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이 쏘아올린 대전 뇌물 비리 복마전…‘부정부패’ 경우의 수는? [취재후]
입력 2025.06.20 (17:00)
수정 2025.06.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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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을 꺼내든 경찰은 곧장 비서실로 향했습니다. 혐의는 대전 서구 비서실장의 뇌물수수와 직권남용입니다. 대전 서구청 뇌물비리 사건은 이렇게 세간에 알려졌습니다.그런데 수사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에서 출발한 비리 수사는 구청 곳곳으로 향했습니다.
뇌물 사건은 칡넝쿨처럼 조직 깊숙이 뻗어 나갔고 암세포처럼 조직 곳곳에 퍼져있었습니다. 경찰이 찾아낸 조각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어졌던 부정부패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입니다.

■전임 비서실장 A의 경우
경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된 건 지난해 7월부터입니다. 비서실장 A 씨의 경우 대전 서구가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업자들은 관급공사와 구청 사업의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해 3천만 원 이상에 달하는 뇌물을 건넸고 비서실장 A 씨는 이를 받은 뒤 개입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 한여름에 한차례 진행된 압수수색은 지난해 12월 세밑 한파 속에 또 한 번 몰아쳤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3.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비서실장 A 씨는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민선 8기 지방선거를 치를 당시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인물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 2022년 민선 8기가 시작되며 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으로 옷을 갈아입고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 뇌물비리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자 지난해 7월 직위 해제가 된 뒤 11월에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비서실장 A 씨가 해임된 뒤, 서구의회에서는 추궁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대전 서구의회 본회의 자리에서 서철모 서구청장은 해당 사안에 대한 질의를 받습니다.
신혜영 대전 서구의원 “입찰비리, 금품수수 의혹으로 서구청이 부정부패의 오명을 안게 됐습니다. 본 의원이 분노하는 핵심은 어린이 교통안전시설 납품업자가 관련됐다는 내용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교통안전시설물이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중략) 제가 수사가 시작됐을 때 어린이보호구역 방호울타리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서는 직원들한테 법적으로 규정된 안전도를 다 지키고 있느냐 확인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안전도는 다 지켜졌다고 저한테 보고한 바가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대전 서구의회 구정질문 전자회의록 중 발췌 |
뇌물 사건이 터지기 1년 전, 대전에선 큰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2023년 4월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초등학생 4명을 덮친 겁니다.
이 사고로 9살 배승아 양이 숨졌고, 경찰과 자치단체는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 시설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울타리 등 시설물 등에 대한 수요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후임 비서실장 B의 경우
선거캠프 출신인 전임 비서실장이 해임되면서 지난해 11월 기술직 5급 간부 공무원 B 씨가 후임 비서실장을 맡게 됐습니다.
구청장의 바로 옆에서 청장을 보좌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특성상 대다수 공공기관은 ‘비서실장’ 자리가 승진 통로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후임 비서실장 B 씨는 보직을 맡은 지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4월 14일 교체됐습니다. 정기 인사도 아닌 상황에서 돌연 보직을 내려놓은 겁니다.
이유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들통이 났습니다. 2025년 5월 22일,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뇌물비리 혐의에 연루된 공무원과 업자들을 검찰에 송치합니다.
그런데 송치된 사람은 해임된 비서실장 A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송치된 공무원은 대전 서구와 대전시교육청 소속 전현직 공무원 8명, 그리고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업자 9명입니다.
여기에 후임 비서실장 B 씨도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함께 송치됐습니다. 민선 8기 비서실장 2명이 잇따라 뇌물비리에 연루된 겁니다.

전임 비서실장 A 씨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까지 적용됐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이보다 더 오래전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간에 걸쳐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해임됐던 A 씨와 달리 후임 비서실장 B 씨는 자신이 몸담던 기술직군의 해당 과로 돌아가 간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서철모 서구청장은 전임 비서실장의 경우 현직에 있으며 범행을 저질렀고, 후임 비서실장은 보직을 맡기 전의 일이라며 사안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비서실장 재직 중에 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경우는 다르고요. 본인은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서 사안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11일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인터뷰 중 |

