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밀항 시도’ 김찬경, 서울대생 사칭까지

입력 2012.05.08 (09:03) 수정 2012.05.0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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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전해 드린 대로, 저축은행 네 곳이 영업정지되면서, 경영진의 각종 비리 혐의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행적이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엄청난 액수의 고객 돈을 빼돌리고,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혔는데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30년 전에는 서울대 법대 학생으로 행세하다가 가짜란 게 들통났고, 그 이후 행적도 분명하지 않다면서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저축은행의 대표까지 됐나 싶네요.

네, 어이가 없는 일이죠.

1980년대 초반, 당시 중졸학력이었던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배지까지 달고 법대 학생인 양 학교에 다녔는데요,

실제 법대 재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수와 심지어 배우자까지 무려 3년이나 감쪽같이 속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김 회장의 거짓 연기는 졸업 직전에 들통나고 말았는데요,

밀항 시도부터 가짜 서울대생 행세까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김 회장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의 한 으슥한 선착장, 지난 3일, 이곳에서 한 편의 영화같은 첩보전이 펼쳐졌습니다.

한 고위급 인사가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해안경찰, 하루 전부터 10여 명이 이곳에서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박준호(해양경찰청 외사과) : “낚시객이나 행락객으로 위장을 해서 형사들이 분포되어 있었죠. 그날 하루 종일 주변을 탐색하고 잠복을 하고 그랬다가…”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건 사방이 어두워진 밤 8시 30분, 편한 점퍼에 운동화 차림의 다섯 남자가 정박 중이던 9톤급 소형 어선에 오른 겁니다.

이들이 선실에 막 몸을 숨겼을 때, 해경의 검거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박준호(해양경찰청 외사과) : “선착방 밖에는 알선책들이 세 명 정도가 있었고요. 밀항 용의자들이 여기로 올라와서 침실 쪽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 들어가서 잡은 거죠.”

밀항을 하려던 사람은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 미래저축은행이 부실 논란에 휩싸여 영업 정지가 예고됐던 가운데, 김 회장이 중국으로 몰래 빠져나가려 했던 겁니다.

<인터뷰> 오병목(해양경찰청 외사수사반장) : “(밀항하면) 출국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국내에 있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계속되기 때문에 그래서 해외로 도주해서 공소시효 시기를 넘기려는 그런 목적입니다.”

체포 당시 김 회장의 수중엔 현금 1200만 원이 있었는데요,

밀항선을 타기 직전에 회사 법인통장에서 현금 130억 원을 빼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모두 고객의 돈이었는데요.

현재 김 회장은 밀항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인터뷰> 오병목(해양경찰청 외사수사반장) : “지인이 밀항을 하는데 자기는 돈만 갖다 주러 왔었지 밀항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경은 김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밀항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병목(해양경찰청 외사수사반장) : “기회를 노리고 노리고 하다가 회사의 사정 이런 부분들을 관망하는 추세였는지 몇 번, 적어도 두세 번 범행기도가 지연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 회장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의 과거 행적이 공개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지난 1980년대 초 서울대 법대생인 척 행세하다 들통 나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주인공이 바로 김 회장이었던 겁니다.

그의 거짓말은 서울대 법대 휴학생인 군대 동기에게 자신도 법대생이라고 소개하며 시작됐습니다.

전역 이후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수업을 듣고 미팅과 학회에도 참여하며 서울대생 행세를 했는데요,

당시 중학교 졸업의 학력이었던 그의 감쪽같은 연기는 무려 3년간이나 계속됐습니다.

<녹취> 서울대 법대 동문(음성재연) : “친화력이 좋아서 학생들과 가깝게 잘 지냈어요. 수학여행도 같이 가고, 학생들과 같이 하는 걸 즐겨했습니다.“

서울대 학생인 척 개인과외를 해서 돈을 벌고 명문대 출신인 배우자에게도 신분을 속인 채 결혼을 했는데요.

법대 교수가 주례를 설 만큼 그의 행동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서울대 법대 동문(음성재연) : “주례 선생님한테는 큰 결례를 한 거죠. 선생님은 굉장히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내가 주례를 또 설 수 있겠느냐’ 하시고 이후 아주 가까운 제자가 아니면 주례를 서지 않으셨어요.”

