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명절, 제발 이 말은 참아주세요”

입력 2010.09.20 (08:58) 수정 2010.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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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때, 말 한마디에 더 신경쓰셔야겠습니다.

이민우 기자, 추석때 듣기 싫은말, 이런 설문조사가 있었다면서요?

<리포트>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 정말 반갑죠.

하지만 말 한마디가 꼭 마음에 걸립니다.

취업 못해 울상인데, 직장은 구했냐. 사업 안돼 죽겠는데, 사업은 잘돼냐.

웃으면서 건네는 말이라 같이 웃으면서 대답하긴 하는데, 돌아서면 영 찜짐합니다.

이 말만 안 들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죠.

산더미같은 명절 일거리보다 이런 말 한마디가 더 화난다는 주부들도 많던데요.

혹시 내가 저러지는 않았나, 한번 잘 들어보시죠.

“속이 뒤집혀. 아니, 내일 모레 30이면 자기 밥벌이는 해야 될 거 아니야. 어떻게 남들 다들어 가는 회사,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들어가냐” “요즘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긴 해”

30만 명에 육박한다는 청년실업자.

“애인도 없는 30대 백수 노처녀가 이 거지같은 삶에서...”

결혼 적령기를 넘긴 싱글남녀.

이들에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꼭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일가친척들의 이런 말 한 마디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경철(충남 천안시) : "취직 언제 하냐, 이런 말들이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장하늬(경기도 부천시) : "나이가 서른이다 보니까 시집가라는 말이 아무래도 부담이 좀 가는 말이에요."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추석 덕담과 추석 악담'이라는 주제로 사연을 받았는데요,

"한국 명절의 정의는 ‘남의 감정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내 친척 중에도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다. 왜 남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려 하며 아픈데는 콕콕 쑤시려 하는지..."

지나친 관심도 부담이지만, 지나친 자랑도 듣기 싫은 건 마찬가집니다.

"우리 아들 차 한 대 뽑았다는데 수입차가 5천 밖에 안한데 호호호호. 우리 애들 유학 보냈는데 한 달에 2천 밖에 안 들어. 그쪽은 어때. 호호호."

세대 별로 듣기 싫은 말도 다 달랐는데요.

<인터뷰> 조가희(경기도 수원) : "성적 올리라는 말, 고등학교 어디 갈 거냐는 그런 말이요"

<인터뷰> 박성환(서울시 은평구) : "개인 사업할 때,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사업 잘돼? 그런 거 물어볼 때, 아 속상하죠. "

<인터뷰> 김덕팔(서울시 용산구) : "집은 몇 평에 사느냐, 뭐 그런 얘기 있죠. 자식은 어느 대학에 갔고"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들, 겉으론 웃으며 넘어가지만 속으론 이렇게 답한다고 합니다.

“취직은 했니 ?”“보면 모르세요. 운동복에 더벅머리 하고 있잖아요.”

“시집, 장가는 언제 갈거니?” “지난 설에도 그 질문 하셨거든요. 레파토리 좀 바꾸시지"

“너 회사는 어디야?”“이름 말하면 알까요?”

“예전에는 예뻤는데”“저도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명절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 뭐니 뭐니 해도 며느리들입니다.

<인터뷰> 김은영(서울시 동작구) :" 아침 일찍 와라. 그리고 너희가 다 알아서 해라. 명절 음식."

<인터뷰> 윤경희( 서울시 관악구) : "시댁을 가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기해야 되니까 앉아 있어도 좀 가시방석 같은 느낌이 들고. "

음식 장만하랴, 시댁식구 눈치 보랴,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하는데요.

포털 사이트에서 추석날 시어머니에게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설문조사했습니다.

“작은 시누 좀 배워라” “간이 왜 이러냐” “우리 아들은 말랐는데 너는 살쪘다.” “옛날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듣기 싫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명절날 시어머니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 과연 뭘까요.

“벌써 가려고? 더 있다 가라”

며느리들이 너무 야박한가요?

하지만 명절 내내 쉬지도 못한 며느리들 생각해보면 이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닐 텐데요.

반면, 오랜만에 모인 좋은날, 기분까지 좋게 해주는 말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가희(경기도 수원시) : "예쁘다, 요즘 말 잘 듣고 있나"

<인터뷰> 조경철(충남 천안시) : "열심히 해라, 덕담 해주실 때가 제일 좋죠."

<인터뷰> 김은영(서울시 동작구) : "너희 덕분에 명절이 잘 끝났다, 도와줘서 고맙다. "

<인터뷰> 김국태( 서울시 양천구) :" 얼굴 보기 좋아졌다. 그런 얘기들 듣기 좋죠.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더라도."

이 말 한마디면 며느리들 명절 스트레스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는데요.

시어머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입니다.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어서 친정 가야지.”

이번 추석에는 일가친척들끼리 따뜻한 덕담 한마디씩 하는 것 꼭 잊지 마시죠.

