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뉴스] 관세 협상 이후 ‘AI·재생에너지’ 노동계 재편 필요

입력 2025.08.04 (14:51) 수정 2025.08.04 (14: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오전 8시 30분(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기술 : 송환 감독



■ 유튜브 영상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wLjGx7jpFCw?si=51mGl6rbGic


◇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한국과 미국의 상호 관세율 15%로 결정됐습니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내용, 그리고 우리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세은 충남대 교수(이하 정세은): 예, 안녕하세요.

◇ 박지은: 이번 대미 관세 협상,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셨는지 총평부터 해 주실까요?

◆ 정세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게 매우 유리한 협상을 했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저로서는 어려운 환경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켜낸 협상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국내 시장에서 특별히 추가로 열어준 것이 크게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경쟁국과 비슷한 상호 관세 15%를 얻어냈다. 그리고 대미 투자액 같은 경우에는 향후 한국이 유리한 전략적인 분야로 투자할 수 있게 짜여졌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경쟁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얻어낸 꽤 괜찮은 협상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 박지은: 교수님께서는 국익을 지킨 좋은 성과였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협상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있었는데요. 이 협상이 타결된 배경은 어떻게 해석하고 계십니까?

◆ 정세은: 사실은 어느 정도 일본이 우리에 앞서 협상을 하면서 기준을 하나 만들어놓은 셈이거든요. 그전까지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EU, 캐나다, 한국, 일본이 같이 가자, 최대한 버티면서 많이 내주지 말자 했었는데요. 일본이 15%로 타결하고, 또 대미 투자액도 5,500억 하고 이렇게 하면서 어느 정도 기준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그 기준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협상이 된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지은: 우리는 한미 FTA라는 협정으로 인해 관세가 0%였던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일본이나 EU는 기존 관세가 2% 이상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동일한 조건의 협상이 아니다,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 정세은: 맞습니다. 우리는 한미 FTA에서 원래 0%였는데 15%로 오른 것이고, 다른 국가들은 0이 아닌 데서 오른 거니까, 그렇게만 보면 우리가 불리한 협상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영향을 받게 된 건데요. 사실 우리가 너무 미국에 수출을 잘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있습니다. 작년에 한국이 미국에 대해 660억 달러의 흑자를 봤고, 일본은 685억 달러였기 때문에 두 나라가 상당히 비슷한 흑자를 보였습니다. 이는 한국이 국가 규모에 비해 미국에 너무 많이 수출하고 흑자를 많이 본 셈이라, 미국 입장에선 한국에게 양보하기 어려운 제약 조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 감안하면 15%로 막은 것도 아쉽지만,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에서 막은 것도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 박지은: 기존 한미 FTA협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은 아쉽지만, 대미 흑자 규모로 볼 때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 그렇게 손해는 아니라는 말씀이시고요.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약속한 대미 투자 규모가 3500억 달러인데, 경제 규모에 비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세은: 이것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본 건 경제 규모보다, 얼마나 미국에 수출하고 흑자를 보느냐, 이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본이 5,500억, 우리는 3,500억이니까 우리가 불리하게 많이 한 건 아니고요. 3,500억 중에서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에 투자하는 건데요. 조선 산업은 우리가 투자하면 아주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오히려 불리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걸 빼고 보면 우리는 실질적으로 2,000억 달러 정도를 약속한 셈이니까, 이것도 과하다곤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박지은: 지금 말씀하신 대로 2,000억 달러의 투자, 그러니까 3,500억에서 조선업 프로젝트 1,500억 달러를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어떤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것인지 전망해 주신다면요?

◆ 정세은: 요즘 이야기 나오는 것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의약품 같이 미국 경제 안보에 관련된 첨단 산업입니다. 그리고 한국도 진출하고 싶고, 기술을 흡수하고 싶은 분야죠. 그런데 여기에 보면 자동차는 없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미래 첨단 산업이고, 한국도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 분야여서, 구체적인 투자 내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게 유리하게 내용을 조정하면, 한국과 미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지은: 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익금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보증이나 대출 형태의 기업 지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유리하게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 정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내용으로 내보내는 메시지에 우리가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트럼프는 모든 걸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죠. 한미 방위비 분담금 얘기할 때도 없는 사실을 사실처럼 얘기하고, 그런 건 너무 비일비재합니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에서 인기가 없습니다. 정치 문제나 물가 상승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최대한 미국이 잘했다고 홍보하는 것이고요. 우리는 향후 협상 내용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나라가 이익의 90%를 그냥 주는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건 국제 협정이나 투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도 향후 재투자의 개념일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에 투자하고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다시 미국에 재투자하겠다는 정도로 결론 날 것이지, 수익의 90%를 그냥 주는 건 아니라는 거죠.