김 회장의 희대의 사기 행각은 졸업을 앞두고서야 꼬리를 밟히고 말았는데요.

졸업 앨범을 만들며 학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짜 학생임이 드러난 거죠.

<녹취> 서울대 법대 동문(음성재연) : “처음엔 치기어린 행동이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잘해줘서 마치 자기가 (서울대) 학생이라는 착각이 들었고 그런 친구들 곁을 떠나기가 싫었다고 사과하고 하고 떠났어요.”

당시 사건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이야기로 남아있습니다.

<녹취> 서울대 재학생(음성변조) : “어떻게 거짓말을 그렇게 잘 쳐서 4년 동안이나 (속였는지) 참 신기하고요. 그러니까 화도 나고 그렇게 쌓인 인맥으로 해서 저축은행 회장까지 했다는데 그게 가능한 건지 의문이 드네요.”

<녹취> 서울대 재학생(음성변조) : “옛날에는 과사무실 같은 게 그랬잖아요. 컴퓨터로 전산 처리를 안 하니까 잡아내기 힘든 측면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쉽지 않겠죠.”

세상을 속이며 살아 온 김 회장의 사기 행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호분(신경정신과 전문의) : “가짜 대학생 행세를 했다든가 거짓말로 학력을 속여서 결혼을 했다든가 또 여러 가지 사업하고 관련해서 공금을 횡령했다는가 여러 가지 현상들이 ‘소시오패스’에 준 한 어떤 증상이라고 보이고요.”

‘소시오패스’란 자신의 성공과 야망을 위해선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데, 전체 인구의 4%가량이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분(신경정신과 전문의) : “이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굉장히 잘하면서 머리가 좋고 달변인 경우가 많아요. 자기 지위나 어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굉장히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기도 하고요. 요즘 드라마 적도의 남자, 이런 것에 나오는 검사 같은 유형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유형이죠.”

1999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한때 업계 7위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키워낸 김찬경 회장.