■국장급 공무원 C의 경우
다수의 공무원이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뇌물비리를 저지른 혐의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대전 서구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비서실장뿐 아니라 기술직 고위급, 간부급 공무원 다수가 연루됐다는 소식에 ‘청렴과 반부패’를 기치로 내건 지방자치단체의 근간이 뒤흔들렸습니다.
불과 2년 전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 대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2등급을 받았다며 홍보한 건 다름 아닌 대전 서구였습니다.
당장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사 개시 이후에도 문제의 업체와 추가 계약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선 경찰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해 사건을 파악할 수 없었던 점을 말씀드립니다. 끝으로 송치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오는 7월 정기 인사에서 적절한 인사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더욱 투명하고 신뢰받는 서구로 거듭나겠습니다” -2025년 6월 16일 대전광역시 서구청장 서철모 입장문 중 |
경찰의 강제수사가 이뤄진 지 1년여 가까이 다 되어가고, 더욱이 지난달 검찰 송치까지 이뤄졌지만 전임 비서실장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 모두 아무런 인사조치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서철모 서구청장이 7월 정기 인사에서 인사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뇌물수수 혐의로 송치된 국장급 고위공무원 C 씨의 경우 7월 정기 인사 전인 6월 말 정년퇴임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회계와 계약 담당을 주로 맡다가 요직을 두루 거친 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인 국장급 공무원 C 씨.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아무런 인사조치 없이 정년을 모두 채우게 됐습니다.
“저희가 임의적으로 정년퇴직을 못 하게 한다든가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직위가 없잖아요. 지금.” -20215년 6월 28일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인터뷰 중 |

■교육청 공무원 D의 경우
뇌물 비리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비단 대전 서구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대전시교육청도 전현직 공무원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함께 송치되며 파문이 일었습니다.
1명은 퇴직자, 나머지 1명은 기술직군의 현직 간부 공무원입니다. 대전시교육청은 ‘교육 가족들이 불안해한다’며 입장을 밝히기는커녕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간부급 공무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상태지만 최소한의 조치인 직위해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현행 법령에는 공무원법에는 금품 비위로 조사나 수사만 받아도 직위해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3(직위해제) ①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사람 2. 파면ㆍ해임ㆍ강등ㆍ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되고 있는 사람 3.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약식명령이 청구된 사람은 제외한다) 4.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 |
이에 대해 교육청은 금품비위에 대한 직위해제에 대한 법조문은 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라 고 밝혔습니다.
임용권자인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직위해제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자체 조사에서 뇌물수수로 송치된 간부 공무원 당사자가 자신은 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직위해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직위해제 자체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요.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가 자체 조사한 결과 당사자는 혐의에 대해서 부인을, 100% 부인을 하고 있고….” -2025년 6월 11일 고영규 대전시교육청 총무과장 인터뷰 |
심지어 더 나아가 대전시교육청은 뇌물비리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최소한의 조사나 조치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전 서구의 경우 지난 16일 구청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부정행위가 구조적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인사제도와 계약제도 개선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측은 뇌물수수 혐의 송치 사건과 관련해 총무와 인사, 감사 등의 부서에서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나머지 ‘E, F, G’의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난 공무원은 8명, 그리고 뇌물을 건넨 업자는 9명입니다.
공무원에게 사업 계약 등을 이유로 뇌물을 건넨 업자는 울타리 등 구조물제조업체 대표부터 실내 건축업자 등 다양했습니다.
수수 혐의로 검찰로 넘겨진 공무원들은 다수가 기술직, 그리고 고위급, 간부급 공무원입니다.
경찰의 수사는 매듭이 지어졌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공무원 중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전 비서실장 A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누구 하나 소속 기관으로부터 인사 처분을 받지 않았습니다.
직위해제는커녕 경고나 문책도 없는 상탭니다. 심지어 대다수 간부급 공무원은 지금도 보직을 맡으며 공직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전 서구와 대전시교육청 모두 해당 공무원들이 기소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업체들 다수는 경찰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대전 서구와 계약을 계속 체결하고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굳어진 부정부패가 이제야 드러났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상규명에 대한 경우
대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뇌물비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닌 서구 행정 전반의 구조적 부패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의 핵심이 서철모 구청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상당수의 연루 공무원이 여전히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전후임 비서실장 모두 비리 수사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철모 서구청장의 안일한 대응은 진의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후 개선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수의계약이 유지된 것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고의적 방치라고 볼 수 있다며, 수의계약이 담당자의 재량이 크다는 허점을 악용해 반복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서철모 구청장도 사실상의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여러 '경우의 수' 다음에는
수학 시간에 배우는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경우의 수'입니다. 사건 A, B 등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거나 일어날 수 없는 가짓수 등을 다룹니다.
비서실장 압수수색을 시작해 공무원 A 씨, B 씨, C 씨, D 씨 등등 공직사회로 퍼져나간 뇌물비리 사건은 경우의 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뇌물비리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입건과 강제수사 그리고 압수수색 이후 송치만 이뤄졌을 뿐입니다.
경찰 수사만 매듭을 지었을 뿐 앞으로 검찰의 기소와 재판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여죄가 더 밝혀질 수도 아니면 이대로 일단락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전 서구의회 소속 의원 11명은 지난 18일 대전지방검찰청에 서철모 서구청장에 대한 수사 촉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안을 더 파헤치겠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만큼 취재는 끝이 난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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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실장이 쏘아올린 대전 뇌물 비리 복마전…‘부정부패’ 경우의 수는?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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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6-20 17:00:38
- 수정2025-06-20 17:01:04

