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생존 위기’ 석유화학 재편 시동…에틸렌 비중 큰 여수산단,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25.08.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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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
■ 출연 : 손준수 KBS 기자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신용환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aaDLb-0eIRY


◇ 정길훈 (이하 정길훈): 정부가 생존 위기에 놓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 재편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감축하면 정부는 금융과 세제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정부는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25%까지 감축하라고 기업에 제시했습니다. KBS 손준수 기자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손 기자 나와 있습니까?

◆ 손준수 KBS기자 (이하 손준수):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지금 위기에 빠졌어요. 불 꺼지는 공장이 늘고 있다는데 위기의 심각성 어느 정도입니까?

◆ 손준수: 2023년 말부터 사실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최근 여천NCC 사태로 인해서 관심이 많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여수국가산단의 경우에는 이미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NCC, 나프타 분해 설비라고 해서 NCC가 가장 중요한데요. NCC를 가동할 때 일반적으로 손익 분기점을 이제 70% 정도로 보는데요.

◇ 정길훈: 70%라는 건 공장 가동률을 말하는 거죠?

◆ 손준수: 그렇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보통 8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70%대까지 떨어지는 정도로 위기를 보였고요. 그리고 이번에 여천NCC가 부도 위기까지 가면서 많이 부각됐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이 부도 위기에 놓일 정도라면 산업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정길훈: 손 기자도 현장 취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표적인 석유화학 산단 하면 여수 또 울산, 충남 대산 정도를 꼽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특별히 여수산단이 다른 석유화학 산단에 비해서 위기의 심각성이 더 한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사진 출처: 여수시사진 출처: 여수시

◆ 손준수: 석유화학의 중요한 기초 유분 제품으로 에틸렌이 있습니다. 에틸렌 같은 경우 앞서 말씀드렸듯이 나프타 분해 설비, NCC에서 생산되는 제품인데요. NCC가 여수 같은 경우 다른 충남 대산이라든지 울산보다 비율이 높습니다. 국내 NCC 설비 규모, 에틸렌 생산 규모는 현재 1280만 톤 정도 됩니다. 세 군데 산단을 합쳤을 때요. 그래서 내년에 가동되는 울산의 '샤힌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180만 톤 정도를 포함하면 1400만 톤 정도가 국내 에틸렌 생산 규모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 가운데 여수가 53%, 626만 톤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다른 산단에 비해서 NCC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까 다른 데에 비해서 위기가 더 커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 정길훈: 이렇게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게 중국산의 저가 공세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과잉 공급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에틸렌의 중국 생산량이 어느 정도나 늘었습니까?


◆ 손준수: 과거보다 확실히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원래 한국 같은 경우 에틸렌을 만들어서 중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해서 생산했는데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원래 2020년에 3100만 톤 정도였는데 최근 5년 새 20개 이상의 신규 에틸렌 공장을 착공했고 4400만 톤 정도의 에틸렌 물량이 증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국이 현재 1200만 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국내 생산 능력의 4배 정도 되는 물량을 앞으로 증설할 예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정길훈: 최근에 나온 여러 보고서를 보면요. 이대로 가면 3년 안에 석유화학 공장 절반이 문을 닫을 거라는 보고서도 있었고요. 지난번 국회 포럼에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자료를 보면 여수산단의 에틸렌 공장 2~3개를 정리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도 있었어요. 이런 걸 보면 역시 대응책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겠죠?


◆ 손준수: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3년 안에 절반이 정리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재는 NCC 위주의 석유화학 기초 유분 제품을 많이 생산해 왔는데 방금 말씀드린 대로 중국에서 공급 과잉이 심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중국의 특징을 보면 원가 경쟁력에서 우리가 밀린다고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중국은 값싼 원료와 값싼 전기 요금을 이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까, 현재 한국 같은 경우에는 중국보다 40% 가까이 전기 요금이 비싸고요.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장 가동을 줄여서 기본적으로 생산할 양만 생산해야 한다고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면 이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 정길훈: 그래서 정부가 어제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 방안 발표했는데요. 내용을 보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과잉 설비를 감축하고 정부는 금융과 세제를 지원하겠다는 그런 내용인데 손 기자가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오랫동안 취재해 왔으니까요. 어제 개편 방안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셨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손준수: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에 나왔던 내용보다 확실히 진일보했다는 이런 평가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도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정부에서 발표했는데요. 당시에는 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 이런 것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도 석유화학 업계에 자율적으로 맡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목표량을 정한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NCC 설비 감축 규모를 정확하게 목표량을 정해줬고 이 정해진 목표량에 따라서 기업들이 연말까지 서로 협상하면서 구조 개편안을 만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게 과거와 다른 부분이고요. 이 부분이 구조 개편을 이른 시일 내 가져오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봅니다.

