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집도 없어 여관 생활…“벗어날 길이 없어요”

입력 2013.01.23 (08:34) 수정 2013.01.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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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단칸 월세방 보증금 낼 돈도 없어서 여관을 집삼아 살고 있는 아빠와 두 딸이 있습니다.

부엌도 없어서 욕실에서 대충 밥을 해먹는다고 하는데요.

이런 불편도 문제지만, 사춘기인 딸들이 여관에서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도 참 안쓰럽습니다.

김기흥 기자, 이 가족은 어쩌다가 여관을 집으로 삼게 된 건가요?

<기자 멘트>

여관으로 이사간다는 말이 더 이상 이 가족에게는 낯선 표현이 아닌데요.

가장인 40대 이모 씨가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일을 쉬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월세를 내지 못하게 됐고 결국 보증금까지 날리고 지하 단칸방에서 쫓고 나고 말았는데요.

급한 마음에 한두 달 정도만 여관방에 머물겠다는 게 벌써 15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씨 가족처럼 여관방을 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낮에도 어두침침한 여관 복도를 지나면 집 떠나 잘 곳 없는 사람들이 들러 잠만 자고 떠나는 여관방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1년 넘게 지내고 있는 이 씨네 가족이 있습니다.

<녹취> 이00(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2011년도 10월에 왔으니까 한 14개월, 15개월 되겠는데요, 갈 데 없어서 막막하게 이곳 (여관)방으로 왔죠.”

13제곱미터쯤 되는 방 구석구석엔 주방용품, 학용품 할 것 없이 살림살이가 뒤섞여 있습니다.

방학을 맞은 이 씨의 두 딸은 하루종일 하릴없이 여관 방 안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녹취> 이 씨의 둘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오전에는 원래 자는 시간인데요. (그럼 밤에 몇 시에 자요?) 늦게 자는데... 아침 먹으러 일어나고 먹고, 좀 있다가 자요. 그러고 오후에 일어나요.”

<녹취> 이 씨의 첫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하루종일 뭐해요?) 텔레비전 보거나 자요. 방학이라 집에 있어요.”

41살 이 씨와 13살, 15살 두 딸의 보금자리인 여관방.

이곳에 오기 전에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 25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몇 개월 동안 택시 일을 쉬게 되면서 월세를 내지 못했고, 결국 보증금까지 날리고 쫓겨나고 말았는데요,

<녹취> 이00(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애들을 키우다 보니까 애들하고 같이 들어갈 (싼) 집이 없더라고요. 여관방도 안 받아주고요. 여기 사장하고 예전에 안면이 잠깐 있었는데, 사정사정하니까 (받아주셨어요.) 여기서 한두 세 달만 (살고) 나가야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아 월급에서 가불해서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돈을 모으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생활비를 대는 데에도 빠듯하다고 하는데요,

여관 주인이 사정이 딱하다며 하루 여관비를 2만 원으로 깎아줬지만 밀린 방세는 50만 원이나 됩니다.

<녹취> 이00(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하루 생활비가 (2만 5천 원) 이 정도 되나요? 최하가 그렇죠. 방세 2만 원 나가고 이제 5천 원 남는데, 한번 밀리면요, 그게 좀 힘들어요. (밀린 방세) 조금씩 갚다보니까 지금 한 50만 원 정도 (남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이 씨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인데요,

낯선 어른들이 오가는 여관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녹취> 이 씨의 둘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낯선) 사람들도 다니잖아요. 여기 (여관) 나갈 때나 들어올 때 사람들 있으면 좀 있다가 들어와야되고, 언니랑 나랑 둘이 있으면 외롭기도 하고... ”

아빠가 일을 나가고,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초등학생인 동생은 혼자 이 여관방을 지켜야 했습니다.

<녹취> 이 씨의 둘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어떤 때가 무서웠어요?) 혼자 있을 때 밖에서 소리가 나요. 큰 목소리로 나고 하는데 그런 소리 날 때, 문을 잠가요. 계속, 누가 들어올까 봐 (무서웠어요.) 그냥 텔레비전만 계속 보고 있어요.”

