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안되는’ 보이스톡

입력 2012.07.0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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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스마트 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 써보신 적 있습니까?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는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개발업체와 이동통신사 사이에서는 이 서비스를 가입자 모두에게 제공하냐를 두고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여보세요? (응) 잘들려? (응. 웬일이야?)"

퇴근 후 친구와 통화를 하는 직장인 하지현 씨.

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인 친구와는 얼굴 보기가 어려워 주로 전화 통화로 소식을 전합니다.

<녹취> "헬싱키 가서도 보이스톡 할거지?(응. 당연히 해야지. 신랑하도고 하고.) 잘해, 은근히. 와이파이되면 잘 들리더라고. 괜찮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 때는 일반 음성 전화 대신 스마트폰의 인터넷 전화 앱을 이용합니다.

<인터뷰> 하지현(직장인) : "국제전화는 통화비가 비싸니까...데이터는 와이파이도 있고, 데이터(모바일 인터넷 전화)이용할 수 있는 지역도 많으니까 통화비 절감때문에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달 4일, 스마트폰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톡이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인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는 인터넷을 통해 목소리를 정보의 형태로 주고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음성 통화료보다 훨씬 값싼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데이터 통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선택한 가입자는 인터넷 전화 역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겁니다.

카카오톡의 가입자가 국내외에 4천 6백만 명에 이르는 만큼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카카오톡의 이석우 대표는 이동통신사의 방해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이석우(카카오톡 대표) : : "(보이스톡 시작)3일째부터 이통3사에서 다 막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54요금제 이하에 있는 요금제에서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려면 아예 걸리지 않고, 무제한 요금제 쓰시는 분들이 걸면 그 밑의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은)는 아예 수신이 안됐습니다."

카카오톡 측은 SKT와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이 일부러 목소리가 듬성듬성 전달되도록 차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보 손실률'을 공개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진(카카오톡 팀장) : "사용량이 굉장히 줄고 있는데도 품질이 안좋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이런 게 왜 발생을 했는지 저희가 데이터를 살펴보니까 손실률이라는 숫자로 계속 파악을 하고 있는데 손실률이 처음에는 0%대, 1%대였다가 16%, 20% 가고 뭐 특정회사는 50%밑에까지 갔다가 지금은 뭐 7% 뭐 9% 이렇게 나오고 있어요."

보이스톡에 앞서 지난해 말,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를 개시한 포털 다음의 '마이피플'도 같은 상황입니다.

5만4천원이나 5천 2천원 등 일정 금액 이하의 요금제를 선택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없습니다.

역시 이통사들이 송수신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병선(다음 이사) : "인터넷 서비스라는 것이 많이 이용자를 모으고, 그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광고비 유치를 하는 건데요. 그런 점에서 음성통화가 저희 이용자를 모으는 데, 음성통화 차단·차별이 이용자를 모으는 데 많은 부작용·역작용을 일으킨 건 사실이죠."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전화를 써봤다가 통화품질 때문에 포기한 가입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5만원 이하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녹취> "여보세요? 응? 잘 안들려? 넌 들리니?"

<인터뷰> 이희주(대학교 2학년) : "처음에 출시됐을 때는 많이 시도해봤는데 품질이 안좋다보니까 다들 안쓰는 것 같더라구요.(요금제에 따라 보이스톡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정말요? 몰랐어요."

<인터뷰> 이지은(대학교 1학년) : "그게 아직 원거리 친구들하고는 잘 안돼요, 느려서. 그래서 저는 잘 안 써요."

시민단체들은 이통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하고, 인귄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중에 '인터넷 전화'만 이통사들이 임의로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오병일(진보네트워크 활동가) : "이용자든 콘텐츠 제공자든 접속료를 이미 지불을 하고 이 네트워크를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한 번 접속을 한 이상 어떠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라는 거죠. "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가 더 활발히 쓰이는 외국은 조금 다릅니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유럽지역 이동통신망 사업자 가운데 77%는 모든 콘텐츠를 차별없이 제공하고 있고,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곳은 20%였습니다.