◇ 박지은: 네, 교수님께서는 이익금의 90%는 미국에 ‘재투자’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 프로젝트, 일명 마스가 프로젝트가 타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 정세은: 3,500억 달러 펀드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투자용 펀드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겠다는 건데요. 2024년 말 한화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라는 조선소를 인수했는데, 이곳에서 미국 잠수함이나 국방 관련 선박을 수리하고 있죠. 미국이 지금 가장 골치 아픈 게, 군함이나 국방 관련 함정을 건조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가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한국이 조선업에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해 시장을 접수한다는 개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필요한 조선소를 재건하고, 한국은 미국 조선 시장, 특히 안보 관련 시장을 열게 되는 셈입니다. 사실 미국 안보와 관련된 조선 분야는 해외 기업에 잘 개방하지 않는데, 워낙 미국의 경쟁력이 없다 보니 이번에 열리게 된 겁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 이 마스가 프로젝트는,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미국 국방 조선 분야가 열린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 박지은: 교수님께서는 미국 안보와 관련된 국방 시장을 열었다는 의미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보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조선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조선업 경쟁력을 미국 발전에 쓰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우리 성장 경쟁력이나 일자리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은: 계획을 잘 짜면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만든 배를 미국에 수출하면 좋겠지만, 미국 국방 관련은 한국에서 수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직접 진출해야 되고, 그런 부분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상선의 경우는, 지금 한국에서 노동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조선업에 필요한 노동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조선업도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향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게 보면 미국으로 진출하는 부분은 확장형으로 보고, 한국과 미국 양쪽에 맞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펼치면, 꼭 미국에게만 유리한 투자 프로젝트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지은: 저희가 이제 우려하는 건, 지역에 있다 보니 지역 업체들이 미국으로 다 나가게 되면 그 여파가 지역 경제에 곧바로 미치고, 그 안에서 일하던 제조업 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이런 분들을 위한 정책이나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정세은: 제 생각엔, 미국으로 나가는 투자가 국내 고용을 줄이는 형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막 떠오르고 있는 분야, 예를 들어 AI나 새로운 산업 영역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지금 한국 산업이 자동차나 조선 같은 특정 분야에 너무 집중돼 있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서 그쪽으로 일자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 지 분야라든지, 에너지 고속도로라든지, 재생에너지 산업 같은 데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쪽으로 취약한 노동자들을 다시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산업 정책,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박지은: 이번 협상의 여파로 인해 재생에너지 산업이나 또 다른 신산업 분야에서 노동시장 자체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그 체계를 정부가 잘 마련해야 할 텐데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농산물 개방 이슈도 짚어봐야 합니다. 쌀과 소고기는 지켰다고 정부는 말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개방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죠.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정세은: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국민들에게 과도하게 포장해서 전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은 미국에 대해 99.7%가 개방되어 있어요. 개방되지 않은 건 사실상 쌀과 소고기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를 지켰다는 점에서, 실제로 개방된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소소한 품목 몇 가지, 예컨대 99.7%에서 99.8%로 올라간 것을 두고 트럼프가 과도하게 포장해서 이야기하는 거라고 봅니다. 몇 가지 품목들은 개방될 수 있지만, 핵심 품목인 쌀과 소고기를 지켰다는 점에서 그렇게 큰 우려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는 기후 온난화 때문에 요즘 재배가 잘 안 되고 있는 품목입니다. 그런 걸 고려하면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봅니다.


◇ 박지은: (농산물)개방이 일부 불가피했다면, 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쌀과 소고기 30개월령 이상은 지켰다고 하셨지만, 사과나 다른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건 사실이니까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요?

