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멋진 의리인 줄 알고”…‘신남부동파’ 10대 등 34명 체포

입력 2025.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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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한 남성이 들어오자, 병풍처럼 도열해있던 조직폭력배들이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폭력범죄단체 '신남부동파' 조직원과 추종자 34명을 검거했습니다. 폭력단체 구성, 금품 갈취, 폭행, 공갈 등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신남부동파는 1980~1990년대에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2000년대 들어 와해된 조폭 단체입니다. 이번에 붙잡힌 조폭 단체를 만든 건 옛 신남부동파의 막내였습니다. 당시 막내는 오늘날 부두목이 되어 실질적 두목 행세를 해 왔습니다. 위 영상에서 인사를 받는 사람입니다.

■ "싸움 잘하면 돼" 교도소에서 모집…임무는 '보호비' 갈취

2020년부터 최근까지는 지역·교도소 등지에서 10~30대 신규 조직원을 포섭했습니다. "싸움 잘하면 자격 있다"며 가입을 권유하고, 교도소에서 포섭이 된 경우엔 출소 후 기존 조직원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방식으로 가입시켰습니다.

이렇게 2020년부터 약 5년 사이 가입한 조직원은 16명, 대부분이 직업이 없는 20~30대였습니다. 10대도 1명 있었습니다.



새로 성장한 조폭 단체는 '전통적 조폭'의 행태를 보였습니다. 유흥업소 업주에게 보호비를 명목으로 매달 20~150만 원을 갈취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했습니다.

경쟁 관계의 주차 대행업체에는 조직원을 동원해 영업을 방해하거나, 특정 회사의 주주총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돈을 갈취하고, 조직원들은 선임에게 매달 10~100만 원씩 조직 운영용 회비를 냈습니다. 2020년부터 5년 사이 모은 돈이 2억 4천만 원에 달합니다.


■ "두서없는 글 각필하오며"…행동강령, '옥중 서신 지침'까지

새로운 조직원들에게는 3개월간 '처세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90도로 인사를 하고, 선임을 만나면 말끝마다 "형님"을 붙이게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같은 처세는 '옥중 서신'에도 적용됐습니다. '형님의 서한을 두 손 모아 감사히 받고,' '두서없는 글 각필하는' 식입니다. 아우를 뜻하는 한자[弟]도 썼습니다.



■ 기강 해이는 '줄빠따', 탈퇴하면 '감금 폭행'…"나오길 잘했다" 후회도

이같은 행동강령엔 '폭행'도 있었습니다. 기강이 해이해진다 싶으면 속칭 '줄빠따'라고 불리는 야구방망이 매타작을 가하고, 누군가 조직을 탈퇴한다고 하면 찾아가서 감금·폭행했습니다.


조직원 가운데 10명은 이같은 폭력과 착취를 피해 자진 탈퇴했고, 하나같이 경찰에 '탈퇴해서 다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복이 뒤따르진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경찰은 이 조폭 단체의 구성원 32명과 추종자 2명 등 3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그 가운데 부두목 등 9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 모두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구속된 피의자 중엔 10대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던 10대었는데, 형님 문화를 '멋과 의리'로 생각해 가입했지만 이를 뉘우친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번에 붙잡히지 않고 도주한 5명은 지명수배하고, 그중 해외에 있는 2명에 대해선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체포를 통해 조직이 사실상 와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박준서)
(화면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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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4 12: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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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한 남성이 들어오자, 병풍처럼 도열해있던 조직폭력배들이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폭력범죄단체 '신남부동파' 조직원과 추종자 34명을 검거했습니다. 폭력단체 구성, 금품 갈취, 폭행, 공갈 등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신남부동파는 1980~1990년대에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2000년대 들어 와해된 조폭 단체입니다. 이번에 붙잡힌 조폭 단체를 만든 건 옛 신남부동파의 막내였습니다. 당시 막내는 오늘날 부두목이 되어 실질적 두목 행세를 해 왔습니다. 위 영상에서 인사를 받는 사람입니다.

■ "싸움 잘하면 돼" 교도소에서 모집…임무는 '보호비' 갈취

2020년부터 최근까지는 지역·교도소 등지에서 10~30대 신규 조직원을 포섭했습니다. "싸움 잘하면 자격 있다"며 가입을 권유하고, 교도소에서 포섭이 된 경우엔 출소 후 기존 조직원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방식으로 가입시켰습니다.

이렇게 2020년부터 약 5년 사이 가입한 조직원은 16명, 대부분이 직업이 없는 20~30대였습니다. 10대도 1명 있었습니다.



새로 성장한 조폭 단체는 '전통적 조폭'의 행태를 보였습니다. 유흥업소 업주에게 보호비를 명목으로 매달 20~150만 원을 갈취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했습니다.

경쟁 관계의 주차 대행업체에는 조직원을 동원해 영업을 방해하거나, 특정 회사의 주주총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돈을 갈취하고, 조직원들은 선임에게 매달 10~100만 원씩 조직 운영용 회비를 냈습니다. 2020년부터 5년 사이 모은 돈이 2억 4천만 원에 달합니다.


■ "두서없는 글 각필하오며"…행동강령, '옥중 서신 지침'까지

새로운 조직원들에게는 3개월간 '처세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90도로 인사를 하고, 선임을 만나면 말끝마다 "형님"을 붙이게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같은 처세는 '옥중 서신'에도 적용됐습니다. '형님의 서한을 두 손 모아 감사히 받고,' '두서없는 글 각필하는' 식입니다. 아우를 뜻하는 한자[弟]도 썼습니다.



■ 기강 해이는 '줄빠따', 탈퇴하면 '감금 폭행'…"나오길 잘했다" 후회도

이같은 행동강령엔 '폭행'도 있었습니다. 기강이 해이해진다 싶으면 속칭 '줄빠따'라고 불리는 야구방망이 매타작을 가하고, 누군가 조직을 탈퇴한다고 하면 찾아가서 감금·폭행했습니다.


조직원 가운데 10명은 이같은 폭력과 착취를 피해 자진 탈퇴했고, 하나같이 경찰에 '탈퇴해서 다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복이 뒤따르진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경찰은 이 조폭 단체의 구성원 32명과 추종자 2명 등 3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그 가운데 부두목 등 9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 모두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구속된 피의자 중엔 10대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던 10대었는데, 형님 문화를 '멋과 의리'로 생각해 가입했지만 이를 뉘우친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번에 붙잡히지 않고 도주한 5명은 지명수배하고, 그중 해외에 있는 2명에 대해선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체포를 통해 조직이 사실상 와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박준서)
(화면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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