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40만 원 끊기자 아들 살해”…인천 총격범, 망상 빠져 범행

입력 2025.08.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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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이 만든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전처와 아들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다, 지원이 끊기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는 62살 조 모 씨가 망상과 분노에 사로잡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과정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 조 씨, 자신의 성범죄로 1999년 이혼…최근까지도 전처 소득으로 생계유지

조 씨는 1998년 강간상해·치상죄로 구속기소 되면서 이듬해 아내와 이혼했습니다. 그러나 조 씨의 전처는 아들이 아버지 없이 자랄 것을 걱정해, 조 씨가 출소를 한 이후에도 함께 살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수년이 흘러 2015년 아들이 결혼하고 분가를 하면서 전처도 집을 나왔지만, 조 씨는 이후에도 전처와 아들 등과 1년에 3~4회 가족 모임을 하며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999년 출소한 이후로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아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태였던 조 씨는, 20년 넘게 전처가 경제활동을 하며 벌어온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2015년 사실혼 관계가 청산된 이후에도, 전처와 아들로부터 매달 약 320만 원을 지원받아 유흥비와 생활비로 소비했습니다.

더욱이 2021년부터 약 2년 동안은 전처와 아들 '둘 다' 조 씨에게 돈을 보내면서 조 씨는 매달 640만 원씩 생활비를 받게 됩니다.

이걸 전처가 알게 돼 생활비를 끊은 게 2023년 11월, 그리고 조 씨가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도 바로 이때쯤입니다.

조 씨는 그럼에도 여전히 구직 활동은 하지 않고 예금을 해지해 생활했습니다. 또 그마저도 다 쓰자 자신의 누나로부터 생활비를 차용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조 씨의 망상은 이 시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 씨는 전처와 아들 가족이 자신을 고립시켰고, 경제적 지원을 끊어 노년 대비를 못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자신의 잘못으로 이혼했고, 이후에도 자신이 일을 하지 않아 생계가 어려웠음에도 문제를 가족들의 탓으로 돌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인은 본인의 성폭력 범행으로 인하여 전처와 이혼하게 되었고, 본인의 나태함과 방탕한 생활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것임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아니한 망상으로 이러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전처와 아들에게 돌리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를 정당화하고, 전처가 사랑하는 피해자, 아들 일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전처와 아들에게 복수한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검찰 공소장 중)

■ 치밀하게 사제총기 준비·차량 렌트…집에는 폭발물 설치

아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조 씨는, 칼을 이용해 성인 남성인 아들을 해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 본격적으로 사제 총기 준비를 시작합니다.

조 씨가 산탄에 넣은 쇠구슬.조 씨가 산탄에 넣은 쇠구슬.

조 씨는 자신이 20여 년 전 산탄을 사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사제 총기 제조와 산탄 개조 방법을 습득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쇠 파이프와 손잡이, 개머리판 등 사제 총기 재료를 사들였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격발 실험을 하는 등 살인의 실현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범행하기 위해선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고는 지난 5월부터 차량을 빌려 여러 차례에 걸쳐 운전 연습도 했습니다.

조 씨가 자신의 집에 설치한 폭발물.조 씨가 자신의 집에 설치한 폭발물.

조 씨는 살인을 계획하던 중, 전처와 아들과 함께 살던 자신의 서울 도봉구 집도 불을 질러 그들의 흔적을 모두 지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시너와 기름통, 건전지, 타이머 콘센트 스위치 등 점화 장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삽니다.

이 점화 장치들은 조 씨가 아들을 살해한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정오에 터질 예정이었는데, 경찰 특공대가 당일 새벽 4시쯤 점화장치를 해제하면서 미수에 그쳤습니다. 경찰은 이 폭발물이 실제로 터졌다면 "상당한 위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가까스로 화 피한 며느리·손주들…다음 달 첫 재판

공소장에는 이렇게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조 씨가 자신의 생일파티를 준비한 아들 내외의 집에서 범행을 실행한 과정도 상세히 담겼습니다.