◆ 정세은: 사실 지난 한미 FTA 이후에도 관련 대책들은 계속 진행돼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농업을 어떻게 개발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세한 접근보다는,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 박지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인터뷰 인용 보도시 ‘KBS대전 생생뉴스’를 밝혀주십시오.
저작권은 KBS대전에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생생뉴스] 관세 협상 이후 ‘AI·재생에너지’ 노동계 재편 필요
    • 입력 2025-08-04 14:51:22
    • 수정2025-08-04 14:59:28
    대전

■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오전 8시 30분(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기술 : 송환 감독



■ 유튜브 영상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wLjGx7jpFCw?si=51mGl6rbGic


◇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한국과 미국의 상호 관세율 15%로 결정됐습니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내용, 그리고 우리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세은 충남대 교수(이하 정세은): 예, 안녕하세요.

◇ 박지은: 이번 대미 관세 협상,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셨는지 총평부터 해 주실까요?

◆ 정세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게 매우 유리한 협상을 했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저로서는 어려운 환경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켜낸 협상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국내 시장에서 특별히 추가로 열어준 것이 크게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경쟁국과 비슷한 상호 관세 15%를 얻어냈다. 그리고 대미 투자액 같은 경우에는 향후 한국이 유리한 전략적인 분야로 투자할 수 있게 짜여졌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경쟁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얻어낸 꽤 괜찮은 협상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 박지은: 교수님께서는 국익을 지킨 좋은 성과였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협상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있었는데요. 이 협상이 타결된 배경은 어떻게 해석하고 계십니까?

◆ 정세은: 사실은 어느 정도 일본이 우리에 앞서 협상을 하면서 기준을 하나 만들어놓은 셈이거든요. 그전까지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EU, 캐나다, 한국, 일본이 같이 가자, 최대한 버티면서 많이 내주지 말자 했었는데요. 일본이 15%로 타결하고, 또 대미 투자액도 5,500억 하고 이렇게 하면서 어느 정도 기준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그 기준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협상이 된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지은: 우리는 한미 FTA라는 협정으로 인해 관세가 0%였던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일본이나 EU는 기존 관세가 2% 이상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동일한 조건의 협상이 아니다,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 정세은: 맞습니다. 우리는 한미 FTA에서 원래 0%였는데 15%로 오른 것이고, 다른 국가들은 0이 아닌 데서 오른 거니까, 그렇게만 보면 우리가 불리한 협상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영향을 받게 된 건데요. 사실 우리가 너무 미국에 수출을 잘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있습니다. 작년에 한국이 미국에 대해 660억 달러의 흑자를 봤고, 일본은 685억 달러였기 때문에 두 나라가 상당히 비슷한 흑자를 보였습니다. 이는 한국이 국가 규모에 비해 미국에 너무 많이 수출하고 흑자를 많이 본 셈이라, 미국 입장에선 한국에게 양보하기 어려운 제약 조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 감안하면 15%로 막은 것도 아쉽지만,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에서 막은 것도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 박지은: 기존 한미 FTA협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은 아쉽지만, 대미 흑자 규모로 볼 때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 그렇게 손해는 아니라는 말씀이시고요.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약속한 대미 투자 규모가 3500억 달러인데, 경제 규모에 비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세은: 이것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본 건 경제 규모보다, 얼마나 미국에 수출하고 흑자를 보느냐, 이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본이 5,500억, 우리는 3,500억이니까 우리가 불리하게 많이 한 건 아니고요. 3,500억 중에서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에 투자하는 건데요. 조선 산업은 우리가 투자하면 아주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오히려 불리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걸 빼고 보면 우리는 실질적으로 2,000억 달러 정도를 약속한 셈이니까, 이것도 과하다곤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박지은: 지금 말씀하신 대로 2,000억 달러의 투자, 그러니까 3,500억에서 조선업 프로젝트 1,500억 달러를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어떤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것인지 전망해 주신다면요?

◆ 정세은: 요즘 이야기 나오는 것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의약품 같이 미국 경제 안보에 관련된 첨단 산업입니다. 그리고 한국도 진출하고 싶고, 기술을 흡수하고 싶은 분야죠. 그런데 여기에 보면 자동차는 없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미래 첨단 산업이고, 한국도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 분야여서, 구체적인 투자 내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게 유리하게 내용을 조정하면, 한국과 미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지은: 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익금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보증이나 대출 형태의 기업 지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유리하게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 정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내용으로 내보내는 메시지에 우리가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트럼프는 모든 걸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죠. 한미 방위비 분담금 얘기할 때도 없는 사실을 사실처럼 얘기하고, 그런 건 너무 비일비재합니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에서 인기가 없습니다. 정치 문제나 물가 상승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최대한 미국이 잘했다고 홍보하는 것이고요. 우리는 향후 협상 내용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나라가 이익의 90%를 그냥 주는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건 국제 협정이나 투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도 향후 재투자의 개념일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에 투자하고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다시 미국에 재투자하겠다는 정도로 결론 날 것이지, 수익의 90%를 그냥 주는 건 아니라는 거죠.