사실 이통사들이 인터넷 전화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 법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전기통신 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안된다"고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특정한 요금제 이하에서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차단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승인받은 상황.

관련 법조항과 정부 위원회가 승인한 내용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도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토론회부터 이통사들이 집단으로 참여를 거부해 결국 이해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 사업자와 소비자, 학계 인사들이 먼저 모여 토론하고 나서, 1주일 뒤에는 이통사와 방통위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 사용이 급격히 늘면 무선 인터넷 사용에 과부하를 일으킬거라며 자신들이 망을 깔때 든 비용을 함께 부담하자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효실(KT상무) : "망을 통해서 사업을 하거나 망을 통해서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이런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사업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망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망 이용 대가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인터뷰> 박형실(LG유플러스 상무) : "(이통사들의 망 구축)투자비가 증가를 하면 저희가 이용자한테 요금으로만 회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그런 기본적인 의문이 생겨야 됩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재생이나 다운로드 서비스에 비해 '음성'만 주고받는 인터넷 전화의 망 사용량은 아주 적은 수준.

이통사들은 망 과부하에 대한 염려보다는 값싼 인터넷 전화에 밀려 비산 음성 전화 수익이 줄어들 것에 대한 걱정이 더 큽니다.

<인터뷰> 정대철(SKT 실장) :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가)망에 부하를 일으키는 그런 서비스 유형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금 통신사업자들에서 주수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수익을 잠식함으로써 아까 말씀드렸던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을 갉아먹는다고 그럴까요."

기존 이통사들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일부러 제한하고 있다고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지난 3월,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스마트폰용 인터넷전화가 기존 이동통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했습니다.

첫번 째, 3G 망에서 모든 요금제로 인터넷 전화 이용이 가능한 경우, 이통사의 매출은 0.7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목소리가 끊기거나 늦게 전달되지 않고 100% 접속이 가능해지는 등 인터넷 전화의 품질이 좋아질 경우 이통사 매출 감소는 1.61% 세번 째, 앞의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한 경우에는 매출이 2.3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통신 3사가 지난 4년 동안 올린 매출액은 매년 조 단위에 이릅니다.

최대 2%대의 매출 감소가 나타난다고 해도 이통사들이 매년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입니다.

통신사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서비스를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녹취> "스마트 TV 샀는데 인터넷을 못쓴다면..."

지난 2월에는 스마트TV 업체들에게 인터넷 사용료를 내라며 KT가 스마트TV로 인터넷을 쓸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석 달 뒤 KT는 방통위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TV의 경우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처럼 이통사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지 말지 마음대로 정하는 '차별'행위가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법조항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련 부처의 해결 의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철한(경실련 국장) : "그러니까 규제는 있고요. 규제하는 권한을 포기한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행법상으로 충분히 그런 규제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통위는 그런 행위를 하고 있지 않거든요."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당분간 시장 자율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인터뷰> 김충식(방통위 상임위원) : "현재의 시장경쟁 상황을 고려해볼 떄 사업자간의 활발한 경쟁을 통해서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사업자와 요금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기반을 만들면 그 정도로서 현행 법제도하에서의 최선이 아니냐 저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 있는 통신 3사에 대한 규제대신 자율적인 해결을 기다리며 시장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는 셈입니다.

그 사이 국내 최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업체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을 오픈한 지 거의 한 달이 다됐습니다.

인터넷 전화 사용자들의 일부는 불편을 호소하거나 사용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통신 3사 중 가입자 수가 제일 적은 LG 유플러스가 모든 요금제에서 일정량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제 소비자에게도 선택권이 생긴 겁니다.

