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힘든 일은 남에게” 왜?…이호선 교수가 말하다
입력 2025.07.25 (16:38)
수정 2025.07.25 (17: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시간 : 7월 25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이호선 /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https://youtu.be/Yu6ztESa_DQ
◎김용준: 사사건건 금요일의 코너 이주의 사람입니다. 요즘 상담계의 양대 산맥이 있습니다. 다정한 말투로 온화하게 일깨우는 오은영 교수님이 있는 반면에 정신 차리세요! 하면서 팩트로 직행하는 또 다른 산맥인데요. 이분에게 쓴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이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도 줄을 섰다고 합니다.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또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따끔한 충고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지만 실은 호랑이상이 아니라 고양이상이라는 분입니다. 이주의 사람 소통 전문가 이호선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호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용준: 반갑습니다. 요즘은 그 활동 영역이 정말 범위가 없으신 것 같아요. 지금 보면 타 방송사에서 하는 이혼 관련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특유의 따끔한 충고 하시면서 화제가 되고 있고 그 영향력과 인기를 실감하시는지도 궁금하고 또 최근에 해외까지 진출하는데 어디로 진출을 하시는 거예요?
▼이호선: 아무 데나 갑니다.
◎김용준: 아무 데나요.
▼이호선: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고 또 그런 관계를 맺다 보면 또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이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경우가 있는데 정말 놀랍게 어딜 가나 심각한 갈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이 있어서 이거는 국내, 국외의 문제가 아니고요. 어딜 가나 상담은 성수기다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소통 전문가, 심리학자, 부부 상담 전문가, 교수님 직함이 많으신데 제일 만족스러운 직함은 뭐라고 불리실 때예요?
▼이호선: 저는 상담가라는 이름을 좋아해요.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일 저는 다 좋아하거든요. 상담을 할 때도 좋고 또 가르칠 때도 좋고 또 방송을 할 때도 좋고요. 그리고 제가 딸로 살 때도 또 배우자로 살 때도 엄마로 살 때도 다 좋아요. 다 좋은데 그중에서 아마 가장 보람을 얘기해라 그러면 아마 교육하고 상담일 텐데 이거 두 개의 무게를 비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상담이라고 하는 영역은 누군가 그 삶에 저를 초대해 주어야 되잖아요. 그 문을 열어주어야 비로소 제가 그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분의 삶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거라 굉장히 고귀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고요. 아마 살면서 누군가 나를 내 삶에 초대해서 그렇게 기꺼이 안쪽에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는 그런 기회는 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용준: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
▼이호선: 그런 차원에서 상담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순간에 또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분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몇 안 되는 기회라서 저는 흔히 영혼과 만난다. 이런 얘기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역할들 중에 상담이 저로서는 가장 기쁘기도 하고 제1순위이기도 합니다.
◎김용준: 오늘도 뭐 이런저런 내용들 좀 상담을 요청드려볼게요. 최근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서 그 화제성, 파급력 이런 게 굉장히 커서 부부 상담이랄지 이혼 관련 상담에서 굉장히 회자가 많이 되시는데 이 교수님께서 여러 상담과 소통 영역 중에서 특히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두는 상담 영역이나 분야가 있다면 혹시 어디가 있을까요?
▼이호선: 저는 사실 중, 노년 상담을 저는 굉장히 애정합니다.
◎김용준: 중·노년이요.
▼이호선: 제가 그래서 조금 전에 오은영 박사님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보통 농담 삼아 제 소개를 할 때 아동 상담은 오은영, 개 상담은 강형욱 중·노년 상담은 이호선 제가 보통 이렇게 제 소개를 하는데 그건 저도 물론 아동 상담도 하고 청소년 상담, 청년 상담, 중년 상담, 노년 상담, 사실 상담이라는 영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살피는 부분이기는 해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그 안쪽에 매력을 느끼고 또 그 안쪽의 중요성을 느끼고 또 함께 만났을 때 저도 잘 녹아들어 가는 영역이 전문가들마다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저는 중, 노년이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 제가 그렇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이 있었던 사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어르신들 보면 굉장히 좋고요. 또 중년들 이렇게 지나가는 걸 보면 나는 중년이 되면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도 좀 많이 했었고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여러 상담 영역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노년 상담이 있다 그러면 저는 서슴없이 들어갑니다.
◎김용준: 그러시군요. 교수님 특유의 화법과 촌철살인의 어떤 충고가 교수님만의 어떤 시그니처가 된 것 같은데 앞서 제가 말씀을 재미로 좀 드렸습니다마는 오 교수님 비교하면서요, 교수님께 상담받으려는 분들이 소위 말하는 팩트에 좀 공감하고 또 그런 방식의 상담을 왜 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해요.
▼이호선: 일단은 이 모든 상담이 다 그렇게 직면 중심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방송이라고 하는 게 그 여러 상담의 장면들 중에 일부를 또 편집을 해서 압축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여러 면으로, 다차원적으로 보여주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실제 저희가 상담을 할 때 공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해요. 그러나 공감만이 답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공감이 이 사람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는 보통 상담하는 분들이 직면하기를 조금 두려워하세요. 왜냐하면 혹시 상처받을까 봐. 또 이 상처가 오히려 이 삶의 이야기들을 더 뒤로 수축하게 할까 봐 약간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통 우리가 이렇게 직면한다는 것,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때로는 방향을 선회하도록 조금 더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는 그 이전에 상당한 라포라는 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라포라고 하는 건 일명 치료적 관계 또 치료적 동맹, 믿음의 관계 이런 거라 충분히 이 사람과 공감의 여지를 가진 상태에서 우리가 일명 직면으로 들어가지 그냥 얼굴 보자마자 바로 당신 이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일단 안쪽에 수많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공간이 있다는 걸 말씀을 드리고요. 다만 이제 분명한 건 요즘 사람들이 호흡이 짧습니다. 호흡이 짧고 그리고 아주 선명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답 혹은 때로는 내가 가야 한다 생각하는 그 방향에 대해서 누군가 함께 그 길을 갈 때, 마치 우리가 요새 유튜브도 2배속, 3배속 보잖아요. 상담도 2배속, 3배속으로 하기를 원해요. 그런데 사실 천천히 가야 하기는 하지만 짚을 건 딱 짚어야 그다음에 속도가 나거든요.
◎김용준: 막 듣다 보면 선생님 그래서 제가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막 이렇게 다급하게 다가오시는 분도 계실테고...
▼이호선: 그렇죠. 그럴 때 그냥 그 속도에 맞춰서 제가 조금 더 다른 분들에 비해서 빠르게 말씀드리는 것뿐이고요. 조금 빠르게 말씀드리는 그 부분을 조금 더 즐거워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일 중요한 건 즐겁다 아니다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아져야죠. 그 삶이 좋아지고 그 관계가 좋아지고 그 상처가 낫고 아픔이 회복되고 이런 모든 여정에 필요하다면 직면을 하는 거지 사실 이 직면 자체가 모든 상담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이 직면을 했을 때 때로는 어떤 분은 이걸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살펴서 이 사람들의 좌우 앞뒤 안쪽 바깥쪽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필요한 경우 또 방향이 정말 확연하게 달라져야 할 경우에만 그렇게 직면을 하는 건데 요즘 분들이 속도도 그렇지만 이런 강력한 에너지를 조금 더 선호하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
◎김용준: 오늘은 의외로 저희가 사전에 여쭤보니까 부부 상담이랄지 불통 소통 이런 관련된 이야기보다 나이 잘 드는 법에 대한 말씀을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이 주제를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호선: 잘 늙어야 되니까요. 잘 늙어야 된다. 이게 요새는 100세 시대가 아니잖아요. 100 플러스알파 시대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진짜 긴 세월을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데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보통 성장이 25세고 그 이후로는 다 노화거든요. 이 노화의 시절이 너무 긴 거예요. 그 긴 세월 동안에 오랜 세월 성인으로 살아가고 또 오랜 세월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이를 잘 드는 게 되게 중요하겠다. 왜냐하면 나이만 먹으면 노인이지만 성숙해 가면 이건 어른이라고 부를 테니 우리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자태를 갖춰가면서 더군다나 요즘 얼마나 세상이 빠르고 복잡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진짜 인생 선배다운 면모를 갖추고 괜찮은 부모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나이 듦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이 듦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이 늘어나고요. 또 그런 방향으로 또 책도 쓰고 있고요.
◎김용준: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랄지 경륜의 폭이랄지 이런 게 좀 넓어지면서 그것이 곧 삶의 지혜다라고 생각해서 꼭 그거를 후대 아들자식 혹은 부하 직원 등등에게 전수해 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떤 순간에 그런 부분들이 아집으로 바뀌게 되는 걸까요?
▼이호선: 일단은 알려주기는 뭘 알려주겠습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똑똑하고요. 기계도 너무 잘 다루고요. 정보 처리 양도 사실 20세기 사람들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은 역 멘토링 시대다 이렇게 부르거든요. 멘토링이 위에서 아래로 부모가 자식이 선배가 후배를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마치 중력의 흐름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런 지혜들이 흘러 내려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오히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질문을 해서 그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숱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물을 오히려 역으로 마셔야 하는 저는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가 꼰대인가 아니면 내가 왜 갑자기 내가 굳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몸이 뻣뻣해서가 아니고요. 사실상 유연성이 좀 떨어진 건데 이 유연성은 몸의 유연성도 있지만 정신과 또 적응의 유연성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어느 순간에 내가 꼰대가 됐나 이런 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고요 어느 순간 딱 보니까 나 혼자 얘기하고 있어. 그냥 꼰대예요. 그리고 앉아 있는데 나 빼고 사람들이 슬쩍슬쩍 일어나기 시작한다.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아니면 내가 혼자 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면서 일명 꼰대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나 혼자 얘기하고 있거나 슬쩍슬쩍 자리를 떠나거나 이러면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 스스로 자가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가 하면 또 우리가 나이가 잘 드는 방법 중에서 그런 얘기도 해요. 계속 과거에 머무르는 분들 계시잖아요. 예를 들면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계속 마음에 담아 있고 또 그때 이 인간만 안 만났어도 이런 얘기들 꼭 그게 부부간에 아니어도 하면서 과거에 계속 매여 계신 분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좀 주고 싶으세요?