압수수색 영장을 꺼내든 경찰은 곧장 비서실로 향했습니다. 혐의는 대전 서구 비서실장의 뇌물수수와 직권남용입니다. 대전 서구청 뇌물비리 사건은 이렇게 세간에 알려졌습니다.그런데 수사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에서 출발한 비리 수사는 구청 곳곳으로 향했습니다.
뇌물 사건은 칡넝쿨처럼 조직 깊숙이 뻗어 나갔고 암세포처럼 조직 곳곳에 퍼져있었습니다. 경찰이 찾아낸 조각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어졌던 부정부패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입니다.

■전임 비서실장 A의 경우
경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된 건 지난해 7월부터입니다. 비서실장 A 씨의 경우 대전 서구가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업자들은 관급공사와 구청 사업의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해 3천만 원 이상에 달하는 뇌물을 건넸고 비서실장 A 씨는 이를 받은 뒤 개입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 한여름에 한차례 진행된 압수수색은 지난해 12월 세밑 한파 속에 또 한 번 몰아쳤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3.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비서실장 A 씨는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민선 8기 지방선거를 치를 당시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인물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 2022년 민선 8기가 시작되며 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으로 옷을 갈아입고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 뇌물비리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자 지난해 7월 직위 해제가 된 뒤 11월에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비서실장 A 씨가 해임된 뒤, 서구의회에서는 추궁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대전 서구의회 본회의 자리에서 서철모 서구청장은 해당 사안에 대한 질의를 받습니다.
신혜영 대전 서구의원 “입찰비리, 금품수수 의혹으로 서구청이 부정부패의 오명을 안게 됐습니다. 본 의원이 분노하는 핵심은 어린이 교통안전시설 납품업자가 관련됐다는 내용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교통안전시설물이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중략) 제가 수사가 시작됐을 때 어린이보호구역 방호울타리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서는 직원들한테 법적으로 규정된 안전도를 다 지키고 있느냐 확인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안전도는 다 지켜졌다고 저한테 보고한 바가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대전 서구의회 구정질문 전자회의록 중 발췌 |
뇌물 사건이 터지기 1년 전, 대전에선 큰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2023년 4월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초등학생 4명을 덮친 겁니다.
이 사고로 9살 배승아 양이 숨졌고, 경찰과 자치단체는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 시설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울타리 등 시설물 등에 대한 수요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후임 비서실장 B의 경우
선거캠프 출신인 전임 비서실장이 해임되면서 지난해 11월 기술직 5급 간부 공무원 B 씨가 후임 비서실장을 맡게 됐습니다.
구청장의 바로 옆에서 청장을 보좌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특성상 대다수 공공기관은 ‘비서실장’ 자리가 승진 통로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후임 비서실장 B 씨는 보직을 맡은 지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4월 14일 교체됐습니다. 정기 인사도 아닌 상황에서 돌연 보직을 내려놓은 겁니다.
이유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들통이 났습니다. 2025년 5월 22일,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뇌물비리 혐의에 연루된 공무원과 업자들을 검찰에 송치합니다.
그런데 송치된 사람은 해임된 비서실장 A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송치된 공무원은 대전 서구와 대전시교육청 소속 전현직 공무원 8명, 그리고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업자 9명입니다.
여기에 후임 비서실장 B 씨도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함께 송치됐습니다. 민선 8기 비서실장 2명이 잇따라 뇌물비리에 연루된 겁니다.

전임 비서실장 A 씨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까지 적용됐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이보다 더 오래전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간에 걸쳐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해임됐던 A 씨와 달리 후임 비서실장 B 씨는 자신이 몸담던 기술직군의 해당 과로 돌아가 간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서철모 서구청장은 전임 비서실장의 경우 현직에 있으며 범행을 저질렀고, 후임 비서실장은 보직을 맡기 전의 일이라며 사안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비서실장 재직 중에 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경우는 다르고요. 본인은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서 사안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11일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인터뷰 중 |

