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초여름의 설경 속으로

입력 2010.05.23 (10:32) 수정 2010.05.24 (09: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번에는 일본의 눈 덮인 산골로 가봅니다. 위도상 우리나라 천안쯤 되는 곳에 있는 마을인데.. 때 아닌 눈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죠?



네..하루에만 만 명이 찾는데요..예전에는 눈이 많아 오지 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눈 때문에 사람이 모인다고 하네요.



여름으로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다테야마 지역을 남종혁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다테야마 역에서 케이블 전차를 타고 잠시 올라간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면 새하얀 눈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1미터 가량 쌓여있는 눈길을 따라서 40여분 오르다보면, 어느새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나라 천안과 비슷한 위도상에 놓여있지만, 해발 2,450미터 높이여서, 초여름에도 눈의 절경을 연출하는 겁니다.



눈의 절벽 옆에 서면 사람의 키가 이처럼 작아보입니다. 절벽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를 그대로 말해줍니다.



현재 쌓여있는 눈의 최고 높이는 14미터. 눈 벽면엔 여러 모양의 선이 화석처럼 옆으로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여러 층의 눈이 쌓이고 쌓여 이만한 높이가 됐습니다. 황사가 왔을 때는 누런 색깔이 드러나는 등 눈이 내렸던 시기의 날씨 상태를 알려줍니다.



<인터뷰> 오오카미(알펜루트 관계자):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보면 여기는 눈입니다만, 이곳은 조금 다른 층이 있습니다. 이게 무엇인가 하면 얼음입니다. 왜 얼음층이 여기에 있냐면 이날 비가 왔다는 것입니다"



눈의 절경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에 만 명 정도.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눈에 새기고...모두 어린아이처럼 눈 세계에 빠져듭니다. 눈과는 친숙한 일본인이지만 초여름에 일본 땅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인터뷰> 니시와키(아이치현출신): "처음입니다만, 역시 일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생각해서, 흥미를 갖고 찾아왔어요"



<인터뷰> 와카키(히로시마 출신): "TV에서 봤지만, 와서 직접 보니까 정말로 놀랍네요. 처음 봤어요"



초여름에 즐기는 눈의 동산 얘기가 나라밖으로도 알려지면서 최근엔 해외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음> "타이완, 타이완"



<인터뷰> 슈나이더(스위스 출신): "우리나라도 눈이 많이 옵니다. 그러나 이처럼 높게 쌓여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허복경(전남 광양):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하나도 훼손된 것이 없고, 오염 안되고, 누구든지 즐길 수 있고 그런 것이 좋네요"



이러한 눈의 절경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5년전. 관광객들이 직접 산속까지 올라와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힘겨운 제설 작업을 통해 눈길을 만들면서 부텁니다. 쌓인 눈이 녹지 않아 1년 내내 접근이 불가능했던 최악의 오지였지만, 발상을 전환해 상품화한 뒤 새롭게 탄생한 겁니다.



해마다 봄이오면 눈길을 내는 제설작업과 함께 케이블카 점검 등 새로운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치고, 4월 중순, 세상에 선보입니다.



<인터뷰>사에키(알펜루트 관계자): "이 정도의 눈 높이는 일본의 다른 곳에서는 물론 없습니다. 이 높이를 보면 웅장함에 관광객 모두가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해발 천 500미터 지점의 또 다른 협곡. 눈 절벽으로 접근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차가 달리는 선로의 다리 부분이 끊겨 있습니다. 한겨울 눈사태가 났을 때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선로와 바침목을 분리해 터널속에 임시 보관해 놓은 겁니다.



<현장음> "발 밑은 안전한가?" "발 밑은 안전합니다"



겨울철 고요하던 다리 주변이 떠들썩해졌습니다. 관광객을 맞기 위해 다시 선로를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선로 하나의 무게는 185킬로그램. 4사람이 한조가 돼 공동 작업을 진행합니다. 중장비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라,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 시부사와(구로베 협곡 철도 현장책임자): "기계화가 되지 않아서 대부분 수작업입니다. 몸을 써서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힘든 점입니다"



관광객들이 타고 지나는 선로를 만드는 작업... 작은 실수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마무리 작업입니다. 현장 책임자인 시부사와 씨가 바침목이 미세하게 어긋나 있는 것을 찾아내 정확히 맞출 것을 지시합니다.



<현장음>"조금 더 움직였으면 좋겠다. 5밀리미터 정도"



선로를 보수하는 이들이 해마다 해오는 또다른 작업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상징하는 돌부처를 챙기는 겁니다. 안전사고가 없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인터뷰>시부사와(구로베 협곡철도 현장책임자); "올해 한해도 무사고 무재해를 기원했어요"



완성된 선로 위로 관광 전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협곡은 어느새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50여년전 댐을 만들때 사용하던 건설용 전차를 뒤늦게 다시 관광 전차로 개조한 겁니다.



<인터뷰> 와타나베(관광객): "대단히 아름답네요. 엄청 좋네요"



<인터뷰> 다나카(관광객): "신록과 꽃, 하얀 눈. 파란 물"



해발 2천 미터 땅속을 달리도록 설치된 전기 버스, 산속을 뚫고 연결돼 있는 케이블카 등도

산골 벽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또다른 수단입니다.



<인터뷰> 츠다(관광객): "이렇게 산이 깊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 왔습니다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산이 험하네요"



험준한 산골의 특성 때문에 그동안 눈속에 파묻혀있던 은둔의 세상.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오던 벽지 산골 오지 마을이 이제 사람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같은 변화 뒤에는 혹독한 자연 환경을 매력적인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내려는 지방 정부와 주민들의 발상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됐습니다. 한해 백만명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다테야마 산골의 기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리포트] 초여름의 설경 속으로
    • 입력 2010-05-23 10:32:07
    • 수정2010-05-24 09:40:4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번에는 일본의 눈 덮인 산골로 가봅니다. 위도상 우리나라 천안쯤 되는 곳에 있는 마을인데.. 때 아닌 눈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죠?

