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부자재 선정부터 레시피 공정 개발하고 관능 테스트해서 전 공정 다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
![]() 체코 브루마스터한테 기술 배우고, 스스로 연구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경력은 20년 정도 됩니다. |
![]() 수제 맥주를 대중화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전국 맥주 만들어서 대중들이 수제 맥주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보자. |

수제 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
중견기업 대한제분의 콜라보 제안은 양쪽 모두에게 기회였습니다.

세븐브로이의 맥주에 ‘곰표’ 상표를 쓰고 대한제분은 사용료를 받는 협업.
‘곰표밀맥주’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품귀·품절 상태는 구매 욕구를 더 부추겼습니다.
출시 직후 대한제분의 주가는 치솟았고, 이듬해 세븐브로이의 매출은 400억 원 대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2020.6.16 뉴스데스크) “요즘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2021.8.16 KBS 뉴스) “국산 수제맥주의 성장세도 가파른데요.” |
수제 맥주 시장도 덩달아 전성기를 맞습니다.
![]() 서왕진/ 국회의원 그런 핵심 영업비밀을 대한제분의 요청에 순순히 넘겨준 이유가 무엇입니까.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 저희가 거부를 많이 했습니다. 거부를 하다가 주게 됐습니다.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 수출에 필요해서 소정의 자료는 저희가 받았으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협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던 두 기업의 대표는 국정감사장에서 증인으로 만났습니다.
곰표맥주를 개발한 브루마스터 김희상 씨.
그가 매년 써 온 수첩에는 수제 맥주 개발과 제조 과정이 기록돼 있습니다.
![]() 김희상/브루마스터 후배들은 나중에 나처럼 고생하지 않게 이걸 알려주고 교육도 해주고 그래야겠다 싶어서... |
곰표맥주 출시 과정도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대한제분의 밀가루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부터 밀맥주로 스타일을 잡고, 사용할 효모와 과일 향을 내는 첨가물에 대한 고민까지.
김희상/ 브루마스터 원부자재 같은 경우는 수입 제품들이 많다 보니까 배로 오는 것도 있고 (납품) 날짜가 빠듯해서 제품의 완성도는 100% 지켜내면서 거기에 날짜를 맞추는 거 그런 것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
수제 맥주를 공장 양산시스템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데 반년이 걸렸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샘플을 만들었을 때 ‘좋다’ 했던 맥주들이 실제로 본 (생산) 설비에 올라갔을 때 그렇게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엔 공정을 바꿔야 합니다. (개발에) 아마 6~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보통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
하지만 3년 만에 생산을 멈춰야 했습니다.
협업을 먼저 제안했던 대한제분이 계약 기간 만료를 석 달 남짓 앞두고 돌연 경쟁입찰을 통보했습니다.
![]() 김재경/ 세븐브로이 전무이사 (곰표맥주는) 처음부터 입찰을 통해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저희가 유통하고 저희가 판매하는 시스템에서 IP(상표)만 대한제분이 빌려준 형태였거든요. 그걸 성공시켜 놨더니 갑자기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
그리고 두 달 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에 계약 갱신이 아닌 종료를 선언합니다.
대한제분은 왜 곰표맥주의 매출이 오르던 시점에 협업 중단을 선택했을까.
그날, 당사자들의 대화입니다.
(2023년2월21일 대한제분·세븐브로이 회의록) 김OO/대한제분 상무(음성대역) (곰표 이미지가) 소비자 관점에서 피로도가 증가했고요, 곰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을 해보자. 그거에 대한 원년을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결론을 냈습니다. 김강삼/세븐브로이 대표(음성대역) 곰표(맥주)는 타사하고 (계속)합니까. 김OO/대한제분 상무(음성대역)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
이 자리엔 대한제분 송인석 대표도 있었습니다.
![]()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음성대역) 저희가 여러 가지 마케팅 차원, 브랜드 이미지 제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검토도 할 겸 해서 진행한 것이고 그런 다음에 어디라고 딱 결론을 낸 것은 아니고 아직까지 여러 가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곰표맥주 의존도가 높았던 세븐브로이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김재경/ 세븐브로이 전무이사 곰표(맥주)의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97%까지 올라갔었기 때문에 대단히 힘든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대한제분이 새로 선택한 사업자는 제주맥주.
그러나 출시된 곰표맥주 시즌2는 대한제분의 설명과는 외견부터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재경/ 세븐브로이 전무이사 사실 그때 생각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혼란밖에는 생각이 안 납니다. 전략이고 뭐고 없었습니다. 그게 똑같이 나와버리니까. 더 충격이 컸죠. |
브루마스터 김 씨, 계약 갱신을 거절당하고도 기대가 있었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기술자로서) 처음에는 공정한 경쟁에서 졌다고 생각했어요. 곰표맥주가 워낙 강렬한 맥주인데 이런 스타일 말고 어떤 스타일로 또 새롭게 나올까. |
그러나 기대는 무너졌고, 김 씨는 분노했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생산)을 끝내고 ‘시즌2’는 우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가겠다. 좋습니다. 그럴 수 있죠. 그거는 그들의 선택이니까. 이건 시즌1이랑 시즌2랑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서... |
그리고 이른바 ‘레시피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대한제분은 곰표맥주 시즌1과 시즌2가 전혀 다른 맥주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한 언론이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제가 밀맥주에 쓰는 효모를 안 썼거든요. (독일식 밀맥주 효모는) 향이나 맛이 국내 소비자들한테 호불호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곰표밀맥주를 디자인할 때 전통 밀맥주 효모는 안 쓰겠다고 생각하고 개발을 시작했거든요. |