▼이호선: 그 인간을 안 만났으면 또 다른 인간을 만났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지난 건 한숨이고 남은 건 주름일 수 있겠으나 지난 건 지난 겁니다. 결국 우리가 내가 지난 순간에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거로만 사는 사람은 없어요. 다 선택하며 살았거든요. 그 선택 중에는 내가 책임지고 싶은 선택도 있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선택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신 건강의 최고봉은 역시 남 탓 아니겠습니까? 지난 세월도 남 탓이다 생각하면 사실 나는 신세가 편한 거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거에 지난 모든 것들도 내 선택이 그 안에 항상 있었다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저도 나이 들어가고 저보다 더 인생 선배로 나이 들어가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찰 얘기들을 그렇게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성찰이 대단하고 엄청난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옛날에 크게 잘못했다면 이제 조금 덜 잘못하는 거 옛날에 큰 실수를 했다면 이제 조금 덜 실수하는 거 생각해 보면 우리가 늘 어떻게 잘 하겠습니까? 또 우리가 지금 내가 50이다 60이다 얘기합니다만 공자님께서 40이면 불혹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흔들림이 없다. 미혹됨이 없다는 거지만 40 넘어보신 분들은 다 알아요.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거거든요. 50 넘으면 공자님께서 지천명이라고 하셨어요.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인데 제가 50이 넘어보니까 그 지천명이 왜 지천명인지 알겠더라고요. 문제가 지천이라서...
◎김용준: 아, 그래서 지천명이다.
▼이호선: 이순이면 60 얘기하는데 귀가 순해진다. 하지만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좋은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매번 흔들리고 매번 어려운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릴 때로 어렵고 클 때는 또 클 때로 어렵고 나이 들어가잖아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지금의 삶이고 지금의 자리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은 저도 그렇고 같이 나이 들어가고 또 저보다 훨씬 더 나이 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얘기하시는 게 20세기 최선하고 21세기 최선이 좀 다른 것 같아요. 20세기 최선은 선배들만 따라가면 돼요. 열심히 그 길만 마당 쓸듯이 그렇게 따라가면 되는데 21세기 최선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21세기 어른은 누가 알려주는 어른이 아니고요. 과거에 따라갈 만한 이런 새로운 모델도 없는 게 바로 21세기 어른이라서 그런데 제일 먼저는 일단 주변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내 자신을 잘 살필 수 있는 이런 심리적 포만감, 주변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잘 간직하는 인생의 정원 같은 것들을 좀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저는 그래서 공부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김용준: 앞으로를 또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있지만 아직 은퇴하지 않은 분들은 은퇴를 또 저처럼 신혼부부의 경우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완전히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어떤 준비가 돼 있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와의 이별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을 텐데 받아들이는 것을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해서 이건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될까요?
▼이호선: 일단 신혼 축하드리고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은퇴도 하고요. 아이들도 떠나보내고 이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개념이에요. 그래서 사실 우리가 그 전에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그전에 뭐라고 불렀냐 하면 빈 둥지 증후군 얘기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님들 빈 둥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으세요.
◎김용준: 그래요?
▼이호선: 실제 빈 둥지 때문에 몸서리치면서 앓아눕는 분은 5%도 안 됩니다. 오히려 남모르게 뒤에서 만세를 부르는 분들 많거든요.
◎김용준: 이제 됐다.
▼이호선: 그래서 오히려 자식들이 너무 기뻐하는 부모를 보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내가 내 부모에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그래서 일명 이걸 제가 이렇게 붙였습니다. 이름을 역 빈 둥지다.
◎김용준: 역 빈 둥지.
▼이호선: 오히려 내 부모가 내 품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이런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결국은 우리가 지금 부모의 역할이나 인식이나 혹은 방향이나 이런 것들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게 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상실일은 절댓값이 있어요. 또 내가 고통이나 상실이나 혹은 상처는 내가 오롯이 지고 가야 될 절댓값이 있는 거라 남이 아파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분명한 건 퇴직이 끝이 아니고요. 퇴직도 우리가 선택하고 또 그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했어요. 일이라는 게 선택이었으니까.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제 인생의 시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회사 시계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나의 인생 시계로 움직여야죠. 빼곡하게 일주일의 삶을 만들어서 누구도 나에게 마치 너의 일상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다. 그러니 나에게 노는 사람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듣지 마시고요. 나의 일상을 딱 짜셔야 돼요. 나 월요일은 이거 해. 나 뭐 토요일은 이거 해. 참고로 저희 시어머니는 이제 70대 중후반 되셨는데 저희 시어머니는 늘 토요일 오전이면 화장실 청소를 하세요. 그 화장실 청소를 위해서 약속도 안 잡으세요. 이게 뭐냐 하면 이건 누구도 깰 수 없는 나만의 룰을 가지고 계신 거예요. 이건 이제 상징적인 얘기지만 이를테면 어떤 분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무조건 도서관 간다는 이런 분들도 계시거든요. 나만의 인생 스케줄을 짜셔서 나만의 시계를 돌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상실에 눕혀서 허덕이지 않고요. 그 슬픔에 즙을 마시면서 내 인생에 대한 눈물을 그렇게 흘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안쪽을 채워 나가고 이제 다른 사람 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 사실은 우리가 심리학에서는 가짜 자기라고 불러요. 이제 진짜 자기를 찾아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시고요. 루틴을 짜야 합니다. 일주일을 짜서 그 상실의 시간을 또 하나의 창조의 공간으로 또 하나의 빅뱅의 순간으로 또 하나의 가능성, 해석의 시간으로 내가 창조하고 만들어야죠. 우리는 이제 성인이니까 나이를 먹었으니까 어른이니까 어른의 말하고 어른의 행동하고 어른의 시선 가지고 어른의 시간을 돌려야죠. 굉장히 중요하게 슬픔을 일종의 애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요. 퇴직도 그렇고 아이들이 떠날 때도. 그러나 이건 그 속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요. 또 다른 세계를 내가 열어야 또 다른 기쁨이 내게 온다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용준: 예. 나만의 스케줄 항상 매일 오후 4시에는 사사건건을 본다 이런 것들도 굉장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결혼하자마자 이혼하는 커플도 굉장히 늘지만 황혼 이혼도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하시는지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최고다. 이러시는지 아니면 다른 얘기를 하시는지요?
▼이호선: 경기가 안 좋으니 이혼하지 마시라. 이혼을 좀 미루시라. 저는 일단 이렇게 말씀을 드려요. 제가 아까 잠깐 이혼 프로그램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 이런 얘기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왜 줄었나 그러면 그래도 우리 집이 저 집보다는 낫다. 그래도 저 사람이 이 사람보다는 낫다 이런 것도 있고... 실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한국에서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는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그 의견보다는 경기가 안 좋으면 이혼율은 줍니다. 그렇게 우리가 외부의 압력이 커지면 내부 응집성이 커지는 거고요. 동시에 안쪽 바깥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가 이혼을 해도 밖에 나가 먹고 살기가 조금 어렵잖아요. 그렇다 보면 이혼을 사실 안 한다기보다는 미루는 양상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황혼이혼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신중한 결정입니다.
◎김용준: 그렇죠
▼이호선: 왜냐하면 우리가 20년 그 3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가며 우리는 미운 정만 있는 게 아니라 고운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평균값을 다 내도 내가 이 사람하고는 못 살겠는 거예요. 저는 존중합니다. 존중합니다만 분명한 건 이혼도 준비된 자가 좋은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혼하기 전보다 이혼한 후가 나아야 되잖아요. 황혼 이혼이 되게 속상한 마음에 그냥 밀어붙이듯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다는 얘기는 길들여졌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이혼하실 때도 그냥 이혼하시지 마시고 이혼식이라는 것도 하셔야 됩니다. 결혼식 하는 것처럼 적어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앞으로 당신 어떻게 살아라. 또 나는 어떻게 살겠다. 지나온 세월 좋은 걸 이러했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우리 서로를 아주 자유롭게 해주겠다. 그 사람의 자유까지도 사랑하겠다. 이렇게 선언한 하나의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저는 이혼을 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했던 그 수많은 상황들 중에 탈출하거나 혹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야 되는 상황도 있기는 합니다만 조율 과정은 꼭 거쳐야 되거든요. 그래서 잊지 말고 무작정 이혼하지 마시고 그 이전에 이혼 관련된 상담받아보시고 또 이혼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이혼 전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 왜냐하면 이혼 후에 적응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재산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활동과 관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고 그다음에 이혼하셔도 늦지 않다.
◎김용준: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질문 좀 드릴게요. 저희가 이주의 사람 공식 코너 질문인데요. 내 삶의 한 장면입니다. 문구나 음악이나 사진인데 내 삶의 한 문장을 골라주셨더라고요. ‘힘든 일은 남에게’ 이게 어떤 철학이 담긴 건가요?
