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큰 나라, 큰 건물, 그리고 부작용

입력 2013.11.02 (08:21) 수정 2013.11.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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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에서 제일 큰 건물,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방부 청사가 가장 크다고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겠죠?

중국 청두라는 곳에 들어선 복합쇼핑센터가 세계 최대라고 하네요,, 이렇게 중국 곳곳에서 상상을 넘는초대형 건물과 기념물이 세워지더니 세계최대 화장실까지 등장했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 만들고 홍보 효과도 거둔다면 크게 탓할 일을 아니겠죠..

그런데 면밀한 검토 없이 과시욕만 앞세우다 보니 애써 지은 건축물을 헌다든지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네요...

김주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공명이 천하 통일을 꿈꾸며 도읍으로 삼은 곳, 인구 천 백만의 쓰촨성 청두는 오랜 역사와 21세기 문명이 공존하는 거대 도시입니다.

중국 내륙 개발의 거점 답게 도심 전체가 토목 공사장을 방불케 합니다.

청두 시내 한 복판, 주위를 압도하는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5백미터와 4백미터.

건물 외벽을 따라 한바퀴 도는데도 30분이 넘게 걸립니다.

<인터뷰> " 청두 시민 시설이 훌륭해요. 아이들이 놀 곳도 많고 쇼핑도 할 수 있고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연면적 176만 제곱미터로 세계 최대라는 건물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널찍한 중앙 홀 바닥엔 전부 고급 대리석을 깔아놨습니다.

백화점-쇼핑몰은 물론 물놀이 시설과 모래사장이 있는 수상테마공원도 건물 안에 입주해 있습니다.

<인터뷰> 장난(청두 시민) : "건축 양식이 특이하고 전체장식도 세련돼 있어요.일단 가까우니까 자주 오게 됩니다."

그런데 쇼핑몰에도 물놀이 시설에도 고객보다는 직원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지난 여름 개장 행사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치러졌고 특히 건축주는 참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건물을 지은 억만장자는 중국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걸로 알려져 세계 최대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숱한 의혹도 함께 사고 있습니다.

중화권 언론들은 그가 뇌물제공에 연루돼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3년이 걸렸다는 건축 공사의 총 비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신세기글로벌센터 직원 : "(공사비 공개는) 아직 결정 못했습니다."

KBS의 질문이 타당한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쓰촨성과 이웃한 충칭에도 그 분야의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세계 최대가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 건물입니다.

놀이공원 야산의 절반 가량을 화장실 변기가 뒤덮다시피하고 있습니다.

여러 테마의 화장실 가운데 복도식은 길이가 800미터, 남녀 천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 시설은 지방정부와 공원관리회사가 6년전 함께 지어놨습니다.

<인터뷰> 충칭시민 : "이용객도 별로 없고 썰렁한 분위기인데다 건물들도 외관이 이미 낡아서 실망했어요"

화장실까지 굳이 초대형으로 지은 명분은 우아하고 위생적인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몇 안되는 직원들이 온 종일 청소를 하고 다녀도 냄새 하나 없이 청결하게 관리하는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녹취> 화장실 청소원 : " 파이프가 저 곳까지 이어지는데 고장났어요 정비공은 시간이 없어서 못 온다고 하네요"

지상 202층에 높이 838미터,, 중국 굴지의 부동산 회사 위안다 그룹이 1조 6천억원을 들여 짓겠다고 선언한 세계 최고층 빌딩입니다.

세상을 더 놀라게 한 건 공사기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헬리콥터를 타고 착공식에 나타난 위안다 그룹 회장은 8개월만에 건물을 완공하겠다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녹취> 장위에(위안다 그룹 회장) : "내년 4월말까지 첨탑 공사까지 마무리해서 늦어도 6월말에는 입주할 수 있을 겁니다."

터파기 작업이 바로 시작됐지만 공사는 불과 닷새 만에 중단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건축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소위 '하늘도시' 공사현장엔 이제 인적마저 끊겼지만 시공회사는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위안다 그룹 관계자 : "우리가 낸 모든 건축서류는 문제가 없어요 지금은 본격공사를 위한 전기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뭐든 크게 만들기 경쟁은 기념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의 부인, 쑹칭린의 석상입니다.