김 씨가 곰표맥주에 사용한 효모, 'BE-134', 프랑스 업체가 생산하는 양조용 효모입니다.
업체 홈페이지에도 탄산 함유량이 높고 과일향이 강한 '세종'스타일 맥주에 쓴다고 돼 있습니다.
이 효모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는 한 곳.
효모수입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이걸 세종 만드는 데 안 쓰고 휘트 에일(밀맥주)에 사용한 사례는 아무튼 곰표가 처음이었고요. |
그런데, 곰표 밀맥주 시즌2도 이 효모를 똑같이 사용합니다.
효모수입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제주맥주가 발주해서 공급받아 간 건 언제가 처음이었는지 확인이 가능한가요?) 그거는 그쪽 정보라 저희가 확인해 드리기는 좀 어렵죠. |

곰표맥주 특유의 향을 만들어 낸 영국산 과일 추출 첨가물.
시즌2 역시 같은 수입사의 제품을 거의 같은 배합 비율로 썼습니다.
20년 경력의 김 씨가 곰표맥주 레시피와 그에 맞는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시간은 6개월.
‘시즌2’는 얼마나 걸렸을까.
‘시즌2’ 가 출시된 건 2023년 6월.

대한제분은 제주맥주가 2023년 2월 낙찰자로 선정된 뒤 독자적으로 시즌2를 개발했다고 KBS에 답했습니다.
다섯 달 가까이로 얼추 비슷하게 걸린 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정황이 확인됩니다.
세븐브로이가 낸 시즌2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대한제분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
낙찰자 선정일이 2월이 아닌 4월 11일로 돼 있습니다.
시즌2 출시까지 두 달여가 걸린 셈입니다.
제주맥주가 시즌2 생산을 맡긴 위탁 계약서를 보면 더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계약서엔 제조법, 제품배합비 등이 기재된 공정도를 첨부한 거로 돼 있습니다.
계약 날짜는 5월 1일.
곰표맥주 시즌2 제조업체로 선정된 뒤 20일 만에 시즌2의 제조 공정도, 이른바 레시피를 위탁 생산업체에 넘긴 겁니다.