▼이호선: 이게 참 어떤 분은 말씀하실 겁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냐? 당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거 아니냐? 그게 아니고요. 사람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너무 많은 일을 맡으면 모두가 망가지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힘든 일이다 싶을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 내 일인 것과 내 일이 아닌 것들을 구분을 해서 내 일이 아닌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좀 넘기는 것도 자기의 건강과 타인의 역할을 위해서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이상한 말씀이고 또 어떤 분들은 어떻게 이런 말을 하냐, 하시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들을 다 이고 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는 것들이 옳다 생각했지만 그게 때로는 나를 망가뜨리는 일이었고 타인의 기회를 가져가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면 적절하게 어른이 힘든 일을 잘 나누어서 분별하고 그렇게 재분배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삶의 지혜이자 또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준: 예. 이주의 사람 지금까지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무엇보다 최고의 상담가이신 이호선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7월 25일 금요일 사사건건은 여기까지입니다. 폭염에 건강 관리 꼭 유의하시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이호선 /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https://youtu.be/Yu6ztESa_DQ
◎김용준: 사사건건 금요일의 코너 이주의 사람입니다. 요즘 상담계의 양대 산맥이 있습니다. 다정한 말투로 온화하게 일깨우는 오은영 교수님이 있는 반면에 정신 차리세요! 하면서 팩트로 직행하는 또 다른 산맥인데요. 이분에게 쓴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이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도 줄을 섰다고 합니다.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또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따끔한 충고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지만 실은 호랑이상이 아니라 고양이상이라는 분입니다. 이주의 사람 소통 전문가 이호선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호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용준: 반갑습니다. 요즘은 그 활동 영역이 정말 범위가 없으신 것 같아요. 지금 보면 타 방송사에서 하는 이혼 관련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특유의 따끔한 충고 하시면서 화제가 되고 있고 그 영향력과 인기를 실감하시는지도 궁금하고 또 최근에 해외까지 진출하는데 어디로 진출을 하시는 거예요?
▼이호선: 아무 데나 갑니다.
◎김용준: 아무 데나요.
▼이호선: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고 또 그런 관계를 맺다 보면 또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이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경우가 있는데 정말 놀랍게 어딜 가나 심각한 갈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이 있어서 이거는 국내, 국외의 문제가 아니고요. 어딜 가나 상담은 성수기다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소통 전문가, 심리학자, 부부 상담 전문가, 교수님 직함이 많으신데 제일 만족스러운 직함은 뭐라고 불리실 때예요?
▼이호선: 저는 상담가라는 이름을 좋아해요.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일 저는 다 좋아하거든요. 상담을 할 때도 좋고 또 가르칠 때도 좋고 또 방송을 할 때도 좋고요. 그리고 제가 딸로 살 때도 또 배우자로 살 때도 엄마로 살 때도 다 좋아요. 다 좋은데 그중에서 아마 가장 보람을 얘기해라 그러면 아마 교육하고 상담일 텐데 이거 두 개의 무게를 비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상담이라고 하는 영역은 누군가 그 삶에 저를 초대해 주어야 되잖아요. 그 문을 열어주어야 비로소 제가 그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분의 삶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거라 굉장히 고귀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고요. 아마 살면서 누군가 나를 내 삶에 초대해서 그렇게 기꺼이 안쪽에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는 그런 기회는 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용준: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
▼이호선: 그런 차원에서 상담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순간에 또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분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몇 안 되는 기회라서 저는 흔히 영혼과 만난다. 이런 얘기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역할들 중에 상담이 저로서는 가장 기쁘기도 하고 제1순위이기도 합니다.
◎김용준: 오늘도 뭐 이런저런 내용들 좀 상담을 요청드려볼게요. 최근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서 그 화제성, 파급력 이런 게 굉장히 커서 부부 상담이랄지 이혼 관련 상담에서 굉장히 회자가 많이 되시는데 이 교수님께서 여러 상담과 소통 영역 중에서 특히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두는 상담 영역이나 분야가 있다면 혹시 어디가 있을까요?
▼이호선: 저는 사실 중, 노년 상담을 저는 굉장히 애정합니다.
◎김용준: 중·노년이요.
▼이호선: 제가 그래서 조금 전에 오은영 박사님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보통 농담 삼아 제 소개를 할 때 아동 상담은 오은영, 개 상담은 강형욱 중·노년 상담은 이호선 제가 보통 이렇게 제 소개를 하는데 그건 저도 물론 아동 상담도 하고 청소년 상담, 청년 상담, 중년 상담, 노년 상담, 사실 상담이라는 영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살피는 부분이기는 해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그 안쪽에 매력을 느끼고 또 그 안쪽의 중요성을 느끼고 또 함께 만났을 때 저도 잘 녹아들어 가는 영역이 전문가들마다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저는 중, 노년이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 제가 그렇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이 있었던 사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어르신들 보면 굉장히 좋고요. 또 중년들 이렇게 지나가는 걸 보면 나는 중년이 되면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도 좀 많이 했었고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여러 상담 영역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노년 상담이 있다 그러면 저는 서슴없이 들어갑니다.
◎김용준: 그러시군요. 교수님 특유의 화법과 촌철살인의 어떤 충고가 교수님만의 어떤 시그니처가 된 것 같은데 앞서 제가 말씀을 재미로 좀 드렸습니다마는 오 교수님 비교하면서요, 교수님께 상담받으려는 분들이 소위 말하는 팩트에 좀 공감하고 또 그런 방식의 상담을 왜 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해요.
▼이호선: 일단은 이 모든 상담이 다 그렇게 직면 중심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방송이라고 하는 게 그 여러 상담의 장면들 중에 일부를 또 편집을 해서 압축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여러 면으로, 다차원적으로 보여주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실제 저희가 상담을 할 때 공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해요. 그러나 공감만이 답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공감이 이 사람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는 보통 상담하는 분들이 직면하기를 조금 두려워하세요. 왜냐하면 혹시 상처받을까 봐. 또 이 상처가 오히려 이 삶의 이야기들을 더 뒤로 수축하게 할까 봐 약간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통 우리가 이렇게 직면한다는 것,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때로는 방향을 선회하도록 조금 더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는 그 이전에 상당한 라포라는 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라포라고 하는 건 일명 치료적 관계 또 치료적 동맹, 믿음의 관계 이런 거라 충분히 이 사람과 공감의 여지를 가진 상태에서 우리가 일명 직면으로 들어가지 그냥 얼굴 보자마자 바로 당신 이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일단 안쪽에 수많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공간이 있다는 걸 말씀을 드리고요. 다만 이제 분명한 건 요즘 사람들이 호흡이 짧습니다. 호흡이 짧고 그리고 아주 선명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답 혹은 때로는 내가 가야 한다 생각하는 그 방향에 대해서 누군가 함께 그 길을 갈 때, 마치 우리가 요새 유튜브도 2배속, 3배속 보잖아요. 상담도 2배속, 3배속으로 하기를 원해요. 그런데 사실 천천히 가야 하기는 하지만 짚을 건 딱 짚어야 그다음에 속도가 나거든요.
◎김용준: 막 듣다 보면 선생님 그래서 제가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막 이렇게 다급하게 다가오시는 분도 계실테고...
▼이호선: 그렇죠. 그럴 때 그냥 그 속도에 맞춰서 제가 조금 더 다른 분들에 비해서 빠르게 말씀드리는 것뿐이고요. 조금 빠르게 말씀드리는 그 부분을 조금 더 즐거워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일 중요한 건 즐겁다 아니다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아져야죠. 그 삶이 좋아지고 그 관계가 좋아지고 그 상처가 낫고 아픔이 회복되고 이런 모든 여정에 필요하다면 직면을 하는 거지 사실 이 직면 자체가 모든 상담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이 직면을 했을 때 때로는 어떤 분은 이걸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살펴서 이 사람들의 좌우 앞뒤 안쪽 바깥쪽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필요한 경우 또 방향이 정말 확연하게 달라져야 할 경우에만 그렇게 직면을 하는 건데 요즘 분들이 속도도 그렇지만 이런 강력한 에너지를 조금 더 선호하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
◎김용준: 오늘은 의외로 저희가 사전에 여쭤보니까 부부 상담이랄지 불통 소통 이런 관련된 이야기보다 나이 잘 드는 법에 대한 말씀을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이 주제를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호선: 잘 늙어야 되니까요. 잘 늙어야 된다. 이게 요새는 100세 시대가 아니잖아요. 100 플러스알파 시대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진짜 긴 세월을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데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보통 성장이 25세고 그 이후로는 다 노화거든요. 이 노화의 시절이 너무 긴 거예요. 그 긴 세월 동안에 오랜 세월 성인으로 살아가고 또 오랜 세월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이를 잘 드는 게 되게 중요하겠다. 왜냐하면 나이만 먹으면 노인이지만 성숙해 가면 이건 어른이라고 부를 테니 우리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자태를 갖춰가면서 더군다나 요즘 얼마나 세상이 빠르고 복잡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진짜 인생 선배다운 면모를 갖추고 괜찮은 부모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나이 듦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이 듦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이 늘어나고요. 또 그런 방향으로 또 책도 쓰고 있고요.
◎김용준: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랄지 경륜의 폭이랄지 이런 게 좀 넓어지면서 그것이 곧 삶의 지혜다라고 생각해서 꼭 그거를 후대 아들자식 혹은 부하 직원 등등에게 전수해 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떤 순간에 그런 부분들이 아집으로 바뀌게 되는 걸까요?
▼이호선: 일단은 알려주기는 뭘 알려주겠습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똑똑하고요. 기계도 너무 잘 다루고요. 정보 처리 양도 사실 20세기 사람들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은 역 멘토링 시대다 이렇게 부르거든요. 멘토링이 위에서 아래로 부모가 자식이 선배가 후배를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마치 중력의 흐름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런 지혜들이 흘러 내려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오히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질문을 해서 그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숱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물을 오히려 역으로 마셔야 하는 저는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가 꼰대인가 아니면 내가 왜 갑자기 내가 굳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몸이 뻣뻣해서가 아니고요. 사실상 유연성이 좀 떨어진 건데 이 유연성은 몸의 유연성도 있지만 정신과 또 적응의 유연성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어느 순간에 내가 꼰대가 됐나 이런 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고요 어느 순간 딱 보니까 나 혼자 얘기하고 있어. 그냥 꼰대예요. 그리고 앉아 있는데 나 빼고 사람들이 슬쩍슬쩍 일어나기 시작한다.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아니면 내가 혼자 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면서 일명 꼰대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나 혼자 얘기하고 있거나 슬쩍슬쩍 자리를 떠나거나 이러면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 스스로 자가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가 하면 또 우리가 나이가 잘 드는 방법 중에서 그런 얘기도 해요. 계속 과거에 머무르는 분들 계시잖아요. 예를 들면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계속 마음에 담아 있고 또 그때 이 인간만 안 만났어도 이런 얘기들 꼭 그게 부부간에 아니어도 하면서 과거에 계속 매여 계신 분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좀 주고 싶으세요?
