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산재와 전쟁’, 처벌만이 능사 아냐…예방에 현장 노동자 참여 강화해야”

입력 2025.08.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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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
■ 출연 :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정상문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VBQFtVIQbqQ


◇ 정길훈 (이하 정길훈):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 전쟁을 선포하고 산재 발생 사업장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지시했는데요. 그런데도 광주와 전남에서 이달에만 11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올해 2분기에 광주와 전남에서 산재로 숨진 사람도 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는데요. 산재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 뭔지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 (이하 이철갑):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우선 지난주 순천에서 있었던 산재 사고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21일에 순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3명이 유해가스에 질식돼 숨졌는데요. 탱크를 청소하던 1명이 먼저 쓰러지니까 나중에 2명이 구하러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번 산재 사고의 문제점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대통령이 산재 예방하기 위해서 모든 정부 부처가 관심 갖고 힘쓰라고 했는데 자꾸 사망사고가 나서 좀 이상하긴 한데요.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밀폐된 공간의 질식 사고거든요. 대개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는, 흔히 이렇게 밀폐되면 부식, 부패하게 되는데 황화수소가 잘 발생해요. 그래서 그런 황화수소에 중독되면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데 아마도 지금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언론이나 이렇게 보도된 내용을 보면 거기 산소 농도가 충분한지 체크하지 않고 사람이 들어갔다가 쓰러지니까, 또 따라서 그 사람을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2명이 연속해서 쓰러진 것 같은데요. 대개 이런 사고가 똑같은 패턴이거든요.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 사고로 2명, 3명, 여러 명이 이렇게 동시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1명이 쓰러지면 아무런 준비 없이 그 사람을 얼른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마찬가지로 똑같은 상황에서 쓰러지는 이런 상황이 반복돼서 참 안타깝습니다.

◇ 정길훈: 말씀하신 것처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보도된 내용을 보면 애초에 청소 작업을 하던 분이 방진 마스크를 썼다고 해요. 방진 마스크라는 것이 먼지를 막아주는 마스크를 이야기할 텐데 대개 유해 가스가 나오는 작업장에서는 공기가 통하도록 산소 마스크, 송기 마스크를 되도록 쓴다고 하는데요. 이 작업 현장에서는 애초에 들어가셨던 분은 방진 마스크만 썼고 나중에 구하러 들어갔던 사람들은 방진 마스크도 안 썼다고 하는데요. 이럴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 이철갑: 당연하지요. 송기 마스크라는 것은 밖에서 공기를 공급해 주는 걸 송기 마스크라고 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해서는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충분히 환기해서 문제가 없을 때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그렇게 곤란한 상황에서는 산소 탱크, 스쿠버다이버같이 뒤에 산소를 매달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방금 말씀한 것처럼 밖에서 공기를 공급해 주는 송기 마스크를 쓰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 방진 마스크를 썼다고 하면 이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죠.

◇ 정길훈: 이런 탱크 청소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위험한 작업 같은 경우에는 2명이 한 조가 돼서 2인 1조로 투입돼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여기는 애초에 탱크 청소하던 분이 1명만 투입됐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그것이 사고에서 매번 지적되는 상황 아닙니까? 위험한 작업에 반드시 2인 1조 하라고 하는데 사실 현실에서 2인 1조 작업하면 인력이 한 명 더 필요한 것이잖아요.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런 것이 잘 안 지켜지는데 만약 이런 경우에도 2인 1조로 작업해서 먼저 충분하게 사전 점검을 해서요. 사진에서 보니까 들어간 입구가 거의 40cm 정도밖에 안 되던 아주 좁은 곳인데,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되지요.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됐던데 황화수소가 검출됐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좀 무거운 경향이 있거든요. 바닥에 가라앉는 농도가 더 높습니다. 그런 탱크 안에 들어가면 황화수소 농도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사람이 쓰러지죠. 특히 산소가 부족하면, 쓰러지다 보면 속된 말로 기절해서 못 나오는 것이죠.

