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훔쳐놓고 감상만?…“수집형 절도”

입력 2013.07.24 (08:37) 수정 2013.07.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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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화점 등 해외 고가품을 파는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훔친 물건들을 자신이 사용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집안에 보관만 해왔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보통의 절도범과는 조금 다른 것 같네요.

<기자 멘트>

혹시 수집형 절도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만 물건을 훔치는 겁니다.

그저 훔쳐서 자기 소유물로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두는 건데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가질 수 없는 해외 고가품들이 최근 수집형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집에 모셔두고 자기만 보려고 벌이는' 이들의 대담한 절도 행각 우선 CCTV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백화점 해외 고가품 행사장.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성이 매장을 둘러보며, 진열된 옷들을 살펴봅니다.

점원이 다른 고객을 응대하는 사이, 재빨리 옷을 꺼내 둘둘 말아들고, 매장을 빠져나옵니다.

두 달 뒤, 다른 해외 고가품 매장.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진열대에 다가오더니 큼직한 가방을 제 가방인양 집어 들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모두 매장 직원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녹취> 00매장 직원(음성변조) : “정확하게 잃어버린 날짜는 정확히는 모르고요, 옷만 빼가지고 가면 옷걸이가 비어있으니까 확인할 수 있는데 (옷걸이도) 아예 가져가 버리면 (모르죠.)”

남성이 훔쳐간 것은 한 벌에 백만 원이 넘는 재킷과 수십 만 원의 가방.

해외 고가품들이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수사망을 좁혀 나갔는데요.

사건 발생 2주 만에 검거된 절도범은 39살의 박모 씨였습니다.

도난품을 압수하기 위해 박 씨 집을 찾은 경찰은 엄청난 양의 옷과 가방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녹취>김성근(경사/서울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피의자의 방이라고 하는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가방은 천장까지 쌓일 정도로 많이 쌓여있었고, 의류는 옷장 두 개가 모자라서 별도의 옷걸이를 이용해서 옷이 많이 걸려있었습니다.”

방 안 가득,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과 가방들이 쌓여 있었던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물건들이 모두 값비싼 해외 고가품이라는 사실이었는데요.

구두, 의류, 가방에, 수십 만 원 대의 모형자동차들까지 모두 박 씨가 훔친 것들이었습니다.

<녹취> 강명구(팀장/서울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일단 신발 같은 경우는 다 백만 원 정도. 이 점퍼는 7백90만 원 (입니다.) 상표는 사실 해외고가품이라고 하는 것이, 저희도 몇 가지만 알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해외 고가품들이 많더라고요.”

경찰이 압수한 물건은 모두 100여점.

시가 2억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박 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최근까지 90차례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그런데, 이 훔친 물건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옷이나 가방, 구두는 사용한 적이 전혀 없는 새 것이었고, 모형 자동차들 역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안에 쌓여있었습니다.

가격표와 설명서만 제거하고 그저 애지중지 보관만 해 왔다는 겁니다.

<녹취> 강명구(팀장/서울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설명서는) 전부 다 제거를 했습니다. (의류는) 전부 다 포장을 잘 해서 옷 덮개 씌우고, 그 다음에 습기 제거제까지 (뒀어요.)”

혹시 이 물건들은 잘 보관했다가, 되팔아서 돈을 벌려고 했던 건 아닐까요?

박 씨는 그저 옷이 예뻐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훔쳤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옷이 그냥 예쁘니까, 훔치게 된 것 같습니다. 돈으로 바꾸려고 훔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제 의지하고 상관없이 그렇게 됐습니다.”

경찰도 박 씨가 그 동안 훔친 물건들을 처분한 적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김성근(경사/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물건을) 처분하거나 한 것은 수사상 밝혀진 것이 없거든요. 본인이 사용하거나 어디에 판매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자기가 훔치고 방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그것을 보고 자기 것인 양 소유욕을 느끼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런 박 씨의 범행을 이른바 ‘수집형 절도’의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수집형 절도’ 같은 경우에는 그냥 훔치기만 하는 거예요. 훔쳐서 훔친 것을 어디에다가 쓰지도 않아요. (물건을) 가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절도범의 목표였다는 것이죠.”