어제 검찰이 김 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의 추가 비리와 횡령 행각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을 속이고 친구를 속이고 사회를 속인 희대의 사기 행각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분노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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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08 09:03:20
    • 수정2012-05-08 1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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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전해 드린 대로, 저축은행 네 곳이 영업정지되면서, 경영진의 각종 비리 혐의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행적이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엄청난 액수의 고객 돈을 빼돌리고,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혔는데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30년 전에는 서울대 법대 학생으로 행세하다가 가짜란 게 들통났고, 그 이후 행적도 분명하지 않다면서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저축은행의 대표까지 됐나 싶네요. 네, 어이가 없는 일이죠. 1980년대 초반, 당시 중졸학력이었던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배지까지 달고 법대 학생인 양 학교에 다녔는데요, 실제 법대 재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수와 심지어 배우자까지 무려 3년이나 감쪽같이 속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김 회장의 거짓 연기는 졸업 직전에 들통나고 말았는데요, 밀항 시도부터 가짜 서울대생 행세까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김 회장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의 한 으슥한 선착장, 지난 3일, 이곳에서 한 편의 영화같은 첩보전이 펼쳐졌습니다. 한 고위급 인사가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해안경찰, 하루 전부터 10여 명이 이곳에서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박준호(해양경찰청 외사과) : “낚시객이나 행락객으로 위장을 해서 형사들이 분포되어 있었죠. 그날 하루 종일 주변을 탐색하고 잠복을 하고 그랬다가…”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건 사방이 어두워진 밤 8시 30분, 편한 점퍼에 운동화 차림의 다섯 남자가 정박 중이던 9톤급 소형 어선에 오른 겁니다. 이들이 선실에 막 몸을 숨겼을 때, 해경의 검거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박준호(해양경찰청 외사과) : “선착방 밖에는 알선책들이 세 명 정도가 있었고요. 밀항 용의자들이 여기로 올라와서 침실 쪽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 들어가서 잡은 거죠.” 밀항을 하려던 사람은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 미래저축은행이 부실 논란에 휩싸여 영업 정지가 예고됐던 가운데, 김 회장이 중국으로 몰래 빠져나가려 했던 겁니다. <인터뷰> 오병목(해양경찰청 외사수사반장) : “(밀항하면) 출국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국내에 있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계속되기 때문에 그래서 해외로 도주해서 공소시효 시기를 넘기려는 그런 목적입니다.” 체포 당시 김 회장의 수중엔 현금 1200만 원이 있었는데요, 밀항선을 타기 직전에 회사 법인통장에서 현금 130억 원을 빼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모두 고객의 돈이었는데요. 현재 김 회장은 밀항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인터뷰> 오병목(해양경찰청 외사수사반장) : “지인이 밀항을 하는데 자기는 돈만 갖다 주러 왔었지 밀항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경은 김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밀항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병목(해양경찰청 외사수사반장) : “기회를 노리고 노리고 하다가 회사의 사정 이런 부분들을 관망하는 추세였는지 몇 번, 적어도 두세 번 범행기도가 지연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 회장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의 과거 행적이 공개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지난 1980년대 초 서울대 법대생인 척 행세하다 들통 나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주인공이 바로 김 회장이었던 겁니다. 그의 거짓말은 서울대 법대 휴학생인 군대 동기에게 자신도 법대생이라고 소개하며 시작됐습니다. 전역 이후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수업을 듣고 미팅과 학회에도 참여하며 서울대생 행세를 했는데요, 당시 중학교 졸업의 학력이었던 그의 감쪽같은 연기는 무려 3년간이나 계속됐습니다. <녹취> 서울대 법대 동문(음성재연) : “친화력이 좋아서 학생들과 가깝게 잘 지냈어요. 수학여행도 같이 가고, 학생들과 같이 하는 걸 즐겨했습니다.“ 서울대 학생인 척 개인과외를 해서 돈을 벌고 명문대 출신인 배우자에게도 신분을 속인 채 결혼을 했는데요. 법대 교수가 주례를 설 만큼 그의 행동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서울대 법대 동문(음성재연) : “주례 선생님한테는 큰 결례를 한 거죠. 선생님은 굉장히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내가 주례를 또 설 수 있겠느냐’ 하시고 이후 아주 가까운 제자가 아니면 주례를 서지 않으셨어요.” 김 회장의 희대의 사기 행각은 졸업을 앞두고서야 꼬리를 밟히고 말았는데요. 졸업 앨범을 만들며 학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짜 학생임이 드러난 거죠. <녹취> 서울대 법대 동문(음성재연) : “처음엔 치기어린 행동이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잘해줘서 마치 자기가 (서울대) 학생이라는 착각이 들었고 그런 친구들 곁을 떠나기가 싫었다고 사과하고 하고 떠났어요.” 당시 사건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이야기로 남아있습니다. <녹취> 서울대 재학생(음성변조) : “어떻게 거짓말을 그렇게 잘 쳐서 4년 동안이나 (속였는지) 참 신기하고요. 그러니까 화도 나고 그렇게 쌓인 인맥으로 해서 저축은행 회장까지 했다는데 그게 가능한 건지 의문이 드네요.” <녹취> 서울대 재학생(음성변조) : “옛날에는 과사무실 같은 게 그랬잖아요. 컴퓨터로 전산 처리를 안 하니까 잡아내기 힘든 측면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쉽지 않겠죠.” 세상을 속이며 살아 온 김 회장의 사기 행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호분(신경정신과 전문의) : “가짜 대학생 행세를 했다든가 거짓말로 학력을 속여서 결혼을 했다든가 또 여러 가지 사업하고 관련해서 공금을 횡령했다는가 여러 가지 현상들이 ‘소시오패스’에 준 한 어떤 증상이라고 보이고요.” ‘소시오패스’란 자신의 성공과 야망을 위해선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데, 전체 인구의 4%가량이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분(신경정신과 전문의) : “이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굉장히 잘하면서 머리가 좋고 달변인 경우가 많아요. 자기 지위나 어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굉장히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기도 하고요. 요즘 드라마 적도의 남자, 이런 것에 나오는 검사 같은 유형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유형이죠.” 1999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한때 업계 7위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키워낸 김찬경 회장. 어제 검찰이 김 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의 추가 비리와 횡령 행각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을 속이고 친구를 속이고 사회를 속인 희대의 사기 행각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분노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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