▼이호선: 그 인간을 안 만났으면 또 다른 인간을 만났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지난 건 한숨이고 남은 건 주름일 수 있겠으나 지난 건 지난 겁니다. 결국 우리가 내가 지난 순간에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거로만 사는 사람은 없어요. 다 선택하며 살았거든요. 그 선택 중에는 내가 책임지고 싶은 선택도 있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선택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신 건강의 최고봉은 역시 남 탓 아니겠습니까? 지난 세월도 남 탓이다 생각하면 사실 나는 신세가 편한 거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거에 지난 모든 것들도 내 선택이 그 안에 항상 있었다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저도 나이 들어가고 저보다 더 인생 선배로 나이 들어가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찰 얘기들을 그렇게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성찰이 대단하고 엄청난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옛날에 크게 잘못했다면 이제 조금 덜 잘못하는 거 옛날에 큰 실수를 했다면 이제 조금 덜 실수하는 거 생각해 보면 우리가 늘 어떻게 잘 하겠습니까? 또 우리가 지금 내가 50이다 60이다 얘기합니다만 공자님께서 40이면 불혹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흔들림이 없다. 미혹됨이 없다는 거지만 40 넘어보신 분들은 다 알아요.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거거든요. 50 넘으면 공자님께서 지천명이라고 하셨어요.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인데 제가 50이 넘어보니까 그 지천명이 왜 지천명인지 알겠더라고요. 문제가 지천이라서...
◎김용준: 아, 그래서 지천명이다.
▼이호선: 이순이면 60 얘기하는데 귀가 순해진다. 하지만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좋은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매번 흔들리고 매번 어려운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릴 때로 어렵고 클 때는 또 클 때로 어렵고 나이 들어가잖아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지금의 삶이고 지금의 자리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은 저도 그렇고 같이 나이 들어가고 또 저보다 훨씬 더 나이 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얘기하시는 게 20세기 최선하고 21세기 최선이 좀 다른 것 같아요. 20세기 최선은 선배들만 따라가면 돼요. 열심히 그 길만 마당 쓸듯이 그렇게 따라가면 되는데 21세기 최선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21세기 어른은 누가 알려주는 어른이 아니고요. 과거에 따라갈 만한 이런 새로운 모델도 없는 게 바로 21세기 어른이라서 그런데 제일 먼저는 일단 주변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내 자신을 잘 살필 수 있는 이런 심리적 포만감, 주변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잘 간직하는 인생의 정원 같은 것들을 좀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저는 그래서 공부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김용준: 앞으로를 또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있지만 아직 은퇴하지 않은 분들은 은퇴를 또 저처럼 신혼부부의 경우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완전히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어떤 준비가 돼 있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와의 이별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을 텐데 받아들이는 것을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해서 이건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될까요?
▼이호선: 일단 신혼 축하드리고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은퇴도 하고요. 아이들도 떠나보내고 이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개념이에요. 그래서 사실 우리가 그 전에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그전에 뭐라고 불렀냐 하면 빈 둥지 증후군 얘기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님들 빈 둥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으세요.
◎김용준: 그래요?
▼이호선: 실제 빈 둥지 때문에 몸서리치면서 앓아눕는 분은 5%도 안 됩니다. 오히려 남모르게 뒤에서 만세를 부르는 분들 많거든요.
◎김용준: 이제 됐다.
▼이호선: 그래서 오히려 자식들이 너무 기뻐하는 부모를 보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내가 내 부모에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그래서 일명 이걸 제가 이렇게 붙였습니다. 이름을 역 빈 둥지다.
◎김용준: 역 빈 둥지.
▼이호선: 오히려 내 부모가 내 품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이런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결국은 우리가 지금 부모의 역할이나 인식이나 혹은 방향이나 이런 것들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게 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상실일은 절댓값이 있어요. 또 내가 고통이나 상실이나 혹은 상처는 내가 오롯이 지고 가야 될 절댓값이 있는 거라 남이 아파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분명한 건 퇴직이 끝이 아니고요. 퇴직도 우리가 선택하고 또 그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했어요. 일이라는 게 선택이었으니까.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제 인생의 시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회사 시계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나의 인생 시계로 움직여야죠. 빼곡하게 일주일의 삶을 만들어서 누구도 나에게 마치 너의 일상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다. 그러니 나에게 노는 사람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듣지 마시고요. 나의 일상을 딱 짜셔야 돼요. 나 월요일은 이거 해. 나 뭐 토요일은 이거 해. 참고로 저희 시어머니는 이제 70대 중후반 되셨는데 저희 시어머니는 늘 토요일 오전이면 화장실 청소를 하세요. 그 화장실 청소를 위해서 약속도 안 잡으세요. 이게 뭐냐 하면 이건 누구도 깰 수 없는 나만의 룰을 가지고 계신 거예요. 이건 이제 상징적인 얘기지만 이를테면 어떤 분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무조건 도서관 간다는 이런 분들도 계시거든요. 나만의 인생 스케줄을 짜셔서 나만의 시계를 돌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상실에 눕혀서 허덕이지 않고요. 그 슬픔에 즙을 마시면서 내 인생에 대한 눈물을 그렇게 흘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안쪽을 채워 나가고 이제 다른 사람 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 사실은 우리가 심리학에서는 가짜 자기라고 불러요. 이제 진짜 자기를 찾아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시고요. 루틴을 짜야 합니다. 일주일을 짜서 그 상실의 시간을 또 하나의 창조의 공간으로 또 하나의 빅뱅의 순간으로 또 하나의 가능성, 해석의 시간으로 내가 창조하고 만들어야죠. 우리는 이제 성인이니까 나이를 먹었으니까 어른이니까 어른의 말하고 어른의 행동하고 어른의 시선 가지고 어른의 시간을 돌려야죠. 굉장히 중요하게 슬픔을 일종의 애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요. 퇴직도 그렇고 아이들이 떠날 때도. 그러나 이건 그 속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요. 또 다른 세계를 내가 열어야 또 다른 기쁨이 내게 온다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용준: 예. 나만의 스케줄 항상 매일 오후 4시에는 사사건건을 본다 이런 것들도 굉장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결혼하자마자 이혼하는 커플도 굉장히 늘지만 황혼 이혼도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하시는지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최고다. 이러시는지 아니면 다른 얘기를 하시는지요?
▼이호선: 경기가 안 좋으니 이혼하지 마시라. 이혼을 좀 미루시라. 저는 일단 이렇게 말씀을 드려요. 제가 아까 잠깐 이혼 프로그램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 이런 얘기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왜 줄었나 그러면 그래도 우리 집이 저 집보다는 낫다. 그래도 저 사람이 이 사람보다는 낫다 이런 것도 있고... 실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한국에서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는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그 의견보다는 경기가 안 좋으면 이혼율은 줍니다. 그렇게 우리가 외부의 압력이 커지면 내부 응집성이 커지는 거고요. 동시에 안쪽 바깥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가 이혼을 해도 밖에 나가 먹고 살기가 조금 어렵잖아요. 그렇다 보면 이혼을 사실 안 한다기보다는 미루는 양상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황혼이혼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신중한 결정입니다.
◎김용준: 그렇죠
▼이호선: 왜냐하면 우리가 20년 그 3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가며 우리는 미운 정만 있는 게 아니라 고운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평균값을 다 내도 내가 이 사람하고는 못 살겠는 거예요. 저는 존중합니다. 존중합니다만 분명한 건 이혼도 준비된 자가 좋은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혼하기 전보다 이혼한 후가 나아야 되잖아요. 황혼 이혼이 되게 속상한 마음에 그냥 밀어붙이듯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다는 얘기는 길들여졌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이혼하실 때도 그냥 이혼하시지 마시고 이혼식이라는 것도 하셔야 됩니다. 결혼식 하는 것처럼 적어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앞으로 당신 어떻게 살아라. 또 나는 어떻게 살겠다. 지나온 세월 좋은 걸 이러했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우리 서로를 아주 자유롭게 해주겠다. 그 사람의 자유까지도 사랑하겠다. 이렇게 선언한 하나의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저는 이혼을 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했던 그 수많은 상황들 중에 탈출하거나 혹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야 되는 상황도 있기는 합니다만 조율 과정은 꼭 거쳐야 되거든요. 그래서 잊지 말고 무작정 이혼하지 마시고 그 이전에 이혼 관련된 상담받아보시고 또 이혼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이혼 전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 왜냐하면 이혼 후에 적응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재산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활동과 관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고 그다음에 이혼하셔도 늦지 않다.
◎김용준: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질문 좀 드릴게요. 저희가 이주의 사람 공식 코너 질문인데요. 내 삶의 한 장면입니다. 문구나 음악이나 사진인데 내 삶의 한 문장을 골라주셨더라고요. ‘힘든 일은 남에게’ 이게 어떤 철학이 담긴 건가요?
