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대 투입’은 권력남용…민주주의 위협할 나쁜 선례”

입력 2025.06.10 (10:34) 수정 2025.06.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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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이민자 단속에 대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군대를 투입한 것에 대해 유력지들이 일제히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규범을 넘어서는 월권이며 혼란을 유발하려는 계산된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여타의 정책 반대 시위에도 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 시각 9일 ‘LA에서의 트럼프의 힘 과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주지사인 개빈 뉴섬의 강력한 반대에도 LA에 주방위군을 파견한 결정은 그의 격동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심각한 사건 중 하나”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행정권의 경계를 확대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이며, 캘리포니아처럼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에 저항하려는 다른 주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습니다.

FT는 지난 8일 주방위군 300여명이 투입된 이후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군대와 충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연방 정부의 개입은 대결을 유발하고 혼란의 모습을 그리려는 계산된 조치로 보였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자극하고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 이민자들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범죄자라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FT는 “어떤 경우든 트럼프의 결정은 연방 권한을 충격적으로 남용한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이 어떤 주에 연방군 배치를 지시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선례를 남기고, 민주당이 권한을 잡은 다른 주와 도시들이 추방을 막으려 할 경우 유사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짚었습니다. 또, 여행 금지 조치나 환경보호 조치 철회, 과학 및 대학에 대한 공격 등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정책과 관련한 시위에도 군 투입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가 LA에 군을 배치하면서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신중함을 유지하는 대신 충돌을 조장하려는 듯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WP는 “주 방위군 파견은 예상대로 시위대의 분노를 고조시켰고 경찰, 군인과의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다”면서 “안타깝게도 일부 시위대는 폭력 행위를 저지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이 분명히 바라는 대립 상황을 조성한다”고 분석했습니다. WP는 “TV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것은 트럼프가 시위대를 침략자로 묘사할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의 LA 군대 파견은 진짜 비상사태’라는 사설에서 LA는 시위를 대부분 통제하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투입) 명령은 역사적 근거가 없고 허위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예방하려고 했던 혼란을 이미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NYT는 “역대 대통령들은 국내에서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우려와 그런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미국 내부에 군대를 배치한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의회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가디언도 칼럼에서 “트럼프가 취임했을 때 모두가 두려워했던 시나리오였다”면서 민주당 지지 지역은 이민자 추방 당국이 들이닥치자 도덕적 의무감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폭력적 대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 투입의 구실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가디언은 “이는 궁극적으로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의 대립으로 이어져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결국 내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예전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투입으로 감세 법안을 놓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벌인 불화에 쏠린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데도 성공했다면서 “이 위대한 쇼맨은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의 확장, 민주주의적 규범의 저해가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를 두고 법학자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군대를 동원한 것은 질서 회복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익을 보기 위한 대결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방 전쟁이 시작된다’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명령할 권한이 있다면서 백악관이 ‘폭력적인 폭도’와 ‘불법 범죄자들의 침입’을 근거로 군 투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미리 마련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간절히 원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WSJ은 이번 사태를 ‘미국 이민 정치의 비극’으로 규정했지만, 그 원인에는 전임 민주당 정부의 부실한 이민정책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사실상의 국경 개방 정책은 혼란과 비용을 초래해 이민 논쟁을 더욱 악화시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그렇듯 도를 넘을 수는 있지만 민주당은 그에게 정치적 기회를 준 자신들을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 출처 :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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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0 10:34:27
    • 수정2025-06-10 10:37:31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이민자 단속에 대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군대를 투입한 것에 대해 유력지들이 일제히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규범을 넘어서는 월권이며 혼란을 유발하려는 계산된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여타의 정책 반대 시위에도 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 시각 9일 ‘LA에서의 트럼프의 힘 과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주지사인 개빈 뉴섬의 강력한 반대에도 LA에 주방위군을 파견한 결정은 그의 격동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심각한 사건 중 하나”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행정권의 경계를 확대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이며, 캘리포니아처럼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에 저항하려는 다른 주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습니다.

FT는 지난 8일 주방위군 300여명이 투입된 이후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군대와 충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연방 정부의 개입은 대결을 유발하고 혼란의 모습을 그리려는 계산된 조치로 보였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자극하고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 이민자들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범죄자라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FT는 “어떤 경우든 트럼프의 결정은 연방 권한을 충격적으로 남용한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이 어떤 주에 연방군 배치를 지시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선례를 남기고, 민주당이 권한을 잡은 다른 주와 도시들이 추방을 막으려 할 경우 유사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짚었습니다. 또, 여행 금지 조치나 환경보호 조치 철회, 과학 및 대학에 대한 공격 등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정책과 관련한 시위에도 군 투입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가 LA에 군을 배치하면서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신중함을 유지하는 대신 충돌을 조장하려는 듯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WP는 “주 방위군 파견은 예상대로 시위대의 분노를 고조시켰고 경찰, 군인과의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다”면서 “안타깝게도 일부 시위대는 폭력 행위를 저지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이 분명히 바라는 대립 상황을 조성한다”고 분석했습니다. WP는 “TV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것은 트럼프가 시위대를 침략자로 묘사할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의 LA 군대 파견은 진짜 비상사태’라는 사설에서 LA는 시위를 대부분 통제하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투입) 명령은 역사적 근거가 없고 허위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예방하려고 했던 혼란을 이미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NYT는 “역대 대통령들은 국내에서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우려와 그런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미국 내부에 군대를 배치한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의회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가디언도 칼럼에서 “트럼프가 취임했을 때 모두가 두려워했던 시나리오였다”면서 민주당 지지 지역은 이민자 추방 당국이 들이닥치자 도덕적 의무감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폭력적 대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 투입의 구실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가디언은 “이는 궁극적으로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의 대립으로 이어져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결국 내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예전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투입으로 감세 법안을 놓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벌인 불화에 쏠린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데도 성공했다면서 “이 위대한 쇼맨은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의 확장, 민주주의적 규범의 저해가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를 두고 법학자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군대를 동원한 것은 질서 회복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익을 보기 위한 대결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방 전쟁이 시작된다’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명령할 권한이 있다면서 백악관이 ‘폭력적인 폭도’와 ‘불법 범죄자들의 침입’을 근거로 군 투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미리 마련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간절히 원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WSJ은 이번 사태를 ‘미국 이민 정치의 비극’으로 규정했지만, 그 원인에는 전임 민주당 정부의 부실한 이민정책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사실상의 국경 개방 정책은 혼란과 비용을 초래해 이민 논쟁을 더욱 악화시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그렇듯 도를 넘을 수는 있지만 민주당은 그에게 정치적 기회를 준 자신들을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 출처 :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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