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침]길거리 금연 논란

입력 2006.04.14 (09:17) 수정 2006.04.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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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담배 피우는 사람들, 설 자리가 많이 좁아졌죠?

그런데 앞으로 더 좁아질 것 같습니다.

네, 몇몇 지자체들이 담배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요,

정부 정책에 힘입어 담배 없는 거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 지금 흡연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담배 피우는 걸 놓고, 다양한 입장들을 한 번 짚어보죠.

최영철 기자, 말 나온 김에 먼저 흡연자들은 뭐라고 이야기 하고 있나요?

<리포트>

금연의 중요성과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에 대해서는 흡연자들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논리에 밀려 흡연자들을 범법 취급하는 분위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젊은 남성이 까만 연기가 올라오는 맨홀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습니다.

이어서 흡연 피해를 경고하는 문구가 이어집니다.

짧은 광고이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도록 담배의 해로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간접흡연의 피해를 우려한 비흡연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흡연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지인(20살/성남시 분당) : “앞사람이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면 바람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은 그 연기를 맞고 걸어가야 하잖아요.“

<인터뷰> 손근현(32살/서울 용두동) : “흡연하시던 분이 담배를 터시다가 담뱃재가 아기 얼굴에 튀어서 상처를 입었어요. 길거리에서 흡연하시는 분들 조금 자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급기야 거리에서의 흡연 마저 자제하자는 움직임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최초로 금연홍보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성북구의 한 거리입니다. 여성들과 청소년들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250미터 거리 곳곳엔 금연 홍보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석진(서울 성북구 보건행정과장) : “2001년도 서울시의 보건지표에 의하면 성북구가 서울시 전체의 흡연율보다 2% 높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구민들의 건강을 위한 보건차원에서…”

금연홍보거리 3년째. 인근 담배 가게 주인은 담배판매량이 줄어 걱정이라며 은근히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 담배 판매업자 : “(담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매상이) 떨어지니까 안 좋죠. 전에는 60만 원어치 팔았는데, 요즘은 20만 원어치 팔기도 힘들어요.”

성북구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001년 56.4% 였던 지역 성인 남성흡연율이 2004년에는 42%로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는데요.

하루 두 갑 이상씩 흡연을 하던 이 남성 역시 구청 금연클리닉의 도움으로 금연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창길(58살/서울 돈암동) : “클리닉에 와서 금연을 결심했지. 시작해보니 모든 게 좋아요. 밥맛도 있고, 얼굴이 새까맸는데 주위에서 얼굴색이 좋아졌다고 해요.”

금연홍보거리는 전국적으로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대전시 중구 역시 지난 2004년 3월부터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가 200미터를 담배없는 거리로 지정했는데요.

<인터뷰> 김희숙(대전 중구보건소 금연사업담당자) : “처음 시범운영 당시에는 흡연하시는 분들의 항의 전화도 많이 있었지만, 지방언론 매체의 계속적인 홍보와 주민들의 관심 속에 지금은 많이 정착되었습니다.”

시민들의 휴식장소인 돌 의자 12개에는 학생들의 금연포스터 작품을 설치해 청소년들의 금연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시내중심 거리를 ‘건강거리’로 지정해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고 서울의 청계천 역시 자율금연지역으로 지정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호영(청계천관리센터 운영관리부장) : “담배를 피움으로써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담배꽁초를 버림으로써 하천이 오염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금연시범하천으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 2천 9백 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5%가 간접흡연피해 등을 이유로 거리 흡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오혜정(23살) : “담배를 피우지 않고 들고만 있는데도 흡연자 뒤에서 걸어가다 보면 냄새 때문에 많이 고통스럽더라고요.”

<인터뷰> 김한종(77살/서울 돈암동) : “(담배연기 때문에)시력도 나빠지고, 호흡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한쪽으로 피해서 걸어가야 해요.”

그렇다면 실외에서의 간접흡연 피해는 얼마나 될까요? 체내 일산화탄소량을 측정하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20대 여성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ppm, 실외에서 담배연기에 노출한 후 다시 측정해 보니 수치가 5ppm으로 올라갔습니다.

<인터뷰> 이복근(한국금연운동협의회 소장) : “비흡연자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흡연자로 인해 담배연기를 맡았을 때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도입초기인 실외금연에 관해선 흡연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흡연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공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는데요.

<인터뷰> 김양현(29살/서울 안암동) : “흡연자들도 어느 정도의 자유가 있는데 압박과 제한이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건강에 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정경수(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회장) : “금연 논리로만 일변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모두 범법자 취급을 하고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면 대체 어디에서 피우라는 이야기입니까? 도시공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흡연구역도 설정해주고.”