8층 높이의 석상을 짓는데 우리돈 220억원이 투입됐지만 올 여름 제막식을 앞두고 슬그머니 해체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예술성도 떨어지고 과도한 우상화란 여론이 빗발쳤던 것입니다.

<인터뷰> 쑹칭린 기념관 경비원 : "(가림막 속에 아직 석상이 있습니까?) 알아서 무엇하려구요? 관람은 안 됩니다. 출입금지입니다."

쑹칭린 기념관 근처 황하강변엔 몇십배 더 규모가 큰 두개의 석상이 위용을 자랑합니다.

106미터 높이에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조각상은 중국 고대 신화 속의 염제와 황제입니다.

중국인들은 염제와 황제를 조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중국 고대사를 기록한 사마천의 사기에도 나오지 않는 전설상의 인물입니다.

이 거대한 석상의 규모를 결정할때 비교 기준이 된 건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유의 여신상보다 8미터 더 높게 만들었습니다.

쓰임새도 불분명한 20만 제곱미터 넓이의 광활한 광장까지 조성한걸 보면 설계때부터 얼마나 규모에 집착했는지 능히 짐작이 가고 남습니다.

<녹취> 왕뤄(염-황 석상 공원 직원) : "염-황 문화협회와 베이징의 연륜있는 학자들이 여기까지 와서 설계했습니다. 높이는 몰라도 규모는 세계 최대로 알고 있어요"

중국 전역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초대형 건축물과 상징물....

여기엔 지방정부들 간의 업적경쟁.. 그리고 수조원대의 자산을 가진 부호들의 과시욕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꺼다...

수십만 관광객이 몰려올꺼다...

공사비 몇배 몇십배의 경제적 효과도 자신했지만 상당수는 지금 골칫거리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습니다.

<인터뷰> 훠커(중국 동북대 건축학과 교수) : "도심의 건물을 높게 지으려는 프로젝트 들은 더이상 토지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수요에 맞지 않습니다."

지방정부들 간의 규모 경쟁도 위험수위에 이르자 중국 당국은 올해 관공서의 신축은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도 민간부문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 대륙 어디선가는 중국 최고-세계 최대로 기록되길 바라는 거창한 공사들이 지금도 계속 진행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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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큰 나라, 큰 건물, 그리고 부작용
    • 입력 2013-11-02 10:08:27
    • 수정2013-11-02 10:45:2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에서 제일 큰 건물,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방부 청사가 가장 크다고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겠죠?

중국 청두라는 곳에 들어선 복합쇼핑센터가 세계 최대라고 하네요,, 이렇게 중국 곳곳에서 상상을 넘는초대형 건물과 기념물이 세워지더니 세계최대 화장실까지 등장했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 만들고 홍보 효과도 거둔다면 크게 탓할 일을 아니겠죠..

그런데 면밀한 검토 없이 과시욕만 앞세우다 보니 애써 지은 건축물을 헌다든지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네요...

김주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공명이 천하 통일을 꿈꾸며 도읍으로 삼은 곳, 인구 천 백만의 쓰촨성 청두는 오랜 역사와 21세기 문명이 공존하는 거대 도시입니다.

중국 내륙 개발의 거점 답게 도심 전체가 토목 공사장을 방불케 합니다.

청두 시내 한 복판, 주위를 압도하는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5백미터와 4백미터.

건물 외벽을 따라 한바퀴 도는데도 30분이 넘게 걸립니다.

<인터뷰> " 청두 시민 시설이 훌륭해요. 아이들이 놀 곳도 많고 쇼핑도 할 수 있고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연면적 176만 제곱미터로 세계 최대라는 건물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널찍한 중앙 홀 바닥엔 전부 고급 대리석을 깔아놨습니다.

백화점-쇼핑몰은 물론 물놀이 시설과 모래사장이 있는 수상테마공원도 건물 안에 입주해 있습니다.

<인터뷰> 장난(청두 시민) : "건축 양식이 특이하고 전체장식도 세련돼 있어요.일단 가까우니까 자주 오게 됩니다."

그런데 쇼핑몰에도 물놀이 시설에도 고객보다는 직원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지난 여름 개장 행사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치러졌고 특히 건축주는 참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건물을 지은 억만장자는 중국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걸로 알려져 세계 최대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숱한 의혹도 함께 사고 있습니다.