기간 통신 사업자에 대한 규제 대신 택한 자율과 관망이 소비자들의 권익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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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화 안되는’ 보이스톡
    • 입력 2012-07-02 07:52:2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스마트 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 써보신 적 있습니까?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는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개발업체와 이동통신사 사이에서는 이 서비스를 가입자 모두에게 제공하냐를 두고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여보세요? (응) 잘들려? (응. 웬일이야?)" 퇴근 후 친구와 통화를 하는 직장인 하지현 씨. 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인 친구와는 얼굴 보기가 어려워 주로 전화 통화로 소식을 전합니다. <녹취> "헬싱키 가서도 보이스톡 할거지?(응. 당연히 해야지. 신랑하도고 하고.) 잘해, 은근히. 와이파이되면 잘 들리더라고. 괜찮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 때는 일반 음성 전화 대신 스마트폰의 인터넷 전화 앱을 이용합니다. <인터뷰> 하지현(직장인) : "국제전화는 통화비가 비싸니까...데이터는 와이파이도 있고, 데이터(모바일 인터넷 전화)이용할 수 있는 지역도 많으니까 통화비 절감때문에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달 4일, 스마트폰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톡이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인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는 인터넷을 통해 목소리를 정보의 형태로 주고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음성 통화료보다 훨씬 값싼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데이터 통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선택한 가입자는 인터넷 전화 역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겁니다. 카카오톡의 가입자가 국내외에 4천 6백만 명에 이르는 만큼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카카오톡의 이석우 대표는 이동통신사의 방해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이석우(카카오톡 대표) : : "(보이스톡 시작)3일째부터 이통3사에서 다 막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54요금제 이하에 있는 요금제에서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려면 아예 걸리지 않고, 무제한 요금제 쓰시는 분들이 걸면 그 밑의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은)는 아예 수신이 안됐습니다." 카카오톡 측은 SKT와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이 일부러 목소리가 듬성듬성 전달되도록 차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보 손실률'을 공개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진(카카오톡 팀장) : "사용량이 굉장히 줄고 있는데도 품질이 안좋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이런 게 왜 발생을 했는지 저희가 데이터를 살펴보니까 손실률이라는 숫자로 계속 파악을 하고 있는데 손실률이 처음에는 0%대, 1%대였다가 16%, 20% 가고 뭐 특정회사는 50%밑에까지 갔다가 지금은 뭐 7% 뭐 9% 이렇게 나오고 있어요." 보이스톡에 앞서 지난해 말,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를 개시한 포털 다음의 '마이피플'도 같은 상황입니다. 5만4천원이나 5천 2천원 등 일정 금액 이하의 요금제를 선택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없습니다. 역시 이통사들이 송수신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병선(다음 이사) : "인터넷 서비스라는 것이 많이 이용자를 모으고, 그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광고비 유치를 하는 건데요. 그런 점에서 음성통화가 저희 이용자를 모으는 데, 음성통화 차단·차별이 이용자를 모으는 데 많은 부작용·역작용을 일으킨 건 사실이죠."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전화를 써봤다가 통화품질 때문에 포기한 가입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5만원 이하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녹취> "여보세요? 응? 잘 안들려? 넌 들리니?" <인터뷰> 이희주(대학교 2학년) : "처음에 출시됐을 때는 많이 시도해봤는데 품질이 안좋다보니까 다들 안쓰는 것 같더라구요.(요금제에 따라 보이스톡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정말요? 몰랐어요." <인터뷰> 이지은(대학교 1학년) : "그게 아직 원거리 친구들하고는 잘 안돼요, 느려서. 그래서 저는 잘 안 써요." 시민단체들은 이통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하고, 인귄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중에 '인터넷 전화'만 이통사들이 임의로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오병일(진보네트워크 활동가) : "이용자든 콘텐츠 제공자든 접속료를 이미 지불을 하고 이 네트워크를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한 번 접속을 한 이상 어떠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라는 거죠. "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가 더 활발히 쓰이는 외국은 조금 다릅니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유럽지역 이동통신망 사업자 가운데 77%는 모든 콘텐츠를 차별없이 제공하고 있고,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곳은 20%였습니다. 