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찬 씨는 지난 2023년 소규모로 출판업을 시작했습니다. 전자책 중심으로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누구나 자비 출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전자책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고 등록하고 홍보하는 데 업무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간하는 책이 많아지자, 일도 늘어나 점차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종찬/ 출판사 '작가와' 대표 책에 대한 정보를 서점 사이트에 상품 분류부터 책 소개, 저자, 역자, 목차 이런 거를 하나하나 전부 다 이제 수작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이제 한 10권 20권까지는 '복사, 붙여넣기' 하면 되는데, 이게 30건 넘어가는 순간 버거워져요. 그런데 주말 지나면 50권 60권 70권 이런 식으로 책이 몰리고, 연휴라도 껴 있으면 100권 넘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 데다 이게 시간 들여서 하는 거와 별개로 실수할 때도 있고, 그래서 이거는 이렇게 계속 두면 안 되겠다. 우리가 이거는 계속할 수가 없겠다.. |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동화 프로그램이었지만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 맡겨보려고 해도 출판사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향후 프로그램을 유지 보수해야 하는 것도 부담되는 상황에서 챗GPT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 언어를 하나도 다룰 줄 모르지만, 챗GPT와 대화하며 요구 사항을 하나하나 지시했습니다. 오류가 날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차 물어보면서 프로그램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정종찬/ 출판사 '작가와' 대표 먼저 배경 정보를 주고요. "나는 엑셀의 도서 정보를 바탕으로 OOOO 서점 웹사이트에 데이터 업로드를 하고 있어. 이걸 파이썬으로 자동화하려고 해. OOOO서점의 엘리먼트 데이터는 내가 찾아줄 수 있으니 첨부 파일을 참고하여 파이썬 코드를 설계해 줘." 이렇게 해놓고요. … 오류가 나는 상황들에 대해서 챗GPT한테 또 물어보고, "이거 왜 그런 거야? 원인 파악하고 알려줘" 하면 고쳐주고. |
이렇게 만든 자동화 프로그램은 출간 책에 대해 꼭 입력해야 하는 정보들을 각각의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양식에 맞게 순식간에 입력해 주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 밖에도 홈페이지 제작이나 책 홍보 등의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도 생성형 AI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직원들의 업무 시간도 크게 단축이 됐고, 덕분에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고도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산성은 높이면서 비용은 줄일 수 있게 된 겁니다.
정종찬/ 출판사 '작가와' 대표 이거 책 하나 입력하려고 하면 그럼 못 해도 아무리 빨리빨리 해도 2~3분은 걸리거든요. 그러면 10개만 해도 30분이고, 50개면 150분이잖아요. 근데 지금은 하나 하는데 15초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면 120초, 대략 잡아도 10분의 1, 9분의 1 이 정도로 시간 단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
■ 이미 생성형 AI도구의 생산성 혁명은 진행 중
생성형 AI 도구를 업무에 쓰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챗GPT에 문서나 발표 자료를 맡기는 것은 기초적인 수준입니다. 키포인트는 생성형 AI도구와 다른 디지털 업무 도구들을 연계해 기존의 단순 업무들을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지피터스'는 이런 생성형AI 도구의 다양한 활용법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벌써 16기째에 이르는 온라인 스터디 그룹을 통해 다양한 자동화 방법을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주말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누군가의 AI 활용 비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 모임에서 만난 건설 회사 대표 김길호 씨도 생성형 AI도구를 통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에게 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오라고 시켰었는데, 스스로 직접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스터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길호/ 에스유디자인 대표 제가 배우고 제가 좀 알게 되니까 이제 직원들에게 좀 전파 속도가 좀 더 빨라지고 그래서,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이런 것들은 비약적으로 늘었고요. 일반 행정이나 복사-붙여넣기 같은 경우는 거의 90% 이상 줄었고요. 일반 행정 부분의 문서 작성이나 엑셀 같은 경우도 우리가 일일이 손으로 쳐서 하나하나 만들던 거를 수십 페이지짜리를 한 5분 10분 만에 생산해 내든가 이런 것들이죠. 사실 뭐 연봉 몇천만 원짜리가 하루 종일 양식 만들고 앉아서 이틀 사흘씩 새면, 그전에는 그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야근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은 비약적으로 줄어서 예전에 2~3일씩 걸리던 거를 30분 이내에 끝내는 이런 일은 일상으로 일어나는 변화인 것 같아요. |
