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국제 결혼 가정 자녀들, ‘말’·‘글’ 장애 심각

입력 2007.03.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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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갈수록 국제 결혼이 늘고 있는데요.

외국인 어머니를 둔 가정의 자녀 언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자녀들 언어 교육에 어머니가 끼치는 영향은 두 말 할 나위가 없겠죠.

우리 말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 해 언어 지체나 정신 지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데요.

이경진 기자 나왔습니다.

네, 상황이 생각 보다 더 심각하군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언어 발달에 가장 민감한 시기는 36개월까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습득이 되지 못하면 사물의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을 잃게 돼 자연스럽게 각종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의 언어 교육 실태를 취재해 보았습니다. 전남 나주의 한 장애인 전담 유치원.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진 8살 영주와 6살 영미가 한글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영주야, 이게 뭐예요?) “오징어.” (영미야, 이게 뭐예요?) “오잉어.”

이들 자매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인 어머니를 둔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로 늦은 언어 발달이 정신지체로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인터뷰> 유성순(유치원 원장): "말이 통해야 상호작용이 이루어져 아이들 나름대로 정서, 문화 교류가 되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면 자연히 멍하게 한쪽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언어 지체가 오면 반드시 정신 지체가 같이 오게 되더라고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지만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여덟살 영주의 언어나이는 네 살 수준.

<녹취> (이거 읽을 줄 알아요?) “아버지.”

동생 영미의 어휘력 수준은 겨우 두 살이었는데요.

<인터뷰> 정현옥(유치원 교사): "처음에 왔을 때는 말 한마디도 못했어요. 친구들이 하는 놀이도 전혀 모방이 안 되고……."

행동 발달도 뒤쳐져 식사 때마다 선생님의 손길을 필요로 할 만큼 여러 면에서 나이 답지 못했습니다. 국비로 운영되는 이 유치원의 3분의 1 정도가 이런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

대부분이 장애 수준의 심각한 언어 문제를 호소하고 있었는데요.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유성순(유치원 원장): "어머니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쉼터가 있는데, 갈 시간이 없어요. 공장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국제결혼 가정의 경우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영주네는 건설 현장일을 하는 아버지가 늘 바빠 집에서 말과 글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는데요.

4년 전에야 한글을 배웠다는 어머니 자신도 아직 읽고 말하기가 서툴러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 "한국말은 너무 어려워서 못 가르쳐주고 영어는 조금 가르칠 수 있었어요. 한국말은 내가 아는 거면 가르쳐주는데 잘 모르는 거는 못 가르쳐줘요."

5살에야 엄마 소리를 할 만큼 말이 늦었던 아이들은 1년 째 가나다라를 배우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00: “집에서 엄마라는 말도 못해서 나한테 선생님이라고 했어요. 마음이 많이 아파요.”

충북 보은에서 만난 4살 은경이 역시 필리핀 인 어머니로 인해 언어 발달이 문제를 낳은 경우입니다.

유치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인터뷰> 강순옥(유치원 원장):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하고 문화 차이가 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오빠 희철이 역시 자기 이름도 못 쓰는 상황.

그나마 아버지가 틈틈이 가르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보니 학습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선00: "(필리핀은) 영어를 많이 쓰는 곳이라서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받침이나 단어 뜻을 잘 모르니까 애들이 물어봤을 때 애로사항이 있었죠."

전문가들은 언어지체는 학습으로 고쳐질 수 있기 때문에 늦었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한국어 교육이 선행될 것을 강조 했습니다.