▼이호선: 이게 참 어떤 분은 말씀하실 겁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냐? 당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거 아니냐? 그게 아니고요. 사람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너무 많은 일을 맡으면 모두가 망가지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힘든 일이다 싶을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 내 일인 것과 내 일이 아닌 것들을 구분을 해서 내 일이 아닌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좀 넘기는 것도 자기의 건강과 타인의 역할을 위해서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이상한 말씀이고 또 어떤 분들은 어떻게 이런 말을 하냐, 하시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들을 다 이고 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는 것들이 옳다 생각했지만 그게 때로는 나를 망가뜨리는 일이었고 타인의 기회를 가져가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면 적절하게 어른이 힘든 일을 잘 나누어서 분별하고 그렇게 재분배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삶의 지혜이자 또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준: 예. 이주의 사람 지금까지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무엇보다 최고의 상담가이신 이호선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7월 25일 금요일 사사건건은 여기까지입니다. 폭염에 건강 관리 꼭 유의하시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사건건] “힘든 일은 남에게” 왜?…이호선 교수가 말하다
-
- 입력 2025-07-25 16:38:08
- 수정2025-07-25 17:44:20

■ 방송시간 : 7월 25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이호선 /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https://youtu.be/Yu6ztESa_DQ
◎김용준: 사사건건 금요일의 코너 이주의 사람입니다. 요즘 상담계의 양대 산맥이 있습니다. 다정한 말투로 온화하게 일깨우는 오은영 교수님이 있는 반면에 정신 차리세요! 하면서 팩트로 직행하는 또 다른 산맥인데요. 이분에게 쓴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이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도 줄을 섰다고 합니다.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또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따끔한 충고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지만 실은 호랑이상이 아니라 고양이상이라는 분입니다. 이주의 사람 소통 전문가 이호선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호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용준: 반갑습니다. 요즘은 그 활동 영역이 정말 범위가 없으신 것 같아요. 지금 보면 타 방송사에서 하는 이혼 관련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특유의 따끔한 충고 하시면서 화제가 되고 있고 그 영향력과 인기를 실감하시는지도 궁금하고 또 최근에 해외까지 진출하는데 어디로 진출을 하시는 거예요?
▼이호선: 아무 데나 갑니다.
◎김용준: 아무 데나요.
▼이호선: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고 또 그런 관계를 맺다 보면 또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이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경우가 있는데 정말 놀랍게 어딜 가나 심각한 갈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이 있어서 이거는 국내, 국외의 문제가 아니고요. 어딜 가나 상담은 성수기다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소통 전문가, 심리학자, 부부 상담 전문가, 교수님 직함이 많으신데 제일 만족스러운 직함은 뭐라고 불리실 때예요?
▼이호선: 저는 상담가라는 이름을 좋아해요.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일 저는 다 좋아하거든요. 상담을 할 때도 좋고 또 가르칠 때도 좋고 또 방송을 할 때도 좋고요. 그리고 제가 딸로 살 때도 또 배우자로 살 때도 엄마로 살 때도 다 좋아요. 다 좋은데 그중에서 아마 가장 보람을 얘기해라 그러면 아마 교육하고 상담일 텐데 이거 두 개의 무게를 비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상담이라고 하는 영역은 누군가 그 삶에 저를 초대해 주어야 되잖아요. 그 문을 열어주어야 비로소 제가 그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분의 삶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거라 굉장히 고귀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고요. 아마 살면서 누군가 나를 내 삶에 초대해서 그렇게 기꺼이 안쪽에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는 그런 기회는 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용준: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
▼이호선: 그런 차원에서 상담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순간에 또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분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몇 안 되는 기회라서 저는 흔히 영혼과 만난다. 이런 얘기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역할들 중에 상담이 저로서는 가장 기쁘기도 하고 제1순위이기도 합니다.
◎김용준: 오늘도 뭐 이런저런 내용들 좀 상담을 요청드려볼게요. 최근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서 그 화제성, 파급력 이런 게 굉장히 커서 부부 상담이랄지 이혼 관련 상담에서 굉장히 회자가 많이 되시는데 이 교수님께서 여러 상담과 소통 영역 중에서 특히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두는 상담 영역이나 분야가 있다면 혹시 어디가 있을까요?
▼이호선: 저는 사실 중, 노년 상담을 저는 굉장히 애정합니다.
◎김용준: 중·노년이요.
▼이호선: 제가 그래서 조금 전에 오은영 박사님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보통 농담 삼아 제 소개를 할 때 아동 상담은 오은영, 개 상담은 강형욱 중·노년 상담은 이호선 제가 보통 이렇게 제 소개를 하는데 그건 저도 물론 아동 상담도 하고 청소년 상담, 청년 상담, 중년 상담, 노년 상담, 사실 상담이라는 영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살피는 부분이기는 해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그 안쪽에 매력을 느끼고 또 그 안쪽의 중요성을 느끼고 또 함께 만났을 때 저도 잘 녹아들어 가는 영역이 전문가들마다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저는 중, 노년이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 제가 그렇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이 있었던 사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어르신들 보면 굉장히 좋고요. 또 중년들 이렇게 지나가는 걸 보면 나는 중년이 되면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도 좀 많이 했었고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여러 상담 영역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노년 상담이 있다 그러면 저는 서슴없이 들어갑니다.
◎김용준: 그러시군요. 교수님 특유의 화법과 촌철살인의 어떤 충고가 교수님만의 어떤 시그니처가 된 것 같은데 앞서 제가 말씀을 재미로 좀 드렸습니다마는 오 교수님 비교하면서요, 교수님께 상담받으려는 분들이 소위 말하는 팩트에 좀 공감하고 또 그런 방식의 상담을 왜 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해요.
▼이호선: 일단은 이 모든 상담이 다 그렇게 직면 중심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방송이라고 하는 게 그 여러 상담의 장면들 중에 일부를 또 편집을 해서 압축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여러 면으로, 다차원적으로 보여주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실제 저희가 상담을 할 때 공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해요. 그러나 공감만이 답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공감이 이 사람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는 보통 상담하는 분들이 직면하기를 조금 두려워하세요. 왜냐하면 혹시 상처받을까 봐. 또 이 상처가 오히려 이 삶의 이야기들을 더 뒤로 수축하게 할까 봐 약간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통 우리가 이렇게 직면한다는 것,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때로는 방향을 선회하도록 조금 더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는 그 이전에 상당한 라포라는 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라포라고 하는 건 일명 치료적 관계 또 치료적 동맹, 믿음의 관계 이런 거라 충분히 이 사람과 공감의 여지를 가진 상태에서 우리가 일명 직면으로 들어가지 그냥 얼굴 보자마자 바로 당신 이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일단 안쪽에 수많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공간이 있다는 걸 말씀을 드리고요. 다만 이제 분명한 건 요즘 사람들이 호흡이 짧습니다. 호흡이 짧고 그리고 아주 선명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답 혹은 때로는 내가 가야 한다 생각하는 그 방향에 대해서 누군가 함께 그 길을 갈 때, 마치 우리가 요새 유튜브도 2배속, 3배속 보잖아요. 상담도 2배속, 3배속으로 하기를 원해요. 그런데 사실 천천히 가야 하기는 하지만 짚을 건 딱 짚어야 그다음에 속도가 나거든요.
◎김용준: 막 듣다 보면 선생님 그래서 제가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막 이렇게 다급하게 다가오시는 분도 계실테고...
▼이호선: 그렇죠. 그럴 때 그냥 그 속도에 맞춰서 제가 조금 더 다른 분들에 비해서 빠르게 말씀드리는 것뿐이고요. 조금 빠르게 말씀드리는 그 부분을 조금 더 즐거워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일 중요한 건 즐겁다 아니다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아져야죠. 그 삶이 좋아지고 그 관계가 좋아지고 그 상처가 낫고 아픔이 회복되고 이런 모든 여정에 필요하다면 직면을 하는 거지 사실 이 직면 자체가 모든 상담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이 직면을 했을 때 때로는 어떤 분은 이걸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살펴서 이 사람들의 좌우 앞뒤 안쪽 바깥쪽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필요한 경우 또 방향이 정말 확연하게 달라져야 할 경우에만 그렇게 직면을 하는 건데 요즘 분들이 속도도 그렇지만 이런 강력한 에너지를 조금 더 선호하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
◎김용준: 오늘은 의외로 저희가 사전에 여쭤보니까 부부 상담이랄지 불통 소통 이런 관련된 이야기보다 나이 잘 드는 법에 대한 말씀을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이 주제를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호선: 잘 늙어야 되니까요. 잘 늙어야 된다. 이게 요새는 100세 시대가 아니잖아요. 100 플러스알파 시대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진짜 긴 세월을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데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보통 성장이 25세고 그 이후로는 다 노화거든요. 이 노화의 시절이 너무 긴 거예요. 그 긴 세월 동안에 오랜 세월 성인으로 살아가고 또 오랜 세월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이를 잘 드는 게 되게 중요하겠다. 왜냐하면 나이만 먹으면 노인이지만 성숙해 가면 이건 어른이라고 부를 테니 우리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자태를 갖춰가면서 더군다나 요즘 얼마나 세상이 빠르고 복잡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진짜 인생 선배다운 면모를 갖추고 괜찮은 부모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나이 듦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이 듦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이 늘어나고요. 또 그런 방향으로 또 책도 쓰고 있고요.
◎김용준: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랄지 경륜의 폭이랄지 이런 게 좀 넓어지면서 그것이 곧 삶의 지혜다라고 생각해서 꼭 그거를 후대 아들자식 혹은 부하 직원 등등에게 전수해 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떤 순간에 그런 부분들이 아집으로 바뀌게 되는 걸까요?
▼이호선: 일단은 알려주기는 뭘 알려주겠습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똑똑하고요. 기계도 너무 잘 다루고요. 정보 처리 양도 사실 20세기 사람들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은 역 멘토링 시대다 이렇게 부르거든요. 멘토링이 위에서 아래로 부모가 자식이 선배가 후배를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마치 중력의 흐름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런 지혜들이 흘러 내려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오히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질문을 해서 그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숱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물을 오히려 역으로 마셔야 하는 저는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가 꼰대인가 아니면 내가 왜 갑자기 내가 굳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몸이 뻣뻣해서가 아니고요. 사실상 유연성이 좀 떨어진 건데 이 유연성은 몸의 유연성도 있지만 정신과 또 적응의 유연성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어느 순간에 내가 꼰대가 됐나 이런 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고요 어느 순간 딱 보니까 나 혼자 얘기하고 있어. 그냥 꼰대예요. 그리고 앉아 있는데 나 빼고 사람들이 슬쩍슬쩍 일어나기 시작한다.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아니면 내가 혼자 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면서 일명 꼰대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나 혼자 얘기하고 있거나 슬쩍슬쩍 자리를 떠나거나 이러면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 스스로 자가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가 하면 또 우리가 나이가 잘 드는 방법 중에서 그런 얘기도 해요. 계속 과거에 머무르는 분들 계시잖아요. 예를 들면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계속 마음에 담아 있고 또 그때 이 인간만 안 만났어도 이런 얘기들 꼭 그게 부부간에 아니어도 하면서 과거에 계속 매여 계신 분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좀 주고 싶으세요?