당시 제주맥주 관계자는 입찰 전부터 곰표맥주 시즌2를 준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제주맥주 관계자(음성변조) (개발을) 그(입찰)전에 했어요. (상표 사용) 계약이 혹시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그 당시에는 곰표 맥주가 제일 잘 나갔기 때문에 그런 유사한 맥주들을 저희가 준비하고 있었죠. |
기술 유출 의혹이 나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김희상 다 알죠. 이 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근데 원료의 배합 비율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

대한제분은 곰표맥주의 ‘레시피’ 즉, 원료배합비가 포함된 품목제조보고서와 제조공정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표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로열티만 받던 대한제분.
계약 1년 뒤 곰표맥주의 매출이 늘자, 수출용을 납품받겠다며 계약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주류수출면허도 받습니다.
![]() 강지현/ 변리사 주류 판매는 대한제분 본연의 사업이 아니었잖아요. 1차 계약은 라이선스(상표권) 계약이 맞다고 보이고요. 두 번째 계약에서는 세븐브로이에 (맥주) 제조를 위탁하고 납품해달라고 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이것은 전형적인 하도급 계약으로 보입니다. |
이 과정에서 대한제분은 수출 거래처 명단과 맥주 레시피를 요구했고, 김 씨는 반대했지만 결국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과학자나 기술자한테 설계 도면을 달라 이런 거랑 똑같은 얘기니까. 협업하는 대한제분이랑 관계가 굉장히 중요했고, 저희 스스로가 몸조심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중소기업 기술 유출을 규제한 하도급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강지현/변리사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하도급법 12조 3항에 따라 기술을 제공받는 목적과 받으면서 줄 대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기재한 서면을 줘야 합니다. |

이에 대한제분은 일본 수출을 위해 해당 자료를 받은 것일 뿐 이를 제주맥주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시즌2 개발도 제주맥주가 전담했다며,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은 하도급법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 생산을 위해 2022년 30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새 공장을 지었습니다.
김강삼/세븐브로이 대표 (대한제분의) 회장, 대표이사까지 저희 공장을 방문해서 격려해 주시고 잘해보자고 말씀도 해주시고 그래서 (계약 갱신에 대해)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
그러나 계약 갱신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미 생산돼 있던 맥주 2천여 톤은 팔지 못하고 버려야 했습니다.
재고 판매 기간으로 6개월이 보장돼 있었지만, 대한제분은 계약 종료 시점에 캔과 병에 담지 않은 저장맥주를 재고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박희경/ 변호사 상대방에게 계약이 체결될 거라는 정당한 신뢰를 이쪽에서 부여한 경우는 그 신뢰에 대한 이익 배상을 해줘야 하고, 그 저장주 역시 신뢰로 인해서 지출한 비용으로 볼 수가 있거든요. |
계약 종료 당시 세븐브로이 매출의 97%는 곰표맥주였습니다.
강지현/ 변리사 세븐브로이가 특별하게 대한제분에 불이익을 가하지 않고 있고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황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논의되고 있던 것을 무마해 버리거나 단절해 버리는 경우는 부당하게 본인의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거래 거절이 될 수 있다... |
세븐브로이는 자금난 해결을 위해 공정위 신고를 취하하고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2백억 원에 가까운 손해 주장에 대한제분이 제시한 조정액은 1억 원.
사실상 손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강지현/변리사 법률 분쟁으로 가게 되면 중소기업은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회사가 도산되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
상생과 협력을 약속합니다.
![]() (2024.10.25.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 박상혁/ 위원 그러니까 빨리 개선 조치를 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십시오, 증인.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 예, 알겠습니다. 좋은 합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국회가 중재해 세븐브로이의 손해 주장을 검증한 보고서입니다.
![]() 이강일/ 국회의원 갑과 을이 다 동의하는 그런 기관을 통해서 손해를 사정하자고 얘기가 나왔고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관을 선정하고 또 어떤 부분들을 어떤 항목들을 피해 항목에서 산정을 해서 계산해 낼 거냐까지도 합의가 돼 있는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된 거고요. |

