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실수에…1조4천억 원 들여 협력자 구조작전

탈레반 재집권 이전 영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은 영국 군인 한 명의 이메일 전송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유출된 정보에 대한 보도를 통제하고 아프간 협력자 영국 입국을 위한 비밀 작전을 실행해야 했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지시간 15일 법원의 공표 금지 해제 결정으로 공개된 이 사건은 2022년 2월 한 해병대원이 아프간인 2만5천 명의 정보가 담긴 파일이 포함된 이메일을 잘못 보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파일에는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해 영국 이주를 신청한 아프간인 약 1만9천 명과 그 가족 6천 명의 정보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망명 신청자의 신원 확인 업무를 맡은 군인은 신청자 중에 진짜로 영국군의 편에서 싸운 사람을 아프간 현지인들을 통해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 군인은 전체 신청자 정보가 든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그가 명단을 잘못 보낸 대상이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유출 시점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2023년 8월, 한 민간인이 지역구 하원의원과 국방부 부장관에게 이 파일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고 경고하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 비로소 유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유출 사실 인지 후, 영국 정부는 2024년 4월에 8억5천만 파운드, 한국 돈 약 1조 4천억 원 규모의 협력자 구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 구조 작전을 통해 6,900여 명만이 영국으로 이미 이주했거나 이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언론이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 취재를 시작하자 영국 정부는 법원에 공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같은 해 9월 1일 정부 신청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공표 금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유출은 물론이고 법원의 결정까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일절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5일, 영국 고등법원이 비밀 유지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공표 금지 조치를 해제하라고 결정하면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