네..하루에만 만 명이 찾는데요..예전에는 눈이 많아 오지 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눈 때문에 사람이 모인다고 하네요.

여름으로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다테야마 지역을 남종혁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다테야마 역에서 케이블 전차를 타고 잠시 올라간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면 새하얀 눈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1미터 가량 쌓여있는 눈길을 따라서 40여분 오르다보면, 어느새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나라 천안과 비슷한 위도상에 놓여있지만, 해발 2,450미터 높이여서, 초여름에도 눈의 절경을 연출하는 겁니다.

눈의 절벽 옆에 서면 사람의 키가 이처럼 작아보입니다. 절벽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를 그대로 말해줍니다.

현재 쌓여있는 눈의 최고 높이는 14미터. 눈 벽면엔 여러 모양의 선이 화석처럼 옆으로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여러 층의 눈이 쌓이고 쌓여 이만한 높이가 됐습니다. 황사가 왔을 때는 누런 색깔이 드러나는 등 눈이 내렸던 시기의 날씨 상태를 알려줍니다.

<인터뷰> 오오카미(알펜루트 관계자):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보면 여기는 눈입니다만, 이곳은 조금 다른 층이 있습니다. 이게 무엇인가 하면 얼음입니다. 왜 얼음층이 여기에 있냐면 이날 비가 왔다는 것입니다"

눈의 절경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에 만 명 정도.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눈에 새기고...모두 어린아이처럼 눈 세계에 빠져듭니다. 눈과는 친숙한 일본인이지만 초여름에 일본 땅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인터뷰> 니시와키(아이치현출신): "처음입니다만, 역시 일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생각해서, 흥미를 갖고 찾아왔어요"

<인터뷰> 와카키(히로시마 출신): "TV에서 봤지만, 와서 직접 보니까 정말로 놀랍네요. 처음 봤어요"

초여름에 즐기는 눈의 동산 얘기가 나라밖으로도 알려지면서 최근엔 해외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음> "타이완, 타이완"

<인터뷰> 슈나이더(스위스 출신): "우리나라도 눈이 많이 옵니다. 그러나 이처럼 높게 쌓여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허복경(전남 광양):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하나도 훼손된 것이 없고, 오염 안되고, 누구든지 즐길 수 있고 그런 것이 좋네요"

이러한 눈의 절경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5년전. 관광객들이 직접 산속까지 올라와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힘겨운 제설 작업을 통해 눈길을 만들면서 부텁니다. 쌓인 눈이 녹지 않아 1년 내내 접근이 불가능했던 최악의 오지였지만, 발상을 전환해 상품화한 뒤 새롭게 탄생한 겁니다.

해마다 봄이오면 눈길을 내는 제설작업과 함께 케이블카 점검 등 새로운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치고, 4월 중순, 세상에 선보입니다.

<인터뷰>사에키(알펜루트 관계자): "이 정도의 눈 높이는 일본의 다른 곳에서는 물론 없습니다. 이 높이를 보면 웅장함에 관광객 모두가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해발 천 500미터 지점의 또 다른 협곡. 눈 절벽으로 접근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차가 달리는 선로의 다리 부분이 끊겨 있습니다. 한겨울 눈사태가 났을 때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선로와 바침목을 분리해 터널속에 임시 보관해 놓은 겁니다.

<현장음> "발 밑은 안전한가?" "발 밑은 안전합니다"

겨울철 고요하던 다리 주변이 떠들썩해졌습니다. 관광객을 맞기 위해 다시 선로를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선로 하나의 무게는 185킬로그램. 4사람이 한조가 돼 공동 작업을 진행합니다. 중장비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라,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 시부사와(구로베 협곡 철도 현장책임자): "기계화가 되지 않아서 대부분 수작업입니다. 몸을 써서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힘든 점입니다"

관광객들이 타고 지나는 선로를 만드는 작업... 작은 실수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마무리 작업입니다. 현장 책임자인 시부사와 씨가 바침목이 미세하게 어긋나 있는 것을 찾아내 정확히 맞출 것을 지시합니다.

<현장음>"조금 더 움직였으면 좋겠다. 5밀리미터 정도"

선로를 보수하는 이들이 해마다 해오는 또다른 작업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상징하는 돌부처를 챙기는 겁니다. 안전사고가 없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인터뷰>시부사와(구로베 협곡철도 현장책임자); "올해 한해도 무사고 무재해를 기원했어요"

완성된 선로 위로 관광 전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협곡은 어느새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50여년전 댐을 만들때 사용하던 건설용 전차를 뒤늦게 다시 관광 전차로 개조한 겁니다.

<인터뷰> 와타나베(관광객): "대단히 아름답네요. 엄청 좋네요"

<인터뷰> 다나카(관광객): "신록과 꽃, 하얀 눈. 파란 물"

해발 2천 미터 땅속을 달리도록 설치된 전기 버스, 산속을 뚫고 연결돼 있는 케이블카 등도
산골 벽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또다른 수단입니다.

<인터뷰> 츠다(관광객): "이렇게 산이 깊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 왔습니다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산이 험하네요"

험준한 산골의 특성 때문에 그동안 눈속에 파묻혀있던 은둔의 세상.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오던 벽지 산골 오지 마을이 이제 사람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같은 변화 뒤에는 혹독한 자연 환경을 매력적인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내려는 지방 정부와 주민들의 발상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됐습니다. 한해 백만명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다테야마 산골의 기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