영수증 등 증빙을 통해 검증된 손해는 모두 68억 원.
저장맥주 폐기로 외주 업체에 물어줘야 하는 25억 원, 곰표맥주 개발에 들어간 비용 13억 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표 콜라보가 트렌드가 돼 넘쳐나는 시대, 곰표맥주 사건은 과제를 남겼습니다.
![]() 김은정/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상표권이 정말 막강한 경제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건이고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이런 상표권 (계약 사례)와 같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명확하게 규율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
이강일/ 국회의원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조치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콜라보 (사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지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 문제를 좀 비상하게 좀 바라보려고 하고요. 입법이 가능한 부분도 정교하게 한 번 더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상표 계약에서도 영업비밀 요구, 거래 배제와 같은 지위 남용 유형을 관련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은 물론, 계약 갱신 때 일방적인 경쟁입찰 전환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경쟁입찰 전환은) 갑은 경제적 이익을 볼 수밖에 없고, 을은 자신이 개발에 썼던 노력과 비용을 보상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구조인 거죠. 사실 갑의 편에서는 가장 편리하게 을의 기술 그리고 이후의 거래 비용을 싸게 만드는 방법이죠. |
곰표맥주 브루마스터에겐 상처가 남았습니다.
![]() 김희상/브루마스터 비도덕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헤어질 때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가 성과를 못 냈거나 문제가 있거나. 대한제분도 굉장히 홍보됐고 곰표맥주가 화제가 됐는데 그러한 성공을 가져다준 회사를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갔어요. |
대한제분은 최근 세븐브로이에 합의안을 전달했습니다.
배상 30억 원, 그리고 올해 말 제주맥주와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곰표맥주 시즌3의 상표 사용 계약을 하자는 거였습니다.
세븐브로이는 터무니없는 합의안으로 국회를 배제한 채 합의할 수 없다며 지난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곰표맥주 #대한제분 #세븐브로이 #수제맥주 #콜라보 #상표
취재:송명희
촬영:이상원, 최석규, 김경민, 강우용, 설태훈
편집:최정연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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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곰표맥주’ 브루마스터의 수첩
-
- 입력 2025-06-08 23:13:32
![]() 원부자재 선정부터 레시피 공정 개발하고 관능 테스트해서 전 공정 다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
![]() 체코 브루마스터한테 기술 배우고, 스스로 연구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경력은 20년 정도 됩니다. |
![]() 수제 맥주를 대중화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전국 맥주 만들어서 대중들이 수제 맥주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보자. |

수제 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
중견기업 대한제분의 콜라보 제안은 양쪽 모두에게 기회였습니다.