◇ 정길훈: 나중에 구하러 들어갔던 두 분도 변을 당했는데요. 이런 여름철 유해 가스에 질식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최초로 사고를 당하는 분도 조심해야겠지만 구하러 들어갈 때 구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아무런 안전 장비 착용 없이 그냥 현장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가 이번 사고에서 재현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철갑: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지적했듯이 매번 같은 패턴이거든요. 우선 누차 이렇게 매번 여름에 이런 밀폐된 공간 질식 사고가 자주 일어나거든요. 훨씬 더 높은 빈도로. 이것은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지기 때문에 빨리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걸 매번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고가 반복됩니다. 제일 먼저 그런 밀폐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또 황화수소와 같은 유해 가스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들어가야 하고 방금 앵커께서 지적하셨듯이 반드시 2인 1조로, 또 하나는 보호 장비 없이 2인 1조로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 장비 없이 2인 1조 있어 봐야 아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드시 산소 마스크라든지 방독 마스크라든지 이런 걸 준비한 상태에서 2인 1조가 있어야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누가 쓰러졌을 때 장비가 없는 사람이 구조하러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이것은 누차 강조한 것인데요. 바로 또 쓰러지거든요. 이번에도 말을 들어 보니까 119와 소방관이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탱크가 너무 좁고 그래서 소방관이 바로 그런 구조 장비 없이 들어갈 수 없어서 결국은 탱크를 쓰러뜨려서 나중에 사람을 구조했다고 하는데요. 방금 누차 강조하듯이 따라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또 꼭 사고가 난다, 이걸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올여름 유해 가스 질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금 순천 레미콘 공장 외에도 지난 20일에 나주의 한 사료 공장에서도 2명이 가스에 질식됐고요. 또 지난 6월 27일에도 여수에서 정화조 청소 작업하던 2명이 가스에 질식돼 숨졌는데요. 여름철에 이렇게 질식 사고를 일으키는 유해 가스, 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두 군데 공통점이 식품(업체)인 것 같거든요. (나주는) 동물의 내장 이런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 같고 여수도 식품과 관련된 것 같은데, 여름철에 아무래도 식품이 부패하기 쉽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식품이 부패할 때 황화수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 정길훈: 가스 질식 사고 외에도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전라남도가 발주한 화순의 한 도로 확장 공사 현장에서도 60대 작업자가 추락해서 숨졌는데요. 그 작업자도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았다고 해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철갑: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안전사고, 사망 사고가 나는 게 건설업이거든요. 건설업 중에서도 사고 원인을 보면 추락사가 거의 절반 이상이에요. 그건 뭐냐면 방금 말씀하신 건설업에서 똑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것도 안전 난간에서 추락을 방지하는 이런 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수해서 무슨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망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끔,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끔 그런 보호 장비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것을 비용 때문에 설치를 못 했다거나 '얼른 빨리 간단한 것 같으니까 그냥 얼른 해야 해' 이런 생각으로 그렇게 하다 보면 그런 실수가 일어나면 그것이 바로 사고로 중대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게 지난 6월 3일인데요. 이 대통령 취임하고 나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산재와 전쟁이에요. 산재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 고강도 제재를 거듭 지시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2분기에 광주와 전남에서만 산재로 숨진 사람이 23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이렇게 처벌을 강화하고 산재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는데도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이 산재 사고가 일어난 구조적 원인이 뭐냐, 이게 이윤 문제다. 기업이 초과 이윤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니까 이렇게 처벌만 해서는 능사가 아니고 그런 기업이 사고가 나면 망할 수 있다는 이런 경제적인 제재, 그래서 징벌적 과징금 부과라든지 또는 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공공 입찰을 제한한다든지 금융권 여신을 제한한다든지요. 그래서 다시 말해서 사업주가 '사고 나면 경제적인 손해가 엄청나구나', 이렇게 자각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정책 방향에 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동자 참여가 없는 이것도 일종의 제재인데 노동자 참여가 없는 이런 정책은 일종의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길훈: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처벌이 능사는 아닐 것이고요. 처벌과 함께 중요한 것은 예방 아니겠습니까? 예방을 일선 산업 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사람은 사업주이고 또 일선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자일 텐데요.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어떤 점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은 점은 없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고를 예방하는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하거든요. 노동자 참여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그 작업장에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위험한지 이것은 실제 작업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알거든요. 