급한 엘리베이터랑 수도 펌프만 수리했어요. 나머지는 아직도 수리 못 했습니다." |
이 남성은 2022년 3월 전세로 들어왔고, 8개월 만에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혼인 신고하려고 구청 갔다가, 등기부 등본을 떼봤는데 '임의경매'가 떠 있더라고요. 임대인은 해결하겠다고만 했고, 결국 연락 두절됐습니다." |
오피스텔 전체 22가구 중 17세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 또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 |
임대인(음성변조, 22년 12월) "저희가 1월 5일까지는 일단 경매를 최대한 빨리 끝낼 거고요. 은행하고도 그 부분만 정리되면 경매는 취하해 준다고 얘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
박OO / 피해자 "(알고 보니 보증금으로 개인 사채를 갚은 거군요?)" "그렇죠. 그리고 그 돈은 다 개인 사생활에 사용했고, 개인 통장으로 생활비로 다 썼다고 들었습니다." |

이 오피스텔의 실거래가는 많아야 53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이를 담보로 52억 원을 대출받았고, 58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세입자들로부터 전세보증금 17억 원을 더 받았습니다.
이는 담보대출과 보증금 총액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전형적인 ‘깡통 전세’ 구조입니다.
결국 경매가 진행되면서 임대인은 시설 관리에서 손을 뗐고, 임차인들이 나눠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아까 보니까 주차 설비는 있는데, 지금 관리자분이 안 계시면 그건 어떻게…?)" "그것도 저처럼 다른 임차인이 관리하고 있어요." |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11가구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매매가를 초과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후순위에 있는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경매에서 우선 매수할 권리나, 이사 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들에겐 현실적으로 '그림의 떡'입니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게 많이 없어요. 지금 받고 있는 건 9천만 원에 대한 월 10만 원 이자뿐이고요. 그 외에는 딱히 없습니다." "도움은 안 되죠. 저희가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게 그나마 '경매 유예'뿐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
2023년,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4월, 이 법은 2년 더 연장됐습니다. 그러나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은 거의 없었습니다.
최은영 /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2022년을 기점으로 해서 이게 폭발적으로 ‘전세사기’, ‘깡통 전세’ 문제가 증가하면서 문제는 사회적으로 크게 되었고 이게 2023년 특별법 제정 이렇게 되었는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은 만들어진 반면에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 피해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도 좀 주춤하고 있다 정도이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거죠.” |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위원장은 피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합니다.
안상미/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내가 이런 피해를 당한 게 분명히 내가 알아보고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살려고 했던 계약이었는데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되니까 이걸 누구한테 제대로 말도 못 하겠고 굉장히 자책만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이런 문구가 있어서 이 말을 제가 듣고 싶었었나 봐요.“ |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근저당 설정 등 대출 여부와 전세가율 등을 계약 전에 확인하고 이사 후엔 확정일자를 받고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같은 또는 담보 대출을 할 때 이 돈을 잘 갚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잘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금융기관들은 그런 고민을 하거든요. 결국에는 세입자도 임대인한테 전세 보증금을 빌려주는 셈이니까 이게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고민해야 해요.” |
또한 갭 투기를 막기 위해 전세가율 상한제, 임차권 등기 의무화 등의 제도 도입도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아주 법적으로 강하게 하든 또는 간접적으로 약하게 하든 전셋값은 집값의 일정 비율 이내여야 된다. 그래서 집값이 좀 하락하더라도 전세보증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야 된다.“ |
부푼 기대를 안고 신혼집으로 고른 오피스텔이었습니다.
김OO/피해자 “직장이 여기 근처라 가지고 가까운 데를 알아보다가 마침 새 오피스텔이고 또 결혼도 하다 보니까 원래는 원룸에 있었는데 조금 이제 큰 집으로 오자 해서 알아보다 보니.” |
하지만 건강을 잃고 삶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김OO/피해자 “이제 평생 모은 돈이어서 가슴이 철렁했고 진짜 나쁜 생각도 많이 들었고 //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현재는 또 대장암도 앓고 있거든요.” |
2025년, 전세사기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OO/피해자 (만약에 전세 계약하기 전으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전세 자체를 이제는 아예 안 할 거 같아요. 조금 비싸도 월세나 아니면 대출을 조금 해서라도 자가를 아파트로 자가를 구입했었을 것 같습니다.“ |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 온 전세제도.
안상미/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사기 가해자는 1명이에요. 근데 사기 피해자는 100명이에요. 그러면 이 100명 한 명 한 명이 다 인생을 다 무너지는 거거든요.“ |
이제 제대로 손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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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이승종
촬영:조선기 강우용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채희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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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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