김 대표는 비약적으로 늘어난 생산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김길호 / 에스유디자인 대표 내년부터는 저희도 이렇게 가면 주 4일제까지 갈 수 있겠다고 지금 생각하고 추진하고 있고요. 지금 5일제 근무에서 하반기 때는 4.5일제, 내년에는 주 4일제로 가보자 하고 직원들하고 좀 목표를 세워서 한번 하고 있고요. |
생성형AI도구 덕분에 생긴 높은 생산성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인력에 드는 비용을 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고용정보원 "2027년, 직업의 43.5%가 생성형 AI에 의한 대체 고위험군"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4월 국내 520개 직업을 대상으로 델파이 연구를 통해 생성형 AI에 의한 직무 대체율을 추정해 그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백분율로 계산한 이 추정치에서 AI 직무대체율이 70%를 넘는 고위험군 직업은 2024년 기준으로 패턴사(71.6%) 하나였습니다. 중위험군(30~70%)에 해당하는 직업이 399개, 저위험군(30% 미만)도 120개나 됐습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7년의 전망치는 크게 바뀝니다. AI 직무대체율 70% 이상의 고위험군 직업 수는 226개로 크게 늘어나고 저위험군 직업은 8개밖에 남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고위험군 직업의 비율은 2024년 0.2%에서 43.5%로 가파르게 높아집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특히 화이트칼라 직업의 위기가 더 심각한데, 2024년 화이트칼라 직무 중 고위험군에 들어가는 직업은 하나도 없었지만 2027년에는 화이트칼라 직업의 55.1%가 고위험군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화이트칼라 직종 중 저위험군 직업은 1개뿐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히 숙련도가 낮은 사회 초년생, 저연차 직업이 당장 AI도구에 대체될 위험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자의 경우 이미 생성형 AI도구가 3년~5년 차 정도 개발자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자료를 찾는다거나 간단한 문서 작업과 같은 보조적인 업무도 AI도구가 거뜬히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혜정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예를 들어 웹툰 같은 경우에는 페인트통 붓기라고 해서 좀 밑색을 칠하는 작업 같은 경우가 있거든요. 그거를 그동안은 보조 인력들이 해줬어요. 좀 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그 보조 인력들이 그런 걸 해 줌으로 인해서 많은 작가들이 그걸 할 시간을 줄이고 데생이라든가 후반 작업 이런 걸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보조 인력이 필요가 없게 됐죠. |
김덕진 / 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제 주변에도 스타트업을 하는 대표님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대표님들 중에서 원래 개발을 하시다가 대표가 되신 분들이 있어요. 본인이 직접 예전처럼 AI와 함께 코딩을 해봤더니 정말 본인 혼자서 주니어 3명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럼 그렇게 됐을 때 당연히 경영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는 주니어를 뽑지 않거나 아니면 거기에 있는 인력들을 줄이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적인 사례로 나타나고 있고, 제가 그런 얘기들을 좀 많이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반대로 경험과 경력이 쌓인 시니어 인력의 경우 생성형 AI는 유용해지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주는 혁명적인 도구입니다. AI가 시니어 인력에게는 유용하고 충직한 도구인 데 반해, 주니어 인력에게는 자신을 대체하는 경쟁자인 셈입니다. 문제는 주니어 인력도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유능한 시니어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텐데, AI 도구에 쉽게 대체돼 경력 쌓을 기회를 잃게 되면 시간이 지나 결국 인력 전체의 퇴보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혜정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단순 작업 같은 경우에 대체돼도 되느냐', 그렇지 않은 게 그 보조 인력들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지망생들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 지망생들이 쉽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쉽게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거죠. 이런 건 정말 문제이기는 해요. 초반부터 키워야 하는 인력들을 그냥 바로바로 AI로 대체를 해버리면 그 친구들이 아예 크지 못하기 때문에 인력의 종자를, 정말 씨를 말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
박태웅 / 녹서포럼 대표 그러니까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서 사회가 기여를 해줘야 합니다. 취업에 대한 보조금이 있든지 노동시간을 확 줄여서 괜찮은 일자리를 잘게 잘라서 나눠 가지든지 그러니까 사회적 안전판을 만드는데 AI가 만든 생산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