중화권 언론들은 그가 뇌물제공에 연루돼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3년이 걸렸다는 건축 공사의 총 비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신세기글로벌센터 직원 : "(공사비 공개는) 아직 결정 못했습니다."

KBS의 질문이 타당한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쓰촨성과 이웃한 충칭에도 그 분야의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세계 최대가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 건물입니다.

놀이공원 야산의 절반 가량을 화장실 변기가 뒤덮다시피하고 있습니다.

여러 테마의 화장실 가운데 복도식은 길이가 800미터, 남녀 천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 시설은 지방정부와 공원관리회사가 6년전 함께 지어놨습니다.

<인터뷰> 충칭시민 : "이용객도 별로 없고 썰렁한 분위기인데다 건물들도 외관이 이미 낡아서 실망했어요"

화장실까지 굳이 초대형으로 지은 명분은 우아하고 위생적인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몇 안되는 직원들이 온 종일 청소를 하고 다녀도 냄새 하나 없이 청결하게 관리하는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녹취> 화장실 청소원 : " 파이프가 저 곳까지 이어지는데 고장났어요 정비공은 시간이 없어서 못 온다고 하네요"

지상 202층에 높이 838미터,, 중국 굴지의 부동산 회사 위안다 그룹이 1조 6천억원을 들여 짓겠다고 선언한 세계 최고층 빌딩입니다.

세상을 더 놀라게 한 건 공사기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헬리콥터를 타고 착공식에 나타난 위안다 그룹 회장은 8개월만에 건물을 완공하겠다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녹취> 장위에(위안다 그룹 회장) : "내년 4월말까지 첨탑 공사까지 마무리해서 늦어도 6월말에는 입주할 수 있을 겁니다."

터파기 작업이 바로 시작됐지만 공사는 불과 닷새 만에 중단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건축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소위 '하늘도시' 공사현장엔 이제 인적마저 끊겼지만 시공회사는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위안다 그룹 관계자 : "우리가 낸 모든 건축서류는 문제가 없어요 지금은 본격공사를 위한 전기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뭐든 크게 만들기 경쟁은 기념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의 부인, 쑹칭린의 석상입니다.

8층 높이의 석상을 짓는데 우리돈 220억원이 투입됐지만 올 여름 제막식을 앞두고 슬그머니 해체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예술성도 떨어지고 과도한 우상화란 여론이 빗발쳤던 것입니다.

<인터뷰> 쑹칭린 기념관 경비원 : "(가림막 속에 아직 석상이 있습니까?) 알아서 무엇하려구요? 관람은 안 됩니다. 출입금지입니다."

쑹칭린 기념관 근처 황하강변엔 몇십배 더 규모가 큰 두개의 석상이 위용을 자랑합니다.

106미터 높이에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조각상은 중국 고대 신화 속의 염제와 황제입니다.

중국인들은 염제와 황제를 조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중국 고대사를 기록한 사마천의 사기에도 나오지 않는 전설상의 인물입니다.

이 거대한 석상의 규모를 결정할때 비교 기준이 된 건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유의 여신상보다 8미터 더 높게 만들었습니다.

쓰임새도 불분명한 20만 제곱미터 넓이의 광활한 광장까지 조성한걸 보면 설계때부터 얼마나 규모에 집착했는지 능히 짐작이 가고 남습니다.

<녹취> 왕뤄(염-황 석상 공원 직원) : "염-황 문화협회와 베이징의 연륜있는 학자들이 여기까지 와서 설계했습니다. 높이는 몰라도 규모는 세계 최대로 알고 있어요"

중국 전역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초대형 건축물과 상징물....

여기엔 지방정부들 간의 업적경쟁.. 그리고 수조원대의 자산을 가진 부호들의 과시욕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꺼다...

수십만 관광객이 몰려올꺼다...

공사비 몇배 몇십배의 경제적 효과도 자신했지만 상당수는 지금 골칫거리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습니다.

<인터뷰> 훠커(중국 동북대 건축학과 교수) : "도심의 건물을 높게 지으려는 프로젝트 들은 더이상 토지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수요에 맞지 않습니다."

지방정부들 간의 규모 경쟁도 위험수위에 이르자 중국 당국은 올해 관공서의 신축은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도 민간부문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 대륙 어디선가는 중국 최고-세계 최대로 기록되길 바라는 거창한 공사들이 지금도 계속 진행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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