◇ 박지은: 네, 교수님께서는 이익금의 90%는 미국에 ‘재투자’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 프로젝트, 일명 마스가 프로젝트가 타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 정세은: 3,500억 달러 펀드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투자용 펀드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겠다는 건데요. 2024년 말 한화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라는 조선소를 인수했는데, 이곳에서 미국 잠수함이나 국방 관련 선박을 수리하고 있죠. 미국이 지금 가장 골치 아픈 게, 군함이나 국방 관련 함정을 건조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가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한국이 조선업에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해 시장을 접수한다는 개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필요한 조선소를 재건하고, 한국은 미국 조선 시장, 특히 안보 관련 시장을 열게 되는 셈입니다. 사실 미국 안보와 관련된 조선 분야는 해외 기업에 잘 개방하지 않는데, 워낙 미국의 경쟁력이 없다 보니 이번에 열리게 된 겁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 이 마스가 프로젝트는,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미국 국방 조선 분야가 열린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 박지은: 교수님께서는 미국 안보와 관련된 국방 시장을 열었다는 의미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보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조선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조선업 경쟁력을 미국 발전에 쓰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우리 성장 경쟁력이나 일자리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은: 계획을 잘 짜면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만든 배를 미국에 수출하면 좋겠지만, 미국 국방 관련은 한국에서 수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직접 진출해야 되고, 그런 부분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상선의 경우는, 지금 한국에서 노동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조선업에 필요한 노동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조선업도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향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게 보면 미국으로 진출하는 부분은 확장형으로 보고, 한국과 미국 양쪽에 맞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펼치면, 꼭 미국에게만 유리한 투자 프로젝트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지은: 저희가 이제 우려하는 건, 지역에 있다 보니 지역 업체들이 미국으로 다 나가게 되면 그 여파가 지역 경제에 곧바로 미치고, 그 안에서 일하던 제조업 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이런 분들을 위한 정책이나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정세은: 제 생각엔, 미국으로 나가는 투자가 국내 고용을 줄이는 형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막 떠오르고 있는 분야, 예를 들어 AI나 새로운 산업 영역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지금 한국 산업이 자동차나 조선 같은 특정 분야에 너무 집중돼 있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서 그쪽으로 일자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 지 분야라든지, 에너지 고속도로라든지, 재생에너지 산업 같은 데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쪽으로 취약한 노동자들을 다시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산업 정책,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박지은: 이번 협상의 여파로 인해 재생에너지 산업이나 또 다른 신산업 분야에서 노동시장 자체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그 체계를 정부가 잘 마련해야 할 텐데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농산물 개방 이슈도 짚어봐야 합니다. 쌀과 소고기는 지켰다고 정부는 말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개방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죠.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정세은: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국민들에게 과도하게 포장해서 전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은 미국에 대해 99.7%가 개방되어 있어요. 개방되지 않은 건 사실상 쌀과 소고기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를 지켰다는 점에서, 실제로 개방된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소소한 품목 몇 가지, 예컨대 99.7%에서 99.8%로 올라간 것을 두고 트럼프가 과도하게 포장해서 이야기하는 거라고 봅니다. 몇 가지 품목들은 개방될 수 있지만, 핵심 품목인 쌀과 소고기를 지켰다는 점에서 그렇게 큰 우려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는 기후 온난화 때문에 요즘 재배가 잘 안 되고 있는 품목입니다. 그런 걸 고려하면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봅니다.


◇ 박지은: (농산물)개방이 일부 불가피했다면, 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쌀과 소고기 30개월령 이상은 지켰다고 하셨지만, 사과나 다른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건 사실이니까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요?

◆ 정세은: 사실 지난 한미 FTA 이후에도 관련 대책들은 계속 진행돼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농업을 어떻게 개발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세한 접근보다는,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 박지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인터뷰 인용 보도시 ‘KBS대전 생생뉴스’를 밝혀주십시오.
저작권은 KBS대전에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대전-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