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대응 못하면 사형”…목숨 건 북한 간부들 [뒷北뉴스]

입력 2025.08.09 (07:00) 수정 2025.08.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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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침수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지난해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침수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번 주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북한에 머물던 비 구름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아마 북한에도 많은 비가 내렸겠지요.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6일, 평양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시간 당 70㎜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릴 거라면서 '폭우 주의 경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제방이나 저류지 같은 기반 시설이 부족한 북한은 비가 많이 왔을 때 우리보다 더 큰 피해를 입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말이 그랬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가 홍수와 폭우로 물에 잠기면서 4,100여세대가 집을 잃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보트를 타고 사흘 간 피해 현장을 돌아보면서 "용납못할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대상들에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 질타했습니다. 평양에서 타고 온 전용열차 안에서 곧바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사회안전상과 도당 위원회 책임비서를 즉각 경질했습니다.

■ 김정은 발 밑 제방엔 구멍이 숭숭…부실공사?

김 위원장은 1년 만에 수해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신의주와 의주군의 제방 공사 현장을 간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는 제방 위에 선 채 현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김 위원장이 눈에 띕니다.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의주 제방 현장 시찰 과정에서 포착된 부실 시공 의심 흔적(빨간 원)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의주 제방 현장 시찰 과정에서 포착된 부실 시공 의심 흔적(빨간 원)

그런데 김 위원장 발 아래에 있는 제방을 보면, 골이 파여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사에 속도를 내느라 날림·부실 시공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사진을 본 류용욱 전남대 토목공학 교수는 "제방을 구성하는 블록이 맞물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다 틈이 생긴 듯 한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재난 대응 못 한 관료, 최고 사형"

만약 새로 지어진 제방이 수해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담당 관료는 큰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재해 대응 과정에서 과실이 있는 관료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북한의 위기대응체계 변화와 '재해방지성' 신설> 보고서를 보면, 2022년 8월 제정된 '북한 위기대응법'에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과거 관련 법령에는 재해 책임자에게 '형사적 책임 있음' 이란 모호한 표현만 있었는데, 북한 위기대응법에는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형벌을 규정해 뒀습니다. 나용우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재해예방과 복구와 관련된 법들을 정비하고, 관련 조직을 개편한 건 김정은 체제의 주민들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중대한 요소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3일 북한 조선중앙TV 20시 보도 화면. 화면 하단에 ‘재해방지성’이란 단어가 보인다.지난달 3일 북한 조선중앙TV 20시 보도 화면. 화면 하단에 ‘재해방지성’이란 단어가 보인다.

■ 재난 대비하려 '재해방지성' 신설

그만큼 재해 예방은 북한 입장에선 체제 수호에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달 3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장마철 피해 방지사업 보도에선 '재해방지성'이라는 기구도 새롭게 식별됐습니다. 상황실로 추정되는 사무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재해방지성에서'라는 자막이 달린 겁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효과적인 재해 대응을 위해 기존 내각기관인 국가비상재해위원회를 재해방지성으로 개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재해 대응 책임·권한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의 위원회를 '부처'급에 해당하는 성급 기관으로 변경했다는 게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 방류할 때 미리 말 좀 해줬으면…

