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없는 윤석열 재판…‘박근혜 때처럼’ 보이콧? [피고인 윤석열]⑮

입력 2025.07.20 (06:00) 수정 2025.07.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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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피고인은 불출석한 건가요?

비어있는 피고인석을 보고 재판장이 물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10차 공판에 불출석한 데 이어, 11차 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라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낸 지난주와 달리, 이번엔 따로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구속 후 윤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악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어지럼증으로 구치소 내 접견실 가는데 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며 "하루 종일 재판에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석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건데, 곧이어 다른 이유도 댔습니다.

내란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구속하면서 적용한 혐의가 이미 진행 중인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 포섭돼 '이중 구속'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어렵고, 위헌적인 특검의 공소유지가 해소될 때까지는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튿날 자신의 구속적부심사 심문에는 직접, 그것도 한 시간 일찍 출석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궐석 재판"…재판 보이콧 예고?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불출석해도 자신들은 계속 재판에 임하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궐석 재판'을 언급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1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재판은 한 달 넘게 사실상 중단됐고, 재판부는 결국 박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제277조의2(피고인의 출석거부와 공판절차) ①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면 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판절차를 진행할 경우에는 출석한 검사 및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재판 출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불출석에 정당한 이유가 없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도 어려우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고, 서울구치소도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인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궐석 재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 1심 선고도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 없이 이뤄졌고, 2021년 징역 20년이 확정될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은 약 3년 동안 재판을 '보이콧'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자, 재판부는 "그때는 (피고인이) 출정을 거부해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보이콧 의사를 명확히 하고 출정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과 지금 윤 전 대통령의 상황은 다르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두 차례의 재판을 윤 전 대통령 없이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기일 외 조사 방식도 언제까지 할 수 없다"며 "변호사들이 (윤 전 대통령을) 나오라고 설득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출석 의무를 저버린 채 거듭 불출석하고 있다며,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로 출석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방첩사 전 고위 간부 "'선관위 서버 확보' 대통령 지시라 들어"


피고인 없이 진행된 이날 증인신문에는 정성우 전 방첩사령부 1처장이 한 차례 더 출석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지난 신문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이날 선관위 서버 관련 임무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버 관련 임무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지 않느냐'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 질문에 정 전 처장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에 (여 전 사령관이) 대통령님과 (국방부) 장관님의 지시라고 말씀하셨다"며 "명확하게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대통령 지시임을 들은 게 언제냐"고 다시 묻자 그는 "(2024년 12월 3일) 22시 50분경"이라고 분명히 답했습니다.

'서버 확보'가 아닌 전산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선관위에 병력을 보낸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입니다.

■'법무실 왜 갔냐' 비난도…"5·18로 군이 뭘 잘못했는지 배워"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서버 확보 임무'를 받은 뒤, 팀원들과 토의를 거쳐 법무실에서 법무 검토를 받았습니다.

그는 "상명하복이 기본인데 왜 법무실에 갔냐는 비난도 받았다"며 "술 먹은 사람이 전화해서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첫째로 팀원들이 지시가 위헌·위법하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법무실에) 안 가느냐"며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둘째로 "선관위는 방첩사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여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를 믿는 건가' 섬뜩한 게 있어서 다시 검토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마지막으로 "2년 전 대학원 과정에서 형사소송법과 헌법 강의를 들었다"며 "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에서 군의 행동이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한 과제를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 교수가 '평시에 비상계엄 발생 상황에 주의해라, 역사적으로 보면 군이 이용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당부해 (위법한 명령을) 필터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 이영현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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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0 06:00:14
    • 수정2025-07-20 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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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피고인석을 보고 재판장이 물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10차 공판에 불출석한 데 이어, 11차 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라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낸 지난주와 달리, 이번엔 따로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구속 후 윤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악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어지럼증으로 구치소 내 접견실 가는데 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며 "하루 종일 재판에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석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건데, 곧이어 다른 이유도 댔습니다.

내란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구속하면서 적용한 혐의가 이미 진행 중인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 포섭돼 '이중 구속'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어렵고, 위헌적인 특검의 공소유지가 해소될 때까지는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튿날 자신의 구속적부심사 심문에는 직접, 그것도 한 시간 일찍 출석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궐석 재판"…재판 보이콧 예고?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불출석해도 자신들은 계속 재판에 임하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궐석 재판'을 언급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1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재판은 한 달 넘게 사실상 중단됐고, 재판부는 결국 박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제277조의2(피고인의 출석거부와 공판절차) ①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면 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판절차를 진행할 경우에는 출석한 검사 및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재판 출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불출석에 정당한 이유가 없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도 어려우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고, 서울구치소도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인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궐석 재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 1심 선고도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 없이 이뤄졌고, 2021년 징역 20년이 확정될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은 약 3년 동안 재판을 '보이콧'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자, 재판부는 "그때는 (피고인이) 출정을 거부해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보이콧 의사를 명확히 하고 출정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과 지금 윤 전 대통령의 상황은 다르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두 차례의 재판을 윤 전 대통령 없이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기일 외 조사 방식도 언제까지 할 수 없다"며 "변호사들이 (윤 전 대통령을) 나오라고 설득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출석 의무를 저버린 채 거듭 불출석하고 있다며,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로 출석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방첩사 전 고위 간부 "'선관위 서버 확보' 대통령 지시라 들어"


피고인 없이 진행된 이날 증인신문에는 정성우 전 방첩사령부 1처장이 한 차례 더 출석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지난 신문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이날 선관위 서버 관련 임무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버 관련 임무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지 않느냐'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 질문에 정 전 처장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에 (여 전 사령관이) 대통령님과 (국방부) 장관님의 지시라고 말씀하셨다"며 "명확하게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대통령 지시임을 들은 게 언제냐"고 다시 묻자 그는 "(2024년 12월 3일) 22시 50분경"이라고 분명히 답했습니다.

'서버 확보'가 아닌 전산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선관위에 병력을 보낸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입니다.

■'법무실 왜 갔냐' 비난도…"5·18로 군이 뭘 잘못했는지 배워"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서버 확보 임무'를 받은 뒤, 팀원들과 토의를 거쳐 법무실에서 법무 검토를 받았습니다.

그는 "상명하복이 기본인데 왜 법무실에 갔냐는 비난도 받았다"며 "술 먹은 사람이 전화해서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첫째로 팀원들이 지시가 위헌·위법하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법무실에) 안 가느냐"며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둘째로 "선관위는 방첩사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여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를 믿는 건가' 섬뜩한 게 있어서 다시 검토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마지막으로 "2년 전 대학원 과정에서 형사소송법과 헌법 강의를 들었다"며 "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에서 군의 행동이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한 과제를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 교수가 '평시에 비상계엄 발생 상황에 주의해라, 역사적으로 보면 군이 이용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당부해 (위법한 명령을) 필터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 이영현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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