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상향식 분권형 공천’ 비리 키운 개혁

입력 2006.04.13 (22:05)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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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나라당의 공천비리가 터지자 정치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시도한 상향식 분권형 공천개혁이 허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병도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나라당 충북도당 사무실에서 당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입니다.

청원 군수 후보를 경선없이 공천하겠다는 방침에 경선을 요구해 온 후보측이 반발한 것입니다.

<녹취>안승영 (한나라당 청원군 강내면 협의회장): "밀실 공천을 철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같은 항의 시위는 이번에 고발된 박성범 의원의 서울 중구 등 곳곳에서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이미 예고됐었다는 얘깁니다.

김덕룡 박성범 의원 외에도 대구의 곽성문 의원은 측근이, 용인의 한선교 의원은 본인이 공천과 관련해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탭니다.

이같은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은 이번 지방 선거부터 공천권을 중앙당이 아닌 시.도당에 사실상 일임한 탓도 크다고 한나라당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격 심사를 거쳐 여론 조사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지만 광역 단체장의 경우를 제외하곤 경선보다 여론 조사와 면접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되면서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회 의원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입니다.


<녹취>구범회 (한나라당 용인시장 공천탈락자): "그 지역 국회의원이 제 멋대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공천하는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

실제로 한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서 작성된 공천 관련 문건에는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후보 선정의 주요기준으로 제시돼있습니다.

<녹취>한나라당 00시당 관계자: "지구당 위원장하고 의견이 맞아야 선거운동. 대선이든 지방선거등 일체가 되서 선거운동 잘되고 그런거지..."

후보자를 한 명만 선정하는 데다 중앙당에선 추인만 하기 때문에 통제와 감시 기능도 거의 없는 셈입니다.

<녹취>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시도당에 위임을 할때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위임했기 때문에 중앙당이 경선과 공천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이 적은 현실도 상향식 공천을 국회 의원 등 몇몇이 좌우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이같은 공천 비리가 특히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집중된 것을 놓고도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생각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상향식 공천제가 공천 개혁이라는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비리의 온상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천 개혁의 취지를 살리되 비리 소지를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하는 숙제가 던져졌습니다.

KBS 뉴스 이병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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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상향식 분권형 공천’ 비리 키운 개혁
    • 입력 2006-04-13 21:03:08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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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나라당의 공천비리가 터지자 정치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시도한 상향식 분권형 공천개혁이 허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병도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나라당 충북도당 사무실에서 당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입니다. 청원 군수 후보를 경선없이 공천하겠다는 방침에 경선을 요구해 온 후보측이 반발한 것입니다. <녹취>안승영 (한나라당 청원군 강내면 협의회장): "밀실 공천을 철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같은 항의 시위는 이번에 고발된 박성범 의원의 서울 중구 등 곳곳에서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이미 예고됐었다는 얘깁니다. 김덕룡 박성범 의원 외에도 대구의 곽성문 의원은 측근이, 용인의 한선교 의원은 본인이 공천과 관련해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탭니다. 이같은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은 이번 지방 선거부터 공천권을 중앙당이 아닌 시.도당에 사실상 일임한 탓도 크다고 한나라당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격 심사를 거쳐 여론 조사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지만 광역 단체장의 경우를 제외하곤 경선보다 여론 조사와 면접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되면서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회 의원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입니다. <녹취>구범회 (한나라당 용인시장 공천탈락자): "그 지역 국회의원이 제 멋대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공천하는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 실제로 한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서 작성된 공천 관련 문건에는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후보 선정의 주요기준으로 제시돼있습니다. <녹취>한나라당 00시당 관계자: "지구당 위원장하고 의견이 맞아야 선거운동. 대선이든 지방선거등 일체가 되서 선거운동 잘되고 그런거지..." 후보자를 한 명만 선정하는 데다 중앙당에선 추인만 하기 때문에 통제와 감시 기능도 거의 없는 셈입니다. <녹취>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시도당에 위임을 할때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위임했기 때문에 중앙당이 경선과 공천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이 적은 현실도 상향식 공천을 국회 의원 등 몇몇이 좌우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이같은 공천 비리가 특히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집중된 것을 놓고도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생각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상향식 공천제가 공천 개혁이라는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비리의 온상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천 개혁의 취지를 살리되 비리 소지를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하는 숙제가 던져졌습니다. KBS 뉴스 이병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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