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츠 정부, 지중해 난민구조 지원 예산 싹둑…NGO 반발

입력 2025.06.27 (15:45) 수정 2025.06.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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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유럽 도달을 목표로 지중해를 건너다가 익사 위험에 처한 이주민을 구조하는 자선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습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인도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곳을 도울 것"이라면서도 "해상 구조와 같은 일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은 외무부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바데풀 장관은 전쟁으로 큰 혼란에 빠진 아프리카 수단의 인도적인 위기를 언급하며 "가장 절박한 곳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일 정부의 이런 방침은 조난에 처한 지중해 난민선의 구조 작업을 수행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매년 약 200만 유로(약 32억원)를 지원하는 데 착수했던 중도좌파 성향의 전임 정부 정책을 되돌리는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지난 2월 총선에서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무분별하게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 행렬을 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원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고,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손잡고 지난 5월 좌우 대연정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독일은 유럽행 난민 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2015년 한해에만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유럽에서 난민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혀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반 난민 정서가 부쩍 고조되며 난민 저지를 내세운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지난 총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방의회 의석을 확보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정치 지형이 급변한 상황입니다.

메르츠 정부의 지원금 중단 방침에 난민구조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2015년 이래 지중해에서 17만5천명의 난민을 구조한 독일의 대표적 난민구조 단체 시아이(Sea-Eye)의 고르덴 이슬러 대표는 "(정부의) 지원 덕분에 추가적인 임무가 가능해졌고, 이는 구체적인 인명 구조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긴급 상황에도 항구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아이의 예산 320만 유로(약 51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으로 충당되는 비율은 약 10%입니다.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전 총리가 이끌던 지난 연정의 한 축으로, 지중해 난민구조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처음 도입한 주역인 녹색당 역시 "이번 조치로 인도적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 변경을 비판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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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6-27 15:47:46
    국제
독일 정부가 유럽 도달을 목표로 지중해를 건너다가 익사 위험에 처한 이주민을 구조하는 자선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습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인도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곳을 도울 것"이라면서도 "해상 구조와 같은 일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은 외무부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바데풀 장관은 전쟁으로 큰 혼란에 빠진 아프리카 수단의 인도적인 위기를 언급하며 "가장 절박한 곳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일 정부의 이런 방침은 조난에 처한 지중해 난민선의 구조 작업을 수행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매년 약 200만 유로(약 32억원)를 지원하는 데 착수했던 중도좌파 성향의 전임 정부 정책을 되돌리는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지난 2월 총선에서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무분별하게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 행렬을 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원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고,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손잡고 지난 5월 좌우 대연정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독일은 유럽행 난민 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2015년 한해에만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유럽에서 난민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혀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반 난민 정서가 부쩍 고조되며 난민 저지를 내세운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지난 총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방의회 의석을 확보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정치 지형이 급변한 상황입니다.

메르츠 정부의 지원금 중단 방침에 난민구조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2015년 이래 지중해에서 17만5천명의 난민을 구조한 독일의 대표적 난민구조 단체 시아이(Sea-Eye)의 고르덴 이슬러 대표는 "(정부의) 지원 덕분에 추가적인 임무가 가능해졌고, 이는 구체적인 인명 구조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긴급 상황에도 항구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아이의 예산 320만 유로(약 51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으로 충당되는 비율은 약 10%입니다.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전 총리가 이끌던 지난 연정의 한 축으로, 지중해 난민구조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처음 도입한 주역인 녹색당 역시 "이번 조치로 인도적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 변경을 비판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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