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빚 때문에 감옥 가겠다” 편의점 강도

입력 2013.08.26 (08:37) 수정 2013.08.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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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낮에 편의점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그런데 이 강도, 범행 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범행을 저지르면서 편의점 종업원에게 30분 후에 다시 올테니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면서요?

<기자 멘트>

흉기를 든 강도가 복면을 쓰기는 커녕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한 건데요

신고를 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는 전형적인 강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오히려 작정을 하고 경찰에 붙잡히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역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남성은 왜 이런 황당한 짓을 벌였을까요?

평범한 한 30대가 교도소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북 안동의 한 경찰 지구대.

지난 23일 오후 4시쯤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관계자 : "젊은 아가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와 달라, 급하니까 빨리 와 달라 내용은 그것인데…."

지구대와 수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편의점에서 강도사건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신고전화를 받고 2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만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관계자 : "종업원이 울고 있었죠. 당황을 해서 그 당시에는 많이 울고 있었죠."

그런데 흉기를 든 강도의 행동이 어딘지 이상했다고 합니다.

<녹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30분 뒤에 올 테니까 신고하라고….”

신분증을 보여주며 다시 돌아올 테니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건데요.

그리고 편의점 옆 골목을 서성이던 이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순찰차로 탁 가로막고 두 사람이 동시에 내리니까 자기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체념을 해서…."

이 남성은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왜 범행을 했느냐 그러니까 내가 빚이 많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빚 때문에 편의점 강도 행각을 벌였다는 남성은 30살 천 모 씨.

천 씨가 편의점을 턴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빚 독촉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전과가 전혀 없어요. 빚 독촉하는 채권자들 피해서 이렇게 (범행을) 한 거죠. "

천 씨를 괴롭혔던 카드빚은 수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사업 자금한다고 빌린 모양이더라고요. 처음에는 7백만 원 정도 (카드빚이) 있었다고 그래요. 돌려 막다 보면 이자가 조금 세잖아요. 그 다음에는 캐피탈 (대출)을 쓴 모양이더라고요."

애초 7백만 원으로 시작한 카드빚은 돌려막기가 되풀이되면서 어느새 수억 원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을 길이 없었던 천 씨는 차라리 교도소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범행을 실행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주변에 친인척들을 내가 다 망하게 했다고 자기 입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빚 독촉하는 채권자들 피해서 이렇게 (범행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교도소로 가기 위한 천 씨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7월, 교도소행을 위한 첫 번째 시도가 대구에서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살기는 대구 살았던가 봐요. 대구에 살면서 하도 (빚) 독촉 받으니까 자기가 7월에 대구 수성경찰서에 들어갔대요. 자수하러."

자신을 사기죄로 입건해 달라며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갔다는 천 씨.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전화독촉을 계속 받으니까 피의자는 자기를 상대로 고소가 되어있는 줄 알고 (갔는데) 조회해 보니까 아무것도 고소 고발이 안 돼 있거든요. 그럼 뭐 어떻게 합니까. 상대방이 고소를 해야 성립이 될 거 아닙니까? 사기죄가."

결국 교도소행에 실패한 천 씨는 한 달 뒤인 지난 23일, 안동의 편의점을 무작정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합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다른 00편의점에 강도행각을 벌이려고 들어갔어요. 거기 들어갔다가 사람이 많으니까 다시 나왔어요. 나와서 다른 곳 또 물색하다가
거기 (범행을 저지른 편의점으로) 간 것이죠."

첫 번째 편의점에서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나와 무작정 길을 걷던 천 씨의 눈에 들어온 두 번째 편의점.

하지만 이곳에서도 천 씨는 바로 범행을 저지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순진하기는 순진한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젊으니까 내가 어린 학생한테 (범행)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우유 한 개 사서 ‘먹어라. 미안하다.’하고 나갔어요."

5분 뒤, 주변에서 마땅한 범행 장소를 찾지 못한 천 씨는 이곳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본인이 흉기로 직접 위협하지는 않고 전체 길이 26cm정도 흉기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아가씨한테 돈 다 꺼내서 봉투에 담으라 …."

그렇게 천 씨가 가져간 돈은 현금 19만 천 원.

교도소에 들어 가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천 씨는 그의 바람대로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천 씨처럼 생계 문제로 고민하다 교도소행을 자처한 범행은 종종 있어왔습니다.

지난 7월, 전 재산을 사기 당한 40대 남성이 교도소에 가겠다며 식당에서 흉기를 휘둘렀고 지난 2011년에는 생활고를 못 견딘 60대 남성이 교도소를 가기 위해 지하철에 불을 지르려고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함00(방화 피의자/음성변조) : “교도소 가려고…. 거기 가면 하루 세끼 밥 주잖아요”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들.

이들은 결국 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는데요.

편의점 강도행각을 벌인 천 씨 역시 처벌은 면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그 사람은 어차피 강도 행각을 벌였고 감옥에 가기위해서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처벌을 안 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보면 (이번) 범행은 똑같은 범죄고 …."

