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대 유혈 진압…깊어진 갈등

입력 2010.05.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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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두 달여를 끌어온 태국 시위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결국 강제 진압 수단이 동원됐습니다.

진압 과정에서 10 여명의 사망자가 났는데요..지난 3월부터 시작된 시위 사태로 모두 7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월 넷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태국 소식부터 알아봅니다.

방콕 도심을 점거해온 시위대는 사라졌지만 이번 진압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태국 사회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친탁신계와 반탁신계, 집권층과 빈민층간 갈등이 아시아의 관광대국 태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 사태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방콕 김철민 특파원이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 일 새벽.. 방콕 외곽에 대기하던 장갑차 백 여대와 중무장 병력들이 일제히 도심 한 복판으로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두 달 넘게 도심을 점거한 채 무차별 폭력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전면적인 강제진압 작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진압군은 시위대의 철옹성처럼 굳건해 보이던 죽창 폐타이어 바리케이드를 장갑차로 밀어부치며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갔습니다. 사제총기와 폭탄으로 무장한 시위대를 제압하기 위해 시위지역 주변 고지대엔 실탄으로 무장한 진압군 저격수들이 일제히 배치됐습니다.

강제진압 작전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시위대는 총기를 쏘고 폭탄을 터뜨리며 완강히 저항했습니다. 시위지역 곳곳엔 폐타이어 연기가 매캐하게 피어 올랐고, 진압군과 시위대간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를 향해 정확하게 실탄을 조준사격하는 진압군 저격수들의 위력은 시위대를 압도했습니다.

<인터뷰> 사릿(시위대원): "어떤 색깔 옷을 입고 있느냐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총을 쏩니다. 죽고 사는게 운명에 달렸습니다."

화력이 절대 열세인 시위대는 곳곳에서 진압군에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작전개시 반나절만에 시위대 핵심 지도부 7 명이 진압군에 항복을 선언하고 투항했습니다.

<인터뷰>산센(육군 대변인): "진압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현재 진압군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습니다."

양측간의 충돌로 외신기자 1 명을 포함해 시위대원 10 명이 총격을 받아 숨지고, 80 여명이 또 총상을 입었습니다. 시위대의 해방구였던 방콕의 상업 중심지구 라차프라송 거리에서도 시위대원들이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과격파 시위대는 도심 곳곳에 흩어져 끝까지 게릴라전을 펼쳤습니다. 동양 최대 규모의 초호화 쇼핑몰과 친정부 성향의 공중파 방송국, 국영은행과 고급호텔 등 다중이용 시설 30 여군데가 약탈과 방화의 표적이 됐습니다.

방화로 소실된 4층짜리 건물에선 시커먼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 두 시간 만에 가까스로 불길이 잡혔습니다.

태국 정부는 방콕 전역과 주변 23 개주에 나흘간 전면적인 통행 금지령을 내렸고, 누구든 폭력 테러를 저지르면 현장에서 사살하겠다고 엄중 경고했습니다.

<인터뷰> 파니탄(정부 대변인): "약탈과 방화는 중대한 범죄이자 테러 행위입니다. 정부는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지난 두 달간 태국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반정부 시위사태의 배후에는 바로 탁신 전 총리가 있습니다. 각종 부패 혐의로 해외 도피중인 탁신은 지난 3월, 태국내에 동결돼 있던 자신의 재산 1조 6천억원을 국고에 몰수당했습니다.

총리로 재임하면서 권력을 남용해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고,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대법원의 판결 때문입니다. 이 판결에 탁신은 강력히 반발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대대적인 봉기를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탁신 전 총리(비디오 연설): "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모두 결집해야 합니다."

태국의 빈민층인 탁신 지지자들이 탁신에 동조하며 이렇게 분노했던 이유는 바로 극심한 가난과 빈부격차입니다. 태국 인구의 약 80 % 인 농민과 도시 빈민들은 지금도 1 인당 GDP 가 3 천달러 미만, 하루 평균 10 달러도 안되는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1 % 도 안되는 부유층은 초호화 명품으로 온 몸을 휘감은 채 수 억원대 외제차를 굴리면서도 서민들의 가난을 외면해 왔습니다. 부유한 집안의 엘리트 출신인 아피싯 총리가 집권층 부유층을 대변하며 서민들 생계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시위대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탁신 전 총리가 재임중 빈민들을 위해 추진했던 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 소득 재분배 시스템에 시위대원들은 아련한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익명(시위대원): "태국은 변화가 필요해요. 정부는 우리 서민들의 어려움을 보살펴 줘야 해요. 정부가 서민들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죠 "

반정부 시위사태 두 달간 시위대원 70 여명이 총격을 받아 숨지고, 천 7 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반정부 시위 사태가 폭력과 유혈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으면서 그 후유증도 만만치가 않을 걸로 예상됩니다.