■ "생성형 AI도구는 역량의 증폭기"…유능/무능의 격차 더 벌어진다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주는 파장은 또 있습니다. 누구나 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의 혜택을 골고루 받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노동자 사이의 역량 격차, 성과 격차를 더 비약적으로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박태웅/ 녹서포럼 대표 AI는 명백히 증폭기예요. 능력을 증폭해 줍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역량에 따라 증폭되는 비율이 달라져요. 일반 개발자들은 자기 효율이 한 30% 40% 올라갔다고 얘기를 해요. 그런데 슈퍼 개발자를 만나서 얘기를 하면 자기 같은 사람이 한 30명~50명 생긴 것 같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증폭되는 비율이 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증폭한다. 그러니까 이런 점에서도 사회적인 격차가 확대될 수 있는 어떤 그런 매개체가 되는 거죠. |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생성형 AI는 누구나 클릭만 하면 80점짜리 결과물을 주기 때문에 결국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걸 행복하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3년 정도가 지나니까 기본이 80점이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안타깝지만, 상대적 평가에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이 80점이 된 세상에서 과연 그들의 능력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최근 연구를 봤더니 원래 그 일을 탁월하게 하는 사람들은 AI를 통해서 90점 95점으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원래 그 일에서 능력이 떨어졌던 사람은 추가적인 점수를 많이 못 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시키는 이런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
AI도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혹은 AI 시대에 크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간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역량을 더 단련하고 키우는 것이 AI도구의 활용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을 편하고 쉽게 만들어주는 혁명적인 도구가 등장했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결국은 사람의 역량이 우선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체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음입니다.

■ AI 시대의 역설, '사람다움'의 중요성
김덕진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AI를 어떤 사람이 잘 쓰는가라는 것들을 봤더니 실제로 본인의 일에 상당히 자부심이 있고 그러니까 내가 일을 잘한다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AI를 쓰면 오히려 효과가 좋다는 거예요. 왜냐 봤더니 그 사람들은 AI를 별로 안 믿습니다. AI가 나오는 내용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봐요. 그래서 AI가 주는 결과물을 바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너 이거 진짜야? 이거 맞아?’라고 하면서 비판적으로 쓰니까 오히려 효과를 더 거둔다는 거예요. |
전혜정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정치인이나 아니면 다른 어떤 AI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AI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하면서 AI만 쓰면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뛰어넘을 거라고 하면서 'AI 교육을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반대하는 게 AI를 쓸 줄 아는 실력이 없으면 AI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AI에게 의존하면 자기 손으로 그 디테일을 다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AI가 뭘 갖다줘도 그 차이를 알 수가 없게 돼요. 그러면 결국은 제일 먼저 교체되는 사람이 되고 대체되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AI가 갖다주는 결과의 차이를 잘 모르겠고 검수를 해도 피드백을 주지 못하겠다면, 아예 쓰지 않는 게 낫습니다. |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은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과는 다른 대응을 인류에게 요구합니다. 생성형 AI도구가 전례 없이 우리 삶의 편리함과 일의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여줄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수혜를 온전히 받기 위해선 사람이 사람으로서 더 부지런해지고 더 노력하고 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람으로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AI가 가져올 세상도 유토피아가 될 수도, 소수가 혜택을 독점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생성형AI #생산성 #노동 #근로시간 #인력대체 #KBS #더보다
취재:이광열
촬영기자:오광택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채희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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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일 돕는 AI, 일 뺏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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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6-15 23:10:32