빚 때문에 교도소에 가겠다며 황당한 강도행각을 벌인 천 씨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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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빚 때문에 감옥 가겠다” 편의점 강도
    • 입력 2013-08-26 08:40:05
    • 수정2013-08-26 09: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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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낮에 편의점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그런데 이 강도, 범행 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범행을 저지르면서 편의점 종업원에게 30분 후에 다시 올테니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면서요?

<기자 멘트>

흉기를 든 강도가 복면을 쓰기는 커녕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한 건데요

신고를 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는 전형적인 강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오히려 작정을 하고 경찰에 붙잡히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역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남성은 왜 이런 황당한 짓을 벌였을까요?

평범한 한 30대가 교도소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북 안동의 한 경찰 지구대.

지난 23일 오후 4시쯤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관계자 : "젊은 아가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와 달라, 급하니까 빨리 와 달라 내용은 그것인데…."

지구대와 수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편의점에서 강도사건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신고전화를 받고 2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만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관계자 : "종업원이 울고 있었죠. 당황을 해서 그 당시에는 많이 울고 있었죠."

그런데 흉기를 든 강도의 행동이 어딘지 이상했다고 합니다.

<녹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30분 뒤에 올 테니까 신고하라고….”

신분증을 보여주며 다시 돌아올 테니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건데요.

그리고 편의점 옆 골목을 서성이던 이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순찰차로 탁 가로막고 두 사람이 동시에 내리니까 자기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체념을 해서…."

이 남성은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왜 범행을 했느냐 그러니까 내가 빚이 많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빚 때문에 편의점 강도 행각을 벌였다는 남성은 30살 천 모 씨.

천 씨가 편의점을 턴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빚 독촉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전과가 전혀 없어요. 빚 독촉하는 채권자들 피해서 이렇게 (범행을) 한 거죠. "

천 씨를 괴롭혔던 카드빚은 수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사업 자금한다고 빌린 모양이더라고요. 처음에는 7백만 원 정도 (카드빚이) 있었다고 그래요. 돌려 막다 보면 이자가 조금 세잖아요. 그 다음에는 캐피탈 (대출)을 쓴 모양이더라고요."

애초 7백만 원으로 시작한 카드빚은 돌려막기가 되풀이되면서 어느새 수억 원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을 길이 없었던 천 씨는 차라리 교도소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범행을 실행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주변에 친인척들을 내가 다 망하게 했다고 자기 입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빚 독촉하는 채권자들 피해서 이렇게 (범행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교도소로 가기 위한 천 씨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7월, 교도소행을 위한 첫 번째 시도가 대구에서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살기는 대구 살았던가 봐요. 대구에 살면서 하도 (빚) 독촉 받으니까 자기가 7월에 대구 수성경찰서에 들어갔대요. 자수하러."

자신을 사기죄로 입건해 달라며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갔다는 천 씨.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동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전화독촉을 계속 받으니까 피의자는 자기를 상대로 고소가 되어있는 줄 알고 (갔는데) 조회해 보니까 아무것도 고소 고발이 안 돼 있거든요. 그럼 뭐 어떻게 합니까. 상대방이 고소를 해야 성립이 될 거 아닙니까? 사기죄가."

결국 교도소행에 실패한 천 씨는 한 달 뒤인 지난 23일, 안동의 편의점을 무작정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합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다른 00편의점에 강도행각을 벌이려고 들어갔어요. 거기 들어갔다가 사람이 많으니까 다시 나왔어요. 나와서 다른 곳 또 물색하다가
거기 (범행을 저지른 편의점으로) 간 것이죠."

첫 번째 편의점에서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나와 무작정 길을 걷던 천 씨의 눈에 들어온 두 번째 편의점.

하지만 이곳에서도 천 씨는 바로 범행을 저지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순진하기는 순진한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젊으니까 내가 어린 학생한테 (범행)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우유 한 개 사서 ‘먹어라. 미안하다.’하고 나갔어요."

5분 뒤, 주변에서 마땅한 범행 장소를 찾지 못한 천 씨는 이곳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본인이 흉기로 직접 위협하지는 않고 전체 길이 26cm정도 흉기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아가씨한테 돈 다 꺼내서 봉투에 담으라 …."

그렇게 천 씨가 가져간 돈은 현금 19만 천 원.

교도소에 들어 가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천 씨는 그의 바람대로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천 씨처럼 생계 문제로 고민하다 교도소행을 자처한 범행은 종종 있어왔습니다.

지난 7월, 전 재산을 사기 당한 40대 남성이 교도소에 가겠다며 식당에서 흉기를 휘둘렀고 지난 2011년에는 생활고를 못 견딘 60대 남성이 교도소를 가기 위해 지하철에 불을 지르려고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함00(방화 피의자/음성변조) : “교도소 가려고…. 거기 가면 하루 세끼 밥 주잖아요”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들.

이들은 결국 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는데요.

편의점 강도행각을 벌인 천 씨 역시 처벌은 면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교삼(경위/안동경찰서 태화지구대) : "그 사람은 어차피 강도 행각을 벌였고 감옥에 가기위해서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처벌을 안 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보면 (이번) 범행은 똑같은 범죄고 …."

빚 때문에 교도소에 가겠다며 황당한 강도행각을 벌인 천 씨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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