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위기’에 유대교 랍비들도 이스라엘 비판…정통파도 동참

입력 2025.08.26 (17:27) 수정 2025.08.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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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기근’이 선포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자 유대교 랍비들도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현지 시각 26일 보도했습니다.

미국 유대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혁파와 보수파 유대교 단체들은 유대교의 가치와 도덕적 우선순위를 근거로 가자지구에 대한 추가 원조를 이스라엘에 요구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가자 전쟁의 종식과 가자지구 원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30여 명의 랍비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율법을 가장 철저하게 지키는 정통파 유대교 랍비들도 이스라엘 정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전 세계 정통파 랍비 약 80명은 지난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도덕적 명확성, 책임감, 정통파 유대교의 대응’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서한의 서명자 명단에는 폴란드와 노르웨이의 수석 랍비와 아일랜드의 전 수석 랍비도 이름을 올렸으며, 서명자의 절반 이상은 미국의 랍비들입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하마스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이스라엘 정부가 대규모 기아를 방지하는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유대교의 정의와 공감이 모든 인간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단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서한은 뉴욕 맨해튼의 현대 정통파 유대교 교육기관인 예시바대의 종교 지도자를 지낸 랍비 요세프 블라우가 주도했습니다.

블라우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처우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정통파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그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건강·복지에 관심과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자행한 파괴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한에 서명한 마이클 슈드리치 폴란드 수석 랍비도 “끔찍하고 부도덕한 전쟁을 하마스가 먼저 시작했지만, 민간인에게 식량과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유대교는 진보 성향의 개혁파와 좀 더 보수적인 보수파, 그리고 가장 보수성향이 강한 정통파로 나뉩니다.

정통파 유대교는 지금껏 정치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최우선시해왔고, 인도주의 위기에도 대부분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원조까지 거절하자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들조차 정부의 극우 행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가 가난하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자비와 동정을 보이라고 가르치는 율법서 ‘토라’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유대교 전승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다수 랍비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설교를 하거나 성명을 내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지난 4월 율법을 엄수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유대인들의 모임인 ‘스몰 에무니’(히브리어로 ‘신실한 좌파’)를 창립한 에스터 스퍼버는 “지역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본다면 랍비들도 발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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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6 17:27:28
    • 수정2025-08-26 17:28:23
    국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기근’이 선포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자 유대교 랍비들도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현지 시각 26일 보도했습니다.

미국 유대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혁파와 보수파 유대교 단체들은 유대교의 가치와 도덕적 우선순위를 근거로 가자지구에 대한 추가 원조를 이스라엘에 요구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가자 전쟁의 종식과 가자지구 원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30여 명의 랍비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율법을 가장 철저하게 지키는 정통파 유대교 랍비들도 이스라엘 정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전 세계 정통파 랍비 약 80명은 지난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도덕적 명확성, 책임감, 정통파 유대교의 대응’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서한의 서명자 명단에는 폴란드와 노르웨이의 수석 랍비와 아일랜드의 전 수석 랍비도 이름을 올렸으며, 서명자의 절반 이상은 미국의 랍비들입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하마스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이스라엘 정부가 대규모 기아를 방지하는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유대교의 정의와 공감이 모든 인간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단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서한은 뉴욕 맨해튼의 현대 정통파 유대교 교육기관인 예시바대의 종교 지도자를 지낸 랍비 요세프 블라우가 주도했습니다.

블라우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처우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정통파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그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건강·복지에 관심과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자행한 파괴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한에 서명한 마이클 슈드리치 폴란드 수석 랍비도 “끔찍하고 부도덕한 전쟁을 하마스가 먼저 시작했지만, 민간인에게 식량과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유대교는 진보 성향의 개혁파와 좀 더 보수적인 보수파, 그리고 가장 보수성향이 강한 정통파로 나뉩니다.

정통파 유대교는 지금껏 정치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최우선시해왔고, 인도주의 위기에도 대부분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원조까지 거절하자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들조차 정부의 극우 행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가 가난하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자비와 동정을 보이라고 가르치는 율법서 ‘토라’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유대교 전승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다수 랍비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설교를 하거나 성명을 내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지난 4월 율법을 엄수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유대인들의 모임인 ‘스몰 에무니’(히브리어로 ‘신실한 좌파’)를 창립한 에스터 스퍼버는 “지역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본다면 랍비들도 발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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