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에 멍든다

입력 2000.12.20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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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 상황이 나빠진 탓인지 요즘 요행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른바 대박증후군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카지노와 경마장 그리고 복권 판매소 현장을 이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원스레 트랙 위를 내달리는 경주마.
승부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추운 날씨에도 이곳 경마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루 평균 10만명의 인파가 몰려듭니다.
대부분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경마장 입장객: 900배짜리에 만 원 걸려고요.
⊙기자: 맞으면 어떻게 됩니까?
⊙경마장 입장객: 맞으면 9백 몇 십만원이고, 안 되면 할 수 없고요.
⊙기자: 올해 경마장 매출액은 4조 3000억원,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습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계속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경마장 입장객: 1억 잃는 사람도 있고 몇 천만원 잃는 사람도 있고요.
⊙기자: 얼마 잃어 보셨어요?
⊙경마장 입장객: 2천만∼4천만원 잃는 것은 기본이죠.

⊙기자: 지난 10월 문을 연 정선 카지노도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연일 초만원입니다.
게임기 앞에 앉아 수십만분의 1의 확률을 바라보고 배팅을 해 보지만 대부분 빈털터리가 되고 맙니다.
⊙카지노 입장객: 2천 7백만원 잃었어요. 놀러 왔다가 남들 하는 것 보고 이것저것 다 끌어다가... 후회가 막심해요.
⊙기자: 복권 판매소에도 횡재를 바라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복권 한 장에 온 희망을 걸다시피합니다.
⊙복권 구입자: 대박을 바라고 사죠.
⊙기자: 어떤 대박입니까?
⊙복권 구입자: 큰 거, 몇 억짜리, 아니면 1억 원을 맞았으면 하고...
⊙기자: 복권 수요가 많아지자 상금도 슬금슬금 올라 2, 30억원이나 하는 고액 복권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요행으로 거액을 잡아보려는 욕심은 일종의 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신영철(강북 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대박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되게 되면 경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기자: 더구나 이런 한탕주의의 확산은 땀흘려 일하고 노력의 결과로 상응하는 대가를 얻는 사회의 근본 규범마저 무너뜨립니다.
⊙손봉호(서울대 교수): 요행으로 얻은 돈은 불로소득이고, 불로소득은 원칙적으로는 도둑질입니다.
이런 사행심리가 사회에 만연하면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건전한 근로의욕이 약화되고...
⊙기자: 요행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른바 대박증후군.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입니다. KBS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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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탕에 멍든다
    • 입력 2000-12-20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경제 상황이 나빠진 탓인지 요즘 요행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른바 대박증후군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카지노와 경마장 그리고 복권 판매소 현장을 이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원스레 트랙 위를 내달리는 경주마. 승부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추운 날씨에도 이곳 경마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루 평균 10만명의 인파가 몰려듭니다. 대부분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경마장 입장객: 900배짜리에 만 원 걸려고요. ⊙기자: 맞으면 어떻게 됩니까? ⊙경마장 입장객: 맞으면 9백 몇 십만원이고, 안 되면 할 수 없고요. ⊙기자: 올해 경마장 매출액은 4조 3000억원,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습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계속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경마장 입장객: 1억 잃는 사람도 있고 몇 천만원 잃는 사람도 있고요. ⊙기자: 얼마 잃어 보셨어요? ⊙경마장 입장객: 2천만∼4천만원 잃는 것은 기본이죠. ⊙기자: 지난 10월 문을 연 정선 카지노도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연일 초만원입니다. 게임기 앞에 앉아 수십만분의 1의 확률을 바라보고 배팅을 해 보지만 대부분 빈털터리가 되고 맙니다. ⊙카지노 입장객: 2천 7백만원 잃었어요. 놀러 왔다가 남들 하는 것 보고 이것저것 다 끌어다가... 후회가 막심해요. ⊙기자: 복권 판매소에도 횡재를 바라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복권 한 장에 온 희망을 걸다시피합니다. ⊙복권 구입자: 대박을 바라고 사죠. ⊙기자: 어떤 대박입니까? ⊙복권 구입자: 큰 거, 몇 억짜리, 아니면 1억 원을 맞았으면 하고... ⊙기자: 복권 수요가 많아지자 상금도 슬금슬금 올라 2, 30억원이나 하는 고액 복권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요행으로 거액을 잡아보려는 욕심은 일종의 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신영철(강북 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대박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되게 되면 경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기자: 더구나 이런 한탕주의의 확산은 땀흘려 일하고 노력의 결과로 상응하는 대가를 얻는 사회의 근본 규범마저 무너뜨립니다. ⊙손봉호(서울대 교수): 요행으로 얻은 돈은 불로소득이고, 불로소득은 원칙적으로는 도둑질입니다. 이런 사행심리가 사회에 만연하면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건전한 근로의욕이 약화되고... ⊙기자: 요행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른바 대박증후군.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입니다. KBS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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