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죽었다. 맞아서, 굶어서, 추위에 버려져서, 좁은 공간에 갇혀서…. 어떤 아이들은 살아남았다. 수차례 맞았고, 굶었고. 폭언을 들었고, 끔찍한 성학대마저 겪은 뒤였다. 또 다른 아이들은 알 수 없다. 어딘가에서 어떤 모진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지만 겨우 살아남아 세상에 드러나거나, 끝내 숨지고서야 알려지거나, 영영 감춰질지도 모른다.
아동학대는 ‘암수(暗數) 범죄’다.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가장 참혹한 범죄여서 누구나 분노하지만 오늘도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숨겨진다. 한해 아동학대 사례 3만여 건, 하지만 아동학대 발견율은 지난 2020년에도 4.02%에 그쳤다. 드러난 아동학대가 ‘빙산의 일각’에 그치는 이유다.
KBS취재진은 지금껏 우리가 온전히 직면하지 못했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부검'을 시도한다. 지난 2년, 전국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아동학대 관련 형사 판결문 1,406건을 분석해 아동학대는 물론, 우리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그 속에 여전히 움츠려있는 아이들의 가려진 목소리를 좇아본다.
아동학대, ‘죄’는 어디에서나 벌어졌다.지난 2년간(2019.07~2021.07) 선고된 아동학대 관련 1심 형사 판결 1,406건을 발생 지역별로 분류했다. 분류 결과,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의 시‧군 132곳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났다.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 경기도 330건, 서울 232건, 부산 92건, 경남 86건 등의 순서로 많았고, 세종 2건, 울산 27건, 제주 37건, 전북 38건 등의 순서로 적었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동학대 사건의 전부는 아니다. 형사 판결까지 이어지지 않았거나, 신고 되지 않아 숨겨진 아동학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아동 천 명 당 학대가 발견된 수치인 ‘피해아동 발견율’을 광역자치단체 17곳마다 집계한 결과, 서울, 경남, 광주가 각각 2.3%와 2.7%, 2.9%로 가장 낮았고 전북. 전남, 울산이 각각 7.9%, 7.5%. 6.5% 순으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4.02%, 미국과 호주 등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곳곳에 숨은 아동학대 사건과 구조되지 못한 피해아동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