노동자 참여가 없이 제재라든지 위에서 명령을 내린다든지 이렇게 되면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업주나 노동자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은데 또 하나는 노동자 조직력이 너무 낮지 않습니까?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것이 있는데요. 사업주 지시나 사업주가 아무리 예방을 강조하더라도 잘 안 지켜지면 아무 필요가 없으니까 아까 제가 첫째로 말씀드렸듯이 작업자는 실수할 수 있다. 실수하더라도 문제가 안 생기게끔 그런 예방 조치 시설을 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이윤과 관련된 것이다. 사업주가 충분히 먼저 생각해서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는 작업자도 이것이 그냥 모두 사업자의 책임이라고 이럴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참여해야만 그런 사회문화적인 구조가 바뀌어야만 저는 이런 산재 사망 사고가 줄고 우리도 선진국처럼 이렇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길훈: 어떻게 보십니까? 산재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요. 산재 사망 사고가 적은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하자는 그런 이야기도 한두 번 나온 게 아닌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안전의식 아직 낮다고 평가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서 안전을 사회적인 문화로 봤을 때 아직도 그런 안전 문화, 의식이 낮은 형편인데 그 부분에서 어떻게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철갑: 저는 이런 것을 주문하고 싶거든요.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사망 사고 건수가 훨씬 더 많았잖습니까? 전체적으로 통계 자체를 보면 사망 사고나 중대재해 사고는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요즘 갑자기 광주·전남에서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경향으로 보면 줄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전에는 언론에서 보도 안 해줬잖아요. 사망 사고 나더라도. 그렇지만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까 언론에서 조그마한 사고가 나도 빨리 보도해 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처럼 예방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는가 이런 것을 반복적으로 해서 일반 국민들의 의식이, 산재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교통사고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벨트 매는 것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예전에 누가 안전벨트 맸습니까? 안 맸잖아요. 처음에 어땠습니까? 안전벨트 안 매면 법제화하고 안전벨트 안 매면 벌금 물리고 또 그것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체에 안전벨트 안 매면 소리가 나잖아요. 경고음이 울려서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서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매고 자연스럽게 되고 있어요. 언론이 잠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이것에 관심을 갖는다고 했으니까 이재명 대통령도 지금 막 이렇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 언론에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지지 않을지 이런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 정길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철갑: 고맙습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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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6 11: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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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
■ 출연 :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정상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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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훈 (이하 정길훈):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 전쟁을 선포하고 산재 발생 사업장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지시했는데요. 그런데도 광주와 전남에서 이달에만 11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올해 2분기에 광주와 전남에서 산재로 숨진 사람도 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는데요. 산재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 뭔지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 (이하 이철갑):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우선 지난주 순천에서 있었던 산재 사고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21일에 순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3명이 유해가스에 질식돼 숨졌는데요. 탱크를 청소하던 1명이 먼저 쓰러지니까 나중에 2명이 구하러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번 산재 사고의 문제점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대통령이 산재 예방하기 위해서 모든 정부 부처가 관심 갖고 힘쓰라고 했는데 자꾸 사망사고가 나서 좀 이상하긴 한데요.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밀폐된 공간의 질식 사고거든요. 대개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는, 흔히 이렇게 밀폐되면 부식, 부패하게 되는데 황화수소가 잘 발생해요. 그래서 그런 황화수소에 중독되면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데 아마도 지금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언론이나 이렇게 보도된 내용을 보면 거기 산소 농도가 충분한지 체크하지 않고 사람이 들어갔다가 쓰러지니까, 또 따라서 그 사람을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2명이 연속해서 쓰러진 것 같은데요. 대개 이런 사고가 똑같은 패턴이거든요.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 사고로 2명, 3명, 여러 명이 이렇게 동시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1명이 쓰러지면 아무런 준비 없이 그 사람을 얼른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마찬가지로 똑같은 상황에서 쓰러지는 이런 상황이 반복돼서 참 안타깝습니다.