▼이호선: 그 인간을 안 만났으면 또 다른 인간을 만났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지난 건 한숨이고 남은 건 주름일 수 있겠으나 지난 건 지난 겁니다. 결국 우리가 내가 지난 순간에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거로만 사는 사람은 없어요. 다 선택하며 살았거든요. 그 선택 중에는 내가 책임지고 싶은 선택도 있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선택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신 건강의 최고봉은 역시 남 탓 아니겠습니까? 지난 세월도 남 탓이다 생각하면 사실 나는 신세가 편한 거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거에 지난 모든 것들도 내 선택이 그 안에 항상 있었다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저도 나이 들어가고 저보다 더 인생 선배로 나이 들어가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찰 얘기들을 그렇게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성찰이 대단하고 엄청난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옛날에 크게 잘못했다면 이제 조금 덜 잘못하는 거 옛날에 큰 실수를 했다면 이제 조금 덜 실수하는 거 생각해 보면 우리가 늘 어떻게 잘 하겠습니까? 또 우리가 지금 내가 50이다 60이다 얘기합니다만 공자님께서 40이면 불혹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흔들림이 없다. 미혹됨이 없다는 거지만 40 넘어보신 분들은 다 알아요.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거거든요. 50 넘으면 공자님께서 지천명이라고 하셨어요.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인데 제가 50이 넘어보니까 그 지천명이 왜 지천명인지 알겠더라고요. 문제가 지천이라서...
◎김용준: 아, 그래서 지천명이다.
▼이호선: 이순이면 60 얘기하는데 귀가 순해진다. 하지만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좋은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매번 흔들리고 매번 어려운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릴 때로 어렵고 클 때는 또 클 때로 어렵고 나이 들어가잖아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지금의 삶이고 지금의 자리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은 저도 그렇고 같이 나이 들어가고 또 저보다 훨씬 더 나이 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얘기하시는 게 20세기 최선하고 21세기 최선이 좀 다른 것 같아요. 20세기 최선은 선배들만 따라가면 돼요. 열심히 그 길만 마당 쓸듯이 그렇게 따라가면 되는데 21세기 최선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21세기 어른은 누가 알려주는 어른이 아니고요. 과거에 따라갈 만한 이런 새로운 모델도 없는 게 바로 21세기 어른이라서 그런데 제일 먼저는 일단 주변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내 자신을 잘 살필 수 있는 이런 심리적 포만감, 주변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잘 간직하는 인생의 정원 같은 것들을 좀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저는 그래서 공부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김용준: 앞으로를 또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있지만 아직 은퇴하지 않은 분들은 은퇴를 또 저처럼 신혼부부의 경우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완전히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어떤 준비가 돼 있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와의 이별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을 텐데 받아들이는 것을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해서 이건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될까요?
▼이호선: 일단 신혼 축하드리고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은퇴도 하고요. 아이들도 떠나보내고 이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개념이에요. 그래서 사실 우리가 그 전에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그전에 뭐라고 불렀냐 하면 빈 둥지 증후군 얘기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님들 빈 둥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으세요.
◎김용준: 그래요?
▼이호선: 실제 빈 둥지 때문에 몸서리치면서 앓아눕는 분은 5%도 안 됩니다. 오히려 남모르게 뒤에서 만세를 부르는 분들 많거든요.
◎김용준: 이제 됐다.
▼이호선: 그래서 오히려 자식들이 너무 기뻐하는 부모를 보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내가 내 부모에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그래서 일명 이걸 제가 이렇게 붙였습니다. 이름을 역 빈 둥지다.
◎김용준: 역 빈 둥지.
▼이호선: 오히려 내 부모가 내 품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이런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결국은 우리가 지금 부모의 역할이나 인식이나 혹은 방향이나 이런 것들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게 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상실일은 절댓값이 있어요. 또 내가 고통이나 상실이나 혹은 상처는 내가 오롯이 지고 가야 될 절댓값이 있는 거라 남이 아파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분명한 건 퇴직이 끝이 아니고요. 퇴직도 우리가 선택하고 또 그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했어요. 일이라는 게 선택이었으니까.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제 인생의 시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회사 시계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나의 인생 시계로 움직여야죠. 빼곡하게 일주일의 삶을 만들어서 누구도 나에게 마치 너의 일상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다. 그러니 나에게 노는 사람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듣지 마시고요. 나의 일상을 딱 짜셔야 돼요. 나 월요일은 이거 해. 나 뭐 토요일은 이거 해. 참고로 저희 시어머니는 이제 70대 중후반 되셨는데 저희 시어머니는 늘 토요일 오전이면 화장실 청소를 하세요. 그 화장실 청소를 위해서 약속도 안 잡으세요. 이게 뭐냐 하면 이건 누구도 깰 수 없는 나만의 룰을 가지고 계신 거예요. 이건 이제 상징적인 얘기지만 이를테면 어떤 분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무조건 도서관 간다는 이런 분들도 계시거든요. 나만의 인생 스케줄을 짜셔서 나만의 시계를 돌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상실에 눕혀서 허덕이지 않고요. 그 슬픔에 즙을 마시면서 내 인생에 대한 눈물을 그렇게 흘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안쪽을 채워 나가고 이제 다른 사람 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 사실은 우리가 심리학에서는 가짜 자기라고 불러요. 이제 진짜 자기를 찾아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시고요. 루틴을 짜야 합니다. 일주일을 짜서 그 상실의 시간을 또 하나의 창조의 공간으로 또 하나의 빅뱅의 순간으로 또 하나의 가능성, 해석의 시간으로 내가 창조하고 만들어야죠. 우리는 이제 성인이니까 나이를 먹었으니까 어른이니까 어른의 말하고 어른의 행동하고 어른의 시선 가지고 어른의 시간을 돌려야죠. 굉장히 중요하게 슬픔을 일종의 애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요. 퇴직도 그렇고 아이들이 떠날 때도. 그러나 이건 그 속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요. 또 다른 세계를 내가 열어야 또 다른 기쁨이 내게 온다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용준: 예. 나만의 스케줄 항상 매일 오후 4시에는 사사건건을 본다 이런 것들도 굉장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결혼하자마자 이혼하는 커플도 굉장히 늘지만 황혼 이혼도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하시는지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최고다. 이러시는지 아니면 다른 얘기를 하시는지요?
▼이호선: 경기가 안 좋으니 이혼하지 마시라. 이혼을 좀 미루시라. 저는 일단 이렇게 말씀을 드려요. 제가 아까 잠깐 이혼 프로그램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 이런 얘기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왜 줄었나 그러면 그래도 우리 집이 저 집보다는 낫다. 그래도 저 사람이 이 사람보다는 낫다 이런 것도 있고... 실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한국에서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는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그 의견보다는 경기가 안 좋으면 이혼율은 줍니다. 그렇게 우리가 외부의 압력이 커지면 내부 응집성이 커지는 거고요. 동시에 안쪽 바깥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가 이혼을 해도 밖에 나가 먹고 살기가 조금 어렵잖아요. 그렇다 보면 이혼을 사실 안 한다기보다는 미루는 양상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황혼이혼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신중한 결정입니다.
◎김용준: 그렇죠
▼이호선: 왜냐하면 우리가 20년 그 3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가며 우리는 미운 정만 있는 게 아니라 고운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평균값을 다 내도 내가 이 사람하고는 못 살겠는 거예요. 저는 존중합니다. 존중합니다만 분명한 건 이혼도 준비된 자가 좋은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혼하기 전보다 이혼한 후가 나아야 되잖아요. 황혼 이혼이 되게 속상한 마음에 그냥 밀어붙이듯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다는 얘기는 길들여졌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이혼하실 때도 그냥 이혼하시지 마시고 이혼식이라는 것도 하셔야 됩니다. 결혼식 하는 것처럼 적어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앞으로 당신 어떻게 살아라. 또 나는 어떻게 살겠다. 지나온 세월 좋은 걸 이러했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우리 서로를 아주 자유롭게 해주겠다. 그 사람의 자유까지도 사랑하겠다. 이렇게 선언한 하나의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저는 이혼을 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했던 그 수많은 상황들 중에 탈출하거나 혹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야 되는 상황도 있기는 합니다만 조율 과정은 꼭 거쳐야 되거든요. 그래서 잊지 말고 무작정 이혼하지 마시고 그 이전에 이혼 관련된 상담받아보시고 또 이혼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이혼 전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 왜냐하면 이혼 후에 적응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재산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활동과 관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고 그다음에 이혼하셔도 늦지 않다.
◎김용준: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질문 좀 드릴게요. 저희가 이주의 사람 공식 코너 질문인데요. 내 삶의 한 장면입니다. 문구나 음악이나 사진인데 내 삶의 한 문장을 골라주셨더라고요. ‘힘든 일은 남에게’ 이게 어떤 철학이 담긴 건가요?