비가 많이 오면 우리도 신경을 쓰는 남북 접경 지역이 있습니다.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한 황강댐입니다.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개방하면 경기도 연천의 군남댐과 필승교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 접경 지역 홍수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앞서 2009년 9월 북한이 통보없이 황강댐에서 물을 내보내면서 임진강 하류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같은 해 10월 남북은 황강댐 방류 시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2010년 두 차례, 2013년 한 차례 방류에 앞서 통보했지만 이후로는 우리 정부의 반복된 요구에도 통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상업 위성 회사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에 포착된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지난달 25일, 미국 상업 위성 회사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에 포착된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올해도 우리 정부는 방류 전 사전 통보를 여러 번 북측에 요청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16일엔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직접 임진강 현장을 가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전 통보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올해 6월 25일과 지난달 18일, 황강댐 수문을 통보 없이 열었고, 지난달 25일과 26일에도 무단 방류한 정황이 KBS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방류는 지난달 27일 중단된 것으로 추정한다"라면서 "정부는 북측의 방류 동향을 주시하며 집중호우로 인해 접경지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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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9 07:00:13
    • 수정2025-08-09 0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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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침수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번 주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북한에 머물던 비 구름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아마 북한에도 많은 비가 내렸겠지요.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6일, 평양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시간 당 70㎜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릴 거라면서 '폭우 주의 경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제방이나 저류지 같은 기반 시설이 부족한 북한은 비가 많이 왔을 때 우리보다 더 큰 피해를 입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말이 그랬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가 홍수와 폭우로 물에 잠기면서 4,100여세대가 집을 잃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보트를 타고 사흘 간 피해 현장을 돌아보면서 "용납못할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대상들에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 질타했습니다. 평양에서 타고 온 전용열차 안에서 곧바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사회안전상과 도당 위원회 책임비서를 즉각 경질했습니다.

■ 김정은 발 밑 제방엔 구멍이 숭숭…부실공사?

김 위원장은 1년 만에 수해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신의주와 의주군의 제방 공사 현장을 간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는 제방 위에 선 채 현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김 위원장이 눈에 띕니다.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의주 제방 현장 시찰 과정에서 포착된 부실 시공 의심 흔적(빨간 원)
그런데 김 위원장 발 아래에 있는 제방을 보면, 골이 파여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사에 속도를 내느라 날림·부실 시공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사진을 본 류용욱 전남대 토목공학 교수는 "제방을 구성하는 블록이 맞물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다 틈이 생긴 듯 한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재난 대응 못 한 관료, 최고 사형"

만약 새로 지어진 제방이 수해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담당 관료는 큰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재해 대응 과정에서 과실이 있는 관료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북한의 위기대응체계 변화와 '재해방지성' 신설> 보고서를 보면, 2022년 8월 제정된 '북한 위기대응법'에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과거 관련 법령에는 재해 책임자에게 '형사적 책임 있음' 이란 모호한 표현만 있었는데, 북한 위기대응법에는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형벌을 규정해 뒀습니다. 나용우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재해예방과 복구와 관련된 법들을 정비하고, 관련 조직을 개편한 건 김정은 체제의 주민들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중대한 요소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3일 북한 조선중앙TV 20시 보도 화면. 화면 하단에 ‘재해방지성’이란 단어가 보인다.
■ 재난 대비하려 '재해방지성' 신설

그만큼 재해 예방은 북한 입장에선 체제 수호에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달 3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장마철 피해 방지사업 보도에선 '재해방지성'이라는 기구도 새롭게 식별됐습니다. 상황실로 추정되는 사무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재해방지성에서'라는 자막이 달린 겁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효과적인 재해 대응을 위해 기존 내각기관인 국가비상재해위원회를 재해방지성으로 개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재해 대응 책임·권한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의 위원회를 '부처'급에 해당하는 성급 기관으로 변경했다는 게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 방류할 때 미리 말 좀 해줬으면…

비가 많이 오면 우리도 신경을 쓰는 남북 접경 지역이 있습니다.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한 황강댐입니다.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개방하면 경기도 연천의 군남댐과 필승교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 접경 지역 홍수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앞서 2009년 9월 북한이 통보없이 황강댐에서 물을 내보내면서 임진강 하류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같은 해 10월 남북은 황강댐 방류 시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2010년 두 차례, 2013년 한 차례 방류에 앞서 통보했지만 이후로는 우리 정부의 반복된 요구에도 통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상업 위성 회사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에 포착된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올해도 우리 정부는 방류 전 사전 통보를 여러 번 북측에 요청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16일엔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직접 임진강 현장을 가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전 통보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올해 6월 25일과 지난달 18일, 황강댐 수문을 통보 없이 열었고, 지난달 25일과 26일에도 무단 방류한 정황이 KBS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방류는 지난달 27일 중단된 것으로 추정한다"라면서 "정부는 북측의 방류 동향을 주시하며 집중호우로 인해 접경지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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