세븐브로이의 맥주에 ‘곰표’ 상표를 쓰고 대한제분은 사용료를 받는 협업.
‘곰표밀맥주’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품귀·품절 상태는 구매 욕구를 더 부추겼습니다.
출시 직후 대한제분의 주가는 치솟았고, 이듬해 세븐브로이의 매출은 400억 원 대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2020.6.16 뉴스데스크) “요즘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2021.8.16 KBS 뉴스) “국산 수제맥주의 성장세도 가파른데요.” |
수제 맥주 시장도 덩달아 전성기를 맞습니다.
![]() 서왕진/ 국회의원 그런 핵심 영업비밀을 대한제분의 요청에 순순히 넘겨준 이유가 무엇입니까.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 저희가 거부를 많이 했습니다. 거부를 하다가 주게 됐습니다.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 수출에 필요해서 소정의 자료는 저희가 받았으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협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던 두 기업의 대표는 국정감사장에서 증인으로 만났습니다.
곰표맥주를 개발한 브루마스터 김희상 씨.
그가 매년 써 온 수첩에는 수제 맥주 개발과 제조 과정이 기록돼 있습니다.
![]() 김희상/브루마스터 후배들은 나중에 나처럼 고생하지 않게 이걸 알려주고 교육도 해주고 그래야겠다 싶어서... |
곰표맥주 출시 과정도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대한제분의 밀가루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부터 밀맥주로 스타일을 잡고, 사용할 효모와 과일 향을 내는 첨가물에 대한 고민까지.
김희상/ 브루마스터 원부자재 같은 경우는 수입 제품들이 많다 보니까 배로 오는 것도 있고 (납품) 날짜가 빠듯해서 제품의 완성도는 100% 지켜내면서 거기에 날짜를 맞추는 거 그런 것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
수제 맥주를 공장 양산시스템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데 반년이 걸렸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샘플을 만들었을 때 ‘좋다’ 했던 맥주들이 실제로 본 (생산) 설비에 올라갔을 때 그렇게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엔 공정을 바꿔야 합니다. (개발에) 아마 6~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보통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
하지만 3년 만에 생산을 멈춰야 했습니다.
협업을 먼저 제안했던 대한제분이 계약 기간 만료를 석 달 남짓 앞두고 돌연 경쟁입찰을 통보했습니다.
![]() 김재경/ 세븐브로이 전무이사 (곰표맥주는) 처음부터 입찰을 통해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저희가 유통하고 저희가 판매하는 시스템에서 IP(상표)만 대한제분이 빌려준 형태였거든요. 그걸 성공시켜 놨더니 갑자기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
그리고 두 달 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에 계약 갱신이 아닌 종료를 선언합니다.
대한제분은 왜 곰표맥주의 매출이 오르던 시점에 협업 중단을 선택했을까.
그날, 당사자들의 대화입니다.
(2023년2월21일 대한제분·세븐브로이 회의록) 김OO/대한제분 상무(음성대역) (곰표 이미지가) 소비자 관점에서 피로도가 증가했고요, 곰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을 해보자. 그거에 대한 원년을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결론을 냈습니다. 김강삼/세븐브로이 대표(음성대역) 곰표(맥주)는 타사하고 (계속)합니까. 김OO/대한제분 상무(음성대역)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
이 자리엔 대한제분 송인석 대표도 있었습니다.
![]()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음성대역) 저희가 여러 가지 마케팅 차원, 브랜드 이미지 제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검토도 할 겸 해서 진행한 것이고 그런 다음에 어디라고 딱 결론을 낸 것은 아니고 아직까지 여러 가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곰표맥주 의존도가 높았던 세븐브로이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김재경/ 세븐브로이 전무이사 곰표(맥주)의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97%까지 올라갔었기 때문에 대단히 힘든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대한제분이 새로 선택한 사업자는 제주맥주.
그러나 출시된 곰표맥주 시즌2는 대한제분의 설명과는 외견부터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재경/ 세븐브로이 전무이사 사실 그때 생각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혼란밖에는 생각이 안 납니다. 전략이고 뭐고 없었습니다. 그게 똑같이 나와버리니까. 더 충격이 컸죠. |
브루마스터 김 씨, 계약 갱신을 거절당하고도 기대가 있었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기술자로서) 처음에는 공정한 경쟁에서 졌다고 생각했어요. 곰표맥주가 워낙 강렬한 맥주인데 이런 스타일 말고 어떤 스타일로 또 새롭게 나올까. |
그러나 기대는 무너졌고, 김 씨는 분노했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생산)을 끝내고 ‘시즌2’는 우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가겠다. 좋습니다. 그럴 수 있죠. 그거는 그들의 선택이니까. 이건 시즌1이랑 시즌2랑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서... |
그리고 이른바 ‘레시피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대한제분은 곰표맥주 시즌1과 시즌2가 전혀 다른 맥주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한 언론이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제가 밀맥주에 쓰는 효모를 안 썼거든요. (독일식 밀맥주 효모는) 향이나 맛이 국내 소비자들한테 호불호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곰표밀맥주를 디자인할 때 전통 밀맥주 효모는 안 쓰겠다고 생각하고 개발을 시작했거든요. |