◇ 정길훈: 어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석유화학 업계가 과잉 공급이 예고돼 있는데도 과거의 호황에 취해서 오히려 생산 설비를 늘렸다, 그렇게 꼬집었는데요. 그렇게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자율적으로 감축하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손준수: 석유화학 산업 자체가 캐시카우(cash cow), 현금이 많이 나오는 그런 산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그동안 많이 성장했고 그만큼 석유화학 제품이 많이 필요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돈을 잘 벌고 바로 수익이 들어오다 보니까 업체들도 사실은 석유화학 설비를 많이 증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인데 NCC 나프타 분해 설비에서 나오는 제품을 우리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화학 제품 기초 유분은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에틸렌과 고무를 만드는 데 쓰는 부타디엔, 프로필렌 이런 여러 가지 제품이 나옵니다. 즉 나프타를 분해할 경우에는 에틸렌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나머지 부산물도 나오게 되는 건데요. 나머지 기초 유분 제품은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불황에도 현재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같은 경우에는 부타디엔을 이용해 고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기초 유분보다 합성 제품, 즉 다운스트림이라고 불리는 부분은 아직 고부가가치로 인해 현재 인기가 있고 많이 팔리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NCC에서 분해해서 나오는 여러 가지 제품이 있는데 에틸렌만 제외하고 생산할 수는 없습니다. 즉 나머지 기초 유분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NCC에서도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걸 소고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등심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등심만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차돌박이라든지 치맛살이라든지 살치살이라든지 여러 가지 부위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하나의 부위만 생산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것을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그런 고차 방정식이 하나 있다고 보는 그런 전문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비를 자율적으로 감축을 못 하는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정부가 어제 기업들에 감축 계획 자율적으로 제출하라는 시한이 연말까지예요. 조금 전에 손 기자도 이야기했지만, 에틸렌 생산량이 현재 1470만 톤인데 이걸 최대 25%까지 감축하라는 게 정부 계획인데 문제는 어떤 기업이 어느 정도씩 감축할 것인지, 기업들이 스스로 그걸 결정해서 제출해야 할 텐데요. 눈치 보기만 하는 기업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 손준수: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입장은 눈치 보기 업체들도 분명히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른 업체들은 설비를 줄이는데 가만히 있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그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그런 부분인데요. 다만 정부에서는 이른바 무임승차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다르게 정부가 행보를 보이기 때문에 이런 눈치 보기 하는 업체들은 과거보다 없지 않을지 이렇게 다들 전망하는 상황입니다.

◇ 정길훈: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과잉 설비를 감축하는 것도 필요하고 또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정부는 어떻게 유도해야 한다고 보세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손준수: 방금 NCC의 설비를 감축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것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나오는 제품을 가지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정부가 유도할 수 있게끔 연구 개발 같은 걸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R&D를 말씀드리는 건데요. 현재 국내에는 기본적으로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서 생산하는 곳은 현재 흑자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진화된 친환경 플라스틱, 화이트 바이오, 이런 식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R&D 예산을 많이 지원해야 하는데요. 기존에 석유화학 산업 같은 경우에는 연구 개발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기업들도 R&D 예산을 많이 투자해서 연구개발을 해야지 지금과 다른 새로운 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 정길훈: 정부가 그제였던가요. 최근 석유화학 산업 위기로 고용 불안이 심하니까 여수를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까?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 지정 이후에 여수 산단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세요?

◆ 손준수: 가뭄의 단비같이 고용 지원금이라든지 여러 재교육이라든지 이런 혜택이 있어서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것이 여수산단에서 나오는 의견인데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최대 370만 톤을 감축하면 여수산단이 사실상 가장 많은 양을 감축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 정길훈: 다른 산단에 비교해서 말씀하는 거죠?

◆ 손준수: 네. NCC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지 않습니까? 최대 370만 톤 가운데 가장 높은 양이 여수산단에 아무래도 배정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설비가 하나씩 가동 중단되거나 하면 협력 업체 같은 경우에 일감이 줄어들고 거기에 달린 여러 일용직 노동자분도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결국은 그렇다 보니까 기업 간 통폐합이라든지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쉽게 이야기하면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대책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요. 사실 원래 여수시에서는 석유화학 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했는데 객관적 지표가 나오지 않다 보니까 정부가 이 건의 사항을 받아들여서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지정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고용이 더 위기인 상황이니까 도움은 되겠지만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조정 상황에서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손준수: 감사합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KBS 손준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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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등의 아침] “‘생존 위기’ 석유화학 재편 시동…에틸렌 비중 큰 여수산단, 기대 반 우려 반”
    • 입력 2025-08-21 11:42:50
    광주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
■ 출연 : 손준수 KBS 기자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신용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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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훈 (이하 정길훈): 정부가 생존 위기에 놓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 재편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감축하면 정부는 금융과 세제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정부는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25%까지 감축하라고 기업에 제시했습니다. KBS 손준수 기자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손 기자 나와 있습니까?