방 입구부터 살림살이가 빼곡한 이 여관방은 62살 김모 씨가 지적장애 딸을 돌보며 사는 곳입니다.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딸하고 둘이서만 사니까요, 문단속을 항상 신경 써야 해요. 그냥 열어보는 사람도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문이 안 잠겨 있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불편한 거 생각하면 하루도 못살죠.”

취재진과 김 씨 모녀가 마주보며 앉아있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방에서 김 씨 모녀는 4년째 생활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여관생활은) 2005년부터 했으니까요. 8년째예요. 이 (여관)으로 이사 온 건 4년 됐습니다. (그 전에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서 거기서도 쫓겨났어요. 임대료, 관리비 못 냈다고.”

여관생활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보증금 없이 한 달에 40만 원을 내면 난방비나 전기료 등 관리비는 따로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6제곱미터가 채 안 되는 공간에 부엌이 따로 없어 김 씨는 화장실에서 밥을 짓는다고 합니다.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그냥 화장실이 주방이고요. 식사를 제대로 해먹을 수가 없어요. 그냥 대충대충.”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방세에 딸 병원비 그리고 생활비를 내고 나면남는 게 없습니다.

심장병에 지적장애2급인 28살 딸은 하루종일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에 김 씨가 일을 하기 위해 여관을 나서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요,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딸이) 아직 대소면 다 못 가려요. 집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항상 다니는 것도 같이 다니고요. 한 달에도 몇 번씩 비상이 걸려요. 애가 경기를 하거든요. 일 못하고, 저금 못하고 그러면 (집을 구할) 보증금 만들 수가 없죠.”

이렇게 자녀들과 함께 여관이나 찜질방 등을 전전하고 있는 주거위기 가정에 대해 서울시는 300만 원의 긴급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긴급지원과 더불어 각 가정의 구성원에 맞춘 장기적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남상오(사무총장/주거복지연대) : “주거취약계층의 자립과 자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용을 연계해 주거나 직업훈련을 연결해 주고, (자녀들의) 교육문제라든가 심리조절문제 이런 부분들을 사회복지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들이 동시에 (진행돼야)합니다.”