정종찬 씨는 지난 2023년 소규모로 출판업을 시작했습니다. 전자책 중심으로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누구나 자비 출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전자책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고 등록하고 홍보하는 데 업무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간하는 책이 많아지자, 일도 늘어나 점차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종찬/ 출판사 '작가와' 대표 책에 대한 정보를 서점 사이트에 상품 분류부터 책 소개, 저자, 역자, 목차 이런 거를 하나하나 전부 다 이제 수작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이제 한 10권 20권까지는 '복사, 붙여넣기' 하면 되는데, 이게 30건 넘어가는 순간 버거워져요. 그런데 주말 지나면 50권 60권 70권 이런 식으로 책이 몰리고, 연휴라도 껴 있으면 100권 넘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 데다 이게 시간 들여서 하는 거와 별개로 실수할 때도 있고, 그래서 이거는 이렇게 계속 두면 안 되겠다. 우리가 이거는 계속할 수가 없겠다.. |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동화 프로그램이었지만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 맡겨보려고 해도 출판사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향후 프로그램을 유지 보수해야 하는 것도 부담되는 상황에서 챗GPT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 언어를 하나도 다룰 줄 모르지만, 챗GPT와 대화하며 요구 사항을 하나하나 지시했습니다. 오류가 날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차 물어보면서 프로그램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정종찬/ 출판사 '작가와' 대표 먼저 배경 정보를 주고요. "나는 엑셀의 도서 정보를 바탕으로 OOOO 서점 웹사이트에 데이터 업로드를 하고 있어. 이걸 파이썬으로 자동화하려고 해. OOOO서점의 엘리먼트 데이터는 내가 찾아줄 수 있으니 첨부 파일을 참고하여 파이썬 코드를 설계해 줘." 이렇게 해놓고요. … 오류가 나는 상황들에 대해서 챗GPT한테 또 물어보고, "이거 왜 그런 거야? 원인 파악하고 알려줘" 하면 고쳐주고. |
이렇게 만든 자동화 프로그램은 출간 책에 대해 꼭 입력해야 하는 정보들을 각각의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양식에 맞게 순식간에 입력해 주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 밖에도 홈페이지 제작이나 책 홍보 등의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도 생성형 AI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직원들의 업무 시간도 크게 단축이 됐고, 덕분에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고도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산성은 높이면서 비용은 줄일 수 있게 된 겁니다.
정종찬/ 출판사 '작가와' 대표 이거 책 하나 입력하려고 하면 그럼 못 해도 아무리 빨리빨리 해도 2~3분은 걸리거든요. 그러면 10개만 해도 30분이고, 50개면 150분이잖아요. 근데 지금은 하나 하는데 15초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면 120초, 대략 잡아도 10분의 1, 9분의 1 이 정도로 시간 단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
■ 이미 생성형 AI도구의 생산성 혁명은 진행 중
생성형 AI 도구를 업무에 쓰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챗GPT에 문서나 발표 자료를 맡기는 것은 기초적인 수준입니다. 키포인트는 생성형 AI도구와 다른 디지털 업무 도구들을 연계해 기존의 단순 업무들을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지피터스'는 이런 생성형AI 도구의 다양한 활용법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벌써 16기째에 이르는 온라인 스터디 그룹을 통해 다양한 자동화 방법을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주말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누군가의 AI 활용 비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 모임에서 만난 건설 회사 대표 김길호 씨도 생성형 AI도구를 통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에게 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오라고 시켰었는데, 스스로 직접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스터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길호/ 에스유디자인 대표 제가 배우고 제가 좀 알게 되니까 이제 직원들에게 좀 전파 속도가 좀 더 빨라지고 그래서,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이런 것들은 비약적으로 늘었고요. 일반 행정이나 복사-붙여넣기 같은 경우는 거의 90% 이상 줄었고요. 일반 행정 부분의 문서 작성이나 엑셀 같은 경우도 우리가 일일이 손으로 쳐서 하나하나 만들던 거를 수십 페이지짜리를 한 5분 10분 만에 생산해 내든가 이런 것들이죠. 사실 뭐 연봉 몇천만 원짜리가 하루 종일 양식 만들고 앉아서 이틀 사흘씩 새면, 그전에는 그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야근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은 비약적으로 줄어서 예전에 2~3일씩 걸리던 거를 30분 이내에 끝내는 이런 일은 일상으로 일어나는 변화인 것 같아요. |
