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식량 배급소에서 또 총격…“최소 37명 사망”

이스라엘군 총격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가자지구 식량 배급소 인근에서 현지 시각 16일 또 총격이 발생해 서른 명이 넘게 숨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당국은 이날 남부 도시 라파와 중부의 GHF 배급소 등에서 총격이 발생해 최소 37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BBC는 가자 보건부를 인용해 라파와 중부 넷자림 회랑 인근 배급소 등에서 최소 30명이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새벽 식량 배급소로 몰려든 굶주린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라파 배급소 인근에 음식을 받으러 갔다는 목격자 헤바 주다와 모하메드 아베드는 AP 통신에 이스라엘군이 이날 새벽 4시쯤 라파 배급소에서 수백미터 떨어져 있는 교차로에 모인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날 가자에 운영 중인 임시 병원에 200명이 넘는 환자가 왔다고 밝혔습니다. 전날에는 이 병원에서 약 170명을 치료했으며, 이 중 많은 이들이 “식량 배급소에 접근하려다가 총에 맞아 다쳤다고 보고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초기 조사 결과 하마스 측이 주장한 사상자 수는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이 전투 지역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간밤에 의심스러운 자들이 라파 인근에서 활동 중인 이스라엘군 병력에 접근을 시도해 위험을 초래했다”면서 “이스라엘군 병력은 의심스러운 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고 사격을 포함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총격은 GHF 배급소가 최근 보안상 이유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전날 운영을 재개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벌어졌습니다. 가디언은 이날 하루 총격 사상자 수는 GHF가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GHF는 지난 11일 하마스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던 소속 직원 8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 구호물자 배급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며 설립한 GHF는 지난 달 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소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거의 매일 인근에서 총격과 인명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마스 측은 GHF가 운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배급소 인근에서 최소 300명이 숨지고 2천60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주장하는 사상자 수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하마스 무장대원 등이 먼저 이스라엘군을 위협해 경고성 사격을 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가디언은 GHF와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이 식량 배급소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한해두고 그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굶주린 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습니다. 구호 전문가들은 GHF 측이 배급 장소로 가는 경로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수천 명의 주민들이 위험 지역을 통해 배급소로 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날 라파 배급소에서 발생한 총격 사상자 대부분을 치료한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의 한 의사는 로이터 통신에 GHF의 배급 시스템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아무도 배급과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날 숨진 많은 이들이 머리 등에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GHF 배급소에 음식을 얻기 위해 갔던 아메드 파야드는 로이터에 GHF의 구호 활동이 ‘함정’이라면서 “우리는 아이들을 먹일 음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곳에 갔지만, 그곳은 함정과 죽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GHF 배급소 인근 총격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