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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돌봄사업은 ‘사막의 오아시스’”…긴축재정에 ‘불똥’ 우려
입력 2023.09.11 (14:29) 수정 2023.09.12 (15:17) 심층K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가 80대 홀몸노인의 건강상태 등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가 80대 홀몸노인의 건강상태 등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

"생활지원사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딸 같아요"

"어머니~" 누군가 반갑게 인사하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사는 80대 이태숙 할머니 집엔 모처럼 생기가 돕니다.

이 할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 바로 생활지원사가 방문하는 날입니다.

"저번에 넘어지신 건 어때요?" "병원은 잘 다니고 계시죠?" 생활지원사의 다정하고 세심한 관심은 적적하던 이 할머니 마음에도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생활지원사는 안전과 건강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 본인의 모습을 그려보는 미술 활동까지 함께 합니다. 이럴 때마다 이 할머니는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 할머니는 "앉아서 얘기하다 가고, 맨날 기다려요. 생활지원사 만나는 그 날이 언제나 올까. 딸 같아"라고 속마음을 내비치며 크게 웃으셨다.

"따뜻한 전화 한 통화…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

생활지원사가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있는 섬, 가파도에 사는 홀몸노인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생활지원사가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있는 섬, 가파도에 사는 홀몸노인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

"오늘 가파도 날씨는 어때요? 피부질환은 다 나으셨죠?"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마을의 큰 나무 아래서 또 다른 생활지원사가 가파도에 혼자 거주하는 할머니에게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이 생활지원사는 매일 전화로 홀몸 노인 10여 명의 일상을 챙깁니다.

문정심 제주도사회서비스원 생활지원사는 "휴대전화는 있는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엄청 외로워하죠. 저희 전화를 굉장히 기다리시고, 저희 전화가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기분이래요."라고 전했습니다.

제주도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종합재가센터의 노인 맞춤형 돌봄 사업은 생활지원사가 홀몸노인을 방문해 건강과 안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 긴축재정 여파에 예산 절반 싹둑…돌봄공백으로 사회적 비용 더 커질까 염려"


제주도사회서비스원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종합재가센터를 통해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비롯해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과 질병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돌봄 공백이 발생한 노인을 지원하는 '긴급돌봄서비스' ▲병원 퇴원환자의 재가를 돕는 '안심돌봄 서비스' ▲혼자 사는 노인의 우울증 예방과 사회관계 회복을 위한 공감형 'AI 말벗 로봇 돌봄서비스' 등 4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들 돌봄 사업에 참여한 인력만 90여 명, 서비스를 제공받은 노인은 천백여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정부의 긴축재정 방침에 내년 제주도사회서비스원 직원 20여 명의 인건비와 사업비 등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는 전체 예산 19억여 원 가운데 국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차질이 우려됩니다.

고경빈 제주도사회서비스원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한테 맞춤형으로 적절하게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제공하고 있는데, 예산 문제로 운영 인력에 차질이 생기면 어르신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제일 걱정스러워요."라고 걱정했습니다.

사회서비스원과 제주도는 예산 반영을 위해 국회 설득하는 한편 지방비라도 투입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동철 제주도사회서비스원 본부장은 "중앙사회서비스원도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며 "예산을 확보해서 도민들께 가는 돌봄 서비스는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도 복지정책과도 "제주도에서도 국비 지원을 적극 건의하는 중"이라며 "전국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지만, 현재 사회서비스원 인력들이 일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방비를 투입해서라도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사회서비스원은 노인돌봄 등 각종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공적 돌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2021년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예산축소로 돌봄 공백이 생긴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더 커지는 건 아닌지 돌봄 현장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우리에게 돌봄사업은 ‘사막의 오아시스’”…긴축재정에 ‘불똥’ 우려
    • 입력 2023-09-11 14:29:46
    • 수정2023-09-12 15:17:08
    심층K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가 80대 홀몸노인의 건강상태 등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가 80대 홀몸노인의 건강상태 등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

"생활지원사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딸 같아요"

"어머니~" 누군가 반갑게 인사하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사는 80대 이태숙 할머니 집엔 모처럼 생기가 돕니다.

이 할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 바로 생활지원사가 방문하는 날입니다.

"저번에 넘어지신 건 어때요?" "병원은 잘 다니고 계시죠?" 생활지원사의 다정하고 세심한 관심은 적적하던 이 할머니 마음에도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생활지원사는 안전과 건강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 본인의 모습을 그려보는 미술 활동까지 함께 합니다. 이럴 때마다 이 할머니는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 할머니는 "앉아서 얘기하다 가고, 맨날 기다려요. 생활지원사 만나는 그 날이 언제나 올까. 딸 같아"라고 속마음을 내비치며 크게 웃으셨다.

"따뜻한 전화 한 통화…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

생활지원사가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있는 섬, 가파도에 사는 홀몸노인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생활지원사가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있는 섬, 가파도에 사는 홀몸노인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

"오늘 가파도 날씨는 어때요? 피부질환은 다 나으셨죠?"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마을의 큰 나무 아래서 또 다른 생활지원사가 가파도에 혼자 거주하는 할머니에게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이 생활지원사는 매일 전화로 홀몸 노인 10여 명의 일상을 챙깁니다.

문정심 제주도사회서비스원 생활지원사는 "휴대전화는 있는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엄청 외로워하죠. 저희 전화를 굉장히 기다리시고, 저희 전화가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기분이래요."라고 전했습니다.

제주도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종합재가센터의 노인 맞춤형 돌봄 사업은 생활지원사가 홀몸노인을 방문해 건강과 안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 긴축재정 여파에 예산 절반 싹둑…돌봄공백으로 사회적 비용 더 커질까 염려"


제주도사회서비스원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종합재가센터를 통해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비롯해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과 질병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돌봄 공백이 발생한 노인을 지원하는 '긴급돌봄서비스' ▲병원 퇴원환자의 재가를 돕는 '안심돌봄 서비스' ▲혼자 사는 노인의 우울증 예방과 사회관계 회복을 위한 공감형 'AI 말벗 로봇 돌봄서비스' 등 4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들 돌봄 사업에 참여한 인력만 90여 명, 서비스를 제공받은 노인은 천백여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정부의 긴축재정 방침에 내년 제주도사회서비스원 직원 20여 명의 인건비와 사업비 등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는 전체 예산 19억여 원 가운데 국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차질이 우려됩니다.

고경빈 제주도사회서비스원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한테 맞춤형으로 적절하게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제공하고 있는데, 예산 문제로 운영 인력에 차질이 생기면 어르신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제일 걱정스러워요."라고 걱정했습니다.

사회서비스원과 제주도는 예산 반영을 위해 국회 설득하는 한편 지방비라도 투입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동철 제주도사회서비스원 본부장은 "중앙사회서비스원도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며 "예산을 확보해서 도민들께 가는 돌봄 서비스는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도 복지정책과도 "제주도에서도 국비 지원을 적극 건의하는 중"이라며 "전국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지만, 현재 사회서비스원 인력들이 일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방비를 투입해서라도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사회서비스원은 노인돌봄 등 각종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공적 돌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2021년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예산축소로 돌봄 공백이 생긴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더 커지는 건 아닌지 돌봄 현장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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