▼이호선: 이게 참 어떤 분은 말씀하실 겁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냐? 당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거 아니냐? 그게 아니고요. 사람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너무 많은 일을 맡으면 모두가 망가지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힘든 일이다 싶을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 내 일인 것과 내 일이 아닌 것들을 구분을 해서 내 일이 아닌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좀 넘기는 것도 자기의 건강과 타인의 역할을 위해서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이상한 말씀이고 또 어떤 분들은 어떻게 이런 말을 하냐, 하시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들을 다 이고 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는 것들이 옳다 생각했지만 그게 때로는 나를 망가뜨리는 일이었고 타인의 기회를 가져가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면 적절하게 어른이 힘든 일을 잘 나누어서 분별하고 그렇게 재분배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삶의 지혜이자 또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준: 예. 이주의 사람 지금까지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무엇보다 최고의 상담가이신 이호선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7월 25일 금요일 사사건건은 여기까지입니다. 폭염에 건강 관리 꼭 유의하시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이호선 /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https://youtu.be/Yu6ztESa_DQ
◎김용준: 사사건건 금요일의 코너 이주의 사람입니다. 요즘 상담계의 양대 산맥이 있습니다. 다정한 말투로 온화하게 일깨우는 오은영 교수님이 있는 반면에 정신 차리세요! 하면서 팩트로 직행하는 또 다른 산맥인데요. 이분에게 쓴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이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도 줄을 섰다고 합니다.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또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따끔한 충고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지만 실은 호랑이상이 아니라 고양이상이라는 분입니다. 이주의 사람 소통 전문가 이호선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호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용준: 반갑습니다. 요즘은 그 활동 영역이 정말 범위가 없으신 것 같아요. 지금 보면 타 방송사에서 하는 이혼 관련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특유의 따끔한 충고 하시면서 화제가 되고 있고 그 영향력과 인기를 실감하시는지도 궁금하고 또 최근에 해외까지 진출하는데 어디로 진출을 하시는 거예요?
▼이호선: 아무 데나 갑니다.
◎김용준: 아무 데나요.
▼이호선: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고 또 그런 관계를 맺다 보면 또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이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경우가 있는데 정말 놀랍게 어딜 가나 심각한 갈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이 있어서 이거는 국내, 국외의 문제가 아니고요. 어딜 가나 상담은 성수기다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소통 전문가, 심리학자, 부부 상담 전문가, 교수님 직함이 많으신데 제일 만족스러운 직함은 뭐라고 불리실 때예요?
▼이호선: 저는 상담가라는 이름을 좋아해요.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일 저는 다 좋아하거든요. 상담을 할 때도 좋고 또 가르칠 때도 좋고 또 방송을 할 때도 좋고요. 그리고 제가 딸로 살 때도 또 배우자로 살 때도 엄마로 살 때도 다 좋아요. 다 좋은데 그중에서 아마 가장 보람을 얘기해라 그러면 아마 교육하고 상담일 텐데 이거 두 개의 무게를 비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상담이라고 하는 영역은 누군가 그 삶에 저를 초대해 주어야 되잖아요. 그 문을 열어주어야 비로소 제가 그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분의 삶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거라 굉장히 고귀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고요. 아마 살면서 누군가 나를 내 삶에 초대해서 그렇게 기꺼이 안쪽에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는 그런 기회는 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용준: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
▼이호선: 그런 차원에서 상담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순간에 또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분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몇 안 되는 기회라서 저는 흔히 영혼과 만난다. 이런 얘기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역할들 중에 상담이 저로서는 가장 기쁘기도 하고 제1순위이기도 합니다.
◎김용준: 오늘도 뭐 이런저런 내용들 좀 상담을 요청드려볼게요. 최근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서 그 화제성, 파급력 이런 게 굉장히 커서 부부 상담이랄지 이혼 관련 상담에서 굉장히 회자가 많이 되시는데 이 교수님께서 여러 상담과 소통 영역 중에서 특히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두는 상담 영역이나 분야가 있다면 혹시 어디가 있을까요?
▼이호선: 저는 사실 중, 노년 상담을 저는 굉장히 애정합니다.
◎김용준: 중·노년이요.
▼이호선: 제가 그래서 조금 전에 오은영 박사님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보통 농담 삼아 제 소개를 할 때 아동 상담은 오은영, 개 상담은 강형욱 중·노년 상담은 이호선 제가 보통 이렇게 제 소개를 하는데 그건 저도 물론 아동 상담도 하고 청소년 상담, 청년 상담, 중년 상담, 노년 상담, 사실 상담이라는 영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살피는 부분이기는 해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그 안쪽에 매력을 느끼고 또 그 안쪽의 중요성을 느끼고 또 함께 만났을 때 저도 잘 녹아들어 가는 영역이 전문가들마다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저는 중, 노년이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 제가 그렇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이 있었던 사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어르신들 보면 굉장히 좋고요. 또 중년들 이렇게 지나가는 걸 보면 나는 중년이 되면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도 좀 많이 했었고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여러 상담 영역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노년 상담이 있다 그러면 저는 서슴없이 들어갑니다.
◎김용준: 그러시군요. 교수님 특유의 화법과 촌철살인의 어떤 충고가 교수님만의 어떤 시그니처가 된 것 같은데 앞서 제가 말씀을 재미로 좀 드렸습니다마는 오 교수님 비교하면서요, 교수님께 상담받으려는 분들이 소위 말하는 팩트에 좀 공감하고 또 그런 방식의 상담을 왜 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해요.
▼이호선: 일단은 이 모든 상담이 다 그렇게 직면 중심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방송이라고 하는 게 그 여러 상담의 장면들 중에 일부를 또 편집을 해서 압축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여러 면으로, 다차원적으로 보여주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실제 저희가 상담을 할 때 공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해요. 그러나 공감만이 답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공감이 이 사람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는 보통 상담하는 분들이 직면하기를 조금 두려워하세요. 왜냐하면 혹시 상처받을까 봐. 또 이 상처가 오히려 이 삶의 이야기들을 더 뒤로 수축하게 할까 봐 약간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통 우리가 이렇게 직면한다는 것,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때로는 방향을 선회하도록 조금 더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는 그 이전에 상당한 라포라는 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라포라고 하는 건 일명 치료적 관계 또 치료적 동맹, 믿음의 관계 이런 거라 충분히 이 사람과 공감의 여지를 가진 상태에서 우리가 일명 직면으로 들어가지 그냥 얼굴 보자마자 바로 당신 이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일단 안쪽에 수많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공간이 있다는 걸 말씀을 드리고요. 다만 이제 분명한 건 요즘 사람들이 호흡이 짧습니다. 호흡이 짧고 그리고 아주 선명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답 혹은 때로는 내가 가야 한다 생각하는 그 방향에 대해서 누군가 함께 그 길을 갈 때, 마치 우리가 요새 유튜브도 2배속, 3배속 보잖아요. 상담도 2배속, 3배속으로 하기를 원해요. 그런데 사실 천천히 가야 하기는 하지만 짚을 건 딱 짚어야 그다음에 속도가 나거든요.
◎김용준: 막 듣다 보면 선생님 그래서 제가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막 이렇게 다급하게 다가오시는 분도 계실테고...
▼이호선: 그렇죠. 그럴 때 그냥 그 속도에 맞춰서 제가 조금 더 다른 분들에 비해서 빠르게 말씀드리는 것뿐이고요. 조금 빠르게 말씀드리는 그 부분을 조금 더 즐거워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일 중요한 건 즐겁다 아니다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아져야죠. 그 삶이 좋아지고 그 관계가 좋아지고 그 상처가 낫고 아픔이 회복되고 이런 모든 여정에 필요하다면 직면을 하는 거지 사실 이 직면 자체가 모든 상담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이 직면을 했을 때 때로는 어떤 분은 이걸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살펴서 이 사람들의 좌우 앞뒤 안쪽 바깥쪽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필요한 경우 또 방향이 정말 확연하게 달라져야 할 경우에만 그렇게 직면을 하는 건데 요즘 분들이 속도도 그렇지만 이런 강력한 에너지를 조금 더 선호하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
◎김용준: 오늘은 의외로 저희가 사전에 여쭤보니까 부부 상담이랄지 불통 소통 이런 관련된 이야기보다 나이 잘 드는 법에 대한 말씀을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이 주제를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호선: 잘 늙어야 되니까요. 잘 늙어야 된다. 이게 요새는 100세 시대가 아니잖아요. 100 플러스알파 시대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진짜 긴 세월을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데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보통 성장이 25세고 그 이후로는 다 노화거든요. 이 노화의 시절이 너무 긴 거예요. 그 긴 세월 동안에 오랜 세월 성인으로 살아가고 또 오랜 세월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이를 잘 드는 게 되게 중요하겠다. 왜냐하면 나이만 먹으면 노인이지만 성숙해 가면 이건 어른이라고 부를 테니 우리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자태를 갖춰가면서 더군다나 요즘 얼마나 세상이 빠르고 복잡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진짜 인생 선배다운 면모를 갖추고 괜찮은 부모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나이 듦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이 듦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이 늘어나고요. 또 그런 방향으로 또 책도 쓰고 있고요.
◎김용준: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랄지 경륜의 폭이랄지 이런 게 좀 넓어지면서 그것이 곧 삶의 지혜다라고 생각해서 꼭 그거를 후대 아들자식 혹은 부하 직원 등등에게 전수해 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떤 순간에 그런 부분들이 아집으로 바뀌게 되는 걸까요?
▼이호선: 일단은 알려주기는 뭘 알려주겠습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똑똑하고요. 기계도 너무 잘 다루고요. 정보 처리 양도 사실 20세기 사람들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은 역 멘토링 시대다 이렇게 부르거든요. 멘토링이 위에서 아래로 부모가 자식이 선배가 후배를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마치 중력의 흐름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런 지혜들이 흘러 내려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오히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질문을 해서 그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숱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물을 오히려 역으로 마셔야 하는 저는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가 꼰대인가 아니면 내가 왜 갑자기 내가 굳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몸이 뻣뻣해서가 아니고요. 사실상 유연성이 좀 떨어진 건데 이 유연성은 몸의 유연성도 있지만 정신과 또 적응의 유연성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어느 순간에 내가 꼰대가 됐나 이런 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고요 어느 순간 딱 보니까 나 혼자 얘기하고 있어. 그냥 꼰대예요. 그리고 앉아 있는데 나 빼고 사람들이 슬쩍슬쩍 일어나기 시작한다.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아니면 내가 혼자 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면서 일명 꼰대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용준: 나 혼자 얘기하고 있거나 슬쩍슬쩍 자리를 떠나거나 이러면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 스스로 자가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가 하면 또 우리가 나이가 잘 드는 방법 중에서 그런 얘기도 해요. 계속 과거에 머무르는 분들 계시잖아요. 예를 들면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계속 마음에 담아 있고 또 그때 이 인간만 안 만났어도 이런 얘기들 꼭 그게 부부간에 아니어도 하면서 과거에 계속 매여 계신 분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좀 주고 싶으세요?
