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뻐꾸기가 시청에 사는 이유는

입력 2006.02.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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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산에서 나는 뻐꾸기 소리 가끔 들으시죠?

뻐꾸기는 분명 건물에 사는 새는 아닌데요.

그런데이 뻐꾸기 소리가 나는 빌딩이 있습니다.

뻐꾸기 시계 때문이 아니구요.

진짜 뻐꾸기인데 지금 경기도의 한 시청에 살고 있답니다.

박지윤 아나운서가 뻐꾸기 맹순이의 사연을 소개해드릴 텐데요.

<리포트>

시청자 여러분은 뻐꾸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뻐꾸기는 여름 철새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볼 수 없는 새라고 알려졌습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뻐꾸기를 본 다는 것은 놀라운 광경인데요.

시청에 살고 있는 뻐꾸기, 맹순이의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청 환경관리과.

지난해 9월 부터 공무원들과 뻐꾸기 맹순이와의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이연빈(안산시청 지식산업과 직원) : "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띡띡' 거려요. 그래서 가면 소리를 안 내요. 지켜보고 있으면 소리를 안 내다가 지나가면 소리를 내요. (그러면) 아~ 쟤가 외로운가보다 그 생각을 하죠."

<인터뷰> 한재주(안산시청 지식산업과 직원) : "우리가 퇴근할 때 쯤 되면 뻐꾹뻐꾹 울고 그래 가지고요. 우리 직원들이 아! 퇴근 시간이 됐나보다 이래 가지고 퇴근하고..."

태어난지 8개월 된 이 뻐꾸기의 이름은 맹순이.

이름과는 달리 하는 짓은 영리합니다.

<녹취> 최종인(안산시청 조수보호원) : "이리와, 올라와 맹순아~ 밥 줄까? 밥 줄까? 밥 여기있어. 밥 달라고 하는 거예요. 들어가, 들어가, 빨리 들어가."

눈치 빠른 맹순이는 분명 일반 뻐꾸기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도대체 산에 있어야 할 뻐꾸기가 시청 사무실에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최종인(안산시청 조수보호원) : "여기 자른 부분, 보이죠? 이렇게 다 잘랐어요. 똑같이...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들어왔어요. 가서 보니깐 날개가 다 잘린 거예요. 그래 가지고...새가 완전히 탈진해 가지고, 눈을 감고 있어요."

태어난지 1~2개월된 새끼 뻐꾸기의 날개와 꼬리를 자른 것은 분명 사람이었습니다.

가위에 의해 잘려진 날개와 꼬리.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약 1년의 시간이 필요한데요.

건강했다면 지금쯤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동했을 것입니다.

<인터뷰> 이우신(서울대 산림환경학과 교수) : "여름 철새이기 때문에 동남 아시아로 가든지 (그렇지 못하면) 애벌레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굶어죽든지 이런식으로 되겠죠. 그래서 인간의 손에 의해서 여름 철새인 이 뻐꾸기가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제대로 날지도 못했던 맹순이.

최종인 씨가 직접 닭고기와 메뚜기를 먹이며 보살핀 끝에 이제는 사무실을 제집처럼 날아 다니고 회복세도 빨라, 오는 5월 자연으로 돌려보낼 예정입니다.

<인터뷰> 최종인(안산시청 조수보호원) : "건강하게 자라서, 빨리 자연의 품으로 가길 바라죠."

최종인 씨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맹순이의 부활.

환경단체에서 일하던 최 씨는 지난 91년, 시화호 간석지에서 공룡알 화석 200여 개를 발견.

이 일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요.

지난 99년부터는 안산시청 환경과에서 일하며, 환경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종인(안산시청 조수보호원) :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물이 좋아지고, 환경이 좋아지고, 이런 생태가 살고 있다는 것은 후손들이 살 수 있는 그런 자리입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는 최종인 씨.

며칠전 반월공단의 한 공장에 고라니가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가는 길입니다.

<인터뷰> 송영섭(공장 관계자) : "거의 한 10여일 됐죠. 이리 들어왔어요. 이리로..."

공장 근처, 시화호 습지에서 살고 있던 고라니가 문이 열린 공장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대로 두면 고라니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

야생동물보호협회 회원들과 고라니를 습지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인터뷰> 최종인(안산시청 조수보호원) : "양쪽에 한 사람씩 몰아서 이 코너로 몰아 가지고, 넓은데로 내보내는 그런 작업을 해야 돼요. 그러니까 쉬운 작업은 아니에요."

고라니가 나갈 수 있는 철문을 열고, 본격적인 고라니 몰이가 시작됩니다.

놀라서인지, 사람을 보자, 도망가기 바쁜 고라니.

철문 밖으로 나가려다 다시 도망치는데요.

1시간 정도, 공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고라니가 드디어 철문 밖, 시화호 습지로 돌아갑니다.

<인터뷰> 최종인(안산시청 조수보호원) : "세계 학계에 보면 멸종 위기의 동물이라고 보고가 되어 있는데, 만일 그렇다면 고라니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도 보완할 대책이 모자란 편이죠."

시화호에서부터 야생 동물 보호까지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최종인 씨.

최 씨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새끼 뻐꾸기의 날개와 꼬리를 자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종인 씨같은 분도 계시고, 참 대조적이죠?

그러게요.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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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2-17 08: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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