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장 엔진시험대 앞 그을린 흔적…북 ‘정찰위성 2호기’ 안 쏘나 못 쏘나 [뒷北뉴스]

입력 2024.05.18 (07:00) 수정 2024.05.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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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리를 보는 망원경'이란 뜻을 가진 만리경.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했던 첫 군사정찰위성에 붙인 이름입니다. 이후 북한은 올해 3기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절반 가까이가 지난 지금까지도 추가 발사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 엔진시험대 앞 그을린 흔적 확대…"추가 엔진 시험 정황"

일단 북한 장거리 발사체의 '성지'이자 엔진 시험대가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은 최근까지도 분주한 모습입니다.

상업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의 지난 14일 고화질 위성사진을 보면, 서해위성발사장 수직 엔진 시험대 아래쪽에 검게 그을린 구역이 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이는 엔진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화염과 열 등으로 인해 식물들이 죽어버린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도 지난달 말 이곳에서 엔진 연소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일자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도 지난 14일자 위성사진의 그을린 구역은 확연히 넓어졌는데, 이는 그사이 추가 엔진 시험을 한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지난 2일자엔 연소 면적이 1,370㎡ 정도였지만, 14일자에선 2,540㎡로 늘었다"며 "추가 엔진 시험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이번 위성의 경우, (만리경 1호에 비해) 개량의 요소가 있다고 하면 크기가 좀 커졌을 수 있고 그렇다면 발사체도 함께 커져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1단 엔진은 괜찮지만, 북한은 2단 이상 고공 엔진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 3단 엔진의 경우 반복 연소를 하는데, 한 번만 연소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껐다, 켰다 하며 활공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며 "이러한 개량 필요성이 있는 만큼 1단, 2단, 3단 엔진 모두 앞으로도 따로따로 연소 시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늦어도 4월 말" 예측 빗나가…"발사 준비했다가 취소" 주장도

앞서 지난 7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연소 시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NK뉴스 보도에 대해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직 임박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만리경-1호 발사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지난해 11월 만리경-1호 발사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이렇듯 북한 당국이 정찰위성 발사 준비의 일환인 엔진 연소 시험은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실제 발사는 늦춰지고 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8일 당시만 해도 북한 정찰위성 추가 발사 동향에 대해, "기술적 보완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김일성 생일 등이 있는) 4월 중순이 가능성이 높다"면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면 4월 말까지 열어놓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기존 '3월 발사' 전망에서 '4월 중하순'으로 수정한 것이지만, 이후 보름 넘게 지나도록 발사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현지 시각 지난달 16일, 서해위성발사장을 찍은 지난달 8일자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성 발사나 엔진 시험을 보기 위해 자주 찾는 VIP 관측소 인근에 3대의 차량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같은 날 행정·보안 본부 안뜰에도 10대의 차량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후 지난달 10일자 위성사진에는 이 두 구역에 있던 차량 중 VIP 관측소 인근 한 대만 남았는데, 이를 토대로 "북한 당국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엔진 신뢰성 문제로 개선 작업 이어갈 것"…"러시아와 기술 협력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정찰위성 발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만리경-1호 발사 경험을 토대로 개선 작업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만리경-1호) 초기 운영을 했기 때문에 분명 위성 자체나, (위성 정보) 송수신, 자료 해석 등 개선점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위성을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꼈으나 그 진행 상황이 미진할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이어 "만약 위성이 좀 커졌거나 2단 엔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소 시험이나 엔진 개량 작업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도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정찰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러시아가 기술을 제공해 위성을 재설계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발사체도 수정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최근 북러 정부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과학기술분과위원회 8차 회의 참석차 북한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며 "현재 북한에 있어 과학기술 분야의 이슈라고 하면 인공위성 시스템이 대표적인 만큼 (인공위성) 관련 동향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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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사장 엔진시험대 앞 그을린 흔적…북 ‘정찰위성 2호기’ 안 쏘나 못 쏘나 [뒷北뉴스]
    • 입력 2024-05-18 07:00:20
    • 수정2024-05-18 07:01:22
    뒷北뉴스

'만 리를 보는 망원경'이란 뜻을 가진 만리경.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했던 첫 군사정찰위성에 붙인 이름입니다. 이후 북한은 올해 3기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절반 가까이가 지난 지금까지도 추가 발사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 엔진시험대 앞 그을린 흔적 확대…"추가 엔진 시험 정황"

일단 북한 장거리 발사체의 '성지'이자 엔진 시험대가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은 최근까지도 분주한 모습입니다.

상업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의 지난 14일 고화질 위성사진을 보면, 서해위성발사장 수직 엔진 시험대 아래쪽에 검게 그을린 구역이 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이는 엔진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화염과 열 등으로 인해 식물들이 죽어버린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도 지난달 말 이곳에서 엔진 연소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일자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도 지난 14일자 위성사진의 그을린 구역은 확연히 넓어졌는데, 이는 그사이 추가 엔진 시험을 한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지난 2일자엔 연소 면적이 1,370㎡ 정도였지만, 14일자에선 2,540㎡로 늘었다"며 "추가 엔진 시험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이번 위성의 경우, (만리경 1호에 비해) 개량의 요소가 있다고 하면 크기가 좀 커졌을 수 있고 그렇다면 발사체도 함께 커져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1단 엔진은 괜찮지만, 북한은 2단 이상 고공 엔진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 3단 엔진의 경우 반복 연소를 하는데, 한 번만 연소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껐다, 켰다 하며 활공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며 "이러한 개량 필요성이 있는 만큼 1단, 2단, 3단 엔진 모두 앞으로도 따로따로 연소 시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늦어도 4월 말" 예측 빗나가…"발사 준비했다가 취소" 주장도

앞서 지난 7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연소 시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NK뉴스 보도에 대해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직 임박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만리경-1호 발사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이렇듯 북한 당국이 정찰위성 발사 준비의 일환인 엔진 연소 시험은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실제 발사는 늦춰지고 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8일 당시만 해도 북한 정찰위성 추가 발사 동향에 대해, "기술적 보완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김일성 생일 등이 있는) 4월 중순이 가능성이 높다"면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면 4월 말까지 열어놓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기존 '3월 발사' 전망에서 '4월 중하순'으로 수정한 것이지만, 이후 보름 넘게 지나도록 발사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현지 시각 지난달 16일, 서해위성발사장을 찍은 지난달 8일자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성 발사나 엔진 시험을 보기 위해 자주 찾는 VIP 관측소 인근에 3대의 차량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같은 날 행정·보안 본부 안뜰에도 10대의 차량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후 지난달 10일자 위성사진에는 이 두 구역에 있던 차량 중 VIP 관측소 인근 한 대만 남았는데, 이를 토대로 "북한 당국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엔진 신뢰성 문제로 개선 작업 이어갈 것"…"러시아와 기술 협력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정찰위성 발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만리경-1호 발사 경험을 토대로 개선 작업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만리경-1호) 초기 운영을 했기 때문에 분명 위성 자체나, (위성 정보) 송수신, 자료 해석 등 개선점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위성을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꼈으나 그 진행 상황이 미진할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이어 "만약 위성이 좀 커졌거나 2단 엔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소 시험이나 엔진 개량 작업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도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정찰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러시아가 기술을 제공해 위성을 재설계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발사체도 수정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최근 북러 정부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과학기술분과위원회 8차 회의 참석차 북한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며 "현재 북한에 있어 과학기술 분야의 이슈라고 하면 인공위성 시스템이 대표적인 만큼 (인공위성) 관련 동향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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