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30대에도 치매?’ 조기 치매 실태

입력 2006.04.12 (09:21) 수정 2006.04.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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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년층 여러분들은 흔히 건망증이 심할 때, 이런 말 자주 쓰시죠?

"어휴. 치매인가봐." 반 우스갯소리로 하시는데, 이게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30대에도 치매가 발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데요.

한창 일할 나이에 치매가 찾아 온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한테도 큰 고통이겠죠.

최영철 기자!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리는 거죠?

<리포트>

네, 의학적으로 보면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병과 혈관성 치매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유전성이 강해서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에도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조기 치매 환자가 전체 치매 환자의 5%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치매가 찾아온 만큼 그 고통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기 치매의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 2주째.

아들, 김주영 씨는 아버지가 행방 불명된 안성시 일대를 돌며 전단지를 돌립니다.

올해 56살인 아버지는 치매 환자로 생활하던 요양원 인근에서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주영(성인 치매 환자 아들) : "(전단지를) 2,000장 정도 돌린 것 같은데요. (전단지 보고 연락 좀 왔어요?) 아직 안 왔어요."

50대 초반부터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고, 최근엔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아버지.

하지만 이른 나이였기에 아버지 자신은 물론 가족들은 치매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26살. 취업 공부도 뒤로 한 채, 아버지를 찾기 위한 김주영씨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 씨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전단지는 인터넷에서도 화제인데요.

하지만 좀 더 일찍 아버지의 치매를 알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아들에게 커다란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주영(성인 치매 환자 아들) : "진짜 아버님께서 저한테 주신 10분의 1이라도 아버님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흔한 말, 질리도록 해드리고 싶네요."

김 씨의 아버지처럼 65살 미만의 조기에 발병하는 이른바 조기 치매는 현재 정확한 관련 통계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올해, 45살인 이 여성 치매 환자는 놀랍게도 30대 초반에 치매가 발병해 지금은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인터뷰> 나해리(신경정신과 전문의) : "환자는 30대 중반, 초반부터 기억 장애, 성격 장애부터 시작해서 치매 증상이 왔습니다. 이분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이런 조기 치매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더욱 더 큽니다.

<녹취> "환자분 따님 보이세요?"

50대 초반부터 치매가 발병한 김모씨는 10년이 지난 지금, 딸의 도움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이에 찾아온 병.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찾아온 치매를 발견하기란 더욱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김모 씨는 50대 초반부터 심한 건망증을 호소했는데요.

하지만 가족들은 그것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OO(성인 치매 환자 딸) : "제가 지금 만약에 생각하는 것처럼 그때 알았더라면 아마 안 그랬을 거예요. 더 적극적으로 캐어를 하려고 했겠죠. 그때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거 걸리는 사례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인터뷰> 나해리(신경정신과 전문의) : "많은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하고 그러면 그게 기억이 납니다. 어떤 분들은 진짜 치매 환자는 내가 왜 서 있지? 뭘 가지러 왔다는 그 자체를 생각을 해내지 못하시는 거죠."

보시는 내용들은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권고하는 치매의 초기 증상입니다.

이 10가지 경고 증상 중 일상 생활에 1~2가지라도 지장을 미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2~3년 전부터 치매 증세가 시작된 50대 중반의 이 남성 역시, 이른바 조기 치매 환자입니다.

<인터뷰> 박OO(성인 치매 환자) : "말 하는 것도 이상하고, 자기네들이 묻는 것은 이런 대답이 아닌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원활히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

예상하지 못했던 치매에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인터뷰> 박OO(성인 치매 환자) : "저도 늙으신 할머님, 할아버님을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벌써 저런 병이 왔구나 생각할 때 앞이 깜깜했죠."

무엇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해 국내에서는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 광주시의 정신보건센터에서는 60살 이상의 주민을 상대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남(광주시 보건소장) : "치매는 특성상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를 하면 예후도 좋고, 일상 생활을 수용하기가 쉽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예방도 못지 않게 중요한데요.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을 관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예방법입니다.

<인터뷰> 오병훈(광주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 : "특히, 식생활 부분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비만을 가져올 수 있는 혹은 당뇨나 고혈압을 가져올 수 있는 식사나 생활습관을 조절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겠어요."