여관에서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방에서 잠자고 부엌에서 밥 해먹을 수 있는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도록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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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단칸 월세방 보증금 낼 돈도 없어서 여관을 집삼아 살고 있는 아빠와 두 딸이 있습니다. 부엌도 없어서 욕실에서 대충 밥을 해먹는다고 하는데요. 이런 불편도 문제지만, 사춘기인 딸들이 여관에서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도 참 안쓰럽습니다. 김기흥 기자, 이 가족은 어쩌다가 여관을 집으로 삼게 된 건가요? <기자 멘트> 여관으로 이사간다는 말이 더 이상 이 가족에게는 낯선 표현이 아닌데요. 가장인 40대 이모 씨가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일을 쉬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월세를 내지 못하게 됐고 결국 보증금까지 날리고 지하 단칸방에서 쫓고 나고 말았는데요. 급한 마음에 한두 달 정도만 여관방에 머물겠다는 게 벌써 15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씨 가족처럼 여관방을 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낮에도 어두침침한 여관 복도를 지나면 집 떠나 잘 곳 없는 사람들이 들러 잠만 자고 떠나는 여관방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1년 넘게 지내고 있는 이 씨네 가족이 있습니다. <녹취> 이00(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2011년도 10월에 왔으니까 한 14개월, 15개월 되겠는데요, 갈 데 없어서 막막하게 이곳 (여관)방으로 왔죠.” 13제곱미터쯤 되는 방 구석구석엔 주방용품, 학용품 할 것 없이 살림살이가 뒤섞여 있습니다. 방학을 맞은 이 씨의 두 딸은 하루종일 하릴없이 여관 방 안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녹취> 이 씨의 둘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오전에는 원래 자는 시간인데요. (그럼 밤에 몇 시에 자요?) 늦게 자는데... 아침 먹으러 일어나고 먹고, 좀 있다가 자요. 그러고 오후에 일어나요.” <녹취> 이 씨의 첫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하루종일 뭐해요?) 텔레비전 보거나 자요. 방학이라 집에 있어요.” 41살 이 씨와 13살, 15살 두 딸의 보금자리인 여관방. 이곳에 오기 전에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 25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몇 개월 동안 택시 일을 쉬게 되면서 월세를 내지 못했고, 결국 보증금까지 날리고 쫓겨나고 말았는데요, <녹취> 이00(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애들을 키우다 보니까 애들하고 같이 들어갈 (싼) 집이 없더라고요. 여관방도 안 받아주고요. 여기 사장하고 예전에 안면이 잠깐 있었는데, 사정사정하니까 (받아주셨어요.) 여기서 한두 세 달만 (살고) 나가야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아 월급에서 가불해서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돈을 모으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생활비를 대는 데에도 빠듯하다고 하는데요, 여관 주인이 사정이 딱하다며 하루 여관비를 2만 원으로 깎아줬지만 밀린 방세는 50만 원이나 됩니다. <녹취> 이00(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하루 생활비가 (2만 5천 원) 이 정도 되나요? 최하가 그렇죠. 방세 2만 원 나가고 이제 5천 원 남는데, 한번 밀리면요, 그게 좀 힘들어요. (밀린 방세) 조금씩 갚다보니까 지금 한 50만 원 정도 (남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이 씨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인데요, 낯선 어른들이 오가는 여관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녹취> 이 씨의 둘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낯선) 사람들도 다니잖아요. 여기 (여관) 나갈 때나 들어올 때 사람들 있으면 좀 있다가 들어와야되고, 언니랑 나랑 둘이 있으면 외롭기도 하고... ” 아빠가 일을 나가고,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초등학생인 동생은 혼자 이 여관방을 지켜야 했습니다. <녹취> 이 씨의 둘째 딸(여관생활 1년 3개월째/음성변조) : “(어떤 때가 무서웠어요?) 혼자 있을 때 밖에서 소리가 나요. 큰 목소리로 나고 하는데 그런 소리 날 때, 문을 잠가요. 계속, 누가 들어올까 봐 (무서웠어요.) 그냥 텔레비전만 계속 보고 있어요.” 방 입구부터 살림살이가 빼곡한 이 여관방은 62살 김모 씨가 지적장애 딸을 돌보며 사는 곳입니다.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딸하고 둘이서만 사니까요, 문단속을 항상 신경 써야 해요. 그냥 열어보는 사람도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문이 안 잠겨 있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불편한 거 생각하면 하루도 못살죠.” 취재진과 김 씨 모녀가 마주보며 앉아있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방에서 김 씨 모녀는 4년째 생활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여관생활은) 2005년부터 했으니까요. 8년째예요. 이 (여관)으로 이사 온 건 4년 됐습니다. (그 전에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서 거기서도 쫓겨났어요. 임대료, 관리비 못 냈다고.” 여관생활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보증금 없이 한 달에 40만 원을 내면 난방비나 전기료 등 관리비는 따로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6제곱미터가 채 안 되는 공간에 부엌이 따로 없어 김 씨는 화장실에서 밥을 짓는다고 합니다.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그냥 화장실이 주방이고요. 식사를 제대로 해먹을 수가 없어요. 그냥 대충대충.”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방세에 딸 병원비 그리고 생활비를 내고 나면남는 게 없습니다. 심장병에 지적장애2급인 28살 딸은 하루종일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에 김 씨가 일을 하기 위해 여관을 나서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요, <녹취> 김00(여관생활 8년째/음성변조) : “(딸이) 아직 대소면 다 못 가려요. 집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항상 다니는 것도 같이 다니고요. 한 달에도 몇 번씩 비상이 걸려요. 애가 경기를 하거든요. 일 못하고, 저금 못하고 그러면 (집을 구할) 보증금 만들 수가 없죠.” 이렇게 자녀들과 함께 여관이나 찜질방 등을 전전하고 있는 주거위기 가정에 대해 서울시는 300만 원의 긴급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긴급지원과 더불어 각 가정의 구성원에 맞춘 장기적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남상오(사무총장/주거복지연대) : “주거취약계층의 자립과 자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용을 연계해 주거나 직업훈련을 연결해 주고, (자녀들의) 교육문제라든가 심리조절문제 이런 부분들을 사회복지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들이 동시에 (진행돼야)합니다.” 여관에서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방에서 잠자고 부엌에서 밥 해먹을 수 있는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도록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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