김 씨가 곰표맥주에 사용한 효모, 'BE-134', 프랑스 업체가 생산하는 양조용 효모입니다.
업체 홈페이지에도 탄산 함유량이 높고 과일향이 강한 '세종'스타일 맥주에 쓴다고 돼 있습니다.
이 효모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는 한 곳.
효모수입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이걸 세종 만드는 데 안 쓰고 휘트 에일(밀맥주)에 사용한 사례는 아무튼 곰표가 처음이었고요. |
그런데, 곰표 밀맥주 시즌2도 이 효모를 똑같이 사용합니다.
효모수입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제주맥주가 발주해서 공급받아 간 건 언제가 처음이었는지 확인이 가능한가요?) 그거는 그쪽 정보라 저희가 확인해 드리기는 좀 어렵죠. |

곰표맥주 특유의 향을 만들어 낸 영국산 과일 추출 첨가물.
시즌2 역시 같은 수입사의 제품을 거의 같은 배합 비율로 썼습니다.
20년 경력의 김 씨가 곰표맥주 레시피와 그에 맞는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시간은 6개월.
‘시즌2’는 얼마나 걸렸을까.
‘시즌2’ 가 출시된 건 2023년 6월.

대한제분은 제주맥주가 2023년 2월 낙찰자로 선정된 뒤 독자적으로 시즌2를 개발했다고 KBS에 답했습니다.
다섯 달 가까이로 얼추 비슷하게 걸린 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정황이 확인됩니다.
세븐브로이가 낸 시즌2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대한제분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
낙찰자 선정일이 2월이 아닌 4월 11일로 돼 있습니다.
시즌2 출시까지 두 달여가 걸린 셈입니다.
제주맥주가 시즌2 생산을 맡긴 위탁 계약서를 보면 더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계약서엔 제조법, 제품배합비 등이 기재된 공정도를 첨부한 거로 돼 있습니다.
계약 날짜는 5월 1일.
곰표맥주 시즌2 제조업체로 선정된 뒤 20일 만에 시즌2의 제조 공정도, 이른바 레시피를 위탁 생산업체에 넘긴 겁니다.

당시 제주맥주 관계자는 입찰 전부터 곰표맥주 시즌2를 준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제주맥주 관계자(음성변조) (개발을) 그(입찰)전에 했어요. (상표 사용) 계약이 혹시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그 당시에는 곰표 맥주가 제일 잘 나갔기 때문에 그런 유사한 맥주들을 저희가 준비하고 있었죠. |
기술 유출 의혹이 나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김희상 다 알죠. 이 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근데 원료의 배합 비율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

대한제분은 곰표맥주의 ‘레시피’ 즉, 원료배합비가 포함된 품목제조보고서와 제조공정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표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로열티만 받던 대한제분.
계약 1년 뒤 곰표맥주의 매출이 늘자, 수출용을 납품받겠다며 계약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주류수출면허도 받습니다.
![]() 강지현/ 변리사 주류 판매는 대한제분 본연의 사업이 아니었잖아요. 1차 계약은 라이선스(상표권) 계약이 맞다고 보이고요. 두 번째 계약에서는 세븐브로이에 (맥주) 제조를 위탁하고 납품해달라고 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이것은 전형적인 하도급 계약으로 보입니다. |
이 과정에서 대한제분은 수출 거래처 명단과 맥주 레시피를 요구했고, 김 씨는 반대했지만 결국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과학자나 기술자한테 설계 도면을 달라 이런 거랑 똑같은 얘기니까. 협업하는 대한제분이랑 관계가 굉장히 중요했고, 저희 스스로가 몸조심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중소기업 기술 유출을 규제한 하도급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강지현/변리사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하도급법 12조 3항에 따라 기술을 제공받는 목적과 받으면서 줄 대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기재한 서면을 줘야 합니다. |