◇ 정길훈: 말씀하신 것처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보도된 내용을 보면 애초에 청소 작업을 하던 분이 방진 마스크를 썼다고 해요. 방진 마스크라는 것이 먼지를 막아주는 마스크를 이야기할 텐데 대개 유해 가스가 나오는 작업장에서는 공기가 통하도록 산소 마스크, 송기 마스크를 되도록 쓴다고 하는데요. 이 작업 현장에서는 애초에 들어가셨던 분은 방진 마스크만 썼고 나중에 구하러 들어갔던 사람들은 방진 마스크도 안 썼다고 하는데요. 이럴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 이철갑: 당연하지요. 송기 마스크라는 것은 밖에서 공기를 공급해 주는 걸 송기 마스크라고 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해서는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충분히 환기해서 문제가 없을 때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그렇게 곤란한 상황에서는 산소 탱크, 스쿠버다이버같이 뒤에 산소를 매달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방금 말씀한 것처럼 밖에서 공기를 공급해 주는 송기 마스크를 쓰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 방진 마스크를 썼다고 하면 이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죠.

◇ 정길훈: 이런 탱크 청소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위험한 작업 같은 경우에는 2명이 한 조가 돼서 2인 1조로 투입돼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여기는 애초에 탱크 청소하던 분이 1명만 투입됐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그것이 사고에서 매번 지적되는 상황 아닙니까? 위험한 작업에 반드시 2인 1조 하라고 하는데 사실 현실에서 2인 1조 작업하면 인력이 한 명 더 필요한 것이잖아요.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런 것이 잘 안 지켜지는데 만약 이런 경우에도 2인 1조로 작업해서 먼저 충분하게 사전 점검을 해서요. 사진에서 보니까 들어간 입구가 거의 40cm 정도밖에 안 되던 아주 좁은 곳인데,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되지요.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됐던데 황화수소가 검출됐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좀 무거운 경향이 있거든요. 바닥에 가라앉는 농도가 더 높습니다. 그런 탱크 안에 들어가면 황화수소 농도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사람이 쓰러지죠. 특히 산소가 부족하면, 쓰러지다 보면 속된 말로 기절해서 못 나오는 것이죠.

◇ 정길훈: 나중에 구하러 들어갔던 두 분도 변을 당했는데요. 이런 여름철 유해 가스에 질식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최초로 사고를 당하는 분도 조심해야겠지만 구하러 들어갈 때 구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아무런 안전 장비 착용 없이 그냥 현장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가 이번 사고에서 재현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철갑: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지적했듯이 매번 같은 패턴이거든요. 우선 누차 이렇게 매번 여름에 이런 밀폐된 공간 질식 사고가 자주 일어나거든요. 훨씬 더 높은 빈도로. 이것은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지기 때문에 빨리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걸 매번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고가 반복됩니다. 제일 먼저 그런 밀폐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또 황화수소와 같은 유해 가스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들어가야 하고 방금 앵커께서 지적하셨듯이 반드시 2인 1조로, 또 하나는 보호 장비 없이 2인 1조로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 장비 없이 2인 1조 있어 봐야 아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드시 산소 마스크라든지 방독 마스크라든지 이런 걸 준비한 상태에서 2인 1조가 있어야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누가 쓰러졌을 때 장비가 없는 사람이 구조하러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이것은 누차 강조한 것인데요. 바로 또 쓰러지거든요. 이번에도 말을 들어 보니까 119와 소방관이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탱크가 너무 좁고 그래서 소방관이 바로 그런 구조 장비 없이 들어갈 수 없어서 결국은 탱크를 쓰러뜨려서 나중에 사람을 구조했다고 하는데요. 방금 누차 강조하듯이 따라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또 꼭 사고가 난다, 이걸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올여름 유해 가스 질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금 순천 레미콘 공장 외에도 지난 20일에 나주의 한 사료 공장에서도 2명이 가스에 질식됐고요. 또 지난 6월 27일에도 여수에서 정화조 청소 작업하던 2명이 가스에 질식돼 숨졌는데요. 여름철에 이렇게 질식 사고를 일으키는 유해 가스, 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두 군데 공통점이 식품(업체)인 것 같거든요. (나주는) 동물의 내장 이런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 같고 여수도 식품과 관련된 것 같은데, 여름철에 아무래도 식품이 부패하기 쉽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식품이 부패할 때 황화수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 정길훈: 가스 질식 사고 외에도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전라남도가 발주한 화순의 한 도로 확장 공사 현장에서도 60대 작업자가 추락해서 숨졌는데요. 그 작업자도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았다고 해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철갑: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안전사고, 사망 사고가 나는 게 건설업이거든요. 건설업 중에서도 사고 원인을 보면 추락사가 거의 절반 이상이에요. 그건 뭐냐면 방금 말씀하신 건설업에서 똑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것도 안전 난간에서 추락을 방지하는 이런 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수해서 무슨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망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끔,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끔 그런 보호 장비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것을 비용 때문에 설치를 못 했다거나 '얼른 빨리 간단한 것 같으니까 그냥 얼른 해야 해' 이런 생각으로 그렇게 하다 보면 그런 실수가 일어나면 그것이 바로 사고로 중대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 정길훈: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게 지난 6월 3일인데요. 