<인터뷰> 노성임(언어치료사): "엄마, 아빠가 나누는 대화내용을 아이가 똑같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엄마에게 (한국어를) 잘 사용하도록 가르쳐서 아이와 교감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국제결혼 가정 자녀는 5천여 명. 이들이 언어 지체가 원인인 장애를 안고 살지 않도록 언어 교육을 지원할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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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현장] 국제 결혼 가정 자녀들, ‘말’·‘글’ 장애 심각
    • 입력 2007-03-28 08:22:4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요즘 갈수록 국제 결혼이 늘고 있는데요. 외국인 어머니를 둔 가정의 자녀 언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자녀들 언어 교육에 어머니가 끼치는 영향은 두 말 할 나위가 없겠죠. 우리 말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 해 언어 지체나 정신 지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데요. 이경진 기자 나왔습니다. 네, 상황이 생각 보다 더 심각하군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언어 발달에 가장 민감한 시기는 36개월까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습득이 되지 못하면 사물의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을 잃게 돼 자연스럽게 각종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의 언어 교육 실태를 취재해 보았습니다. 전남 나주의 한 장애인 전담 유치원.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진 8살 영주와 6살 영미가 한글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영주야, 이게 뭐예요?) “오징어.” (영미야, 이게 뭐예요?) “오잉어.” 이들 자매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인 어머니를 둔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로 늦은 언어 발달이 정신지체로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인터뷰> 유성순(유치원 원장): "말이 통해야 상호작용이 이루어져 아이들 나름대로 정서, 문화 교류가 되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면 자연히 멍하게 한쪽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언어 지체가 오면 반드시 정신 지체가 같이 오게 되더라고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지만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여덟살 영주의 언어나이는 네 살 수준. <녹취> (이거 읽을 줄 알아요?) “아버지.” 동생 영미의 어휘력 수준은 겨우 두 살이었는데요. <인터뷰> 정현옥(유치원 교사): "처음에 왔을 때는 말 한마디도 못했어요. 친구들이 하는 놀이도 전혀 모방이 안 되고……." 행동 발달도 뒤쳐져 식사 때마다 선생님의 손길을 필요로 할 만큼 여러 면에서 나이 답지 못했습니다. 국비로 운영되는 이 유치원의 3분의 1 정도가 이런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 대부분이 장애 수준의 심각한 언어 문제를 호소하고 있었는데요.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유성순(유치원 원장): "어머니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쉼터가 있는데, 갈 시간이 없어요. 공장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국제결혼 가정의 경우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영주네는 건설 현장일을 하는 아버지가 늘 바빠 집에서 말과 글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는데요. 4년 전에야 한글을 배웠다는 어머니 자신도 아직 읽고 말하기가 서툴러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 "한국말은 너무 어려워서 못 가르쳐주고 영어는 조금 가르칠 수 있었어요. 한국말은 내가 아는 거면 가르쳐주는데 잘 모르는 거는 못 가르쳐줘요." 5살에야 엄마 소리를 할 만큼 말이 늦었던 아이들은 1년 째 가나다라를 배우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00: “집에서 엄마라는 말도 못해서 나한테 선생님이라고 했어요. 마음이 많이 아파요.” 충북 보은에서 만난 4살 은경이 역시 필리핀 인 어머니로 인해 언어 발달이 문제를 낳은 경우입니다. 유치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인터뷰> 강순옥(유치원 원장):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하고 문화 차이가 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오빠 희철이 역시 자기 이름도 못 쓰는 상황. 그나마 아버지가 틈틈이 가르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보니 학습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선00: "(필리핀은) 영어를 많이 쓰는 곳이라서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받침이나 단어 뜻을 잘 모르니까 애들이 물어봤을 때 애로사항이 있었죠." 전문가들은 언어지체는 학습으로 고쳐질 수 있기 때문에 늦었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한국어 교육이 선행될 것을 강조 했습니다. <인터뷰> 노성임(언어치료사): "엄마, 아빠가 나누는 대화내용을 아이가 똑같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엄마에게 (한국어를) 잘 사용하도록 가르쳐서 아이와 교감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국제결혼 가정 자녀는 5천여 명. 이들이 언어 지체가 원인인 장애를 안고 살지 않도록 언어 교육을 지원할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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