■국장급 공무원 C의 경우
다수의 공무원이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뇌물비리를 저지른 혐의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대전 서구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비서실장뿐 아니라 기술직 고위급, 간부급 공무원 다수가 연루됐다는 소식에 ‘청렴과 반부패’를 기치로 내건 지방자치단체의 근간이 뒤흔들렸습니다.
불과 2년 전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 대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2등급을 받았다며 홍보한 건 다름 아닌 대전 서구였습니다.
당장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사 개시 이후에도 문제의 업체와 추가 계약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선 경찰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해 사건을 파악할 수 없었던 점을 말씀드립니다. 끝으로 송치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오는 7월 정기 인사에서 적절한 인사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더욱 투명하고 신뢰받는 서구로 거듭나겠습니다” -2025년 6월 16일 대전광역시 서구청장 서철모 입장문 중 |
경찰의 강제수사가 이뤄진 지 1년여 가까이 다 되어가고, 더욱이 지난달 검찰 송치까지 이뤄졌지만 전임 비서실장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 모두 아무런 인사조치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서철모 서구청장이 7월 정기 인사에서 인사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뇌물수수 혐의로 송치된 국장급 고위공무원 C 씨의 경우 7월 정기 인사 전인 6월 말 정년퇴임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회계와 계약 담당을 주로 맡다가 요직을 두루 거친 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인 국장급 공무원 C 씨.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아무런 인사조치 없이 정년을 모두 채우게 됐습니다.
“저희가 임의적으로 정년퇴직을 못 하게 한다든가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직위가 없잖아요. 지금.” -20215년 6월 28일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인터뷰 중 |

■교육청 공무원 D의 경우
뇌물 비리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비단 대전 서구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대전시교육청도 전현직 공무원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함께 송치되며 파문이 일었습니다.
1명은 퇴직자, 나머지 1명은 기술직군의 현직 간부 공무원입니다. 대전시교육청은 ‘교육 가족들이 불안해한다’며 입장을 밝히기는커녕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간부급 공무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상태지만 최소한의 조치인 직위해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현행 법령에는 공무원법에는 금품 비위로 조사나 수사만 받아도 직위해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3(직위해제) ①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사람 2. 파면ㆍ해임ㆍ강등ㆍ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되고 있는 사람 3.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약식명령이 청구된 사람은 제외한다) 4.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 |
이에 대해 교육청은 금품비위에 대한 직위해제에 대한 법조문은 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라 고 밝혔습니다.
임용권자인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직위해제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자체 조사에서 뇌물수수로 송치된 간부 공무원 당사자가 자신은 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직위해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직위해제 자체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요.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가 자체 조사한 결과 당사자는 혐의에 대해서 부인을, 100% 부인을 하고 있고….” -2025년 6월 11일 고영규 대전시교육청 총무과장 인터뷰 |
심지어 더 나아가 대전시교육청은 뇌물비리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최소한의 조사나 조치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전 서구의 경우 지난 16일 구청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부정행위가 구조적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인사제도와 계약제도 개선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측은 뇌물수수 혐의 송치 사건과 관련해 총무와 인사, 감사 등의 부서에서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나머지 ‘E, F, G’의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난 공무원은 8명, 그리고 뇌물을 건넨 업자는 9명입니다.
공무원에게 사업 계약 등을 이유로 뇌물을 건넨 업자는 울타리 등 구조물제조업체 대표부터 실내 건축업자 등 다양했습니다.
수수 혐의로 검찰로 넘겨진 공무원들은 다수가 기술직, 그리고 고위급, 간부급 공무원입니다.
경찰의 수사는 매듭이 지어졌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공무원 중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전 비서실장 A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누구 하나 소속 기관으로부터 인사 처분을 받지 않았습니다.
직위해제는커녕 경고나 문책도 없는 상탭니다. 심지어 대다수 간부급 공무원은 지금도 보직을 맡으며 공직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전 서구와 대전시교육청 모두 해당 공무원들이 기소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업체들 다수는 경찰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대전 서구와 계약을 계속 체결하고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굳어진 부정부패가 이제야 드러났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상규명에 대한 경우
대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뇌물비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닌 서구 행정 전반의 구조적 부패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의 핵심이 서철모 구청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상당수의 연루 공무원이 여전히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전후임 비서실장 모두 비리 수사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철모 서구청장의 안일한 대응은 진의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후 개선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수의계약이 유지된 것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고의적 방치라고 볼 수 있다며, 수의계약이 담당자의 재량이 크다는 허점을 악용해 반복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서철모 구청장도 사실상의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여러 '경우의 수' 다음에는
수학 시간에 배우는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경우의 수'입니다. 사건 A, B 등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거나 일어날 수 없는 가짓수 등을 다룹니다.
비서실장 압수수색을 시작해 공무원 A 씨, B 씨, C 씨, D 씨 등등 공직사회로 퍼져나간 뇌물비리 사건은 경우의 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뇌물비리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입건과 강제수사 그리고 압수수색 이후 송치만 이뤄졌을 뿐입니다.
경찰 수사만 매듭을 지었을 뿐 앞으로 검찰의 기소와 재판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여죄가 더 밝혀질 수도 아니면 이대로 일단락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전 서구의회 소속 의원 11명은 지난 18일 대전지방검찰청에 서철모 서구청장에 대한 수사 촉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안을 더 파헤치겠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만큼 취재는 끝이 난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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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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