영혼을 갉아먹는 병, 치매는 더 이상 노인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위한 보험제도는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치매의 조기 발견과 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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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4-12 08:10:09
    • 수정2006-04-12 09: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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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년층 여러분들은 흔히 건망증이 심할 때, 이런 말 자주 쓰시죠? "어휴. 치매인가봐." 반 우스갯소리로 하시는데, 이게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30대에도 치매가 발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데요. 한창 일할 나이에 치매가 찾아 온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한테도 큰 고통이겠죠. 최영철 기자!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리는 거죠? <리포트> 네, 의학적으로 보면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병과 혈관성 치매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유전성이 강해서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에도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조기 치매 환자가 전체 치매 환자의 5%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치매가 찾아온 만큼 그 고통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기 치매의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 2주째. 아들, 김주영 씨는 아버지가 행방 불명된 안성시 일대를 돌며 전단지를 돌립니다. 올해 56살인 아버지는 치매 환자로 생활하던 요양원 인근에서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주영(성인 치매 환자 아들) : "(전단지를) 2,000장 정도 돌린 것 같은데요. (전단지 보고 연락 좀 왔어요?) 아직 안 왔어요." 50대 초반부터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고, 최근엔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아버지. 하지만 이른 나이였기에 아버지 자신은 물론 가족들은 치매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26살. 취업 공부도 뒤로 한 채, 아버지를 찾기 위한 김주영씨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 씨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전단지는 인터넷에서도 화제인데요. 하지만 좀 더 일찍 아버지의 치매를 알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아들에게 커다란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주영(성인 치매 환자 아들) : "진짜 아버님께서 저한테 주신 10분의 1이라도 아버님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흔한 말, 질리도록 해드리고 싶네요." 김 씨의 아버지처럼 65살 미만의 조기에 발병하는 이른바 조기 치매는 현재 정확한 관련 통계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올해, 45살인 이 여성 치매 환자는 놀랍게도 30대 초반에 치매가 발병해 지금은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인터뷰> 나해리(신경정신과 전문의) : "환자는 30대 중반, 초반부터 기억 장애, 성격 장애부터 시작해서 치매 증상이 왔습니다. 이분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이런 조기 치매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더욱 더 큽니다. <녹취> "환자분 따님 보이세요?" 50대 초반부터 치매가 발병한 김모씨는 10년이 지난 지금, 딸의 도움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이에 찾아온 병.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찾아온 치매를 발견하기란 더욱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김모 씨는 50대 초반부터 심한 건망증을 호소했는데요. 하지만 가족들은 그것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OO(성인 치매 환자 딸) : "제가 지금 만약에 생각하는 것처럼 그때 알았더라면 아마 안 그랬을 거예요. 더 적극적으로 캐어를 하려고 했겠죠. 그때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거 걸리는 사례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인터뷰> 나해리(신경정신과 전문의) : "많은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하고 그러면 그게 기억이 납니다. 어떤 분들은 진짜 치매 환자는 내가 왜 서 있지? 뭘 가지러 왔다는 그 자체를 생각을 해내지 못하시는 거죠." 보시는 내용들은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권고하는 치매의 초기 증상입니다. 이 10가지 경고 증상 중 일상 생활에 1~2가지라도 지장을 미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2~3년 전부터 치매 증세가 시작된 50대 중반의 이 남성 역시, 이른바 조기 치매 환자입니다. <인터뷰> 박OO(성인 치매 환자) : "말 하는 것도 이상하고, 자기네들이 묻는 것은 이런 대답이 아닌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원활히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 예상하지 못했던 치매에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인터뷰> 박OO(성인 치매 환자) : "저도 늙으신 할머님, 할아버님을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벌써 저런 병이 왔구나 생각할 때 앞이 깜깜했죠." 무엇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해 국내에서는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 광주시의 정신보건센터에서는 60살 이상의 주민을 상대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남(광주시 보건소장) : "치매는 특성상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를 하면 예후도 좋고, 일상 생활을 수용하기가 쉽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예방도 못지 않게 중요한데요.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을 관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예방법입니다. <인터뷰> 오병훈(광주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 : "특히, 식생활 부분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비만을 가져올 수 있는 혹은 당뇨나 고혈압을 가져올 수 있는 식사나 생활습관을 조절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겠어요." 영혼을 갉아먹는 병, 치매는 더 이상 노인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위한 보험제도는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치매의 조기 발견과 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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