이 대통령 취임하고 나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산재와 전쟁이에요. 산재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 고강도 제재를 거듭 지시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2분기에 광주와 전남에서만 산재로 숨진 사람이 23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이렇게 처벌을 강화하고 산재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는데도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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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갑: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이 산재 사고가 일어난 구조적 원인이 뭐냐, 이게 이윤 문제다. 기업이 초과 이윤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니까 이렇게 처벌만 해서는 능사가 아니고 그런 기업이 사고가 나면 망할 수 있다는 이런 경제적인 제재, 그래서 징벌적 과징금 부과라든지 또는 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공공 입찰을 제한한다든지 금융권 여신을 제한한다든지요. 그래서 다시 말해서 사업주가 '사고 나면 경제적인 손해가 엄청나구나', 이렇게 자각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정책 방향에 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동자 참여가 없는 이것도 일종의 제재인데 노동자 참여가 없는 이런 정책은 일종의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길훈: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처벌이 능사는 아닐 것이고요. 처벌과 함께 중요한 것은 예방 아니겠습니까? 예방을 일선 산업 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사람은 사업주이고 또 일선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자일 텐데요.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어떤 점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은 점은 없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철갑: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고를 예방하는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하거든요. 노동자 참여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그 작업장에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위험한지 이것은 실제 작업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알거든요. 노동자 참여가 없이 제재라든지 위에서 명령을 내린다든지 이렇게 되면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업주나 노동자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은데 또 하나는 노동자 조직력이 너무 낮지 않습니까?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것이 있는데요. 사업주 지시나 사업주가 아무리 예방을 강조하더라도 잘 안 지켜지면 아무 필요가 없으니까 아까 제가 첫째로 말씀드렸듯이 작업자는 실수할 수 있다. 실수하더라도 문제가 안 생기게끔 그런 예방 조치 시설을 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이윤과 관련된 것이다. 사업주가 충분히 먼저 생각해서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는 작업자도 이것이 그냥 모두 사업자의 책임이라고 이럴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참여해야만 그런 사회문화적인 구조가 바뀌어야만 저는 이런 산재 사망 사고가 줄고 우리도 선진국처럼 이렇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길훈: 어떻게 보십니까? 산재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요. 산재 사망 사고가 적은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하자는 그런 이야기도 한두 번 나온 게 아닌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안전의식 아직 낮다고 평가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서 안전을 사회적인 문화로 봤을 때 아직도 그런 안전 문화, 의식이 낮은 형편인데 그 부분에서 어떻게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철갑: 저는 이런 것을 주문하고 싶거든요.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사망 사고 건수가 훨씬 더 많았잖습니까? 전체적으로 통계 자체를 보면 사망 사고나 중대재해 사고는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요즘 갑자기 광주·전남에서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경향으로 보면 줄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전에는 언론에서 보도 안 해줬잖아요. 사망 사고 나더라도. 그렇지만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까 언론에서 조그마한 사고가 나도 빨리 보도해 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처럼 예방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는가 이런 것을 반복적으로 해서 일반 국민들의 의식이, 산재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교통사고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벨트 매는 것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예전에 누가 안전벨트 맸습니까? 안 맸잖아요. 처음에 어땠습니까? 안전벨트 안 매면 법제화하고 안전벨트 안 매면 벌금 물리고 또 그것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체에 안전벨트 안 매면 소리가 나잖아요. 경고음이 울려서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서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매고 자연스럽게 되고 있어요. 언론이 잠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이것에 관심을 갖는다고 했으니까 이재명 대통령도 지금 막 이렇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 언론에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지지 않을지 이런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 정길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철갑: 고맙습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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