담배를 피울 권리와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권리.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금연거리 조성의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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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담배 피우는 사람들, 설 자리가 많이 좁아졌죠? 그런데 앞으로 더 좁아질 것 같습니다. 네, 몇몇 지자체들이 담배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요, 정부 정책에 힘입어 담배 없는 거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 지금 흡연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담배 피우는 걸 놓고, 다양한 입장들을 한 번 짚어보죠. 최영철 기자, 말 나온 김에 먼저 흡연자들은 뭐라고 이야기 하고 있나요? <리포트> 금연의 중요성과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에 대해서는 흡연자들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논리에 밀려 흡연자들을 범법 취급하는 분위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젊은 남성이 까만 연기가 올라오는 맨홀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습니다. 이어서 흡연 피해를 경고하는 문구가 이어집니다. 짧은 광고이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도록 담배의 해로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간접흡연의 피해를 우려한 비흡연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흡연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지인(20살/성남시 분당) : “앞사람이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면 바람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은 그 연기를 맞고 걸어가야 하잖아요.“ <인터뷰> 손근현(32살/서울 용두동) : “흡연하시던 분이 담배를 터시다가 담뱃재가 아기 얼굴에 튀어서 상처를 입었어요. 길거리에서 흡연하시는 분들 조금 자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급기야 거리에서의 흡연 마저 자제하자는 움직임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최초로 금연홍보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성북구의 한 거리입니다. 여성들과 청소년들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250미터 거리 곳곳엔 금연 홍보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석진(서울 성북구 보건행정과장) : “2001년도 서울시의 보건지표에 의하면 성북구가 서울시 전체의 흡연율보다 2% 높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구민들의 건강을 위한 보건차원에서…” 금연홍보거리 3년째. 인근 담배 가게 주인은 담배판매량이 줄어 걱정이라며 은근히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 담배 판매업자 : “(담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매상이) 떨어지니까 안 좋죠. 전에는 60만 원어치 팔았는데, 요즘은 20만 원어치 팔기도 힘들어요.” 성북구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001년 56.4% 였던 지역 성인 남성흡연율이 2004년에는 42%로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는데요. 하루 두 갑 이상씩 흡연을 하던 이 남성 역시 구청 금연클리닉의 도움으로 금연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창길(58살/서울 돈암동) : “클리닉에 와서 금연을 결심했지. 시작해보니 모든 게 좋아요. 밥맛도 있고, 얼굴이 새까맸는데 주위에서 얼굴색이 좋아졌다고 해요.” 금연홍보거리는 전국적으로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대전시 중구 역시 지난 2004년 3월부터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가 200미터를 담배없는 거리로 지정했는데요. <인터뷰> 김희숙(대전 중구보건소 금연사업담당자) : “처음 시범운영 당시에는 흡연하시는 분들의 항의 전화도 많이 있었지만, 지방언론 매체의 계속적인 홍보와 주민들의 관심 속에 지금은 많이 정착되었습니다.” 시민들의 휴식장소인 돌 의자 12개에는 학생들의 금연포스터 작품을 설치해 청소년들의 금연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시내중심 거리를 ‘건강거리’로 지정해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고 서울의 청계천 역시 자율금연지역으로 지정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호영(청계천관리센터 운영관리부장) : “담배를 피움으로써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담배꽁초를 버림으로써 하천이 오염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금연시범하천으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 2천 9백 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5%가 간접흡연피해 등을 이유로 거리 흡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오혜정(23살) : “담배를 피우지 않고 들고만 있는데도 흡연자 뒤에서 걸어가다 보면 냄새 때문에 많이 고통스럽더라고요.” <인터뷰> 김한종(77살/서울 돈암동) : “(담배연기 때문에)시력도 나빠지고, 호흡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한쪽으로 피해서 걸어가야 해요.” 그렇다면 실외에서의 간접흡연 피해는 얼마나 될까요? 체내 일산화탄소량을 측정하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20대 여성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ppm, 실외에서 담배연기에 노출한 후 다시 측정해 보니 수치가 5ppm으로 올라갔습니다. <인터뷰> 이복근(한국금연운동협의회 소장) : “비흡연자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흡연자로 인해 담배연기를 맡았을 때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도입초기인 실외금연에 관해선 흡연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흡연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공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는데요. <인터뷰> 김양현(29살/서울 안암동) : “흡연자들도 어느 정도의 자유가 있는데 압박과 제한이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건강에 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정경수(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회장) : “금연 논리로만 일변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모두 범법자 취급을 하고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면 대체 어디에서 피우라는 이야기입니까? 도시공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흡연구역도 설정해주고.” 담배를 피울 권리와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권리.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금연거리 조성의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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