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기증자 가족의 바람 “엄마 대신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입력 2025.06.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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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셨을 텐데요.

지난 3월, 43살 이지혜 씨도 자신의 심장과 폐, 간, 신장 양측을 기증해 5명의 환자를 구했습니다. 지혜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장과 간 이식의 경우 가족의 장기를 받기도 하지만, 심장 등 대부분의 장기는 뇌사 환자의 기증으로 이식이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뇌사 환자 가족들의 기증 동의가 필요합니다. 뇌사 환자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 속에서도 다른 가족들을 위한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지혜 씨의 가족들은 생전에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면서 나누는 삶을 실천해 온 지혜 씨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장기 기증에 동의했습니다.


뇌사 환자 가족들의 결심 덕분에 오랜 시간 장기 이식을 기다렸던 환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성 신장병 환자 이석준 씨도 또 다른 기증자 덕분에 일주일에 3번씩 4시간 넘게 혈액 투석을 받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석준 씨는 7살 무렵 진단을 받았고 혈액 투석을 시작한 지난 2011년 장기 이식 대기 등록을 했습니다. 지난해 신장을 이식받기까지 꼬박 13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온전히 투석으로만 수분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에 물조차 마음껏 마시지 못했다는 이석준 씨는 뇌사 기증자와 그 가족들 덕분에 일상의 행복을 되찾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 5천여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뇌사 기증자는 매년 채 500명이 되지 않는데, 지난해에는 의정 갈등 여파로 397명까지 줄었습니다. 400명 이하를 기록한 건 지난 2011년 368명 이후 13년 만에 처음입니다.

그렇다 보니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는 지난 10년 사이 2배 넘게 늘어 지난해엔 3천 명이 넘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와 이식 코디네이터들이 체감하는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매일, 적어도 하루걸러 울렸던 호출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현재의 부족한 인력으로 이전처럼 장기 이식 수술을 진행하거나 뇌사 추정 환자 가족들과 상담하고 동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 기증자 예우에 부족함 없도록 "어느 지역, 어느 병원에 있든 동일한 지원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기증자 예우와 기증자의 가족들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먼저 기증원은 기증을 마친 뒤 가족들이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기증자를 모실 수 있도록 이송을 지원합니다. 이호정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가족지원팀장은 "기증자께서 어느 지역, 어느 병원에 있든 예외 없이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송 지원 업무를 개선했다"면서 "권역을 넘나드는 이송도 가능하고 비용도 전부 국가가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문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가족지원팀이 장례 절차 안내, 사후 행정 절차를 돕고 가족들이 사별 후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전화나 방문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증희망등록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와 한국장기조직원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우편과 팩스, 이메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만 16살 미만인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와 함께 법정대리인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므로 등록 기관 방문을 방문해 대면으로만 등록이 가능합니다.

또한 생전에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했더라도 뇌사 판정을 받은 후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기증할 수 없으며, 희망 등록을 했더라도 언제든 철회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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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셨을 텐데요.

지난 3월, 43살 이지혜 씨도 자신의 심장과 폐, 간, 신장 양측을 기증해 5명의 환자를 구했습니다. 지혜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장과 간 이식의 경우 가족의 장기를 받기도 하지만, 심장 등 대부분의 장기는 뇌사 환자의 기증으로 이식이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뇌사 환자 가족들의 기증 동의가 필요합니다. 뇌사 환자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 속에서도 다른 가족들을 위한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지혜 씨의 가족들은 생전에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면서 나누는 삶을 실천해 온 지혜 씨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장기 기증에 동의했습니다.


뇌사 환자 가족들의 결심 덕분에 오랜 시간 장기 이식을 기다렸던 환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성 신장병 환자 이석준 씨도 또 다른 기증자 덕분에 일주일에 3번씩 4시간 넘게 혈액 투석을 받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석준 씨는 7살 무렵 진단을 받았고 혈액 투석을 시작한 지난 2011년 장기 이식 대기 등록을 했습니다. 지난해 신장을 이식받기까지 꼬박 13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온전히 투석으로만 수분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에 물조차 마음껏 마시지 못했다는 이석준 씨는 뇌사 기증자와 그 가족들 덕분에 일상의 행복을 되찾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 5천여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뇌사 기증자는 매년 채 500명이 되지 않는데, 지난해에는 의정 갈등 여파로 397명까지 줄었습니다. 400명 이하를 기록한 건 지난 2011년 368명 이후 13년 만에 처음입니다.

그렇다 보니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는 지난 10년 사이 2배 넘게 늘어 지난해엔 3천 명이 넘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와 이식 코디네이터들이 체감하는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매일, 적어도 하루걸러 울렸던 호출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현재의 부족한 인력으로 이전처럼 장기 이식 수술을 진행하거나 뇌사 추정 환자 가족들과 상담하고 동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 기증자 예우에 부족함 없도록 "어느 지역, 어느 병원에 있든 동일한 지원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기증자 예우와 기증자의 가족들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먼저 기증원은 기증을 마친 뒤 가족들이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기증자를 모실 수 있도록 이송을 지원합니다. 이호정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가족지원팀장은 "기증자께서 어느 지역, 어느 병원에 있든 예외 없이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송 지원 업무를 개선했다"면서 "권역을 넘나드는 이송도 가능하고 비용도 전부 국가가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문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가족지원팀이 장례 절차 안내, 사후 행정 절차를 돕고 가족들이 사별 후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전화나 방문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증희망등록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와 한국장기조직원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우편과 팩스, 이메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만 16살 미만인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와 함께 법정대리인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므로 등록 기관 방문을 방문해 대면으로만 등록이 가능합니다.

또한 생전에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했더라도 뇌사 판정을 받은 후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기증할 수 없으며, 희망 등록을 했더라도 언제든 철회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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