경찰조사에서 박 씨는 잘 운영하던 식당이 폐업된 뒤부터 이런 해외 고가품 들을 훔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털어놨습니다.

돈을 잘 벌 때는 직접 고가품을 사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8년 전부터는 그냥 훔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급기야 2009년 절도 혐의로 실형까지 살게 됐지만, 출소 한달만에 박씨는 이 손버릇을 버리지 못한 채 해외 고가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제 머리 (생각과) 상관없이 손이 먼저 가버리기 때문에 한동안 계속 백화점이나 (매장) 주변에 안 가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길이 가게 됐습니다.”

앞서 4월에도 30대 남성이 해외 고가품을 노린 ‘수집형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백화점 해외고가품 매장에서 직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 물건을 그대로 들고 나오는 남성.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동안 백화점에서 32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 어치 해외 고가품을 훔쳤는데요.

이 남성도 자신이 쓰거나 팔 목적이 아닌,그저 ‘보관’하고, ‘감상’하려고 훔치는 ‘수집형 절도’범이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말 그대로인데요, (훔친 물건을) 안 팔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이상한, 특이한 그런 (절도)였죠. 나는 경찰하면서 처음 봤고요...”

그런데 이 수집형 절도범들이 최소 몇 달 동안이나 상습적으로 절도행각을 벌였지만, 정작 매장 측에서 도난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신고를 꺼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00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본사 쪽에 웬만해서는 (도난피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은 매니저들이 사비로 (피해 금액을) 메우는 것이에요.”

값비싼 해외 고가품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쾌감.

이것이 바로 이들이 ‘수집형 절도’ 행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녹취> 양 윤(교수/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 “남들이 못하는 행위잖아요. 고가품을 훔친다는 것은요. CCTV가 다 있는 곳인데, 그 곳에서 그걸 훔치는 것 자체로 스릴을 통해서 쾌감을 얻는 것이고, (수집형 절도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낳을 수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런 ‘수집형 절도범’들의 범행은 지속적인 재범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의학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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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훔쳐놓고 감상만?…“수집형 절도”
    • 입력 2013-07-24 08:39:12
    • 수정2013-07-24 0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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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등 해외 고가품을 파는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훔친 물건들을 자신이 사용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집안에 보관만 해왔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보통의 절도범과는 조금 다른 것 같네요.

<기자 멘트>

혹시 수집형 절도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만 물건을 훔치는 겁니다.

그저 훔쳐서 자기 소유물로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두는 건데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가질 수 없는 해외 고가품들이 최근 수집형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집에 모셔두고 자기만 보려고 벌이는' 이들의 대담한 절도 행각 우선 CCTV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백화점 해외 고가품 행사장.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성이 매장을 둘러보며, 진열된 옷들을 살펴봅니다.

점원이 다른 고객을 응대하는 사이, 재빨리 옷을 꺼내 둘둘 말아들고, 매장을 빠져나옵니다.

두 달 뒤, 다른 해외 고가품 매장.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진열대에 다가오더니 큼직한 가방을 제 가방인양 집어 들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모두 매장 직원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녹취> 00매장 직원(음성변조) : “정확하게 잃어버린 날짜는 정확히는 모르고요, 옷만 빼가지고 가면 옷걸이가 비어있으니까 확인할 수 있는데 (옷걸이도) 아예 가져가 버리면 (모르죠.)”

남성이 훔쳐간 것은 한 벌에 백만 원이 넘는 재킷과 수십 만 원의 가방.

해외 고가품들이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수사망을 좁혀 나갔는데요.

사건 발생 2주 만에 검거된 절도범은 39살의 박모 씨였습니다.

도난품을 압수하기 위해 박 씨 집을 찾은 경찰은 엄청난 양의 옷과 가방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녹취>김성근(경사/서울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피의자의 방이라고 하는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가방은 천장까지 쌓일 정도로 많이 쌓여있었고, 의류는 옷장 두 개가 모자라서 별도의 옷걸이를 이용해서 옷이 많이 걸려있었습니다.”