◆ 손준수 KBS기자 (이하 손준수):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지금 위기에 빠졌어요. 불 꺼지는 공장이 늘고 있다는데 위기의 심각성 어느 정도입니까?

◆ 손준수: 2023년 말부터 사실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최근 여천NCC 사태로 인해서 관심이 많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여수국가산단의 경우에는 이미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NCC, 나프타 분해 설비라고 해서 NCC가 가장 중요한데요. NCC를 가동할 때 일반적으로 손익 분기점을 이제 70% 정도로 보는데요.

◇ 정길훈: 70%라는 건 공장 가동률을 말하는 거죠?

◆ 손준수: 그렇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보통 8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70%대까지 떨어지는 정도로 위기를 보였고요. 그리고 이번에 여천NCC가 부도 위기까지 가면서 많이 부각됐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이 부도 위기에 놓일 정도라면 산업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정길훈: 손 기자도 현장 취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표적인 석유화학 산단 하면 여수 또 울산, 충남 대산 정도를 꼽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특별히 여수산단이 다른 석유화학 산단에 비해서 위기의 심각성이 더 한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사진 출처: 여수시
◆ 손준수: 석유화학의 중요한 기초 유분 제품으로 에틸렌이 있습니다. 에틸렌 같은 경우 앞서 말씀드렸듯이 나프타 분해 설비, NCC에서 생산되는 제품인데요. NCC가 여수 같은 경우 다른 충남 대산이라든지 울산보다 비율이 높습니다. 국내 NCC 설비 규모, 에틸렌 생산 규모는 현재 1280만 톤 정도 됩니다. 세 군데 산단을 합쳤을 때요. 그래서 내년에 가동되는 울산의 '샤힌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180만 톤 정도를 포함하면 1400만 톤 정도가 국내 에틸렌 생산 규모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 가운데 여수가 53%, 626만 톤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다른 산단에 비해서 NCC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까 다른 데에 비해서 위기가 더 커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 정길훈: 이렇게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게 중국산의 저가 공세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과잉 공급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에틸렌의 중국 생산량이 어느 정도나 늘었습니까?


◆ 손준수: 과거보다 확실히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원래 한국 같은 경우 에틸렌을 만들어서 중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해서 생산했는데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원래 2020년에 3100만 톤 정도였는데 최근 5년 새 20개 이상의 신규 에틸렌 공장을 착공했고 4400만 톤 정도의 에틸렌 물량이 증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국이 현재 1200만 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국내 생산 능력의 4배 정도 되는 물량을 앞으로 증설할 예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정길훈: 최근에 나온 여러 보고서를 보면요. 이대로 가면 3년 안에 석유화학 공장 절반이 문을 닫을 거라는 보고서도 있었고요. 지난번 국회 포럼에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자료를 보면 여수산단의 에틸렌 공장 2~3개를 정리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도 있었어요. 이런 걸 보면 역시 대응책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겠죠?


◆ 손준수: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3년 안에 절반이 정리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재는 NCC 위주의 석유화학 기초 유분 제품을 많이 생산해 왔는데 방금 말씀드린 대로 중국에서 공급 과잉이 심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중국의 특징을 보면 원가 경쟁력에서 우리가 밀린다고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중국은 값싼 원료와 값싼 전기 요금을 이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까, 현재 한국 같은 경우에는 중국보다 40% 가까이 전기 요금이 비싸고요.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장 가동을 줄여서 기본적으로 생산할 양만 생산해야 한다고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면 이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 정길훈: 그래서 정부가 어제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 방안 발표했는데요. 내용을 보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과잉 설비를 감축하고 정부는 금융과 세제를 지원하겠다는 그런 내용인데 손 기자가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오랫동안 취재해 왔으니까요. 어제 개편 방안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셨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손준수: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에 나왔던 내용보다 확실히 진일보했다는 이런 평가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도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정부에서 발표했는데요. 당시에는 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 이런 것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도 석유화학 업계에 자율적으로 맡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목표량을 정한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NCC 설비 감축 규모를 정확하게 목표량을 정해줬고 이 정해진 목표량에 따라서 기업들이 연말까지 서로 협상하면서 구조 개편안을 만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게 과거와 다른 부분이고요. 이 부분이 구조 개편을 이른 시일 내 가져오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봅니다.