김 대표는 비약적으로 늘어난 생산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김길호 / 에스유디자인 대표 내년부터는 저희도 이렇게 가면 주 4일제까지 갈 수 있겠다고 지금 생각하고 추진하고 있고요. 지금 5일제 근무에서 하반기 때는 4.5일제, 내년에는 주 4일제로 가보자 하고 직원들하고 좀 목표를 세워서 한번 하고 있고요. |
생성형AI도구 덕분에 생긴 높은 생산성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인력에 드는 비용을 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고용정보원 "2027년, 직업의 43.5%가 생성형 AI에 의한 대체 고위험군"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4월 국내 520개 직업을 대상으로 델파이 연구를 통해 생성형 AI에 의한 직무 대체율을 추정해 그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백분율로 계산한 이 추정치에서 AI 직무대체율이 70%를 넘는 고위험군 직업은 2024년 기준으로 패턴사(71.6%) 하나였습니다. 중위험군(30~70%)에 해당하는 직업이 399개, 저위험군(30% 미만)도 120개나 됐습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7년의 전망치는 크게 바뀝니다. AI 직무대체율 70% 이상의 고위험군 직업 수는 226개로 크게 늘어나고 저위험군 직업은 8개밖에 남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고위험군 직업의 비율은 2024년 0.2%에서 43.5%로 가파르게 높아집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특히 화이트칼라 직업의 위기가 더 심각한데, 2024년 화이트칼라 직무 중 고위험군에 들어가는 직업은 하나도 없었지만 2027년에는 화이트칼라 직업의 55.1%가 고위험군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화이트칼라 직종 중 저위험군 직업은 1개뿐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히 숙련도가 낮은 사회 초년생, 저연차 직업이 당장 AI도구에 대체될 위험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자의 경우 이미 생성형 AI도구가 3년~5년 차 정도 개발자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자료를 찾는다거나 간단한 문서 작업과 같은 보조적인 업무도 AI도구가 거뜬히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혜정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예를 들어 웹툰 같은 경우에는 페인트통 붓기라고 해서 좀 밑색을 칠하는 작업 같은 경우가 있거든요. 그거를 그동안은 보조 인력들이 해줬어요. 좀 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그 보조 인력들이 그런 걸 해 줌으로 인해서 많은 작가들이 그걸 할 시간을 줄이고 데생이라든가 후반 작업 이런 걸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보조 인력이 필요가 없게 됐죠. |
김덕진 / 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제 주변에도 스타트업을 하는 대표님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대표님들 중에서 원래 개발을 하시다가 대표가 되신 분들이 있어요. 본인이 직접 예전처럼 AI와 함께 코딩을 해봤더니 정말 본인 혼자서 주니어 3명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럼 그렇게 됐을 때 당연히 경영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는 주니어를 뽑지 않거나 아니면 거기에 있는 인력들을 줄이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적인 사례로 나타나고 있고, 제가 그런 얘기들을 좀 많이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반대로 경험과 경력이 쌓인 시니어 인력의 경우 생성형 AI는 유용해지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주는 혁명적인 도구입니다. AI가 시니어 인력에게는 유용하고 충직한 도구인 데 반해, 주니어 인력에게는 자신을 대체하는 경쟁자인 셈입니다. 문제는 주니어 인력도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유능한 시니어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텐데, AI 도구에 쉽게 대체돼 경력 쌓을 기회를 잃게 되면 시간이 지나 결국 인력 전체의 퇴보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혜정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단순 작업 같은 경우에 대체돼도 되느냐', 그렇지 않은 게 그 보조 인력들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지망생들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 지망생들이 쉽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쉽게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거죠. 이런 건 정말 문제이기는 해요. 초반부터 키워야 하는 인력들을 그냥 바로바로 AI로 대체를 해버리면 그 친구들이 아예 크지 못하기 때문에 인력의 종자를, 정말 씨를 말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
박태웅 / 녹서포럼 대표 그러니까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서 사회가 기여를 해줘야 합니다. 취업에 대한 보조금이 있든지 노동시간을 확 줄여서 괜찮은 일자리를 잘게 잘라서 나눠 가지든지 그러니까 사회적 안전판을 만드는데 AI가 만든 생산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