야당에선 아피싯 총리와 수텝 부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이미 제출해 놓았습니다. 의회해산이나 조기총선같은 정치적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빨간옷과 노란옷, 친탁신과 반탁신, 서민층과 지배계층간 사회적 갈등이 더욱 노골화됐습니다. 시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무려 7 조원이 넘습니다. 관광대국 태국의 국가적 이미지도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콘 차티카바니지(태국 재무장관): “지난 몇주간 발생한 사태가 TV를 통해전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사건은 남은 한해 동안 태국 관광사업에 크고 끔찍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관광업계는 하루 평균 백 20 억원씩 손실이 생겼으며 상당수 호텔과 여행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GDP , 경제 성장률이 0.5 % 포인트 이상 떨어질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투자 감소와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이 겹쳐져 태국이 과거 IMF 위기 때와 같은 장기불황의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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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시위대 유혈 진압…깊어진 갈등
    • 입력 2010-05-23 10:32:0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두 달여를 끌어온 태국 시위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결국 강제 진압 수단이 동원됐습니다. 진압 과정에서 10 여명의 사망자가 났는데요..지난 3월부터 시작된 시위 사태로 모두 7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월 넷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태국 소식부터 알아봅니다. 방콕 도심을 점거해온 시위대는 사라졌지만 이번 진압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태국 사회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친탁신계와 반탁신계, 집권층과 빈민층간 갈등이 아시아의 관광대국 태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 사태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방콕 김철민 특파원이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 일 새벽.. 방콕 외곽에 대기하던 장갑차 백 여대와 중무장 병력들이 일제히 도심 한 복판으로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두 달 넘게 도심을 점거한 채 무차별 폭력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전면적인 강제진압 작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진압군은 시위대의 철옹성처럼 굳건해 보이던 죽창 폐타이어 바리케이드를 장갑차로 밀어부치며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갔습니다. 사제총기와 폭탄으로 무장한 시위대를 제압하기 위해 시위지역 주변 고지대엔 실탄으로 무장한 진압군 저격수들이 일제히 배치됐습니다. 강제진압 작전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시위대는 총기를 쏘고 폭탄을 터뜨리며 완강히 저항했습니다. 시위지역 곳곳엔 폐타이어 연기가 매캐하게 피어 올랐고, 진압군과 시위대간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를 향해 정확하게 실탄을 조준사격하는 진압군 저격수들의 위력은 시위대를 압도했습니다. <인터뷰> 사릿(시위대원): "어떤 색깔 옷을 입고 있느냐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총을 쏩니다. 죽고 사는게 운명에 달렸습니다." 화력이 절대 열세인 시위대는 곳곳에서 진압군에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작전개시 반나절만에 시위대 핵심 지도부 7 명이 진압군에 항복을 선언하고 투항했습니다. <인터뷰>산센(육군 대변인): "진압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현재 진압군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습니다." 양측간의 충돌로 외신기자 1 명을 포함해 시위대원 10 명이 총격을 받아 숨지고, 80 여명이 또 총상을 입었습니다. 시위대의 해방구였던 방콕의 상업 중심지구 라차프라송 거리에서도 시위대원들이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과격파 시위대는 도심 곳곳에 흩어져 끝까지 게릴라전을 펼쳤습니다. 동양 최대 규모의 초호화 쇼핑몰과 친정부 성향의 공중파 방송국, 국영은행과 고급호텔 등 다중이용 시설 30 여군데가 약탈과 방화의 표적이 됐습니다. 방화로 소실된 4층짜리 건물에선 시커먼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 두 시간 만에 가까스로 불길이 잡혔습니다. 태국 정부는 방콕 전역과 주변 23 개주에 나흘간 전면적인 통행 금지령을 내렸고, 누구든 폭력 테러를 저지르면 현장에서 사살하겠다고 엄중 경고했습니다. <인터뷰> 파니탄(정부 대변인): "약탈과 방화는 중대한 범죄이자 테러 행위입니다. 정부는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지난 두 달간 태국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반정부 시위사태의 배후에는 바로 탁신 전 총리가 있습니다. 각종 부패 혐의로 해외 도피중인 탁신은 지난 3월, 태국내에 동결돼 있던 자신의 재산 1조 6천억원을 국고에 몰수당했습니다. 총리로 재임하면서 권력을 남용해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고,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대법원의 판결 때문입니다. 이 판결에 탁신은 강력히 반발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대대적인 봉기를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탁신 전 총리(비디오 연설): "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모두 결집해야 합니다." 태국의 빈민층인 탁신 지지자들이 탁신에 동조하며 이렇게 분노했던 이유는 바로 극심한 가난과 빈부격차입니다. 태국 인구의 약 80 % 인 농민과 도시 빈민들은 지금도 1 인당 GDP 가 3 천달러 미만, 하루 평균 10 달러도 안되는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1 % 도 안되는 부유층은 초호화 명품으로 온 몸을 휘감은 채 수 억원대 외제차를 굴리면서도 서민들의 가난을 외면해 왔습니다. 부유한 집안의 엘리트 출신인 아피싯 총리가 집권층 부유층을 대변하며 서민들 생계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시위대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탁신 전 총리가 재임중 빈민들을 위해 추진했던 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 소득 재분배 시스템에 시위대원들은 아련한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익명(시위대원): "태국은 변화가 필요해요. 정부는 우리 서민들의 어려움을 보살펴 줘야 해요. 정부가 서민들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죠 " 반정부 시위사태 두 달간 시위대원 70 여명이 총격을 받아 숨지고, 천 7 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반정부 시위 사태가 폭력과 유혈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으면서 그 후유증도 만만치가 않을 걸로 예상됩니다. 야당에선 아피싯 총리와 수텝 부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이미 제출해 놓았습니다. 의회해산이나 조기총선같은 정치적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빨간옷과 노란옷, 친탁신과 반탁신, 서민층과 지배계층간 사회적 갈등이 더욱 노골화됐습니다. 시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무려 7 조원이 넘습니다. 관광대국 태국의 국가적 이미지도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콘 차티카바니지(태국 재무장관): “지난 몇주간 발생한 사태가 TV를 통해전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사건은 남은 한해 동안 태국 관광사업에 크고 끔찍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관광업계는 하루 평균 백 20 억원씩 손실이 생겼으며 상당수 호텔과 여행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GDP , 경제 성장률이 0.5 % 포인트 이상 떨어질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투자 감소와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이 겹쳐져 태국이 과거 IMF 위기 때와 같은 장기불황의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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