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조종사, 반대편 엔진 끈 정황”…유족·조종사노조 반발

입력 2025.07.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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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조종사가 조류와 충돌해 큰 손상을 입은 엔진이 아닌 반대편 엔진은 끈 정황이 사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2·29 여객기 참사 유족 협의회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사조위는 어제(19일) 무안공항에서 유족을 대상으로 연 사고기 엔진 정밀 조사 설명회에서 '엔진 결함은 없었으며, 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가 충돌로 더 크게 손상된 우측 엔진이 아닌 좌측 엔진을 끈 정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조위는 지난 5∼6월 사고기의 양쪽 엔진을 제작사가 있는 프랑스 파리로 옮겨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밀조사에는 사조위 조사관들과 기체 제작국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국 연방항공청(FAA), 보잉,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엔진 제작사(CFM인터내셔널) 등 관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조사에서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오른쪽 엔진 대신 왼쪽 엔진을 끄면서 두 엔진 모두 출력을 잃었고, 이들 엔진에 연결돼 전력을 만들어내는 엔진전력장치(IDG)가 작동을 멈춘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DG가 멈추면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를 비롯한 전자장치의 전원이 차단되고 랜딩기어(이착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에 대해 유족 협의회 측은 "179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를 두고 사조위가 제대로 된 조사 역량도 갖추지 못한 채 결론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성과 투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협의회 측은 "사조위의 설명에는 엔진 손상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였는지, 얼마나 많은 새 떼가 몰려왔기에 엔진 이상으로 이어졌는지 등 핵심 사안이 빠졌다"며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FDR과 CVR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반발 끝에 유족들은 어제(19일) 사조위의 설명회 직후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 장소를 찾아가 브리핑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사조위는 이를 수용해 현장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회수하고 공식 발표를 취소했습니다.

김유진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어제(19일) 취재진과 만나 "어떠한 결과가 있다면 그 원인도 같이 규명해 알려주길 요청했는데 일방적인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한 통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사조위의 일방적인 발표와 이를 여과 없이 인용한 언론 보도에 강력히 분노하며,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사조위는 사고 현장 조사 직후 양쪽 엔진 모두에서 조류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정상적으로 작동 중인 왼쪽 엔진을 껐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사고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은 시점에서 항철위 관계자가 조종사 과실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사조위가 국토부 산하 조직으로 편제돼 있어 사고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 로컬라이저 둔덕 문제에 대해서는 긴급 안전권고 등의 경고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조위는 모든 편향된 발언과 왜곡된 조사 행태를 멈추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사고조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여론몰이와 조직적 책임에 대한 침묵이라는 후진국형 사고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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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0 22:24:56
    경제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조종사가 조류와 충돌해 큰 손상을 입은 엔진이 아닌 반대편 엔진은 끈 정황이 사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2·29 여객기 참사 유족 협의회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사조위는 어제(19일) 무안공항에서 유족을 대상으로 연 사고기 엔진 정밀 조사 설명회에서 '엔진 결함은 없었으며, 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가 충돌로 더 크게 손상된 우측 엔진이 아닌 좌측 엔진을 끈 정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조위는 지난 5∼6월 사고기의 양쪽 엔진을 제작사가 있는 프랑스 파리로 옮겨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밀조사에는 사조위 조사관들과 기체 제작국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국 연방항공청(FAA), 보잉,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엔진 제작사(CFM인터내셔널) 등 관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조사에서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오른쪽 엔진 대신 왼쪽 엔진을 끄면서 두 엔진 모두 출력을 잃었고, 이들 엔진에 연결돼 전력을 만들어내는 엔진전력장치(IDG)가 작동을 멈춘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DG가 멈추면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를 비롯한 전자장치의 전원이 차단되고 랜딩기어(이착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에 대해 유족 협의회 측은 "179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를 두고 사조위가 제대로 된 조사 역량도 갖추지 못한 채 결론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성과 투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협의회 측은 "사조위의 설명에는 엔진 손상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였는지, 얼마나 많은 새 떼가 몰려왔기에 엔진 이상으로 이어졌는지 등 핵심 사안이 빠졌다"며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FDR과 CVR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반발 끝에 유족들은 어제(19일) 사조위의 설명회 직후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 장소를 찾아가 브리핑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사조위는 이를 수용해 현장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회수하고 공식 발표를 취소했습니다.

김유진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어제(19일) 취재진과 만나 "어떠한 결과가 있다면 그 원인도 같이 규명해 알려주길 요청했는데 일방적인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한 통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사조위의 일방적인 발표와 이를 여과 없이 인용한 언론 보도에 강력히 분노하며,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사조위는 사고 현장 조사 직후 양쪽 엔진 모두에서 조류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정상적으로 작동 중인 왼쪽 엔진을 껐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사고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은 시점에서 항철위 관계자가 조종사 과실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사조위가 국토부 산하 조직으로 편제돼 있어 사고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 로컬라이저 둔덕 문제에 대해서는 긴급 안전권고 등의 경고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조위는 모든 편향된 발언과 왜곡된 조사 행태를 멈추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사고조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여론몰이와 조직적 책임에 대한 침묵이라는 후진국형 사고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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