■ "생성형 AI도구는 역량의 증폭기"…유능/무능의 격차 더 벌어진다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주는 파장은 또 있습니다. 누구나 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의 혜택을 골고루 받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노동자 사이의 역량 격차, 성과 격차를 더 비약적으로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박태웅/ 녹서포럼 대표 AI는 명백히 증폭기예요. 능력을 증폭해 줍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역량에 따라 증폭되는 비율이 달라져요. 일반 개발자들은 자기 효율이 한 30% 40% 올라갔다고 얘기를 해요. 그런데 슈퍼 개발자를 만나서 얘기를 하면 자기 같은 사람이 한 30명~50명 생긴 것 같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증폭되는 비율이 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증폭한다. 그러니까 이런 점에서도 사회적인 격차가 확대될 수 있는 어떤 그런 매개체가 되는 거죠. |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생성형 AI는 누구나 클릭만 하면 80점짜리 결과물을 주기 때문에 결국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걸 행복하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3년 정도가 지나니까 기본이 80점이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안타깝지만, 상대적 평가에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이 80점이 된 세상에서 과연 그들의 능력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최근 연구를 봤더니 원래 그 일을 탁월하게 하는 사람들은 AI를 통해서 90점 95점으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원래 그 일에서 능력이 떨어졌던 사람은 추가적인 점수를 많이 못 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시키는 이런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
AI도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혹은 AI 시대에 크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간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역량을 더 단련하고 키우는 것이 AI도구의 활용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을 편하고 쉽게 만들어주는 혁명적인 도구가 등장했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결국은 사람의 역량이 우선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체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음입니다.

■ AI 시대의 역설, '사람다움'의 중요성
김덕진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AI를 어떤 사람이 잘 쓰는가라는 것들을 봤더니 실제로 본인의 일에 상당히 자부심이 있고 그러니까 내가 일을 잘한다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AI를 쓰면 오히려 효과가 좋다는 거예요. 왜냐 봤더니 그 사람들은 AI를 별로 안 믿습니다. AI가 나오는 내용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봐요. 그래서 AI가 주는 결과물을 바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너 이거 진짜야? 이거 맞아?’라고 하면서 비판적으로 쓰니까 오히려 효과를 더 거둔다는 거예요. |
전혜정 /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정치인이나 아니면 다른 어떤 AI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AI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하면서 AI만 쓰면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뛰어넘을 거라고 하면서 'AI 교육을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반대하는 게 AI를 쓸 줄 아는 실력이 없으면 AI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AI에게 의존하면 자기 손으로 그 디테일을 다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AI가 뭘 갖다줘도 그 차이를 알 수가 없게 돼요. 그러면 결국은 제일 먼저 교체되는 사람이 되고 대체되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AI가 갖다주는 결과의 차이를 잘 모르겠고 검수를 해도 피드백을 주지 못하겠다면, 아예 쓰지 않는 게 낫습니다. |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은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과는 다른 대응을 인류에게 요구합니다. 생성형 AI도구가 전례 없이 우리 삶의 편리함과 일의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여줄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수혜를 온전히 받기 위해선 사람이 사람으로서 더 부지런해지고 더 노력하고 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람으로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AI가 가져올 세상도 유토피아가 될 수도, 소수가 혜택을 독점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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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이광열
촬영기자:오광택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채희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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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the12t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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