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60대 B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충북 청주의 한 빌라에서 숨졌지만,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고독사의 전형적인 모습들입니다.
■ 외로운 죽음 '고독사' 매년 3천 명 넘게 발생
우리나라는 2021년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습니다. 법적으로 '고독사'는 가족이나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혼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핵심 요소로 명시한 게 특징입니다.
법률 제정 이후 보건복지부가 실태 조사한 고독사 통계를 보면 2021년 3,378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 '누가 홀로 죽는가?' 고독사 중심에 '50~60대 남성'
서울대 의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등 공동연구팀은 고독사의 위험 요인을 알아보고자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해 2021년 고독사 3,122명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고독사한 사람 중 남성이 84%로 여성보다 많았습니다.
성별·연령별로 보면 50~60대 남성이 전체의 53%를 차지해 고독사가 장년층에 집중됐습니다.
흔히 고독사를 이야기할 때 고령의 독거노인이 집에서 혼자 돌아가시는 걸 상상하며 걱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유독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왜 50~60대 남성일까? ... 퇴직·은퇴 등 맞물려 경제적 위기 봉착
연구팀이 고독사로 사망한 사람들의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수급자(저소득층)의 비율은 3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일반 인구(3%) 대비 10배가 넘는 수치로 고독사 사망자의 경제적 취약성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독사한 중장년 남성들의 삶을 그려보면, 일자리를 잃거나 은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이혼 또는 사별 등으로 대부분 1인 가구로 살았다"며 "이들은 사회, 친구, 가족 등의 연결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우울증·알코올 중독…. 사회적 고립 '악순환'
이번 조사에서 고독사한 사람들은 정신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고독사로 숨진 3명 중 1명은 우울증 등을 앓았습니다. 또 조현병 환자 비율도 5%에 달해 일반 인구(0.3%)보다 16배 높았습니다.
특히 음주 관련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고독사 사망자 5명 중 1명은 알코올 중독,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혜진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작된 스트레스가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정신 건강 악화와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사회 단절을 강화시켜 고독사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그들의 공통점... 사망 직전 의료서비스 '기피'
실제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이 고독사한 사람들의 의료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병원 외래 방문은 사망 직전 3개월부터 감소했습니다. 입원 치료는 숨지기 1년 전부터 크게 줄었습니다. 임종이 다가올수록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일반 인구와 다른 양상입니다.
이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우울감 악화, 사회적 활동 저하로 병원 이용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패턴은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발견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고독사 상당수가 50~60대 남성이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우울증이나 알코올 관련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3개월 동안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독사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냅니다.
이 교수는 "죽음 그 자체보다 고독사로 연결되는 사회적 고립, 우울, 가난, 중독 등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며 "기존 의료·복지 사업들이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탄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대한예방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 Public Health'에 실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대한민국에서 누가 홀로 죽나” 고독사 징후는? [박광식의 닥터K]
-
- 입력 2025-08-09 06:00:39

또 다른 60대 B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충북 청주의 한 빌라에서 숨졌지만,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고독사의 전형적인 모습들입니다.
■ 외로운 죽음 '고독사' 매년 3천 명 넘게 발생
우리나라는 2021년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습니다. 법적으로 '고독사'는 가족이나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혼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핵심 요소로 명시한 게 특징입니다.
법률 제정 이후 보건복지부가 실태 조사한 고독사 통계를 보면 2021년 3,378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 '누가 홀로 죽는가?' 고독사 중심에 '50~60대 남성'
서울대 의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등 공동연구팀은 고독사의 위험 요인을 알아보고자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해 2021년 고독사 3,122명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고독사한 사람 중 남성이 84%로 여성보다 많았습니다.
성별·연령별로 보면 50~60대 남성이 전체의 53%를 차지해 고독사가 장년층에 집중됐습니다.
흔히 고독사를 이야기할 때 고령의 독거노인이 집에서 혼자 돌아가시는 걸 상상하며 걱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유독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왜 50~60대 남성일까? ... 퇴직·은퇴 등 맞물려 경제적 위기 봉착
연구팀이 고독사로 사망한 사람들의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수급자(저소득층)의 비율은 3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일반 인구(3%) 대비 10배가 넘는 수치로 고독사 사망자의 경제적 취약성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독사한 중장년 남성들의 삶을 그려보면, 일자리를 잃거나 은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이혼 또는 사별 등으로 대부분 1인 가구로 살았다"며 "이들은 사회, 친구, 가족 등의 연결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우울증·알코올 중독…. 사회적 고립 '악순환'
이번 조사에서 고독사한 사람들은 정신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고독사로 숨진 3명 중 1명은 우울증 등을 앓았습니다. 또 조현병 환자 비율도 5%에 달해 일반 인구(0.3%)보다 16배 높았습니다.
특히 음주 관련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고독사 사망자 5명 중 1명은 알코올 중독,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혜진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작된 스트레스가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정신 건강 악화와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사회 단절을 강화시켜 고독사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그들의 공통점... 사망 직전 의료서비스 '기피'
실제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이 고독사한 사람들의 의료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병원 외래 방문은 사망 직전 3개월부터 감소했습니다. 입원 치료는 숨지기 1년 전부터 크게 줄었습니다. 임종이 다가올수록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일반 인구와 다른 양상입니다.
이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우울감 악화, 사회적 활동 저하로 병원 이용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패턴은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발견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고독사 상당수가 50~60대 남성이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우울증이나 알코올 관련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3개월 동안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독사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냅니다.
이 교수는 "죽음 그 자체보다 고독사로 연결되는 사회적 고립, 우울, 가난, 중독 등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며 "기존 의료·복지 사업들이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탄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대한예방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 Public Health'에 실렸습니다.
-
-
박광식 기자 doctor@kbs.co.kr
박광식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