▼이호선: 그 인간을 안 만났으면 또 다른 인간을 만났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지난 건 한숨이고 남은 건 주름일 수 있겠으나 지난 건 지난 겁니다. 결국 우리가 내가 지난 순간에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거로만 사는 사람은 없어요. 다 선택하며 살았거든요. 그 선택 중에는 내가 책임지고 싶은 선택도 있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선택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신 건강의 최고봉은 역시 남 탓 아니겠습니까? 지난 세월도 남 탓이다 생각하면 사실 나는 신세가 편한 거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거에 지난 모든 것들도 내 선택이 그 안에 항상 있었다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저도 나이 들어가고 저보다 더 인생 선배로 나이 들어가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찰 얘기들을 그렇게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성찰이 대단하고 엄청난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옛날에 크게 잘못했다면 이제 조금 덜 잘못하는 거 옛날에 큰 실수를 했다면 이제 조금 덜 실수하는 거 생각해 보면 우리가 늘 어떻게 잘 하겠습니까? 또 우리가 지금 내가 50이다 60이다 얘기합니다만 공자님께서 40이면 불혹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흔들림이 없다. 미혹됨이 없다는 거지만 40 넘어보신 분들은 다 알아요.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거거든요. 50 넘으면 공자님께서 지천명이라고 하셨어요.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인데 제가 50이 넘어보니까 그 지천명이 왜 지천명인지 알겠더라고요. 문제가 지천이라서...
◎김용준: 아, 그래서 지천명이다.
▼이호선: 이순이면 60 얘기하는데 귀가 순해진다. 하지만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좋은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매번 흔들리고 매번 어려운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릴 때로 어렵고 클 때는 또 클 때로 어렵고 나이 들어가잖아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지금의 삶이고 지금의 자리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은 저도 그렇고 같이 나이 들어가고 또 저보다 훨씬 더 나이 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얘기하시는 게 20세기 최선하고 21세기 최선이 좀 다른 것 같아요. 20세기 최선은 선배들만 따라가면 돼요. 열심히 그 길만 마당 쓸듯이 그렇게 따라가면 되는데 21세기 최선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21세기 어른은 누가 알려주는 어른이 아니고요. 과거에 따라갈 만한 이런 새로운 모델도 없는 게 바로 21세기 어른이라서 그런데 제일 먼저는 일단 주변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내 자신을 잘 살필 수 있는 이런 심리적 포만감, 주변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잘 간직하는 인생의 정원 같은 것들을 좀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저는 그래서 공부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김용준: 앞으로를 또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있지만 아직 은퇴하지 않은 분들은 은퇴를 또 저처럼 신혼부부의 경우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완전히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어떤 준비가 돼 있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와의 이별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을 텐데 받아들이는 것을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해서 이건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될까요?
▼이호선: 일단 신혼 축하드리고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은퇴도 하고요. 아이들도 떠나보내고 이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개념이에요. 그래서 사실 우리가 그 전에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그전에 뭐라고 불렀냐 하면 빈 둥지 증후군 얘기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님들 빈 둥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으세요.
◎김용준: 그래요?
▼이호선: 실제 빈 둥지 때문에 몸서리치면서 앓아눕는 분은 5%도 안 됩니다. 오히려 남모르게 뒤에서 만세를 부르는 분들 많거든요.
◎김용준: 이제 됐다.
▼이호선: 그래서 오히려 자식들이 너무 기뻐하는 부모를 보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내가 내 부모에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그래서 일명 이걸 제가 이렇게 붙였습니다. 이름을 역 빈 둥지다.
◎김용준: 역 빈 둥지.
▼이호선: 오히려 내 부모가 내 품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이런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결국은 우리가 지금 부모의 역할이나 인식이나 혹은 방향이나 이런 것들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게 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상실일은 절댓값이 있어요. 또 내가 고통이나 상실이나 혹은 상처는 내가 오롯이 지고 가야 될 절댓값이 있는 거라 남이 아파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분명한 건 퇴직이 끝이 아니고요. 퇴직도 우리가 선택하고 또 그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했어요. 일이라는 게 선택이었으니까.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제 인생의 시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회사 시계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나의 인생 시계로 움직여야죠. 빼곡하게 일주일의 삶을 만들어서 누구도 나에게 마치 너의 일상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다. 그러니 나에게 노는 사람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듣지 마시고요. 나의 일상을 딱 짜셔야 돼요. 나 월요일은 이거 해. 나 뭐 토요일은 이거 해. 참고로 저희 시어머니는 이제 70대 중후반 되셨는데 저희 시어머니는 늘 토요일 오전이면 화장실 청소를 하세요. 그 화장실 청소를 위해서 약속도 안 잡으세요. 이게 뭐냐 하면 이건 누구도 깰 수 없는 나만의 룰을 가지고 계신 거예요. 이건 이제 상징적인 얘기지만 이를테면 어떤 분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무조건 도서관 간다는 이런 분들도 계시거든요. 나만의 인생 스케줄을 짜셔서 나만의 시계를 돌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상실에 눕혀서 허덕이지 않고요. 그 슬픔에 즙을 마시면서 내 인생에 대한 눈물을 그렇게 흘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안쪽을 채워 나가고 이제 다른 사람 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 사실은 우리가 심리학에서는 가짜 자기라고 불러요. 이제 진짜 자기를 찾아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시고요. 루틴을 짜야 합니다. 일주일을 짜서 그 상실의 시간을 또 하나의 창조의 공간으로 또 하나의 빅뱅의 순간으로 또 하나의 가능성, 해석의 시간으로 내가 창조하고 만들어야죠. 우리는 이제 성인이니까 나이를 먹었으니까 어른이니까 어른의 말하고 어른의 행동하고 어른의 시선 가지고 어른의 시간을 돌려야죠. 굉장히 중요하게 슬픔을 일종의 애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요. 퇴직도 그렇고 아이들이 떠날 때도. 그러나 이건 그 속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요. 또 다른 세계를 내가 열어야 또 다른 기쁨이 내게 온다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용준: 예. 나만의 스케줄 항상 매일 오후 4시에는 사사건건을 본다 이런 것들도 굉장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결혼하자마자 이혼하는 커플도 굉장히 늘지만 황혼 이혼도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하시는지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최고다. 이러시는지 아니면 다른 얘기를 하시는지요?
▼이호선: 경기가 안 좋으니 이혼하지 마시라. 이혼을 좀 미루시라. 저는 일단 이렇게 말씀을 드려요. 제가 아까 잠깐 이혼 프로그램 말씀하셨습니다만 제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 이런 얘기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왜 줄었나 그러면 그래도 우리 집이 저 집보다는 낫다. 그래도 저 사람이 이 사람보다는 낫다 이런 것도 있고... 실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한국에서 이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이혼율이 좀 줄었다는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그 의견보다는 경기가 안 좋으면 이혼율은 줍니다. 그렇게 우리가 외부의 압력이 커지면 내부 응집성이 커지는 거고요. 동시에 안쪽 바깥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가 이혼을 해도 밖에 나가 먹고 살기가 조금 어렵잖아요. 그렇다 보면 이혼을 사실 안 한다기보다는 미루는 양상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황혼이혼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신중한 결정입니다.
◎김용준: 그렇죠
▼이호선: 왜냐하면 우리가 20년 그 3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가며 우리는 미운 정만 있는 게 아니라 고운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평균값을 다 내도 내가 이 사람하고는 못 살겠는 거예요. 저는 존중합니다. 존중합니다만 분명한 건 이혼도 준비된 자가 좋은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혼하기 전보다 이혼한 후가 나아야 되잖아요. 황혼 이혼이 되게 속상한 마음에 그냥 밀어붙이듯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다는 얘기는 길들여졌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이혼하실 때도 그냥 이혼하시지 마시고 이혼식이라는 것도 하셔야 됩니다. 결혼식 하는 것처럼 적어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앞으로 당신 어떻게 살아라. 또 나는 어떻게 살겠다. 지나온 세월 좋은 걸 이러했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우리 서로를 아주 자유롭게 해주겠다. 그 사람의 자유까지도 사랑하겠다. 이렇게 선언한 하나의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저는 이혼을 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했던 그 수많은 상황들 중에 탈출하거나 혹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야 되는 상황도 있기는 합니다만 조율 과정은 꼭 거쳐야 되거든요. 그래서 잊지 말고 무작정 이혼하지 마시고 그 이전에 이혼 관련된 상담받아보시고 또 이혼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이혼 전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 왜냐하면 이혼 후에 적응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재산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활동과 관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고 그다음에 이혼하셔도 늦지 않다.
◎김용준: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질문 좀 드릴게요. 저희가 이주의 사람 공식 코너 질문인데요. 내 삶의 한 장면입니다. 문구나 음악이나 사진인데 내 삶의 한 문장을 골라주셨더라고요. ‘힘든 일은 남에게’ 이게 어떤 철학이 담긴 건가요?
▼이호선: 이게 참 어떤 분은 말씀하실 겁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냐? 당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거 아니냐? 그게 아니고요. 사람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너무 많은 일을 맡으면 모두가 망가지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힘든 일이다 싶을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 내 일인 것과 내 일이 아닌 것들을 구분을 해서 내 일이 아닌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좀 넘기는 것도 자기의 건강과 타인의 역할을 위해서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이상한 말씀이고 또 어떤 분들은 어떻게 이런 말을 하냐, 하시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들을 다 이고 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는 것들이 옳다 생각했지만 그게 때로는 나를 망가뜨리는 일이었고 타인의 기회를 가져가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면 적절하게 어른이 힘든 일을 잘 나누어서 분별하고 그렇게 재분배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삶의 지혜이자 또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준: 예. 이주의 사람 지금까지 소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무엇보다 최고의 상담가이신 이호선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7월 25일 금요일 사사건건은 여기까지입니다. 폭염에 건강 관리 꼭 유의하시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