조 씨는 사제 총기를 이용해 아들을 살해한 뒤, 며느리와 손주들, 가정교사까지 살해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며느리 등 가족 구성원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조 씨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도망을 갔고,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잔혹한 방법으로 아들을 살해하고 나아가 며느리와 손자녀, 그 지인까지 살인하려고 시도하는 등 범행 경위나 수법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그럼에도 일부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피해자 측에게 미루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지법은 살인과 살인미수, 총포화약법 위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씨에 대해 다음 달 19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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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640만 원 끊기자 아들 살해”…인천 총격범, 망상 빠져 범행
    • 입력 2025-08-25 1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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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이 만든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전처와 아들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다, 지원이 끊기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는 62살 조 모 씨가 망상과 분노에 사로잡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과정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 조 씨, 자신의 성범죄로 1999년 이혼…최근까지도 전처 소득으로 생계유지

조 씨는 1998년 강간상해·치상죄로 구속기소 되면서 이듬해 아내와 이혼했습니다. 그러나 조 씨의 전처는 아들이 아버지 없이 자랄 것을 걱정해, 조 씨가 출소를 한 이후에도 함께 살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수년이 흘러 2015년 아들이 결혼하고 분가를 하면서 전처도 집을 나왔지만, 조 씨는 이후에도 전처와 아들 등과 1년에 3~4회 가족 모임을 하며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999년 출소한 이후로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아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태였던 조 씨는, 20년 넘게 전처가 경제활동을 하며 벌어온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2015년 사실혼 관계가 청산된 이후에도, 전처와 아들로부터 매달 약 320만 원을 지원받아 유흥비와 생활비로 소비했습니다.

더욱이 2021년부터 약 2년 동안은 전처와 아들 '둘 다' 조 씨에게 돈을 보내면서 조 씨는 매달 640만 원씩 생활비를 받게 됩니다.

이걸 전처가 알게 돼 생활비를 끊은 게 2023년 11월, 그리고 조 씨가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도 바로 이때쯤입니다.

조 씨는 그럼에도 여전히 구직 활동은 하지 않고 예금을 해지해 생활했습니다. 또 그마저도 다 쓰자 자신의 누나로부터 생활비를 차용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조 씨의 망상은 이 시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 씨는 전처와 아들 가족이 자신을 고립시켰고, 경제적 지원을 끊어 노년 대비를 못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자신의 잘못으로 이혼했고, 이후에도 자신이 일을 하지 않아 생계가 어려웠음에도 문제를 가족들의 탓으로 돌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인은 본인의 성폭력 범행으로 인하여 전처와 이혼하게 되었고, 본인의 나태함과 방탕한 생활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것임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아니한 망상으로 이러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전처와 아들에게 돌리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를 정당화하고, 전처가 사랑하는 피해자, 아들 일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전처와 아들에게 복수한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검찰 공소장 중)

■ 치밀하게 사제총기 준비·차량 렌트…집에는 폭발물 설치

아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조 씨는, 칼을 이용해 성인 남성인 아들을 해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 본격적으로 사제 총기 준비를 시작합니다.

조 씨가 산탄에 넣은 쇠구슬.
조 씨는 자신이 20여 년 전 산탄을 사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사제 총기 제조와 산탄 개조 방법을 습득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쇠 파이프와 손잡이, 개머리판 등 사제 총기 재료를 사들였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격발 실험을 하는 등 살인의 실현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범행하기 위해선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고는 지난 5월부터 차량을 빌려 여러 차례에 걸쳐 운전 연습도 했습니다.

조 씨가 자신의 집에 설치한 폭발물.
조 씨는 살인을 계획하던 중, 전처와 아들과 함께 살던 자신의 서울 도봉구 집도 불을 질러 그들의 흔적을 모두 지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시너와 기름통, 건전지, 타이머 콘센트 스위치 등 점화 장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삽니다.

이 점화 장치들은 조 씨가 아들을 살해한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정오에 터질 예정이었는데, 경찰 특공대가 당일 새벽 4시쯤 점화장치를 해제하면서 미수에 그쳤습니다. 경찰은 이 폭발물이 실제로 터졌다면 "상당한 위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가까스로 화 피한 며느리·손주들…다음 달 첫 재판

공소장에는 이렇게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조 씨가 자신의 생일파티를 준비한 아들 내외의 집에서 범행을 실행한 과정도 상세히 담겼습니다.

조 씨는 사제 총기를 이용해 아들을 살해한 뒤, 며느리와 손주들, 가정교사까지 살해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며느리 등 가족 구성원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조 씨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도망을 갔고,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잔혹한 방법으로 아들을 살해하고 나아가 며느리와 손자녀, 그 지인까지 살인하려고 시도하는 등 범행 경위나 수법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그럼에도 일부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피해자 측에게 미루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지법은 살인과 살인미수, 총포화약법 위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씨에 대해 다음 달 19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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