방 안 가득,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과 가방들이 쌓여 있었던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물건들이 모두 값비싼 해외 고가품이라는 사실이었는데요.

구두, 의류, 가방에, 수십 만 원 대의 모형자동차들까지 모두 박 씨가 훔친 것들이었습니다.

<녹취> 강명구(팀장/서울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일단 신발 같은 경우는 다 백만 원 정도. 이 점퍼는 7백90만 원 (입니다.) 상표는 사실 해외고가품이라고 하는 것이, 저희도 몇 가지만 알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해외 고가품들이 많더라고요.”

경찰이 압수한 물건은 모두 100여점.

시가 2억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박 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최근까지 90차례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그런데, 이 훔친 물건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옷이나 가방, 구두는 사용한 적이 전혀 없는 새 것이었고, 모형 자동차들 역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안에 쌓여있었습니다.

가격표와 설명서만 제거하고 그저 애지중지 보관만 해 왔다는 겁니다.

<녹취> 강명구(팀장/서울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설명서는) 전부 다 제거를 했습니다. (의류는) 전부 다 포장을 잘 해서 옷 덮개 씌우고, 그 다음에 습기 제거제까지 (뒀어요.)”

혹시 이 물건들은 잘 보관했다가, 되팔아서 돈을 벌려고 했던 건 아닐까요?

박 씨는 그저 옷이 예뻐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훔쳤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옷이 그냥 예쁘니까, 훔치게 된 것 같습니다. 돈으로 바꾸려고 훔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제 의지하고 상관없이 그렇게 됐습니다.”

경찰도 박 씨가 그 동안 훔친 물건들을 처분한 적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김성근(경사/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5팀) : “(물건을) 처분하거나 한 것은 수사상 밝혀진 것이 없거든요. 본인이 사용하거나 어디에 판매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자기가 훔치고 방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그것을 보고 자기 것인 양 소유욕을 느끼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런 박 씨의 범행을 이른바 ‘수집형 절도’의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수집형 절도’ 같은 경우에는 그냥 훔치기만 하는 거예요. 훔쳐서 훔친 것을 어디에다가 쓰지도 않아요. (물건을) 가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절도범의 목표였다는 것이죠.”

경찰조사에서 박 씨는 잘 운영하던 식당이 폐업된 뒤부터 이런 해외 고가품 들을 훔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털어놨습니다.

돈을 잘 벌 때는 직접 고가품을 사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8년 전부터는 그냥 훔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급기야 2009년 절도 혐의로 실형까지 살게 됐지만, 출소 한달만에 박씨는 이 손버릇을 버리지 못한 채 해외 고가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제 머리 (생각과) 상관없이 손이 먼저 가버리기 때문에 한동안 계속 백화점이나 (매장) 주변에 안 가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길이 가게 됐습니다.”

앞서 4월에도 30대 남성이 해외 고가품을 노린 ‘수집형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백화점 해외고가품 매장에서 직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 물건을 그대로 들고 나오는 남성.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동안 백화점에서 32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 어치 해외 고가품을 훔쳤는데요.

이 남성도 자신이 쓰거나 팔 목적이 아닌,그저 ‘보관’하고, ‘감상’하려고 훔치는 ‘수집형 절도’범이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말 그대로인데요, (훔친 물건을) 안 팔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이상한, 특이한 그런 (절도)였죠. 나는 경찰하면서 처음 봤고요...”

그런데 이 수집형 절도범들이 최소 몇 달 동안이나 상습적으로 절도행각을 벌였지만, 정작 매장 측에서 도난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신고를 꺼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00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본사 쪽에 웬만해서는 (도난피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은 매니저들이 사비로 (피해 금액을) 메우는 것이에요.”

값비싼 해외 고가품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쾌감.

이것이 바로 이들이 ‘수집형 절도’ 행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녹취> 양 윤(교수/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 “남들이 못하는 행위잖아요. 고가품을 훔친다는 것은요. CCTV가 다 있는 곳인데, 그 곳에서 그걸 훔치는 것 자체로 스릴을 통해서 쾌감을 얻는 것이고, (수집형 절도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낳을 수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런 ‘수집형 절도범’들의 범행은 지속적인 재범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의학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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