◇ 정길훈: 어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석유화학 업계가 과잉 공급이 예고돼 있는데도 과거의 호황에 취해서 오히려 생산 설비를 늘렸다, 그렇게 꼬집었는데요. 그렇게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자율적으로 감축하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손준수: 석유화학 산업 자체가 캐시카우(cash cow), 현금이 많이 나오는 그런 산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그동안 많이 성장했고 그만큼 석유화학 제품이 많이 필요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돈을 잘 벌고 바로 수익이 들어오다 보니까 업체들도 사실은 석유화학 설비를 많이 증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인데 NCC 나프타 분해 설비에서 나오는 제품을 우리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화학 제품 기초 유분은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에틸렌과 고무를 만드는 데 쓰는 부타디엔, 프로필렌 이런 여러 가지 제품이 나옵니다. 즉 나프타를 분해할 경우에는 에틸렌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나머지 부산물도 나오게 되는 건데요. 나머지 기초 유분 제품은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불황에도 현재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같은 경우에는 부타디엔을 이용해 고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기초 유분보다 합성 제품, 즉 다운스트림이라고 불리는 부분은 아직 고부가가치로 인해 현재 인기가 있고 많이 팔리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NCC에서 분해해서 나오는 여러 가지 제품이 있는데 에틸렌만 제외하고 생산할 수는 없습니다. 즉 나머지 기초 유분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NCC에서도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걸 소고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등심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등심만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차돌박이라든지 치맛살이라든지 살치살이라든지 여러 가지 부위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하나의 부위만 생산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것을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그런 고차 방정식이 하나 있다고 보는 그런 전문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비를 자율적으로 감축을 못 하는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정부가 어제 기업들에 감축 계획 자율적으로 제출하라는 시한이 연말까지예요. 조금 전에 손 기자도 이야기했지만, 에틸렌 생산량이 현재 1470만 톤인데 이걸 최대 25%까지 감축하라는 게 정부 계획인데 문제는 어떤 기업이 어느 정도씩 감축할 것인지, 기업들이 스스로 그걸 결정해서 제출해야 할 텐데요. 눈치 보기만 하는 기업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 손준수: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입장은 눈치 보기 업체들도 분명히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른 업체들은 설비를 줄이는데 가만히 있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그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그런 부분인데요. 다만 정부에서는 이른바 무임승차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다르게 정부가 행보를 보이기 때문에 이런 눈치 보기 하는 업체들은 과거보다 없지 않을지 이렇게 다들 전망하는 상황입니다.

◇ 정길훈: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과잉 설비를 감축하는 것도 필요하고 또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정부는 어떻게 유도해야 한다고 보세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손준수: 방금 NCC의 설비를 감축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것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나오는 제품을 가지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정부가 유도할 수 있게끔 연구 개발 같은 걸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R&D를 말씀드리는 건데요. 현재 국내에는 기본적으로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서 생산하는 곳은 현재 흑자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진화된 친환경 플라스틱, 화이트 바이오, 이런 식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R&D 예산을 많이 지원해야 하는데요. 기존에 석유화학 산업 같은 경우에는 연구 개발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기업들도 R&D 예산을 많이 투자해서 연구개발을 해야지 지금과 다른 새로운 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 정길훈: 정부가 그제였던가요. 최근 석유화학 산업 위기로 고용 불안이 심하니까 여수를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까?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 지정 이후에 여수 산단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세요?

◆ 손준수: 가뭄의 단비같이 고용 지원금이라든지 여러 재교육이라든지 이런 혜택이 있어서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것이 여수산단에서 나오는 의견인데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최대 370만 톤을 감축하면 여수산단이 사실상 가장 많은 양을 감축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 정길훈: 다른 산단에 비교해서 말씀하는 거죠?

◆ 손준수: 네. NCC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지 않습니까? 최대 370만 톤 가운데 가장 높은 양이 여수산단에 아무래도 배정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설비가 하나씩 가동 중단되거나 하면 협력 업체 같은 경우에 일감이 줄어들고 거기에 달린 여러 일용직 노동자분도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결국은 그렇다 보니까 기업 간 통폐합이라든지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쉽게 이야기하면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대책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요. 사실 원래 여수시에서는 석유화학 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했는데 객관적 지표가 나오지 않다 보니까 정부가 이 건의 사항을 받아들여서 고용 위기 선제 대응 지역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지정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고용이 더 위기인 상황이니까 도움은 되겠지만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조정 상황에서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손준수: 감사합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KBS 손준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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