사실 이통사들이 인터넷 전화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 법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전기통신 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안된다"고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특정한 요금제 이하에서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차단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승인받은 상황. 관련 법조항과 정부 위원회가 승인한 내용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도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토론회부터 이통사들이 집단으로 참여를 거부해 결국 이해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 사업자와 소비자, 학계 인사들이 먼저 모여 토론하고 나서, 1주일 뒤에는 이통사와 방통위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 사용이 급격히 늘면 무선 인터넷 사용에 과부하를 일으킬거라며 자신들이 망을 깔때 든 비용을 함께 부담하자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효실(KT상무) : "망을 통해서 사업을 하거나 망을 통해서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이런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사업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망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망 이용 대가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인터뷰> 박형실(LG유플러스 상무) : "(이통사들의 망 구축)투자비가 증가를 하면 저희가 이용자한테 요금으로만 회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그런 기본적인 의문이 생겨야 됩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재생이나 다운로드 서비스에 비해 '음성'만 주고받는 인터넷 전화의 망 사용량은 아주 적은 수준. 이통사들은 망 과부하에 대한 염려보다는 값싼 인터넷 전화에 밀려 비산 음성 전화 수익이 줄어들 것에 대한 걱정이 더 큽니다. <인터뷰> 정대철(SKT 실장) :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가)망에 부하를 일으키는 그런 서비스 유형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금 통신사업자들에서 주수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수익을 잠식함으로써 아까 말씀드렸던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을 갉아먹는다고 그럴까요." 기존 이통사들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일부러 제한하고 있다고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지난 3월,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스마트폰용 인터넷전화가 기존 이동통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했습니다. 첫번 째, 3G 망에서 모든 요금제로 인터넷 전화 이용이 가능한 경우, 이통사의 매출은 0.7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목소리가 끊기거나 늦게 전달되지 않고 100% 접속이 가능해지는 등 인터넷 전화의 품질이 좋아질 경우 이통사 매출 감소는 1.61% 세번 째, 앞의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한 경우에는 매출이 2.3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통신 3사가 지난 4년 동안 올린 매출액은 매년 조 단위에 이릅니다. 최대 2%대의 매출 감소가 나타난다고 해도 이통사들이 매년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입니다. 통신사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서비스를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녹취> "스마트 TV 샀는데 인터넷을 못쓴다면..." 지난 2월에는 스마트TV 업체들에게 인터넷 사용료를 내라며 KT가 스마트TV로 인터넷을 쓸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석 달 뒤 KT는 방통위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TV의 경우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용 인터넷 전화처럼 이통사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지 말지 마음대로 정하는 '차별'행위가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법조항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련 부처의 해결 의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철한(경실련 국장) : "그러니까 규제는 있고요. 규제하는 권한을 포기한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행법상으로 충분히 그런 규제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통위는 그런 행위를 하고 있지 않거든요."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당분간 시장 자율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인터뷰> 김충식(방통위 상임위원) : "현재의 시장경쟁 상황을 고려해볼 떄 사업자간의 활발한 경쟁을 통해서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사업자와 요금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기반을 만들면 그 정도로서 현행 법제도하에서의 최선이 아니냐 저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 있는 통신 3사에 대한 규제대신 자율적인 해결을 기다리며 시장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는 셈입니다. 그 사이 국내 최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업체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을 오픈한 지 거의 한 달이 다됐습니다. 인터넷 전화 사용자들의 일부는 불편을 호소하거나 사용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통신 3사 중 가입자 수가 제일 적은 LG 유플러스가 모든 요금제에서 일정량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제 소비자에게도 선택권이 생긴 겁니다. 기간 통신 사업자에 대한 규제 대신 택한 자율과 관망이 소비자들의 권익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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