이에 대한제분은 일본 수출을 위해 해당 자료를 받은 것일 뿐 이를 제주맥주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시즌2 개발도 제주맥주가 전담했다며,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은 하도급법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 생산을 위해 2022년 30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새 공장을 지었습니다.
김강삼/세븐브로이 대표 (대한제분의) 회장, 대표이사까지 저희 공장을 방문해서 격려해 주시고 잘해보자고 말씀도 해주시고 그래서 (계약 갱신에 대해)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
그러나 계약 갱신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미 생산돼 있던 맥주 2천여 톤은 팔지 못하고 버려야 했습니다.
재고 판매 기간으로 6개월이 보장돼 있었지만, 대한제분은 계약 종료 시점에 캔과 병에 담지 않은 저장맥주를 재고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박희경/ 변호사 상대방에게 계약이 체결될 거라는 정당한 신뢰를 이쪽에서 부여한 경우는 그 신뢰에 대한 이익 배상을 해줘야 하고, 그 저장주 역시 신뢰로 인해서 지출한 비용으로 볼 수가 있거든요. |
계약 종료 당시 세븐브로이 매출의 97%는 곰표맥주였습니다.
강지현/ 변리사 세븐브로이가 특별하게 대한제분에 불이익을 가하지 않고 있고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황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논의되고 있던 것을 무마해 버리거나 단절해 버리는 경우는 부당하게 본인의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거래 거절이 될 수 있다... |
세븐브로이는 자금난 해결을 위해 공정위 신고를 취하하고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2백억 원에 가까운 손해 주장에 대한제분이 제시한 조정액은 1억 원.
사실상 손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강지현/변리사 법률 분쟁으로 가게 되면 중소기업은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회사가 도산되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
상생과 협력을 약속합니다.
![]() (2024.10.25.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 박상혁/ 위원 그러니까 빨리 개선 조치를 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십시오, 증인.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 예, 알겠습니다. 좋은 합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국회가 중재해 세븐브로이의 손해 주장을 검증한 보고서입니다.
![]() 이강일/ 국회의원 갑과 을이 다 동의하는 그런 기관을 통해서 손해를 사정하자고 얘기가 나왔고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관을 선정하고 또 어떤 부분들을 어떤 항목들을 피해 항목에서 산정을 해서 계산해 낼 거냐까지도 합의가 돼 있는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된 거고요. |

영수증 등 증빙을 통해 검증된 손해는 모두 68억 원.
저장맥주 폐기로 외주 업체에 물어줘야 하는 25억 원, 곰표맥주 개발에 들어간 비용 13억 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표 콜라보가 트렌드가 돼 넘쳐나는 시대, 곰표맥주 사건은 과제를 남겼습니다.
![]() 김은정/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상표권이 정말 막강한 경제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건이고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이런 상표권 (계약 사례)와 같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명확하게 규율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
이강일/ 국회의원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조치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콜라보 (사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지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 문제를 좀 비상하게 좀 바라보려고 하고요. 입법이 가능한 부분도 정교하게 한 번 더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상표 계약에서도 영업비밀 요구, 거래 배제와 같은 지위 남용 유형을 관련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은 물론, 계약 갱신 때 일방적인 경쟁입찰 전환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경쟁입찰 전환은) 갑은 경제적 이익을 볼 수밖에 없고, 을은 자신이 개발에 썼던 노력과 비용을 보상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구조인 거죠. 사실 갑의 편에서는 가장 편리하게 을의 기술 그리고 이후의 거래 비용을 싸게 만드는 방법이죠. |
곰표맥주 브루마스터에겐 상처가 남았습니다.
![]() 김희상/브루마스터 비도덕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헤어질 때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가 성과를 못 냈거나 문제가 있거나. 대한제분도 굉장히 홍보됐고 곰표맥주가 화제가 됐는데 그러한 성공을 가져다준 회사를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갔어요. |
대한제분은 최근 세븐브로이에 합의안을 전달했습니다.
배상 30억 원, 그리고 올해 말 제주맥주와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곰표맥주 시즌3의 상표 사용 계약을 하자는 거였습니다.
세븐브로이는 터무니없는 합의안으로 국회를 배제한 채 합의할 수 없다며 지난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곰표맥주 #대한제분 #세븐브로이 #수제맥주 #콜라보 #상표
취재:송명희
촬영:이상원, 최석규, 김경민, 강우용, 설태훈
편집:최정연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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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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