보름달 보며 소원빌고 덕담도 많이 들으면 원하는 일, 정말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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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명절, 제발 이 말은 참아주세요”
    • 입력 2010-09-20 08:58:53
    • 수정2010-09-20 0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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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때, 말 한마디에 더 신경쓰셔야겠습니다. 이민우 기자, 추석때 듣기 싫은말, 이런 설문조사가 있었다면서요? <리포트>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 정말 반갑죠. 하지만 말 한마디가 꼭 마음에 걸립니다. 취업 못해 울상인데, 직장은 구했냐. 사업 안돼 죽겠는데, 사업은 잘돼냐. 웃으면서 건네는 말이라 같이 웃으면서 대답하긴 하는데, 돌아서면 영 찜짐합니다. 이 말만 안 들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죠. 산더미같은 명절 일거리보다 이런 말 한마디가 더 화난다는 주부들도 많던데요. 혹시 내가 저러지는 않았나, 한번 잘 들어보시죠. “속이 뒤집혀. 아니, 내일 모레 30이면 자기 밥벌이는 해야 될 거 아니야. 어떻게 남들 다들어 가는 회사,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들어가냐” “요즘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긴 해” 30만 명에 육박한다는 청년실업자. “애인도 없는 30대 백수 노처녀가 이 거지같은 삶에서...” 결혼 적령기를 넘긴 싱글남녀. 이들에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꼭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일가친척들의 이런 말 한 마디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경철(충남 천안시) : "취직 언제 하냐, 이런 말들이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장하늬(경기도 부천시) : "나이가 서른이다 보니까 시집가라는 말이 아무래도 부담이 좀 가는 말이에요."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추석 덕담과 추석 악담'이라는 주제로 사연을 받았는데요, "한국 명절의 정의는 ‘남의 감정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내 친척 중에도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다. 왜 남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려 하며 아픈데는 콕콕 쑤시려 하는지..." 지나친 관심도 부담이지만, 지나친 자랑도 듣기 싫은 건 마찬가집니다. "우리 아들 차 한 대 뽑았다는데 수입차가 5천 밖에 안한데 호호호호. 우리 애들 유학 보냈는데 한 달에 2천 밖에 안 들어. 그쪽은 어때. 호호호." 세대 별로 듣기 싫은 말도 다 달랐는데요. <인터뷰> 조가희(경기도 수원) : "성적 올리라는 말, 고등학교 어디 갈 거냐는 그런 말이요" <인터뷰> 박성환(서울시 은평구) : "개인 사업할 때,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사업 잘돼? 그런 거 물어볼 때, 아 속상하죠. " <인터뷰> 김덕팔(서울시 용산구) : "집은 몇 평에 사느냐, 뭐 그런 얘기 있죠. 자식은 어느 대학에 갔고"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들, 겉으론 웃으며 넘어가지만 속으론 이렇게 답한다고 합니다. “취직은 했니 ?”“보면 모르세요. 운동복에 더벅머리 하고 있잖아요.” “시집, 장가는 언제 갈거니?” “지난 설에도 그 질문 하셨거든요. 레파토리 좀 바꾸시지" “너 회사는 어디야?”“이름 말하면 알까요?” “예전에는 예뻤는데”“저도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명절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 뭐니 뭐니 해도 며느리들입니다. <인터뷰> 김은영(서울시 동작구) :" 아침 일찍 와라. 그리고 너희가 다 알아서 해라. 명절 음식." <인터뷰> 윤경희( 서울시 관악구) : "시댁을 가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기해야 되니까 앉아 있어도 좀 가시방석 같은 느낌이 들고. " 음식 장만하랴, 시댁식구 눈치 보랴,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하는데요. 포털 사이트에서 추석날 시어머니에게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설문조사했습니다. “작은 시누 좀 배워라” “간이 왜 이러냐” “우리 아들은 말랐는데 너는 살쪘다.” “옛날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듣기 싫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명절날 시어머니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 과연 뭘까요. “벌써 가려고? 더 있다 가라” 며느리들이 너무 야박한가요? 하지만 명절 내내 쉬지도 못한 며느리들 생각해보면 이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닐 텐데요. 반면, 오랜만에 모인 좋은날, 기분까지 좋게 해주는 말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가희(경기도 수원시) : "예쁘다, 요즘 말 잘 듣고 있나" <인터뷰> 조경철(충남 천안시) : "열심히 해라, 덕담 해주실 때가 제일 좋죠." <인터뷰> 김은영(서울시 동작구) : "너희 덕분에 명절이 잘 끝났다, 도와줘서 고맙다. " <인터뷰> 김국태( 서울시 양천구) :" 얼굴 보기 좋아졌다. 그런 얘기들 듣기 좋죠.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더라도." 이 말 한마디면 며느리들 명절 스트레스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는데요. 시어머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입니다.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어서 친정 가야지.” 이번 추석에는 일가친척들끼리 따뜻한 덕담 한마디씩 하는 것 꼭 잊지 마시죠. 보름달 보며 소원빌고 덕담도 많이 들으면 원하는 일, 정말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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